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계신 분들이 묘향암을 꿈꿉니다.
묘향대라고도 불리는 묘향암을......
만복대의 ‘대臺’의 의미는?
대臺는 보통 외형 상 내려다보았을 때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거나 사방을 관망할 수 있는 바위 꼭대기의 넓고 평평한 반석盤石을 얘기한다. 그런데 바위는 기가 모이는 힘이 대단하여 바위 주변에서 수행하거나 기도하는 것이 효험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큰 바위 주변에 수도처로서의 대臺가 많다는 것이다. 이 기도발이 먹힌다는 것은 비단 스님들의 수행뿐만 아니라 무속인들이 산신으로부터 영험함을 전수받는 데에도 상당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는 누천년 간 사제지간에 전승 혹은 같은 직업군에서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경험담의 일부로도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니 이렇게 대단히 신비스러운 바위 주변에 '토굴'들이 많다 보니 큰 바위를 일컫는 '대臺'가 '토굴'의 이름에 붙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리산에는 ‘지리10대’ 가령 문수대, 우번대, 서산대, 문창대 등 이런 ‘대臺’가 10곳 이상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을 굳이 찾는다면 이와 같은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는 암벽과 그 아래로 석간수가 흐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지리산에 있어서 '대臺'의 의미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 산재한 유명 수도처에 옛날부터 '대臺'자가 붙어 전해 내려오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전의 수도승들은 땅굴을 파고 기거하면서 수행을 했다 한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땅굴 대신에 깊은 산중에 한 칸 암자를 짓는 형태로 변했는데 어쨌든 이런 연유로 하여 자신이 거주하는 곳을 낮추어 일컫는 말로 '토굴土窟'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로 토굴은 혼자 수행할 공간만 있는 조그만 암자의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 한 걸음 더 나아가 낮추어 일컫는 이 '토굴'을 불가에서는 암자와 구별하여 대臺라 칭한다 한다. 그러니 문수대라 함은 문수암을 말하는 것도 되고 묘향대라 함은 묘향암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수도처로서의 '대臺'는 토굴의 다른 이름이며 토굴의 배경이 되는 바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483쪽' 이하
묘향대의 묘향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예전의 산행기를 가져옵니다.
그러고는 묘봉妙峰입니다.
예전에는 반야봉에서 정동쪽(卯方)이 있다고 하여 묘봉卯峰 즉 토끼봉이라고 하였는데 최근 연구한 바에 따르면 토끼봉이라는 이름은 그 어원의 근거가 봄 빈약하죠?
사실 저도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62쪽이나 ‘현오와 걷는 지리산’ 433쪽에 같은 취지의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토끼봉을 굳이 한자로 쓴다면 卯峰으로 한다고도 했죠.
하지만 한글 순화 차원에서 굳이 묘봉이라 부를 필요 없이 토끼봉으로 부를 것을 고집하고 제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산 이름을 지을 때 그냥 마구잡이로 짓지는 않았습니다.
즉 이 신성하고 고귀하기 까지도 한 산이름을 지을 때는 정성 들여 작명을 한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죠.
물론 이 서부 지리의 맹주는 반야봉이 맞습니다.
그리고 이 묘봉이 반야봉에서 볼 때 정동쪽이라고 우기면 그럴 수도 있는데 한 개그 프로의 대사같이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고?”
무식보다는 연구 부족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이 ‘지리99팀의 엉겅퀴’ 님이나 법사이신 범여 김복환 선배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역시 이 지리산을 얘기하고 지리산의 지명을 얘기할 때 우리는 확실히 불교지명설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누차 말씀드렸었죠?
지리산의 까마귀들은 염송도 할 줄 안다고....
그러니 이 토끼봉 아니 이 묘봉妙峰은 반드시 저기 보이는 반야봉과 저 묘향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묘지(妙智) 묘행(妙行) 묘심(妙心) 묘향(妙香) 묘적(妙寂) 묘법(妙法)
즉 불가에서는 묘지(妙智) 묘행(妙行) 묘심(妙心) 묘향(妙香) 묘적(妙寂) 묘법(妙法) 등 묘(妙)字가 자주 쓰이는데 이때 妙는 단순히 묘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가장 높고 뛰어나다. 완벽하다’에 가까운 뜻이라는 것이죠.
妙는 불교의 공(空)사상에 바탕을 둔 말로,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언어를 초월한 불가사의 즉 구족원만(具足圓滿다 갖춘, 상대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완전무결함)의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니 묘지(妙智)는 그냥 지혜가 아니라 말로써 이렇다 저렇다 표현할 수도 없고 마음으로 이것이다 저것이다 생각할 수도 없는 지혜 즉 부처의 깨달음을 인간이 말로써 억지로 표현하자니 이름하여 묘지妙智라 할 뿐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묘지妙智는 불지佛智라 해도 되며, 다른 단어의 妙도 佛로 교체하여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라는 얘기입니다.
