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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산

가야산의 설경을 거닐며...(백운분소~만물상~서성재~칠불봉~상왕봉~해인사~주차장)

 

이번 주말은 이렇다할 산행 계획이 없습니다.

산으로님은 무척지맥에 가신다고 하면서 일요일 제 산행계획을 물으시고 칼바위님은 마라톤 연습에 열중이시고...

덩달선배님은 팔음지맥에 가자고 하시는데 이 역시 일요일이고...

여기저기 가입하여 놓은 산악회의 일정을 긁적이다보니 마침 서울해밀산악회에서 내장산 눈꽃산행을 간다고 공지를 해 놓으셨군요.

그 공지를 보니 지난 주 대설 경보까지 내려졌던 곳이라 잠시 흥분까지 됩니다.

그렇잖습니까.

지맥꾼들은 되도록이면 심설과 더위를 피하여 산행을 하느라 여름에는 강원도나 경상북도 부근의 지맥을, 겨울에는 가시나무와 잡목 그리고 상대적으로 눈이 덜한 충청남도나 전라남도의 산줄기를 택하게 되는 것을....

그런데 이게 또 웬일입니까.

주말을 앞두고 호남지방에 비가 잔뜩 내리는군요.

그 말은 곧 눈은 다 없어지고 질퍽한 따뜻한 봄날의 해빙기 산행을 할 때와 같아진다는 말입니다.

신발 바닥은 진흙으로 끈적하게 더럽혀지고 그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궁둥이나 배낭이 온통 그 진흙으로 칠갑을 하게 되며....

그런데 급작스럽게 산행지가 가야산으로 바꾸려 하는데 어떻겠냐는 바위대장님의 전갈이 옵니다.

그러면서 목요일 가야산에 폭설이 내리긴 했는데 지금은 통제도 풀린 상태라고 첨언을 하시는군요. 

그렇잖아도 내장산 산행에 대한 심설 산행에의 기대가 가뜩이나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을 때였었는데 ...

산행지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계셨던 바위대장님의 탁월한 선택에 대하여 경의를 표한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습니다.

 

가야산이라....

가야산 국립공원에서는 어떻게 가야산을 소개하고 있을까요.

 

1966년 6월 24일 사적 및 명승지 제5호로 지정되었으며,1972년 10월 13일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되었다. 가야산국립공원은 전체면적 76.256㎢로 경상남도와 경상북도가 서로 잇대어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뚝솟은 상왕봉은 일명 우두산으로도 불리며, 해발 1,430m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옛부터 해동의 10승지 또는 조선팔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는 곳이기도 하며, 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 도량으로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 해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해인사 앞자락을 굽이쳐도는 홍류동 계곡은 우리나라 팔경가운데 으뜸이라 했으며 신라말 난세를 비관하여 그 한을 달래기 위하여 산문에 들어가 선화(仙化)한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의 자취가 남아있는 농산정, 학사대 등의 유적과 1995년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국 불교의 상징인 팔만대장경과 경판전을 보유하고 있다.

고기(古記)에 의하면 '산형은 천하에 절승 중 제일이다'라고 극찬하였으며,오대산(1,563M),소백산(1,439M)과 더불어 왜적의 전화를 입지않아,삼재(화재,수재,풍재)가 들지않은 곳으로 알려지고 있으며,사명대사께서도 이곳에서 말년을 보내신 곳으로 지금도 옛 선현들의 숨결을 느낄수 있다

 

그런데 산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군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봅니다.

 

가야산 일대에서 해인사가 있는 치인리에 모이는 물은 급경사의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이룬다. 그리고 동남방으로 흘러 내려와 가야면 황산리에서 낙동강의 작은 지류인 가야천이 된다. 가야산을 만드는 산맥을 보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덕유산(1,614m)에 이르러 원줄기는 남쪽의 지리산으로 향한다.

한편, 하나의 지맥이 동쪽으로 뻗어 대덕산(大德山, 1,290m)·수도산(修道山, 1,316m)과 단지봉(丹芝峯, 1,327m)을 거쳐 가야산에 이르러 크게 산세를 이룬다. 동쪽과 남쪽으로 낙동강 본류와 황강(黃江)을 굽어본다. 가야산 상왕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는 덕유산이, 남쪽으로는 지리산이 멀리 보인다.

이 내용을 들여다 보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함께 무리를 이루어 가다 덕유산에서 그 줄기들은 지리산으로 가는데 거기서 갈라진 지맥 하나가 이 가야산까지 왔다는 말이군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함께 주행을 한다는 것은 표현 상의 잘못이라고 보고 그나마 새로운 산맥 이름 하나를 만들어 놓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 할겠습니다.

여기서 산맥, 산맥하는데 도대체 산맥이 무엇입니까?

