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가리골에서 추억 만들기.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대청봉도 조망이 가능하다. 왕승골 4거리(지도 상 ‘가’의 곳)를 지나는데 이곳이 중요한 포스트다. 우측으로는 왕승골, 좌측으로는 조경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조경동 방향으로 200m 정도만 내려가면 샘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해 손씨’ 음택을 지난다. 우측으로는 56번 도로, 연내골 그리고 후천까지도 보인다. 저 후천은 점봉산에서 내려오는 오색천과 만나 남대천이 되어 동해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작은 고갯마루 같은 968.3봉에는 삼각점(현리308)이 설치되어 있다. 나무 버팀목 계단을 이용하여 오른다. 그러고는 연가리골 삼거리다. '가리'는 인제 방태산 기슭의 산마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 재앙을 피해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살던 곳으로 비경이라 할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곳이다. 이곳에는 3둔 4가리가 있다. 3둔의 '둔'은 산속에 숨은 3개의 평평한 둔덕으로 '살둔', '월둔', '달둔' 등을 애기하는 것이고 4가리는 연가리 외에 아침가리, 적가리, 명지가리 등을 말한다. 정감록의 피난처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국어학에서 보면 ‘가리’는 ‘가ᄅᆞ’에서 온 말이니 ‘갈’ 즉 물줄기나 산줄기가 ‘갈라지는 모양’이나 ‘(둘로) 가르다’는 뜻이 여기서 생겼을 것이며 현대어의 그 쓰임새는 칼(ㅎ 종성체언)이나 가르마, 갈비 등이라고 한다. 그러니 ‘가리’라는 말을 가진 ‘4가리’가 심산유곡의 이 지방에서 어떤 곳인지는 대강 짐작이 갈 것이다. 또한 ‘둔’은 ‘두름/둠’에서 파생 된 분지 같은 지역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니 이 또한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터’ 정도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474쪽 이하
주종목이 산줄기이니 골짜기 산행은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더위도 식힐 겸 인제에 있는 가리골 그중에서도 아침가리골을 가자고 하는군요.
한 자리가 남았다고 하면서....
마침 예정했던 설악산과 지리산 산행은 '구라청'의 오보로 다 취소를 한 상태!
마땅히 갈만한 산도 떠오르지 않으니....
그런 차에 온 제의니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2019. 7. 13. 06:35
광명역 셔틀버스를 타고 사당역에 내립니다.
마침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경수총무를 만나 짐을 나눠지고 함께 만남 장소로 이동합니다.
사당역 11번 출구.
버스는 와서 대기를 하고 있고....
차에 올라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07:00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군자역에서 한 팀을 더 태우고 인제로 향합니다.
경춘고속도로가 행락객들로 많이 밀립니다.
고속도로에서 홍천으로 내려선 후, 46번 도로를 타고 가다 인북천과 소양강이 만나는 합수점인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에서 합강교를 건너 31번 도로로 갈아탑니다.
예전 이 루트로 한석산을 올랐던 기억이 나는군요.
소양강은 내린천과 방태천이 합하여 만들어진 강입니다.
내린천은 홍천지맥이 빚은 물줄기이고 방태천은 백두대간 갈전곡봉 라인인 방태단맥과 가리봉 단맥 사이에서 나온 물줄기입니다.
그 소양강을 따라 진행하다 현리에 이르러 좌틀하여 방태천 물을 따라 갑니다.
지도 #1
10:35
그러고는 방동2교를 건너 방동약수터 입구로 들어섭니다.
"출발 준비 다 되었나이다. 총대장님...."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군요.
입구가 복잡하니 우선 올라가죠.
좌측으로 경춘고속도로 방동2터널 부근이 보이고....
약수마을 표지석도 봅니다.
총대장님 모자는 이번에 중국 여행에서 산 것이라고요?
입구에서는 약수사 염불 소리가 나는데 여호와의 증인 아줌마들은 선교 활동을 하러 오셨고.....
지난 번 진관사 갔을 때 입구에 써놓았던 슬로건이 생각나는군요.
"종교를 넘어서...."
10:48
마침 장거리 종주 클럽 J3의 배병만 방장으로부터 전화가 오는군요.