“향적불(香積佛)이 있는 중향(衆香) 세계는 모든 것이 향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언어나 문자설법이 아닌 묘향(妙香)으로 삼매(三昧)에 든다.”
-유마경 제10품 『향적불품』
“묘향(妙香)이란 바람을 거슬러 향기를 풍기는 향”
-아함경
그래서 묘향은 갑옷 같은 세상의 논리를 뚫고 전해지는 부처님의 바른 향기(말씀)를 뜻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물론 다른 불교 경전에도 이 妙香은 자주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반야봉般若峰 아래 묘향대가 있으니, 이 묘향을 타고 깨달음의 지혜 즉 반야般若에 이르는 것이 될 것이니 그 그림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니 반야봉에서 흘러내린 기는 서쪽으로는 노고단으로 흘러 화엄사로 내려가게 되고, 동쪽으로는 흐르는 그 기는 이 묘봉으로 흘러 한쪽으로는 칠불사로 가고 다른 하나는 연곡사로 간다니 이제야 이 봉우리가 토끼봉이 아닌 묘봉으로 불러야 한다는 그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 24일 계획했던 묘향암 방문 일정은 폭설로 인해 2023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묘향암 일정을 잡아달라는 독촉 전화가 옵니다.
베트남 출장 일정 등을 고려해 5월 20일로 잡습니다.
저는 5월 16일 미리 묘향암을 방문해 스님께 자세한 내용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갑니다.
멤버의 변동이 생기면서 10명으로 인원수가 맞춰집니다.
완식팀, 총무팀, 한검팀 등 3개 팀으로 나눠 각 팀별로 출발한 다음 2023. 05. 20. 09:00에 성삼재에서 만나 총무님이 준비해 온 물건을 나눈 후 출발하기로 합니다.
묘향암까지의 거리가 약 7.5km 정도 되니 배낭의 무게를 고려하면 약 3시간 반 정도 걸릴 것 같군요.
노고단 고개 통과시간과 점심시간, 일몰시간에 맞춰 반야봉 등정 시간을 고려하면 그 시간 정도면 될 거 같습니다.
5. 20. 04:00 기상하여 이한검 대장님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1조 대원 등을 태우고 수지를 출발합니다.
오수휴게소에서는 음식은 07:00부터 판매한다고 하여 우리는 가지고 온 옥수수 등으로 대강 아침을 해결합니다.
07:30 정도에 시암재에 도착합니다.
아직 나머지 두 팀의 대원들이 도착하지 않아 여기서 9시까지 기다릴 요량입니다.
시암재에서 본 지리서부능선의 고리봉과 만복대.
벌써부터 흥분이 됩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원들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속속 들어오는군요.
서둘러 성삼재로 오릅니다.
중앙에 길상봉의 노고단 KBS 송신소의 탑이 뚜렷하고.....
대원들과 짐을 분배하고 오늘 일정을 시작합니다.
입구에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선생님의 인솔 하에 노고단 등정을 준비하고 있군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아기들이 너무 귀엽군요.
"여기가 어딘지 아니?"
"네. 지리산이요."
너무 귀여워서 깨물을 뻔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자연학습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계단으로 노고단 길을 걷습니다.
무너미 고개의 물.
산내면의 풍부한 만수천 물을 마산면의 부족한 식수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함이죠.
따라서 여기서 백두대간은 물을 건너게 되지만 이 물은 인공수로를 통과한 물이기 때문에 산자분수령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
노고단 대피소는 아직도 공사 중.
따라서 지름길인 돌계단으로는 오를 수 없고,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 길이 오리지널 백두대간 길이죠.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그렇구나.....
여기는 고지대이다 보니 철쭉이 이제야 만개했습니다.
내일은 하산 시에 노고단으로 올라 마고 할매께 직접 인사를 올려야지!
길상봉.
노고단 돌탑이 뾰족하고.....
반야봉.
우측으로 불무장등이 그리고 그 뒤로 촛대봉과 시루봉이 명백합니다.
어서들 오세요.
오늘 이한검 대장님의 배낭 무게는 25kg이, 배완식 대장의 무게는 30kg은 각 족히 넘을 거 같습니다.
자, 그러면 반야의 품으로 듭니다.
조난자 위령목을 지나,
돼지령 가는 길에 양옆으로 펼쳐진 산죽밭에서 이한검 대장님이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배려의 왕이죠.
노고단은 구름에 가려 있고....
좌에서 중앙으로 흐르는 횡천지맥이나 우측 멀리 호남정맥의 백운산도 구름에 가렸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반야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이군요.