 

굳이 도모시 박사(Mona Domosh, 현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지리학교수)“Most of us are born geographers.( “우리들 대부분은 태어나면서부터 지리학자이다.)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 없이, 우리는 주변에 펼쳐져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그것들을 인식하고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

물론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서구적 자연관과 자연을 본받고자 하는 동아시아의 자연관은 산이나 산줄기를 바라보는 문화적 관점 또한 크게 차이를 보여 그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 지금까지도 산맥과 산줄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위 안내글을 보면 가야산의 별칭 정도만 소개되어 있고 백과사전에는 그 가야산에 이르게 된 산맥의 족보가 부족하나마 윤곽만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산맥과 산줄기는 같은 개념인가?

 

산을 다니는 우리들에게 특기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띕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가야산이 소백산맥에서 갈라진 지맥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산맥 즉 mountain range와 산줄기 혹은 분수령 즉 ridgelines을 같은 개념으로 보는 우()를 범한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산맥개념은 1903년 일본인 지질학자 고또 분지로가 당시 조선(엄격하게는 대한제국)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 아닙니까.

또한 mountain range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서 그 일본인이 '산맥'으로 번역한 것이 능선 혹은 산줄기 개념과 혼용하게 되면서 오늘날 산맥과 산줄기가 대립하게 된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즉 그는 조선의 지하자원을 조사할 목적으로 밀입국하여 266일 동안 고작 4마리의 조랑말과 6명의 대원으로 남쪽과 북쪽의 일부 지역만을 기마여행을 한 후 36개의 산맥을 만들어 거기에 붙인 이름이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이니 하는 것들 아니겠습니까. 

 

산맥이 무엇입니까.

산맥은 같은 시기에(지질 계통), 같은 방법에 의해(조산운동) 생성된 것이라면 지질구조는 물론이고 그 주향도 비슷할 것이니 따라서 주향이 비슷한 산맥은 대체로 지질구조선도 같다고 보고 그 주향에 따라 산맥을 구분한 것입니다.

 

반면 산줄기는 무엇입니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산줄기는 그를 둘러싼 물줄기가 만나는 곳에서 그 맥을 다한다.”를 기본원리로 하는 이 개념은 우리 조상들이 물과 산을 둘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보며 백성들은 그것들에 기대어 살았음을 보여주는 자연관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산줄기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우리가 오를 수 있는 그런 대상인 반면 산맥은 선이 아닌 땅 속에 있는 관념적으로 그린 다시 말해서 부피의 개념일 3차원적인 것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2차원적인 선으로 표시한 것이니 이 산맥은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산경표는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본질적으로 산맥은 개발의 대상 즉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서구적인 자연관에서 비롯된 서양 지질학의 반영인 반면 산줄기는 항상 자연이 되고 싶어 하는, 자연을 닮아가고 싶어 하는, 자연을 본받고자 하는 즉 경외(敬畏)의 대상으로 보는 우리 동양 철학의 반영으로 지형학으로 설명되는 부분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산맥이 아닌 이 산자분수령에 터잡아 우리 민족의 영산이자 대륙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에 버티고 있는 백두산을 조종으로 하여 남으로 흘러내려 자리 잡은 곳에 위치한 지리산{예전에 지리산을 두류산(頭流山)이라 부른 이유}까지 단 한 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내려온 줄기가 바로 그 이름도 찬란한 백두대간(1630.1km)아닙니까.

이 백두대간이 아버지 줄기가 되고 우리나라의 모든 산, 모든 산줄기는 여기에서 비롯되며 이 산줄기들의 족보를 책으로 만들어 진 것이 여암 신경준 선생이 저서(이설 있음)로 알려지고 있는 산경표(山經表)’입니다.

이 산경표에는 우리나라의 산줄기에 대간, 정간, 정맥이라는 3가지 개념을 그 위상과 세력에 따라1대간 1정간 13정맥을 분류되어 있습니다.

즉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그리고 우리나라 10대강을 기준으로 13정맥을 분류하였는데 이 분류의 기본원칙은 산자분수령에 있는 것입니다.

 

 

가야산은 어느 줄기에 속한 것인가?

 

지금 우리가 걷고자 하는 경남과 경북에 걸쳐 있는 명산 가야산의 족보는 어떻게 될까요?

 

산맥도

산맥도에는 나와 있지도 않지만 임의로 그려본다면 덕유산 바로 위에서 갈라진 푸른선으로 가다 멈추는 곳.

그 정도에 가야산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족보에도 없는 불쌍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산맥은 땅속으로 가는 선을 끌어올린 것이니 그 실체를 논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는 재삼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반면 산경표에 의할 경우 우리나라의 산과 산줄기는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됩니다.

 

산경도

 

산경표에 나와 있는 족보를 지도에 그린 산경도입니다.

눈으로 보시다시피 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동서를 양분하며 모든 산줄기와 강의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신경준 선생의 산경표를 현대적으로 맞게끔 재해석한 다음 거기에 기맥(岐脈)과 지맥(枝脈)의 개념을 더하여 우리나라의 전 산줄기를 모아 둔 책이 바로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입니다.