최근에 벌어진 '홀대모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얘기가 끊이질 않습니다.
약숫물을 좀 먹어야 하는데 결국 못 먹고 일행을 따라 오릅니다.
약수터에서 우틀하여,
임도로 올라섭니다.
산행을 하는데 있어서,
포장도로를 따르는 것보다 지겹고 무료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연신 택시와 봉고차가 산행 차림의 사이비 산꾼들을 실어 나릅니다.
11:43
지도 #1의 '가'의 주차장입니다.
더 이상 차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여기서 조경동 삼거리까지는 비포장 임도로 우리는 거기까지 임도를 따르다 그 다음부터는 방태천의 지천을 따라 계곡 산행을 즐길 겁니다.
그 계곡 일대를 인제 4가리 중 '아침가리'라고 하는 것이죠.
우측으로 산림자원 보호를 이유로 출입금지 시켜놨습니다.
이 길을 따를 경우 능선은 947.3봉을 거쳐 1139봉 ~ 1252.8봉을 지나 구룡덕봉1389.0m으로 오르게 되고 그 라인이 곧 방태산1442.1m 주억봉 라인입니다.
인제군에서는 운용하는 방동안내센터 사무실입니다.
감시요원을 상주시켜 이곳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들어가려면 출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필히 신상명세를 기입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상구 대장님이 대원들을 대신하여 "이상구 외 42인"이라 기입을 하고 단채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백두대간 트레일이라....
trail의 사전적인의미는 산속에 난 작은 길이나 오솔기을 의미합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과 지리산을 잇는 산줄기를 의미하는 개념이고....
그러니 결국 백두대간 길을 의미하는 것인데....
인제군이 얘기하는 백두대간 트레일 인제군 구간을 살펴보니 해안면 그러니까 양구 해안면에서 시작하여 대암산 용늪 ~ 설악산 가는 곳의 한계3거리 ~ 한석산 임도삼거리 ~ 간천교 ~ 구룡덕볼 삼거리 ~ 월둔교까지 6구간으로 구성되어 있군요.
이중 삼둔4가리중의 중의 하나로 잘 알려진 아침가리 구간(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홍천군 내면 광원리)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및 자연휴식년제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지역으로, 소중한 산림생태계를 자연 그대로 보전하기 위하여 정해진 인원만을 사전예약 탐방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지역은 이동통신의 불통지역으로 만약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지정된 탐방로 이외의 곳은 출입을 금해야 하며 안내자의 안내에 잘 따라야 합니다.
거기에 홍천군 5개 구간, 약수숲길 4개 구간 등 크게 세 개의 구간이 15ㅐ의 소구간으로 구성되어 있군요.
그러니까 여기서 백두대간이란 그저 수식어에 불과합니다.
백두대간과는 전혀 상과없고 다만 좋은 경관과 오지奧地의 상징적인 뜻만 보여줄 따름입니다.
좋게보면 그렇게 좀 나쁘게 보면 "별 게 다 백두대간을 갖다 써먹네"라는 말이 됩니다.
어쨌든 한 80정도 먹으면 가 볼 만한 곳이겠습니다.
어디 이정표를 볼까요?
그런데 이 구간은 백두대간 트레일 인제구간 중 제6구간에 해당되는 구간이군요.
트레일 약수숲길 구간 중 현리터미널 부근 방동약수~ 월둔교까지의 6구간 중 월둔교 방향으로 1.9km 진행한 지점입니다.
특히 이 구간은 하루 100명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는데.....
그런데 우리는 예약을 했나요?
11:51
이제부터는 내리막입니다.
예전에 산판길이었나?
너무 좋은 길을 룰루라라 걷습니다.
최성룡 총대장님으로부터 이번에 백두산 갔다 온 얘기를 듣습니다.
서파에서 북파로 트레킹 한 것이며 화장실, 문화혁명.....
이런 길을 이렇게 걸어야 제 맛입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얘기를 나누면서 아주 편한 얘기만....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진행할 겁니다.
이분들은 무역 규제를 하고 있는 일본놈들 욕을 하면서 걷기도 하고....
무거운 얘기는 금물입니다.
좀 너른 공터가 나옵니다.
밥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40분 정도 맛나게 밥을 먹고는 짐을 챙깁니다.
