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2016년도 겨울방학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1월 첫째 주는 신정과 겹쳐서, 2, 4주는 집안 일 때문에, 2월 들어서서는 설 연휴로 완전히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이제 2월 3주는 토요 무박으로 사자지맥 2구간이 예정되어 있고, 4주 토요일은 영월지맥 땜빵, 그날 밤은 토요 무박으로 도솔지맥 2구간이 예정 되어 있으며, 3·1절은 대득지맥 땜빵이 예정되어 있는 등 그야말로 정신없이 산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대산.
어떤 곳일까요?
오대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소개한 글을 봅니다.
오대산은 백두대간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간을 중심으로 오대산지구와 소금강지구, 계방산지구로 나뉘는데 그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비로봉 정상에서 볼 때 동대 너머의 청학산 쪽 소금강 지구는 바위산으로 금강산에 견줄 만한 절경이며, 비로봉에서 평창 쪽으로 내려가는 오대산지구와 계방산지구는 부드러운 흙산으로서 산수가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다. 이들 산봉우리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또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편이다. 이렇듯 오대산은 설악산이 날카로운 기암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장쾌하면서도 듬직한 토산(土山)입니다.
오대산은 예로부터 삼신산(금강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제일의 명산으로 꼽던 성산으로써, 일찍이신라 선덕여왕 때의 자장율사 이래로 1,360여년 동안 문수보살이 1만의 권속을 거느리고 늘 설법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으며, 오대(동대,서대,남대,북대,중대)에는 각각 1만의 보살이 상주하고 있어 문수신앙의 본산으로, 오만보살이 상주하는 불교의 오대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대산은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서쪽으로 겨울산이 아름다운 계방산(1,577m)과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빼낀 것에 용어를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는 글이긴 한데 뭔가 모르게 좀 엉성한 냄새가 풍깁니다.
어쨌든 다른 백과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 즉 오대산은 태백산맥에 속한 산이라고 하든가 혹은 좀 더 심도 있는 사전에서는 여기서 차령산맥이 시작된다는 허황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말이 나온 김에 산줄기와 산맥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살펴 보기로 합니다.
산맥이란?
참고도 #1 산맥도
산맥이 무엇입니까?
산맥은 같은 시기에(지질 계통), 같은 방법에 의해(조산운동) 생성된 것이라면 지질구조는 물론이고 그 주향도 비슷할 것이니 따라서 주향이 비슷한 산맥은 대체로 지질구조선도 같다고 보고 그 주향에 따라 산맥을 구분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산맥이라는 이름은 1903년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가 지어준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이전에 우리 산하를 이야기 할 때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이니 하는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 된 말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익의 성호사설이나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산맥이란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이야기하는 산맥은 지금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산맥을 이름하는 것이지 지리 교과서나 지리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산맥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는 개념입니다.
반면 산줄기는 무엇입니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즉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산줄기는 그를 둘러싼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서 그 맥을 다한다.”를 기본원리로 하는 이 개념은 우리 조상들이 물과 산을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며 백성들은 그것들에 기대어 살았음을 보여주는 자연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산줄기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우리가 오를 수 있는 그런 대상인 반면 산맥은 선이 아닌 땅 속에 있는 관념적으로 그린 다시 말해서 부피의 개념일 3차원적인 것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2차원적인 선으로 표시한 것이니 이 산맥은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산경표는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본질적으로 산맥은 개발의 대상 즉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서구적인 자연관에서 비롯된 서양 지질학의 반영인 반면 산줄기는 항상 자연이 되고 싶어 하는, 자연을 닮아가고 싶어 하는, 자연을 본받고자 하는 즉 경외(敬畏)의 대상으로 보는 우리 동양 철학의 반영으로 지형학으로 설명되는 부분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산맥이 아닌 이 산자분수령에 터잡아 우리 민족의 영산이자 대륙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에 버티고 있는 백두산을 조종으로 하여 남으로 흘러내려 자리 잡은 곳에 위치한 지리산{예전에 지리산을 백두가 흘러내려 만들어진 산이라고 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 부른 이유}까지 단 한 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내려온 줄기가 바로 그 이름도 찬란한 백두대간(1630.1km)아닙니까.