즉 기술한 산경표의 '산자분수령' 기본 원리를 현대적으로 집대성한 책이라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의 산꾼들 중 기맥이니 지맥이니 하면서 다니는 사람들은 다 이 책에서 설시한 지맥을 따라 157개를 나름대로 자기의 방식대로 진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신산경표 역시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여 이설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그 연구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는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학문은 생물(生物) 아니겠습니까?

 

가야산을 봅니다. 

 

신산경표의 산줄기 그림

 

산맥도에서는 없던 가야산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야산 우측에는 회천이라는 강이 자리잡고 있고.....

가야산의 원줄기를 따라 좌측으로 선을 따라가면 수도산이 나오고 조금 더 좌측으로 가면 대덕산이 나오며 그 산 줄기에는 백두대간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즉 이 가야산의 원줄기는 백두대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백두대간에서 갈라지는 골짜기 사이로 황강이라는 물줄기가 시작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백두대간의 대덕산과 삼봉산 사이가 황강의 발원지가 되며 이 물줄기는 지금 이 대간에서 갈라진 산줄기를 에워싸고 흐르다가 마침내는 자심보다 더 큰 강, 여기 황강의 경우에는 10대강 중의 하나인 낙동강과 만나는 두물머리 즉 합수점에서 그 산줄기의 맥은 다하게 됩니다.

이게 산경표의 기본원리이자 만고의 진리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기본원리입니다.

곧 위에서 말한 산줄기를 따라 가다보니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인 성산 부근에서 약 103.4km 의 맥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산줄기 이름 제작 과정

 

그 산줄기의 이름을 붙여야겠습니다.

그 산줄기에 있는 산 중 가장 유명한 산이나 가장 높은 산줄기로 이름하는 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수도산(1317m)과 단지봉(1327m), 가야산(1433m)가 우선 물망에 오릅니다.

그러나 단지봉이 최고봉이긴 하지만 산이 아니고 그 하위 개념인 봉이니 탈락.

가야산은 그 산세가 더 높기는 하지만 이 산줄기에서 3.3.km나 떨어져 있어서 탈락.

그래서 이 산줄기의 이름을 수도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수도산줄기에도 계급을 부여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런데 대간이나 정맥은 기존 산경표(신산경표에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원산경표)에서 정해진 고유명사이니까 보통명사인 계급을 다시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박성태 선생님은 신산경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시게 됩니다.

(금남호남정맥이니 한남금북정맥이니 하는 겹침정맥 문제와 북한에 있는 청북, 청남정맥의 겹침줄기 문제도 위 산행기 참조)

그래서 조석필 선생님이 '태백산맥은 없다'에서 제안하신 기맥(岐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사경표를 신산경표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원산경표의 정맥 중 일부(금남기맥, 금북기맥)와 10대강을 구획한 정맥급 산줄기(영산기맥, 한강기맥, 진양기맥), 최북단과 최남단을 가는 줄기(땅끝기맥) 등 남한에 6개의 기맥을 만들었고 나머지 줄기 중 30km급 이상의 줄기를 지맥으로 하자는 제안을 하셨고 지맥꾼들은 부지불식간 이를 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야산은 수도지맥 부속줄기에 속한 산

 

이에 의할 때 103.4km에 달하는 이 긴 산줄기의 계급은 지맥으로 정해졌고 이름은 수도라 했으니 이 산줄기의 이름은 수도지맥이라 하고 그 주행은 대덕산 분기점에서 시작하여 우두령 ~ 수도산~단지봉~두리봉을 지나 아까 이야기한 성산 부근의 황강과 낙동강의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103.4km의 거리가 됩니다.

산꾼들은 이 구간을 자기 능력에 맞게 4개 혹은 5개의 구간을 나누어 진행을 하게 되고....

산행 방법은 홀로산행을 즐기는 분들은 혼자 다니면 되고 삼삼오오 소그룹이나 산악회를 따라 다녀도 되고....

 

한편 이 가야산은  다만 두리봉(1135.1m))에서 우측으로 갈린다는 관계로 수도지맥에 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산줄기가 아닌 것은 아닐 터....

우선 그걸 보기 위해서는 두리봉과 가야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지겹게 떠드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떠올려야 하니까요.

지도를 보니 그 유명한 홍류동천은 가야천이 되어 흐르다가 이천천에 흡수되게 됩니다.

그 이천천은 안림천이 되어 흐르다가 수도산에서 북쪽으로 발원시킨 회천과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가야산 줄기는 이 두 개의 천이 합치는 두물머리 즉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줄기가 됩니다.

 

위 지도에서 두리봉에서 갈라진 줄기는 가야산을 지나 남진하여 가산 ~ 북두산 ~ 주산을 지나 이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되는데 그 도상거리는 아깝게도 30km에 미치지 못한 27.7km에 불과해 지맥급에는 끼지 못하고 단맥급으로 남게 됩니다.