누구는 열심히 정리하고 누구는 감시하고....
누구는 "동작들 봐라!"며 군대식으로 독려하고....
누구는 늑장을 부리고...
13:02
학부모와 원장님.
다정한 대화가 오가고....
오늘같은 날은 계곡 트레킹이기 때문에 스틱은 필수입니다.
13:21
지도 #1의 '나'의 곳인 조경동교.
직진하면 임도를 계속 타고 가면서 그 유명한 조경동으로 진행하며 그 루트는 곧 트레일 6구간 루트이기도 합니다.
구룡덕봉 삼거리로 가서는 구룡덕봉 ~ 방태산 루트도 가능합니다.
평일에 1박 2일로 다녀오면 최적일 것 같군요.
우리는 여기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좌틀하여 계곡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가만히 두면 분명 직진하는 대원들이 꼭 있을 것이니 총대장님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좌틀!
그런데 그 너른 장소에서 밥을 먹는데 고기를 굽고 난리가 났군요.
못된 인간들.
산꾼들 욕은 저런 팀들이 다 먹이고 있습니다.
산림유전자 보호를 한다고 탐방 구간을 막고 예약제로 운용하면서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가 뭔데...
오늘 토요일이라 분명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인데 이런 걸 단속도 안 하고 있으니.....
그래서 뭐가 어떻다고!
뜳어?
"아니요."
잔소리 않고 그냥 조심해서 건넙니다.
(등산화 신은 사람은 빼고) 조심해서 내려오슈!
미끄럽소!
경수총무 曰 "빨리 신발이 젖어야 그 다음 행보가 수월한 거요!"
이런 총무님의 말도 안 듣고 그래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솔길을 택하는 이상한 아줌마들.....
가만히 보니 그 아줌마들은 우리 편이 아니고 다 남의 편들이었으니....
오늘 일정을 제일 재미있게 즐긴 원장님.
아름다운 봉사 고맙나이다.
"나는!"
최위원님도 어지러운 물 봉사하셨잖습니까.
당연히 감사하죠.
오여사님은 배낭에 왕뚜껑 껍데기만 집어넣으셨나?
총대장님은 이쪽을...
이쪽은 그쪽을....
앗싸루비야.
나는 예전의 박경수가 아니다!
비켜 똥자루!
렉키는 손이 잘리고....
여기서도 교통정리를 하시고....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건너 작은 집의
긴머리 소녀야
물살이 상당히 빠릅니다.
아니?
근데 손가락이 어디를 가르키능겨!
정확히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 보니....
다행히 하복부로군요.
그렇다면 "종열 대장님 똥배 좀 보소!" 혹은 "종열 대장! 배 안 넣어!"
"넣은 게 이래요... ㅠㅠ"
아!
그게 아니군요.
물을 건너다 뭘 빠뜨렸군요.
뭘까?
안자서 볼 일을 보다 인기척이 나자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 분.
누굴까?
"니가 날 고발했지! 받아랏!"
이건 무슨 스타일?
찍사는 얕은 곳에서 안전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고,
피찍사는 깊은 곳에서 위험스레 건너고.......
주객전도!
총대장님 曰 "쯧쯧....그것도 모르고 헤밸레 하면서 건너네"
"어이쿠! 아까 한 잔 한게 영 안 깨네..... 몸이 말을 안 듣고...."
"그러게 누가 산에서 음주하래."
모여라 주당 1호 : "나나 주지....그 아까운 걸...."
인어 출몰.
인어가 나타났다!
어디?
인어가 나타났대.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소리.....
어라! 진짠데!
상반신은 나이 좀 먹은 남자.
하반신은 아줌마.
야!
이상한 인어란다.
빨리 가보자.
부레로 숨을 쉬지 않고 폐로 숨을 쉬는 거 같으니 육지에서 살다가 물로 들어간 짐승 같은데....
사람들이 많으니 그 눈을 피해 잠시 잠수했다가,
고래가 콧구멍으로 물방울을 분사하 듯 이 인어도 입으로는 물을, 콧구멍으로는 공기를 뱉습니다.
꼬리 부분이 파란 걸로 보아 아주 희귀종 혹은 돌연변이 인어 같습니다.
