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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산

남설악이 보이는 한석산 (한양쉐르빌 ~ 선바위봉 ~ 한석산 삼거리 ~ 임도 ~ 피아시)

 

 

선바위봉 정상의 삼각점

 

새마포 산악회가 평일 그 중에서도 목요일에 산행을 하는 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전통이라는 것이죠.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서슬이 퍼렇던 5공 시절 발족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죠?

그 민주산악회에서 몇 번 분화(分化)를 거쳐서 지금의 새마포산악회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그동안 산악회의 사람은 바뀌었겠지만 목요일 산행의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 겁니다. 

 

이 새마포 산악회에서는 팀을 둘로 나눠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 팀은 산줄기 팀이고 다른 한 팀은 명산 팀입니다.

사실 상 산줄기 팀은 지맥 전문이 되었고 명산 팀은 '오지 산행' 전문 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3년 됐습니까?

3년 전 명산 팀에서 몇 번 산행을 하고는 다시 지맥에 전념 잠시 새마포를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남강기맥(신산경표에서는 진양기맥)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몇 번 참석은 했지만 집안일 때문에 맛만 본 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다음 진행한 산줄기가 영산동지맥과 해남지맥이었는데 다행히 3주 전 월출산 구간만 제외하고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소양지맥에 든다고 하여 저는 개인적으로 이미 그 줄기를 마쳤기 때문에 '명산 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주 연속 개인사로 인해 또 참석을 못하고 있다가 다행히 이번에는 겨우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스가 강원도하고도 북쪽인지라 출발은 잠실이군요.

 

그런데 제 글을 보다보면 낯선 문구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남강기맥이니 영산동지맥, 해남지맥이란 단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진양기맥, 땅끝기맥 그리고 흑석지맥이라고 하면 바로 이해가 가시지 모르겠습니다.

이 진양기맥, 땅끝기맥 그리고 흑석지맥이라는 산줄기 이름은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 선생님이 명명한 이름입니다.

이는 곧 공식용어가 아니라는 말과 같습니다.

공식용어가 아니라는 말은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산줄기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명산이나 찾고 고수들이라고 해봤자 '능선 산행'만 하였습니다.

그런 산꾼들에게 '산경표'의 '대간 + 정맥'의 범위를 확장하여 기맥이니 지맥이니 하는 용어가 등장하였습니다.

순전히 박용수 선생이나 조석필 선생 그리고 이 박성태 선생님의 공功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은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산으로 몰렸고 그들이 산줄기 전파에 혁혁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단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단시간'이라는 단어는 위에서 언급한 '검증'과도 통합니다.

짧은 시간에 퍼지다 보니 검증 받을 시간이 부족했고 그 실질적인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체 그저 지어준 이름대로 산줄기를 밟기에 바빴던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백두대간이나 정맥을 잊어버리고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이니 하는 지어준 이름을 가지고 공부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좀 짚어보고 갈까요?

예를 한 번 들어보죠.

얼마전 새마포와 함께 진행한 영산동지맥과 해남지맥을 봅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신산경표에서는 땅끝기맥이라고 하지만 이는 산경표의 기본 원리인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온당치 않은 부분이 있어 저는 신산경표의 땅끝기맥과 흑석지맥을 영산동지맥과 해남지맥으로 나눠 부르고 있습니다.

어느 부분이 그럴까요?

그 구간으로 돌아가 봅니다.

2017. 4. 27. 목요일입니다.

 

한편 산경표는 모든 정맥은 10대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그 이름으로 말해 주었습니다.

다만 호남정맥과 해서정맥 같은 경우에는 지방 이름을 따긴 했지만 이는 산줄기는 물줄기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물줄기는 곧 산줄기다!

이것이 우리 조상이 산줄기를 쉽게 보았던 이유일 것입니다.

GPS는 말할 나위도 없었고 나침반도 변변치 않았던 조선시대에 어떻게 산경을 그릴 수 있었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물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산줄기를 보려면 물줄기를 보아야 하고 그 물줄기의 끝만 따라가면 간단하게 그 산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걷고 있는 소위 '땅끝기맥'이라는 산줄기는 산경표의 대원칙이라고 할 '산자분수령' 그중에서도 제2법칙인 '합수점'과는 이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산경 즉 산줄기가 길게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간 것에 불과합니다.