자하 신경수 선생님은 수도지맥을 가야기맥이라 이름하였으므로 이 줄기를 백두가야가야지맥이라고 붙이셨군요.

또 가야산에서 계속 동진하는 줄기는 두 개로 또 나뉘어져 연감산 방향과 아박산 방향으로 또 진행하게 되는데 이 줄기들은 각 6.8km, 4.1 km 정도에 불과해 여기서는 논외로 합니다.

 

이렇게 정리할 경우 민족대백과사전인지 뭔지에 이렇게 가야산을 소개하면 어떨가요.

백두대간이 태백산을 지나 남서쪽으로 흐르다 충청도와 경상도 그리고 전라도가 모인 삼도봉(1178m)을 지나 대덕산(1290.9m)에 이르게 된다.

이 대덕산을 지나 초점산이라고도 불리우는 작은 봉우리 바로 옆에서 동쪽으로 가지를 하나 치게 되는데 이 산줄기는 우두령을 지나 1236.5봉(일명 시코봉)에서 양각지맥, 작은 수도산에서는 금오지맥 등을 가지치고는 두리봉을 지나 남진하여 남산 ~ 비계산 등을 거쳐 황강과 낙동강의 합수점까지 진행하는 103.4km의 수도지맥이 된다.

그런데이 수도지맥의 두리봉에서 동쪽으로 3.3km 능선을 타고 가게 되면 흡사 소머리 모양의 상왕봉 혹은 우두봉에 오를 수 있게 되는데 이 산이 인도의 불교 성지 부다가야(Buddhagaya) 부근 부처의 주요 설법처로 신성시되는 가야산에서 이름을 땄다는 가야산이다.

백두대간과 수도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황강과 회천으로 둘어싸인 이 암봉으로 이루어진 가야산은 서쪽으로는 덕유산 남쪽으로는 지리산이 조망되며 북동쪽으로는 금오산이 동쪽으로는 팔공산까지도 조망이 되는 등 훌륭한 조망처 역할을 한다. 

 

지겨우시죠?

무슨 소리를 떠드는지도 싶고...

사실 저는 산행을 하다 산줄기에 심취하게 될 때 그러니까 백두대간을 마치고도 정맥으라고 하면 대간보자 작은 줄기, 기맥이라 하면 그 하위 개념, 지맥이라 하면....

그러나 분명 이들 계급 속에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혼자서 책도 보고 지도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했지만 적당한 스승이나 책이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없는 책들 중에서도 '태백산맥은 없다'를 보면서 화두를 던질 수 있게 되었고 신산경표를 샅샅이 뜯어 읽다시피하고 산우 '산으로님'과 토론을 통해서 준희선생님이나 박성태 선생님, 신경수 선생님으로부터 질책도 받아가면서 이제야 겨우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런 결과 2014. 5월호 부터 12월호 까지 7개월간 '월간 산'에 '신산경표로 걷는 남한의 7정맥' 글을 연재하는 영광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목적은 한 분이라도 우리 산줄기를 제대로 인식하여 단조로운 일반 산행보다는 우리 산하를 사랑할 수 있는 첩경이 될 우리 산줄기를 사랑하여 차제에 우리 산줄기가 산맥을 대신하여 지리교과서에 싣게끔 하고자 함입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6. 1. 30. 토요일

2. 동행한 이 : 서울해밀산악회

3. 산행 구간 : 가야산(백운주차장~서성재~칠불봉~상왕봉~해인사~주차장)

4. 산행거리 : 10.96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62.87km)

 

 

  구 간

  거 리

출발시간

소요시간

비 고

백운주차장

 

10:41

 

 

서 성 재

  3.25km

 12:48

127

칠 불 봉

1.03

13:38

50

상 왕 봉

0.32

13:51

13

해 인 사

4.09

15:19

80

10분 점심

주 차 장

2.27

16:14

55

30분 참배

10.96km

05:33

04:53

실 소요시간

 

 

 

 

 

 

산 행 기 록

 

 

만차를 이룬 전세버스는 선산 휴게소에 잠깐 들릅니다.

그러고는 구절양장 같은 산길을 따라 백운리에 소재한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분소를 지나 주차장으로 들어섭니다.

지도 #1

대원들은 눈산행에 대비하여 아이젠은 물론 스패츠까지도 단단히 착용합니다.

공터에 모여 간단하게 준비운동과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선두 대장을 따라 산행에 임합니다. 

자, 그럼 오늘 산행을 시작하죠.

천석고황(泉石膏肓)을 넘어 눈에 사무친 제가 오늘 얼마나 눈산행을 즐기게 될 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좌측으로 야생화 식물원을 지나,

통제소에서 '국공파'로부터 주의를 듣습니다.