과연 오늘 저녁 일몰은 어떨까?
저도 포즈 한 번 잡아보고....
이 정도면 저 반야봉에서 보는 오늘 일몰은 기대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야구와 산은 아무도 모르니.....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에서 목을 좀 축이고.....
중앙 좌측의 천왕봉을 노려보지만 불행히도 구름에 가렸습니다.
반야봉으로 오를 수 있는 노루목 삼거리입니다.
걸음을 빨리하여 내려온다. 반야봉에서 내려오는 산줄기를 만나는 곳에 ‘노루목’이라는 이정목이 붙어있다. 이는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노루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럴까? 우리나라에는 노루목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여럿 있다. 설악동에서 비선대 올라가는 곳. 포천, 안성, 진주 등 우리나라 곳곳에 퍼져 있다. 어떤 국어사전에는 ‘노루가 자주 다니는 길목’이라고까지 친절하게 설명도 해 놓았다. 그런데 어떤 곳 지명을 보면 한자로 노루 장(獐)자에 목 항(項)를 써서 장항(獐項)이라고까지 표기한 곳이 눈에 띈다. 그런 곳의 지형은 어떻게 생겼을까? 노루가 다닐만한 곳도 아닌 곳 같은데... 사실 여기서 노루의 뜻은 ‘늘어진 땅’ 곧 산에서 들로 길게 뾰족하게 나온 땅의 모양인 ‘늘’에서 발음이 비슷한 훈(訓)을 가진 ‘누를 황(黃)’이 나왔고, 역시 발음이 비슷한 ‘노루 장(獐)’이 나왔다고 한다. 거기에 실제 노루는 목이 긴 짐승이니 너른 들이나 산에서 내려오는 좁은 지역을 일컫기에 노루목만큼 좋은 단어는 없었으리라. 그걸 다시 한자어로 표기하니까 장항(獐項)이 된 것이란다. 이참에 고양시의 장항동이나 고구려부터 내려온 안산의 옛 이름이 ‘장항구(獐項口)였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이름들이 다 그 생김새와 관련이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64쪽
이른 점심들을 드시고 계신가.....
우리는 직진을 합니다.
그러고는 여기서 좌틀하여 묘향암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입구에서 묘향암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걸릴 것이나 배낭의 무게는 그 시간을 더 연장시킵니다.
드디어 묘향암에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는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군요.
민생고를 해결해야지요.
스님과 일광이.....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좀 쉽니다.
17:30
반야봉 낙조를 보기 위해 출발합니다.
반야봉을 오르면서 정상석이 세워진 봉우리(1732.1m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저 봉우리를 중봉이라 표기하였죠.)를 보면서....
중앙 멀리 바래봉과 덕두산도 조방을 합니다.
중앙 삼정산이 있는 북부능선 뒤 좌측으로 삼봉산과 오도재 그리고 그 우측의 법화산을 봅니다.
묘향암에서 40분 정도 걸려 반야봉 정상(1731.8m)에 있는 연안김씨 묘를 봅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정상석이 있는 중봉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아!
지리 주릉.....
명선봉1583.24m 뒤로 천왕봉은 가려져 있고....
묘봉(1535.3m) 뒤로 낙남정맥은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는데.....
낙조를 볼 수 있는 노고단 방향은 이렇게 시꺼멓기만 하니....
그나마 왕시루봉과 그 우측의 섬진강은 그런대로....
18:27
태양이 이렇게 구름에 가려 있으니 오늘 낙조는.....
낙심을 한 대원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을 뿐.....
"아까 얘기했잖소! 야구와 산 그거 아무도 모른다고.....
백야?
조금 나아진 것은 같은데.....
천왕봉과 중봉 그리고 우측의 촛대봉만 보이고 나머지는 다 구름에 가려져 있으니.....
19:03
색깔은 좀 괜찮아지는데.....
19:05
어라!
구름이 두터워지기 시작합니다.
천왕봉 방향.
19:08
노고단 쪽은 완전히 가렸고....
조금씩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노고단 방향.
만복대 방향.
천왕봉은 아직 이렇고.....
'사람과 산'의 사진부장 정종원 님은 드론을 날립니다.
왕시루봉 방향.
그렇죠?
마고할매는 절대 실망을 시키지 않으십니다.
할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때 이한검 대장님이 갑자기 나타나십니다.
잠깐 자다가 올라왔다나?
구름이 풍부합니다.
지는 해를 당겨봅니다.
아쉬운 듯......
내일 또 봅시다.
잠기는 태양.
잠긴 후......
서쪽.
동쪽.
이렇게 마무리하고 다시 묘향암으로 돌아갑니다.
묘향암까지는 약 30분 정도 내려가야 합니다.
일몰 후이니 안전하게 랜턴을 착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