물줄기를 떠나서 산줄기를 봤다?

심각한 오류입니다.

물론 물줄기와 관계없는 줄기가  바다의 끝으로 가는 줄기는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원칙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땅끝기맥을 고려함이 없이 물줄기만 보기로 합니다.

산경표의 호남정맥에 속한 줄기이므로 그 주 물줄기는 당연히 영산강입니다.

 

여느 물줄기가 그러하듯 영산강과 관련된 산줄기는 좌우측으로 다가옵니다.

서쪽은 이 자리에서 볼 것도 없고 동쪽만 봅니다.

이 영산강의 끝은 어디일까요?

발원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모든 강의 시원始原은 작은 물방울입니다.

그 물방울들이 모여 샘을 이루고, 소沼나 연못을 이루면 그제야 그 물줄기를 발원지라 부르게 되는 것이죠.

그럴 경우 이 영산강의 발원지는 호남정맥의 용추봉 부근의 가마골에 있는 용소라고 합니다. 

참고도 #1 영산강의 발원지 용소

 

그 영산강에서 발원지로 가는 산줄기를 타고 올라가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곳 까지만 가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발원지를 찾는 게 아니라 산줄기가 갈라진 곳을 찾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참고도 #2 영산동지맥

 

그렇게 그으면 위 참고도 #2의 빨간선이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람재 지나 갈림봉에서 북진시켜 발원지가 있는 용추봉579.4m까지 끌어올리고 싶지만 산줄기는 그렇게 보는 게 아닙니다.

호남정맥이 버티고 있으니 호남정맥에서 이 줄기가 갈리는 그러니까 우리가 1구간을 시작했던 그 갈림봉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신산경표의 '흑석지맥 + 땅끝기맥 일부 구간(별뫼산465.1m ~ 갈림봉)'이 되어 도상거리 98.4km의 지맥(100km가 되지 않음)이 됩니다.

이름을 붙여야죠.

시종일관 지맥에는 하천이나 강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제 지론을 따를 때 영산강의 동쪽을 싸고 있는 지맥이므로 '영산동지맥'으로 명명하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별뫼산 ~ 땅끝마을까지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까요?

일반 바다로 가는 산줄기와 같이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 구간 말씀드렸던 바와 마찬가지로 옆에 있는 친구들인 여수지맥이나 고흥지맥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지방 이름을 따서 해남지맥(도상거리64.7km)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구간 산행기의 이 취지에 어긋나는 내용은 '대한산경표'의 논지에 따라 이 내용으로 정정합니다.

 

그리고 이왕 발원지 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더 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큰 강의 발원지만큼은 신성하게 여겨 이를 보존하였는데 현대인들은 이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우리가 영산강의 발원지를 찾을 때 이는 산줄기의 갈림과 무관한 것임은 이미 살펴봤습니다.

즉 발원지와 큰 산줄기의 갈림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이 영산강만 해도 용소가 있는 골짜기를 가마골이라 불렀지 않습니까?

좀 우습고 억지스러운 얘기지만 백과사전이나 관광안내책자 등을 보면 그런 느낌이 더해지기만 합니다.

가마골은 예부터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가마곡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가마골로 굳어졌다. 1998년 용추사로 가는 임도 공사를 하던 중 가마터가 발견되어 지명의 유래가 더욱 확실해졌다. 가마골에서 왼편으로 난 용추사 방면 임도를 따라 용추사에 거의 다다를 즈음 가마터가 하나 남아 있다. 이 가마터는 조선시대 기와가마로 용추사 전용 가마로 추정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영산강의 시원, 용소가 있는 담양 가마골생태공원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그럴까요?

아무러면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강이나 산과 관련 없이 마구잡이로 이름을 짓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원래 이 '가마'는 'ㄱ.ㅁ(아래 .'가 지원되지 않아 부득이 풀어서 썼음)' 자 계열의 순우리말에서 온 것입니다.

이 'ㄱ.ㅁ'이 18세기가 지나면서 'ㅏ'나 'ㅡ'로 바뀌게 되면서 지방마다 음운이 변하게 됩니다.

즉 원래 '신성하다'는 뜻의 이 'ㄱ.ㅁ'이 지방에 따라 '가마, 금마, 감악, 구마, 감, 금, 검' 등으로 변화했다는 것이죠.