눈이 많이 와 만물상 부근으로는 안전사고가 뒤따르니 아이젠이 없는 사람은 통제를 한다는 말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눈이 많다....

수고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좌틀합니다.

 

참고도

 

이 지점에서 가야산 산행 코스는 일반적으로 크게 두 군데로 잡는 것 같습니다.

하나가 고전적인 등산로인 용기골로 오르는 루트와 2010년 개방된 만물상 루트입니다.

좌틀하여 만물상 루트를 따릅니다.

오늘 산행 들머리는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입니다.

사실 예전부터 이 만물상 루트는 난이도 있는 산꾼들이 로프 등을 이용하여 음성적으로 이용하던 코스였고 국공파들은 관리상의 어려움을 내세워 입산을 통제하였던 곳입니다.

그러던 곳을 이렇게 계단 등 안전시설을 확보하여 놓은 뒤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여 예전의 극락골 ~ 상왕봉 ~ 용기골 구간에서 벗어나 이 만물상 코스가 더해짐에 따라 멋진 산행을 즐기수 있는 기회가 더 생기게 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통제구간이 많아져 선택의 폭은 덜 줄어들었지만....

15분 정도 올라가니 무덤 부근에서 선두 돌돌대장님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시는군요.

바위대장님도 곧 올라오시고.....

대원들과 함께 하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기 때문에 저보고 먼저 진행하라고 배려를 해주시는군요.

저도 해인사로 하산을 하고는 성철 스님이 수행을 하시던 백련암을 올라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양해를 구한 뒤 먼저 앞서 나갑니다.

조금 올라가니 지도 #1의 '가'의 곳에 이르러 뒤로 조망이 트입니다.

우측으로 아까 얘기한 가야산에서 뻗어내린 줄기가 가산을 지나 577.4봉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이고 그 뒤로 보이는 난지도 같은 게 북두산(695.6m)일테고....

그 뒤로 멀리 진양기맥 줄기가 보일 텐데...

그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남산제일봉에서 흘러내린 매화산 줄기가 살짝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바로 좌측으로 보이는 절집.

심원사입니다.

진행 방향 우측으로 흘러내리는 사면으로 마음껏 눈을 감상합니다.

이런 안전시설을 하여 국공파가 이 만물상 루트를 열게된 데에는 성주군이 한 몫을 단단히 하게 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고 ....

스틱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장갑으로 난간을 잡고 오르니 금방 축축해지는데 다행히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아 체온으로 금방 말라지는 것 같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봅니다.

아!

저산이 어디입니까.

산정에 구름이 덮고 있는 저 곳이.....

이 앞줄기가 금오지맥에서 분기한 칠봉지맥 줄기이고 그 뒤로 낙동강이 흐르고 그러면 비슬산과 조화봉인가요?

그 우측이 비슬지맥....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우측이 아까 가야산 상왕봉에서 흘러내리는 줄기이고 그 뒤가 수도지맥....

저 멀리가 진양기맥....

이 멋진 정경이 발목을 붙듭니다.

겨우 600m를 온 것이군요.

음...

동양화입니다.

좌측으로 가야단맥 줄기와 그 뒤로 매화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좀 더 올라가 보죠.

이정표를 지나,

우측으로 975.7봉을 봅니다.

점점 더 구름이 끼어오고...

시야가 흐려집니다.

조심스럽게 바위를 우회하고,

지나온 지도 #1의 '나'방향을 봅니다.

조금 전 멀리서 보았던 975.7봉은 이런 바위들로 구성된 암산입니다.

그 봉을 지나니 또 다른 모습이 전개되고....

사뭇 다른 모습의 975.7봉.

지도 #1의 '다'의 곳에 설치된 안내판을 지나,

서서히 만물상 안으로 접근해 가는데 날씨는 점점 더 흐려집니다.

낙동정맥의 단석산의 바위는 김유신이 잘랐다고 하는데 이건 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윗덩어리들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이번에는 누군가가 설악의 공룡능선의 1275봉의 미니어츄어miniature를 만들어 놓았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만물상 안으로 들어섭니다.

바위 위에 길게 누워 있는 저 너석은.....

어쨌든 1980년대 이전으로 돌아갑니다.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이 오로지 흰색과 검은색의 배합으로 조화롭게 진열을 해 놓았습니다.

이 녀석은 누구인가?

뒤에 있는 녀석과 머리를 뒤로 맞대서는.....

음....

아무렴 어떻습니까.

혼자 흥분을 해서는 난리입니다.

앞서가던 다른 일행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얘는 옆으로 살짝 비켜서 있어 저도 비스듬한 자세로 만물상의 한 부분을 통과합니다.

지나는 그 봉우리의 모습은 대강 이러합니다.

코끼리 모습인지 코뿔소 모형인지 한 것들도 있고,

이건 잠자는 딸기코의 코주부가 틀림 없고...