찍사를 향해 미소까지 짓는 걸 보면 다분히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영락없는 프로 인어입니다.
관객과도 포즈를 잡을 줄 알고....
아니 여색을 밝힌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는 바위에 납짝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모릅니다.
백설공주가 난장이의 도움과 진정한 사랑으로 마법에서 깨어나듯,
미인계를 동원하니 미동도 하지않던 인어가 거짓말 처럼 깨어나는군요.
"줄 서! 줄 서!"
예전에 인구에 회자 대던 EDPS 중 최불암 시리즈 못지 않게 인기를 끌던 'X새끼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그중 남자 애인을 구하지 못해 아니 남자리고는 구경조차 못해 결국 세상을 비관하다 5층 빌딩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던 여자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때 그 여자는 운 좋게도(?) 지나가던 바나나를 잔뜩 실은 트럭에 떨어지게 됩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고 있던 그녀에게 보이는 건 모두 바나나.
곧 바나나를 저 세상에서 남자의 그것으로 오인을 하고는,
"야! 이 X새꺄. 줄 서! 줄 서! 쪼그만 새끼는 뒤로 가고! 줄 서 새꺄!"
적당한 곳에서 단체 사진도 한 장 찍으시고.
더위가 좀 식는 느낌입니다.
비는 올 생각도 안 하고.....
커다란 소沼.
이 정도면 징담澄潭이라 불러도 되겠군요.
스님 한 분이 그 위로 오릅니다.
인제군에서 다이빙이나 수영하지 말라고 써놨는데.....
여자들이 있으니 또 쓸데없는 수컷의 근성이 나옵니다.
이 사람하고 아까 그 머리만 스님인 사람 두 사람이 기어코 그걸 어기고 물로 뛰어듭니다.
여자들은 비명에 가까운 환성을 지르고 ...
다른 팀입니다.
멋진 바위와 늘어진 이름 모를 나무.....
그리고 호젓한 오솔길......
이 팀 저 팀 섞여서 걷다보니 아주 시끄럽습니다.
야! 줄 서! 줄 서!
왜?
누가 뭐라고 그래?
어느 쉬키가 그래!
다 왔습니다.
여기서 방태천에 합류됩니다.
곧 여기가 합수점이죠.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결국 이 마지막 합수점을 건너다 넘어져 몇 명이 물에 휩쓸려 내려 갑니다.
물이 많을 때에는 필히 좌우측에 있는 다리로 건너야 할 것입니다.
물을 빠져나오자 어떤 아져씨가 우리가 가야할 곳이 용주골로 가라고 안내를 합니다.
뭐라?
용주골?
이 아저씨는 뚜쟁이?
잠시 귀를 의심합니다.
여기가 파주가 아닌 인제인데 용주골로 가라고?
여자 대원들은 어떡하고?
어쨌든 가라고 하니 가봅니다만...
귀둔 삼거리를 지나,
유유히 흐르는 방태천을 건너,
아!
용주골이 아니고 용추골이로군요.
아마 龍錘같습니다. 용 뭐시기...
네?
龍楸라고요.
좋습니다.
용소龍沼의 다른 말인 용추龍楸.
하긴 상호에 그런 이름을 쓰겠습니까?
龍錘는 제가 한 말이 아니고 누군가가 한 말입니다.
맛있게 드셨습니까?
우리 태이블에는 머리 4개와 꼬리 두 개.
몸통은 하나도 없고....
돌아오는 버스 안.
경품 추첨이 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이 것 저 것.
제발 나는 부르지 않았으면......
와!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호명되어 나가는데 정말로 제 이름을 안 불렸습니다.
주최 측의 농간(?)인가?
뽑히지 않은 사람 세 명을 호명하는데 제일 먼저 나오는 이름이 바로 권태화!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그런데 진심으로 호명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으니 신령님이 제 뜻대로 되게 해주신 겁니다.
이렇게 웃고 즐기다 보니 벌써 군자.
막힘이 없이 빨리 왔습니다.
군자팀은 군자 팀대로...
사당 팀은 사당에 내려 2차로 아는 치킨 집으로 가서 마무리를 하다 귀가합니다.
산행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즐긴 멋진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