뜻도 신성하다는 의미에서 마을의 뒤나 북쪽의 방위를 나타내는 말로도 널리 쓰이게 되었고.

그 신성하다는 의미의 대표적인 사실이 단군왕검의 어머니 배역에 곰이 선택되었다는 것은 신성하다는 의미와 곰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마골은 숯이나 그릇을 만드는 '가마'가 있어서 그렇게 이름이 지어진 게 아니고 물을 중시하는 우리 농경사회에서 '신성한 골짜기'여서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 물의 시원始源인 샘물을 '용소龍沼'라 부르는 것도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한 가지 더 발원지를 생각해보면 한강의 발원지를 보죠.

지금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는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하여 공식적인 한강의 발원지로 지정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오대산 수정암 옆의 우통수입니다.

이는 세종실록지리지나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명백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이 우통수에서 검룡소로 이사를 가게 된 주요 원인이 실측을 해보니 검룡소가 조금 더 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것을 1980년 이우형 선생이 인사동의 한 고서적 책방에서 산경표를 발견한 시기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 산경표가 대중에세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가 1986년 '스포츠레져' 잡지에서 처음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을 활자한 것이라고 보는 게 통설입니다.

그러고 난 후 같은 해 7. 24. 이우형 선생이 조선일보에 '국내 산맥이름 일제가 바꿨다'라는 기사가 실리고부터는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일에 민감한 당시 국립지리원(지금의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를 떠들어 보게 됐고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갈리는 그 부근을 한강의 발원점으로 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시 국립지리원이 한 가지 착각을 한 게 있습니다.

이때만 해도 아직 신산경표가 나오기 전이어서 백두대간에서 갈리는 줄기에 한강기맥이 있음을 놓쳤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루하시죠?

 

그럼 오늘 산행으로 이어가도록 합니다.

사당에서 전철을 타고 롯데마트 앞으로 갑니다.

서먹서먹 같은 분위기가 일시에 바뀝니다.

김등대 선배님을 만난 겁니다.

전에 섬강지맥 일부구간(위와 같은 이유로 신산경표의 백운지맥을 저는 부인합니다. 오히려 영월지맥 일부구간 + 백운지맥을 삼계봉에서 분기하는 큰줄기인 섬강지맥으로 봄)을 선배님과 함께 했었습니다.

형수님도 그 아름다움은 여전하시고.....

 

조금 늦게 출발한 버스는 낯익은 도로를 달려 인제를 지나 합강교에서 인북천을 건넙니다.

이곳 지명이 재미 있습니다.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이기 때문입니다.

산줄기를 아는 우리는 금방 한자어가 떠오릅니다.

合江里겠죠?

두 강 엄밀하게는 두 물줄기가 만난다는 얘기입니다.

그 두 물줄기는 그 유명한 내린천과 입북천이라는 얘기이고......

 

여기서 합수는 우리말 '두물'을 달리 표현한 겁니다.

두무실, 두무골, 드물, 두문, 이물 등도 다 같은 말이 지방에 따라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형이 된 것에 불과합니다.

이를 한자가 들어오면서 쌍천이니 양천, 양수, 이천(이 이천은 二, 伊, 耳, 梨 등 그 지금의 이름도 다양함)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곳은 합강이라는 말을 썼군요.

합수점이라는 말이 중요하죠?

두 물이 만났으니 '산자분수령의 제2법칙'에 의거 하나의 산줄기가 여기서 맥을 다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 올라가 볼까요? 

참고도 #1

 

많이 보던 이름들이 즐비합니다.

점봉산,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등.....

저도 저 삼형제봉에서 이어지는 주걱봉, 가리봉을 간 기억이 희미한 걸 보니 상당히 오래 전에 갔었습니다.

어쨌든 이 합수점 아니 합강교를 건너자마자 만나는 줄기의 뿌리는 백두대간 상 점봉산 구간에서 내려와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곳.

그러니까 필례약수 들어 가는 도로의 초입부분에서 좌측을  철책으로 막아놓은 곳.

그곳이 1004.9봉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그 너머도 한계령 휴게소의 절개지에 해당되는 곳이기에 온전하게 대간을 이어가지 못하는 곳이 되는 부분이기도 한 곳.

그 1004.9봉에서 가지를 친 산줄기로군요.