그 아래에는 다소곳이 눈감은 여인네의 단아한 모습.

여기서보니까 아기 코끼리 같구만....

아기코끼리의 걸음마라는 음악이 나오는 듯하고....

뚝 떨어졌다가 저 철제 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군요.

지도 #1의 '다'의 곳입니다.

이제 서성재까지 반 조금 더 왔군요.

내려온 그곳을 보고.....

그 봉을 위치를 달리해서 보니까,

우측에 근육질의 남자 모습이 잡히고....

1098.5봉으로 오릅니다.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

또 다른 모습이 전개되고....

흐린 날씨 속에서 가는 방향을 가늠해 봅니다.

바위 위의 강한 생명력을 지닌 소나무 하나가 앙증맞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부디 열심히 잘 살아라.

지도 #1의 '라'의 곳은 우측으로 틀어 진행하여야 합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이건 또 무슨 모습?

10나한의 모습을 한 한라의 작은 영실?

아니면 울산바위?

가지가 꺾이기 일보 직전의 소나무.

다른 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할 때에는 잎이 떨어져 나뭇가지를 살리는데 저 소나무란 녀석은 악착같이 버티다 가지 째 부러짐을 당할 정도로 강인한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는데...

그래서 강골, 청렴, 충신의 상징이 되었나?

음...

이제는 칠레에서 3,600km떨어져 있는 이스터섬으로 가 봐야겠습니다.

남태평양 한 가운데서 한 곳을 주시하고 있는 석상의 모습을 보고.... 

그러고는,

상아덤에 오르면서 가야단맥의 주능선에 오르게 됩니다.

지도 #1의 '마 곳입니다.

금관가야의 수로왕과 관련한 전설이 있는 곳이라 하고.....

좌측을 보니 서장대라고 하는 곳은 전혀 보이지도 않고 암봉 절벽이어서 만약에 가야단맥을 진행하고자 한다면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온전하게 성주군 안에서 걷던 등로가 여기서 합천군 가야면을 만나게 되면서 이제부터는 합천군과 성주군 크게는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도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우틀합니다.

1136.1봉은 사면치기로 진행을 하고.....

그러면 이내 서성재로 떨어지게 됩니다. 

지도 #2

서성재는 이 가야단맥 주릉과 용기골 루트가 합쳐지는 가야산 동쪽 등로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종주를 포기하고 쉬운 길로 탈출하시는 분들은 이 루트를 통하여 편안한 용기골로 하산하면 될 것 같군요.

직진합니다.

이제부터는 상왕봉과 칠불봉에서 내려오는 산객들과도 마주치게 되는군요.

지금까지 오르면서 계속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분들만 만났었는데....

칠불봉까지는 0.8km....

경사가 상당한 칠불봉 오름 계단입니다.

지도를 보면 등고선 간격이 아주 촘촘합니다.

지도 #2의 '바'의 곳인데 이런 곳을 오를 경우 스틱을 가지고 오르시는 분들은 뒤사람을 위해서 스틱을 주의해서 사용하셔야 하죠?

잘못하셨다가는 뒷사람 얼굴을 치기 십상입니다.

그걸 피하다가 잘못하면 뒤로....

옆의 상고대만 없으면 뭐같이 보이십니까?

맛있는 소등심의 마블링?

바위가 얼어 있습니다.

나뭇가지는 상고대.

바위는 뭐라고 불러야 하죠?

너무 행복합니다.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냥 이것만 놓고 보면 뭐같이 보일려나?

하늘에서 바라본 눈덮힌 백두대간?

광각기능도 없는 카메라지만 이것을 당겨서 촬영해보니까 산봉우리로 올라가는 능선의 모습?

사실은 바위를 찍어서 거꾸로 회전시킨 겁니다.

시간 표시가 위로 나와 있지요.

음...

다시 움직이지 못하고 이 근처를 배회합니다.

칠불봉의 뒷모습.

이것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철계단의 와이어 세 줄이 얼어 있는 모습.

칠불봉의 전위봉입니다.

칠불봉은 이렇게 철계단을 내려와서,

바위를 다시 오른 후,

이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그냥 이정표를 따라 직진할 경우에는,

이 정상석을 놓치고 맙니다.

칠불봉 정상에는,

 

2등급 삼각점(가야26)이 박혀 있습니다.

표면이 얼어붙어 눈이 제거가 안 돼 그저 이 정도로만...

여기서 성주군 가천면을 만나게 되니 이 봉우리가 가천면, 수륜면 그리고 가야면 등 삼 개면이 만나는 삼면봉 역할을 하는 곳이 되는군요.

한편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를 보면 이 봉우리가 가야산으로 표기되어 있고 칠불봉이란 단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즉 이곳이 가야산의 주봉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전의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나 영진지도, 일반등산지도를 보면 여기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상왕봉 혹은 우두봉을 정상으로 보아 그곳을 가야산이라 칭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칠불봉은 그 상왕봉이 주봉인 가야산에 속한 일개 봉우리 취급을 당하여 왔습니다.

