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배님이 글을 하나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접근할 수 없는 카페에 올려진 글이었습니다.
제가 접근할 수 없는 카페....
곧 제가 강퇴당한 곳이라는 얘깁니다.
내용인즉슨 그분이 영월지맥을 공부하면서-진행을 하셨는지는 확실치 않음- 대한산경표가 산자분수령의 원칙을 고집하면서 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은 모든 지맥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한 무지한 논리로 이어져 오히려 신산경표를 흠집내기 위한 아류라고 부르기에도 저급한 것이라는 겁니다.
그분은 도대체 대한산경표의 어느 것을 보고 그런 논리를 펼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어서 사실 이런 글을 쓰는 거 자체가 무가치한 일이라 여겨지지만 그래도 배움은 언제나 필요하기에 나아가 이런 교육을 시켜주는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고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산자분수령이 무엇인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산경표는 당연히 조선광문회본 산경표이다. 그리고 우리는 산경표의 대원칙은 ‘산자분수령’이라고 알고 있다. 그 산자분수령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짐작컨대 대동여지도다. 대동여지도의 발문에 보면 바로 그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이 산자분수령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위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우리는 산자분수령의 ‘自’를 ‘스스로 자’로 읽어 ‘산은 곧 분수령이다.’라는 뜻으로 읽고 있다. 그런데 그게 올바른 한자 독해법일까? 여기서 ‘自’는 ‘스스로’가 아닌 ‘~으로 부터’라고 해석을 하여 “산은 분수령으로부터 온다.”로 읽는 게 올바른 독해법이다. 즉 부사가 아닌 조사로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東史曰 朝鮮音潮仙 因仙水爲名 又云鮮明也 地在東表日先明 故曰朝鮮
‘동사’에 이르기를 조선(潮仙)이라 소리나는 ‘朝鮮’은 선수(仙水)로 말미암아 이름을 삼음이요 또한 이르기를 선명(鮮明)한 것이라, 땅이 동쪽에 있어 해가 뜰 때 먼저 밝아오므로 조선이라 한다 하였다.
山經云 崑崙一枝 行大漠之南東 爲醫巫閭山 自此大斷 爲遼東之野
‘산해경’에 이르기를 곤륜의 한 갈래가 대막(넓은 사막)의 남동으로 가 의무려산이 되고 이로부터 크게 끊어져 요동 벌판이 되었다.
漉野起爲白頭山 爲朝鮮山脈之祖 山有三層 高二百里 橫亘千里 其巓有潭 名謂達門 周八百里 南流爲鴨綠 東分爲豆滿
마른 벌이 일어나 백두산이 되니 조선산맥의 시조다. 산은 셋으로 층졌는데 높이는 200리, 가로는 1000리에 걸쳐 있으며, 그 산꼭대기에는 못이 있어 이름은 달문이라 하고 둘레는 800리이며, 남으로 흘러 압록이 되고 동으로 나뉘어 두만이 된다.
山自分水嶺 南北逶迤 爲燕脂峰小白山雪寒等嶺 鐵嶺一枝 東南走起 爲道峰三角 而漢水經其中
산은 분수령으로부터 남북으로 구불구불 이어져 연지봉 소백산 설한 등의 재가 되고, 철령의 한 갈래가 동과 남으로 달려 일어나 도봉과 삼각이 되니 한수가 그 가운데를 지난다.
-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456쪽 이하
이렇듯 산자분수령이라는 말은 산경표의 대원칙이 아니라 근래에 1980년 이우형 선생이 인사동에서 산경표를 찾아낸 후, 들뜬 분위기 속에서 백두대간을 태백산맥에 앞세우며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연구하던 산줄기파 1세대에 의하여 오독된 어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발문도 대동여지도의 판에 따라 다르기도 하기애 우리는 그저 그것을 관용구 정도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대한산경표는 산자분수령을 고집했는가?
위와 같이 우리는 선배님들의 가르침에 따라 산자분수령이라는 개념을 그저 산줄기는 물줄기를 만나면 그 맥을 다하게 되고 산줄기는 물줄기의 울타리가 된다는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대한산경표는 '산줄기가 정맥, 지맥이기 위한 유형'으로 세 가지를 규정합니다.
그 세 가지가 합수점형과 울타리형 그리고 산줄기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