이 루트는 가리봉 ~ 장승고개 ~ 한석산을 지나 이곳까지 도상거리 약 25.6km의 줄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줄기 진행에 관한 한 최고의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자하 신경수 선생은 이를 '백두가리단맥'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잔소리하고 오늘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죠.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7. 7. 13. 목요일

2. 동행한 이 : 새마포산악회

3. 산행 구간 : 한양쉐르빌 ~ 선바위봉 ~ 한석산 삼거리 ~ 임도 ~ 피아시

4. 산행 거리 : 12.87km

구 간

거 리

출발 시간

소요 시간

비 고

한양쉐르빌

 

09:20

 

 

548

0.78

09:50

30

984.8

3.12

12:13

143

한석산삼거리

3.31

13:55

102

임도 접속

3.42

15:36

101

피아시

2.24

16:10

34

 

12.87 km

06:50

06:50

실 소요시간

 

 

산행기록

지도 #1

 

버스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로 좌틀하여 언덕을 치고 올라갑니다.

09:19

지도에도 나와 있는 한양쉐르빌 아파트입니다.

새마포 산악회의 특징.

준비운동이고 자시고 아무 것도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쯤은 대원 개개인이 알아서 할 정도의 능력자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겠죠.

소위 'A코스'를 따릅니다.

일곱 분이 이 코스를 선택하셨습니다.

약 17km라는 거리는 더위가 주는 압박감 때문에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시간도 7시간 충분히 주어졌는데....

3주 동안 산행을 쉬었고 더군다나 요며칠 술독에 빠져 있었으니....

 

아파트 우측의 포장도로로 오르면,

09:20

바로 우측에 전봇대가 있고 그 옆에 희미하게나마 길이 보입니다.

들머리입니다.

GPS에는 이곳이 표고 244.7m라고 찍히니 오늘 최고봉인 한석산1119.1m까지 약 900m 정도의 표고 차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상당히 힘들 걸로 예상이 되는군요.

거기에 더위까지....

우측으로 올라갑니다.

용감한 새마포 대원들은 묵묵히 된비알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어랍쇼!

안녕하십니까.

어제도 통화를 했던 산줄기에 관한 한 최고봉 자하 신경수 선생이십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백두가리단맥'을 오래 전에 진행하셨군요.

이 낡아빠진 표지띠가 그걸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09:32

#115 철탑을 지나고.....

09:50

그러고는 548봉입니다.

구석에 숨어 있는 3등급 삼각점(인제316)을 확인합니다.

'김등대'선배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서울 마운틴 클럽에서 2015. 5. 24. 붙여놓았다던 '덕봉' 표지판이 보이질 않습니다.

09:55

제 앞의 선배들.

그러니까 53년 생 ~ 56년 생 정도까지 참 고생들 무지 하셨습니다.

이것도 군생활의 일부이니까 이거 짓느라 시간을 잘 보내셨겠지만 이게 어디 보통일이었겠습니까?

선배님들!

아직도 이쪽을 보고는 오줌 안 싸십니까?

10:06

지도 #1 '가'의 안부를 지납니다.

이 정도의 길이라면 안심이 됩니다.

더위 때문에 땀을 좀 흘리겠지만 여름이기에 이미 각오한 거 아니겠습니까?

등로만 눈에 보인다면야....

역시 강원도의 산줄기답습니다.

속으로 연신 강원도 칭찬을 하며 오릅니다. 

그러나 이 등로는 사실 상당 부분 군인들이 개척해 놓은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 길을 약초꾼이나 우리같은 '또라이'들이 지나고......

그렇다면 은근히 방카나 참호가 없어지는 지역에 이르면 등로가 희미해질 거라는 걱정이 드는군요.

10:19

그 오르는 된비알에서 배창랑 선생님을 뵙습니다.

오래 전에 대간길과 정맥길에서 배창랑 선생님을 뵐 때 참 신기했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가는 곳마다 표지띠가 걸려 있던지 ......

그도 그럴 것이 대간과 9정맥을 두 번 완주하시고 1,000 m 급 이상 산을 512개 정리하여 이를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하셨으니 그럴 수밖에!

대단한 기록의 보유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한석산 루트만 해도 2010. 8. 22.과 2015. 5. 24. 두 번으로 나눠 다른 방향으로 진행을 하셨더군요.