이 칠불봉의 관할권자인 성주군에서 발끈하였습니다.

그래서 국토지리정보원을 여기에 개입시켰습니다.

지난 1999년 국토지리정보원(구 국립지리원)이 항공촬영까지 동원하여 정밀 측량한 결과 가야산 정상이 여기서 200m 떨어진  합천군에 속하는 해발 1,430m의 상왕봉보다 성주군 가천면에 위치한 이 칠불봉이 3m 더 높은 것으로 확인돼 성주군에서는 이를 알리기 위해 칠불봉 정상에 표지석을 설치하면서 이 지역의 연고권 분쟁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합천군은 '가야산 정상이 상왕봉이라는 것은 국립지리원 등에서 공식자료로 활용하고 있고 봉우리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정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가야산 면적에서 성주가 차지하는 면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산국립공원 전체를 본다면 합천 쪽이 휠씬 넓고 팔만대장경판전과 해인사가 합천에 있어 해인사하면 가야산'이라는 인식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성주군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합니다.
성주군은 '그러나 항공실측 결과 상황봉보다 칠불봉이 3m 더 높다는 답변과 가야산 전체면적 60만㎢ 중 절반이 넘는 37만㎢가 성주군에 속해 있어 '성주 가야산'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연고권 주장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고 합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측량 결과에 맞춰 어쩔 수 없이 가야산의 주봉 표시를 이 칠불봉에 하여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으나 등산지도나 민간업자들이 만든 지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합천군의 입장을 대변하여 상왕봉 = 가야산으로 사용하고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삼각점이 박힌 칠불봉에서 조금 전 내려온 칠불봉 전위봉을 보고,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상왕봉(우두봉)을 봅니다.

해태상?

혹은 막 도약 포즈를 하고 있는 개구리 혹은 두꺼비의 모습?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계단을 내여와 이렇게 바위를 우측으로 돌아,

헬기장을 지나,

상왕봉 봉우리를 좌측으로 끼고 돌면,

나오는 이 이정표에서 우틀하여 진행을 합니다.

저 뒤에 보이는 목책 뒤로 가면,

출입금지 표시판이 되어 있는 이 목책이 나옵니다.

이 목팩을 넘어 약 3.3.km를 진행하면 수도지맥에 연결을 할 수 있는 두리봉을 만나게 되고, 그 두리봉에서 직진을 하면 수도지맥을 걷다가 백두대간을 만나게 되고 그 백두대간을 따라 북진하면 백두산에 도달하게 됩니다.

조정래 선생님의 역작 10권 짜리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제목이 '백두대간'이었어야 했는데 시기적으로 잘못 되어 '태백산맥'이라는 이름으로 발간 된 것이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백두대간이 조금만 더 빨리 알려졌었더라면, 그래서 이 소설이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더라면 훨씬 더 빠르고 깊게 일반인들에게 파고 들었을텐데....

 

그 상왕봉에 오릅니다.

합천군에서 만든 정상석입니다.

상왕(象王)은 불교의 8만 경 중 하나인 열반경에 나오는 말로 '부처'를 뜻한다고 하니 이 역시 불교에서 나오는 용어로 모두(冒頭)에서 말한 바와 같은 유래입니다.

인도의 부다가야 근처에 있는 ‘가야시르사산’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가야산!

 

우리는 그저 여기서 가야산이라는 이름이 절집에서 나온 말이지만 삼국시대에 불교가 도입된 이래 불교문화는 특히 산이름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천왕봉이라든가 비로, 반야, 영취, 금강 등 그 이름은 부지기수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백두대간에 위치한 산들은 고유의 전통적 이름인 백두, 두리, 태백, 함백, 소백 등 백산(白山)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교적 문화를 가진 산이름이니 풍수적 의미를 가진 산이름 등등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살펴보기로 하고.


어쨌든 백과 사전에는 범어 가야는 '소(牛)'라는 뜻으로 정상의 바위가 소머리를 닮았다 해서 우두산, 상두산으로 불리었다는 설을 불가에서는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데 산이 소를 닮아서 그런게 아니라 이 산 자체를 신성하게 여긴 옛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거 아닙니까?

사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삼국시대인데 이 부근에 나라를 세운 가야국은 그 이전에 생긴 부족국가들 아닙니까?

참 이상한 백과사전들...

이 사전들도 예전에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설(說)이나 글을 그대로 배껴서 옮겨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것 또 한 사실입니다.

정상석 뒤 봉우리.

봉우리 좌측의 안내판들도 이렇게 다 얼어 있고....

아마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고, 주변 산군들 이름이 나열되어 있을 것 같은 안내판인데 이렇게....

하긴 제가 이곳을 오랜만에 찾은 곳이니 기억이 안 날 수 밖에....