이 백두대간이 아버지 줄기가 되고 우리나라의 모든 산, 모든 산줄기는 여기에서 비롯되며 이 산줄기들의 족보를 책으로 만들어 진 것이 1769년 경 여암 신경준 선생의 저서(이설 있음)로 알려지고 있는 ‘산경표(山經表)’입니다.
이 산경표에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에 대간, 정간, 정맥이라는 3가지 개념을 그 위상과 세력에 따라 1대간 1정간 13정맥을 분류되어 있습니다.
즉 산경표는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그리고 우리나라 10대강을 기준으로 13정맥 등 15개로 분류하였는데 이 분류의 기본원칙은 산자분수령에 있는 것입니다.
백과사전에서 산경표를 찾아봅니다.
산경표(山經表)는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도표로 한반도 멧줄기의 발원지와 분포를 강물의 수계를 따져 가계도처럼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산경표의 가치는 산줄기의 표현을 족보(族譜) 기술식으로 정리하여 어떤 유역들을 거느리며 변형되고 생성해 왔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고 표의 기재 양식은 상단에 대간(大幹)·정맥(正脈)을 산경을 바탕으로 옆에 거리(이수(里數))를 부기해서 이를 펼치면 조선의 옛 지도에 나타난 산맥들을 산줄기와 하천 줄기를 중심으로 모든 구역의 경계가 나오도록 도표화했다는 데에 있다.
1) 위 산경도에서 보듯 산줄기는 하나의 선에 따라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지형적 원리에 충실합니다.
2) 10대 강을 구획하는 산줄기를 큰 산줄기로 삼습니다.
산경표의 기본 원리와 작명법은 이 10대 강이 기본이 되어 분류되었습니다.
따라서 10대 강인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섬진강, 낙동강이 10대 강에 포함되어 기본 산줄기의 이름은 위 지도에서 보듯 이 강이름에서 비롯되게 됩니다.
3) 기본 줄기인 대간이나 정맥은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입각합니다.
신산경표의 등장
그런데 2004년 초판이 발행되고 2010년 개정증보판이 발행된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는 산경표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해 주면서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산경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 보면....
1) 정맥은 10대 강을 구획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주행이 하구를 향하여야 하는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 바, 가령 금남정맥의 경우 그 끝이 금강 하류로 향하지 않고 내륙에서 끝나며,
2)청북정맥과 청남정맥 그리고 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의 경우에는 겹침 산줄기가 있으며 이 겹침 산줄기가 갈라지는 부분에서 10대강인 청천강과 예성강 등이 발원하게 되며,
3) 한남금북정맥과 금남호남정맥은 10대강을 구획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으며,
4) 백두대간 역시 "대간은 나라의 물줄기를 다시 말해서 국토를 동서로 양분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바다가 아닌 지리산에서 끝이 난다는 문제점 등이 제기 됩니다.
이상 출처 : 2016. 2. 9. 拙稿 석문지맥 1구간 산행기 중.
더 자세한 것 즉 산경표의 겹침줄기 문제라든가 기맥과 지맥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경위, 신산경표가 출현하게 된 과정 등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자세히 알아 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오늘 오대산을 위 문제에 대입을 해 볼 경우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 하나가 등장함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도 #3 한강기맥
눈치채셨겠지만 예전에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지리 교과서-지금도 여전히 제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에 자리하고 있는 차령산맥의 문제입니다.
위 참고도 #1의 산맥도에 의할 때 태백산맥에서 분기한다고 하는 차령산맥의 시발점이 대강 이 부근입니다.
여기의 어느 지점이 아니고 대강 이 부근이라고 하는 말에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기술한 바와 같이 산맥은 선의 개념 즉 ridgeline이 아니라
어쨌든 이들 줄기나 오음산 지나 금물산에서 분기한 성지지맥이든 한강기맥에서 분기한 어느 줄기라도 남쪽으로 분기한 줄기는 남한강을, 북쪽으로 갈지를 친 줄기는 북한강을 넘지 못하고 그 맥을 다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게 바로 만고의 진리인 산자분수령(山者分水嶺,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즉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줄기의 벽이 된다는....