보통은 이런 분들이 멀리 계실 때는 그렇게 위대하게 보여도 실상 가까이 계시면 갑남을녀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선생님은 그런 조재들과는 달리 언제나 제게는 멘토로 남아 있는 그런 분이십니다.

항상 안산, 즐산하소서!

10:22

지도 #1의 '나'의 곳 교통호를 만들던 곳은 우측으로 통과하고,

10:28

그런데 길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10:29

작은 안부 하나를 지나고....

10:34

지도 #1의 '다'의 곳은 암릉지역입니다.

분명히 우횟길이 있을 법도한데 찾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10:35

그 암봉에서 잠시 조망이 트이는군요.

좌측으로 가리산 줄기에서 직진하여 북면 방향으로 진행하는 줄기.

지금 여기서 진행하는 줄기가 가운데 줄기를 지나 이 우측으로 싸고 도는 형태군요.

이럴땐 일반등산지도가 더 보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좌측 끝봉우리의 바위봉이 984.8봉이고 우리는 그 뒤로 넘어가는 반면,

참고도 #3

저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참고도 #3의 '가'능선 정도가 되겠군요.

그렇다면 저 맨 우측의 앞봉이 796.9봉 정도가 될 것입니다.

산이 즐비합니다.

역시 산의 나라 대한민국입니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내려옵니다.

혹시나 말벌집을 건드리게 되지나 않을지 조심하면서....

11:23

방카봉을 지나니,

갑자기 너른 지역이 나오는군요.

사역병들이 밥을 먹거나 야영을 하던 장소같습니다.

11:27

그러고는 851.7봉을 지납니다.

그래도 명색이 국립지리정보원 지도에 올린 봉우리인데 덩그러니 이런 나무만....

11:43

지도 #1의 '라'를 지납니다.

 

12:08

984.8봉 일명 선바위봉으로 오르는 길은 거의 직벽입니다.

오르는 길도 시원찮고....

바위와 나무에 의지해 올라야 합니다.

이게 선바위봉.

로프도 없지만 역시 바위를 잡고 다시 올라갑니다.

12:13

선바위봉 정상입니다.

이곳에 3등급삼각점(인제317)이 박혀 있군요.

조망이 탁 트이는 이곳에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근데 좀 엉망입니다.

날씨가 영....

우측에 있는 봉이 1044.9봉인데 아래 덕적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임도가 보이는군요.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맨 우측에 삼형제봉과 가리봉이 보이긴 하는데 육안으로나 실제로나 고작....

....................

한석산.

인제 시내도 뿌옇기는 마찬가지.

올라온 능선.

한석산은 나무에 가렸고 그 뒤 우측이 매봉.

한석산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차하면 탈출로로 써야 하는 능선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능선인데 아까 그 참고도 #2는 좀 이상하군요.

즉 주능선 삼거리라고 하는 곳과 한석산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대충 눈어림으로만 봐도 거의 3km 이상되는 거리입니다.

오늘같은 날 진행한다면 거의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폰을 꺼내 마루금을 맞춰봅니다. 

참고도 #3

참고도 #3의 'A'우틀하여야 할 것인데.....

지금 시간이 12:20경이니 남은 시간이 4시간이라 매봉을 타지 못할 경우 한석산에서 빠져나와 저 앞의 능선을 타고 하산하여야 함을 깊이 고려해 봅니다.

 

지도 #2

12:37

선바위봉을 내려와 왼쪽 능선으로 접어듭니다.

드디어 등로가 희미해지기 시작입니다.

발끝에 오는 등로의 감각은 없어지고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리는 횟수가 점점  많아집니다.

지도 #2의 '마'의 곳입니다.

크게 우틀하여야 하지만 길이 희미합니다.

트랙을 그려오지 않았으면 알바를 하거나 헤매기 십상인 곳입니다.

우틀합니다.

13:00

908.2봉을 지납니다.

길은 계속 이렇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찾으면서 진행합니다.

13:10

안부를 지나,

13:32

1005.6봉입니다.

물도 부족한 거 같고 어제 먹은  소맥에 치킨이 야속해집니다.

결단을 내리기로 합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full 코스를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4시 반까지 도착하여야 하는데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옵니다.

13:55

한석산 오르는 길입니다.

여기부터 한석산까지는 약400m.