그때가 언제입니까?

월간 산에 실린 그 존경해 마지 않는 박인식님의 수도산~가야산 종주기를 읽고 무식하게 덤벼들어 그 구간을 진행했던 때가?

그 때는 백두대간도 없었고 더욱이 수도지맥도 없던 때였으니....

우리는 우리 것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었습니다.

상왕봉 정상에서 컵라면과 막걸리를 먹는 산객들을 뒤로 하고 다시 등로를 이어갑니다.

배가 고파 가지고 온 떡을 간단하게 먹으면서 진행을 합니다.

말 그대로 행동식입니다.

아까 보았던 이정표를 지나 좌측의 바위들을 보면서.....

이제부턴 무조건 해인사를 따릅니다.

길은 외길입니다.

갈림길들은 국공파가 다 막아놨으니 진행에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도 #2의 '사'의 곳에 있는 바위.

이걸 보고 우두봉이라고 했나요?

하지만 여기는 정상이 아니니까....

이제부터 숲으로 듭니다.

이정표를 만납니다.

조릿대 군락지를 지나고....

편한 길을 룰루랄라하면서 지납니다.

지도 #2의 '아'의 곳으로 예전에는 마애불을 지나 아까 지나온 서성재로 진행하던 갈림길이었던 곳입니다.

지금은 국공파가 꼭꼭 걸어 잠궜지만 길의 흔적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우측으로 진행합니다.

 

지도 #3

전히 잘 다듬어져 있고....

물을 건넙니다.

처음 보는 물인데 마치 마루금 산행을 하다 알바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을 합니다.

지금은 명산 산행을 하는 건데.....

해인사도 멀지 않군요.

등로 가운데 서 있는 큰 키의 나무.

물소리가 시끄러워지면서....

이내 절집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행들은 잘 하시나.....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저도 스님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영 부정적입니다.

저 분들이 과연 성직자들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고....

안내도가 나오고....

입산통제소를 지나 아이젠과 스패츠를 벗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얼굴을 씻고....

우측에서 내려왔습니다.

용탑선원이라는 안내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잠시 후 좌측으로 해인사가 나옵니다.

사실 오늘 이 아래에서 좌측에 있는 백련사를 찾아 예전의 성철스님의 향이라도 맡을까 생각했었는데 아이젠을 벗고 나니까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싹 없어지는군요.

대신 큰 법당으로 들어가서 108배나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는 일주문을 지나 절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해인사라.

해인(海印)이란 큰 바다에 물결 한점 없는 잔잔하고 고요한 상태, 그 바다가 모든 사물을 비추어 근심 걱정도 없고 더 바랄 것도 없는 아주 평온한 상태를 일컬어 해인이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인사란 이름은 해인삼매(海印三昧), 곧 깨달음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라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마하반야바라밀인 것이라는데.....

얼마나 그 부처님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우선 입장료 명목으로 받고 있는 문화재관람료부터 받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안으로 들어가서,

음...

찻집이 되어 버린 구광루.

범종각.

보경당.

대적광전에 들어가서 108배를 하고 나옵니다.

23분 정도 걸렸군요.

군대에서 구보를 하고 난 후 오리걸음한 것 같은 효과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하긴 오늘 뭐 많이 걸은 것도 아니니 다리에 알 박힐 일도 없고....

도로를 따르다 우측 상가를 지나 성보박물관을 내려오니 좌판을 하고 있는 천막상가들이 있는 곳을 지납니다.

아니 근데 저 놈이 누구입니까.

그 말로만 듣던 지리산 '똘똘이'입니다.

이 놈의 멧선생이 가게로 들어와 먹을 걸 달라고 하자 가게 아줌마가 빗자루로 때리려 하니 슬슬 뒤걸음 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거기에 제가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꺼내니 녀석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집니다.

멧선생과 인간과의 동거.

가능한 거 같습니다.

우틀하여 도로를 만나 치인리 주차장으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우리 차가 보이지가 않고 다른 차만...

기사님께 전화를 하니 마침 정상까지 가지 않고 서성재에서 탈출하신 분들을 모시러 백운매표소 주차장을 갔다가 오시는 길이라고 하시는 군요.

10여 분 기다리니 차가 들어옵니다.

우측의 오봉산 줄기를 봅니다.

오늘 후미 대원들이 예상보다 시간들이 많이 걸리는군요.

만물상 부근의 바위가 온통 얼음 위에 눈이 덮혀 너무 미끄러웠기 때문이기도 하셌지만 실상은 그 멋진 설경을 놓치면서까지 발걸음을 바삐 움직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었기 때문일 겁니다.

해인식당에서 맛있게 만찬을 즐기고 귀경을 하느라 좀 늦은 시간에 도착을 하는군요.

그래도 그 시간까지 기다리는 노모로 인해 마음은 무겁기만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