따라서 산줄기는 그를 에워싸고 있는 물들 즉 두 줄기의 강이 만나는 그 두물머리에서 반드시 맥을 다하게 된다고 하는.....
지겨우시죠?
무슨 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여기서 여담 한 마디.
성량수씨라고 들어보셨나요?
예전에 노인봉산장(전에는 대피소라 부르지 않고 품격 있게 산장이라고 불렀었고 여기서 간단한 행동식이나 라면, 담금술 같은 것을 팔았었고 산장지기는 대개 좀 한다하는 산꾼들이 맡고 있었는데...) 지기도 하였었는데 늦은 밤 여대생 두 명이 실종 일보 직전까지 갔었는데 성량수씨가 구조한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여대생 중 한 명은 산희와 산녀의 엄마가 되고 성량수 씨는 아빠가 되었다는...
그 성량수씨는 기인이어서 교직을 때려치우고 전국 해안선을 일주를 하거나 태백산맥-당시에는 백두대간을 몰랐었으므로- 종주를 하기도 하였고 1984년 남난희씨가 여성으로는 단독으로 동계 태백산맥 일시종주를 할 떄 총대장을 맡기도 하였던 그 분이 차령산맥을 하기 위하여 호기 있게 산줄기를 타고 내려 갔었는데 결국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분이 차령산맥이라고 생각하고 걸었던 그 길이 약 20여년이 흐른 다음 박성태선생님에 의해 한강기맥-혹자는 한강정맥으로 부르자고 하는 이도 있고 기맥(岐脈)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지맥으로 단순화하여 한강지맥으로 부르자는 이도 있음-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였고 지금도 산악회 혹은 단독으로 이 줄기를 진행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기맥(岐脈)이라는 용어도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살펴보거나 제 블로그에 있는 산행기 사자지맥이나 석문지맥을 들여다 보시면 좀 더 깊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대산 개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자 하는 오대산은 강원도 강릉시와 평창군 그리고 홍천군 등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백두산을 떠나 남진하기 시작한 대간 산줄기는 청북, 청남정맥, 해서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그리고 식개령에서 한북정맥을 가지 친 다음1045.7km지점에 이르러 오대산 두로봉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계속 남진하는 줄기가 동대산, 노인봉을 지나 대관령 그리고 지리산까지 흘러내리는 -백두산이 흘러내려서 만든 산이라고 하여 지리산을 예전에는 頭流山이라고 하였음-백두대간이 되고, 이 두로봉에서 우틀하는 큰 산줄기가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한강기맥이 되는 줄기입니다.
그리고 두로봉에서 약 2.5km더 남진한 다음 전후치를 만나 좌틀하여 북동진하는 줄기가 양양 남대천으로 향하는 약45,km의 만월지맥이 되고....
주지하시다시피 이 오대산은 중국의 오대산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중국인들은 "금의 오대산, 은의 아미산, 동의 보타산, 철의 구화산"이라는 말로 중국 4개 불교명산의 순서를 매긴다고 합니다.
어쨌든 자장율사는 당나라를 갔다가 이곳 산세를 보고 여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을 만들고 이를 중대사자암이라고 했다도 하는데...
여기에 두로봉, 상왕봉, 비로봉, 호령봉과 동대산 등의 5개 봉우리를 엮어 부른 이름이 이 오대산입니다.
우리나라에 5대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설악산 봉정암(백두대간), 영월 사자산 법흥사(백덕지맥), 태백 함백산 정암사(금대지맥), 영취산 통도사(낙동정맥) 그리고 여기인데 불교에서는 '5'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군요.
자장율사가 이들 적멸보궁을 세울 때가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고 그 세력을 확장할 시기였으니 고구려와 접한 그곳들에 절을 세움으로써 불력으로 고구려를 방어하려 했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그때 개척한 항구가 지금의 화성시 남양면의 당항성이고 이 루트는 원효대사가 '일체유심조'의 진리를 깨닫게 만든 한남정맥에서 가지를 친 태행지맥 루트이기도 하니....
그럼 오늘 산행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상왕봉 - 가야산 상왕봉, 완도 상황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