다시 되돌아오는 거리까지 따지면 0.8km.

시간 상으로는 2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참고도 #4

즉 현재 위치인 B에서 한석산을 갔다가 다시 C로 돌아와야 하는데 말이 쉽지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길은 제대로 나 있지도 않고....

다시 지도를 들여다 봅니다.

다행히 하산길로 잡은 C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유혹의 손길은 가까이 있습니다.

후회할 걸 알지만 한석산은 늦가을이나 초봄으로 미루고 우측으로 치고 나갑니다.

우측으로 20여m 움직이자 길이 보입니다.

14:03

거기서 한석산으로 오르는 길도 이렇게 선명하군요.

다시 올라갈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시간 맞추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도 #5

그렇게 함으로써 참고도 #5의 코발트색 선 길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습니다.

14:20

내려오면서 잠시 조망이 트이는 지도 #2의 '바'의 곳에서 그 코발트색 능선을 봅니다.

이고은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많이 있군요.

선명한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14:47

그런데 배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잠시 GPS가 말썽을 부리는군요.

껐다 켰다 하는 바람에 10여 분 정도 애를 먹습니다.

지도에도 그 흔적이 보이는군요.

이 구간을 진해할 때에는 두어 군데만 조심하면 됩니다.

지도 #3의 '아', '자', '차' 정도만 주의하면 되겠죠?

아차하면 자꾸 '빠꾸'를 하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지친 몸이 회복이 어려워지므로 신경을 써야합니다.

14:57

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타야합니다.

지도 #3의 '아'의 곳이죠.

지도 #3

14:51

직진하는 등로를 버리고 좌틀하면 그런대로 다닐 수 있는 등로입니다.

 15:07

계속 직진하다 이렇게 지금은 없어진 무덤 흔적을 보고 직진합니다.

 15:26

우틀하여야 하나 지나치게 우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냥 치고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직진합니다.

15:30

아!

그런데 완전히 절벽입니다.

역시 지도는 거짓말을 안 합니다.

우측 계곡 쪽으로 내려서기로 합니다.

조심스레 내려오니좌측으로 허연 게 보이는군요.

15:36

임도로 내려섭니다.

지도로 봤을 땐 좀 큰길로 봤으나 그저 이 정도의 길이군요.

이제부터 룰루랄라 걷습니다.

15:41

가끔 포장과 비포장을 왔다갔다 하다가, 

 다리를 건너,

15:49

지도 #3의 '차'의 민가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야 포장도로로 바뀝니다.

그 집 주소는 고사리 73이라고 여러 곳에 붙여놨군요.

古沙里라고 한자를쓰는군요.

고사리가 많이 나는 지역은 아니었을 것이고...

옛'古'를 쓴 거 보니까 예전부터 그렇게 불렸던 마을 이름인데 '沙'자가 수상합니다.

이 산에서 모래를 채취했을 리도 없고...

이 '沙'의 뜻은 모래가 맞고 예전의 이 마을은 산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즉 국러학적으로 볼 때 이 모래의 이전 형태는 '몰'이었습니다. 

산이었다는 얘기죠.

몰 〉모리 〉모이 〉뫼의 형태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몰 + 의' 즉 몰의가 모래가 되었고 이 모래를 글자가 없던 옛말에 굳이 한자로 표기하다 보니 노래 즉 沙를 빌어쓰게 되었고 예전에는 산이었던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고사라는 이름을 쓰게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모래내니 모래재니 하는 말이 곧 산마을이라거나 산에 있는 고개라는 뜻인 것이 다 이러한 이유입니다.

16:07

그런데 피아시가 무슨 말인가요?

'피앗'에 접미사 '이'가 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피앗'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피밭'에서 온 말이니  부근에 피나무밭이 많았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합니다.

즉 '피앗 + 이'가 피아시가 된것이라는 것이죠.

어렵습니다.

16:10

다 왔습니다.

다행히 시간 안에 들어왔군요.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배선생님께서 시원한 맥주 한 통을 건네주시는군요.

염치 불구하고 한 방에 다 털어넣습니다.

그나저나 제 코스로 진행했을 '등대'선배님과 형수님은?

다 씻고 몸을 닦고 있는데 형수님을 앞세우고 씩씩하게 내려오시는군요.

산을 잘 타려면?

우선 몸이 가벼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