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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미완성이지만 지리 주릉을 걷다

지리에 든 마지막 날이 언제였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거창이다 금정이다 여기저기 산을 기웃거리긴 했지만 실제 산다운 산을 못 가서 그런 것인가요......

하긴 산이면 다 산이지 산다운 산이라고 지리를 추겨세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지리는 제게 있어서는 운명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어쨌든 산방기간 때문에 서너 달 지리에 못 간 거만큼은 확실합니다.

묘향암의 호림스님도 그립고......

 

마침 한마음 산악회의 한 대원이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문만 열리면 바로 날을 잡아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5. 15. 지리의 문은 열리고....

한마음 대원들은 다음매일산악회 버스로 저는 반더룽으로 움직입니다.

 

반더룽 버스는 제트엔진을 달았는지 정말이지 총알 같은 속도로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02:20

그동안 많이 바뀐 거 같습니다.

정말이지 이렇게 낯선 적이 없던 성삼재의 풍경을 봅니다.

식당이 있던 자리에 happy zone도 생기고....

산동면의 야경....

우측 뒤로는 남원시가 보이고.....

다음 매일 차가 올때까지 어슬렁댑니다.

다행히 그렇게 춥지는 않고 하늘엔 달이 밝습니다.

02:40

다음 매일 차량이 도착합니다.

동서울에서 출발한 함양지리산 고속버스는 무려 3대가 배차가 됐군요.

오늘 지리산은 상당히 복작거릴 거 같습니다.

02:58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노고단 대피소에 올라 길상봉 정상을 봅니다.

KBS 송신소 탑이 보이고 달도 아주 밝습니다.

실제 시간은 03:34입니다.

노고단 고개로 오르기 직전 들머리에서 인증샷 한방을 날리고....

그러고는 힘들게 노고단고개로 오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지리의 품 안으로 듭니다.

돼지령을 지납니다.

돼지령은 猪淵에서 비롯된 말이죠.

사실 오늘 우리 팀들이 자랑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는 "천왕봉은 안 가도 좋으니 반야봉만큼은 꼭 들러주세요."라는 멘트 때문이었습니다.

그만큼 반야봉은 들르기 어려운 곳입니다.

지리 종주에 의미를 부여한 종주자들은 귀경시간문제 때문에 반야는 그저 패스를 하고 진행하기 일쑤이죠.

그러다 보니 별세계로 인식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지리가 처음 열렸을 때 반야봉은 문수사상의 중심지였었죠.

곧 문수사상은 복덕과 반야지혜의 상징입니다.

문수보살이 이 반야봉에서 법문을 펼치면 그  가피력은 한 줄기는 불무장등을 통하여 칠불암과 연곡사로 그리고 다른 한 줄기는 길상봉의 노고단을 지나 화엄사로 가게 된다고 하죠.

그리고 그 법문은 왕시루봉에 부딪혀 떨어지게 되는데 바로 그 아래 문수사가 있게 된 것이죠.

그 입구 노루목입니다.

노루목은 우리 옛말 '늘어지다'에서 나온 말이죠.

 

반야봉 삼거리로 올라와 가방을 두고 맨몸으로 이동합니다.

드디어 조망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길상봉의 노고단입니다.

그러고는 좌측으로 남부능선이 일렬로 섰고....

산경학 상 횡천지맥이죠.

그러니 좌측으로 흐르는 물이 바로 화개천으로 이 물은 섬진강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는 것이겠고.....

조금 더 고도를 높이니 이제는 우측으로 왕시루봉이, 좌측으로는 불무장등이 보이며 멀리 섬진강 건너 호남정맥의 흐름이 명백합니다.

좌측 왕시루봉과 우측의 길상봉을 한 방에 잡아봤습니다.

중앙 뒤로 섬진강의 보이며 그 좌측의 사성암이 있는 오산鰲山입니다.

예전의 아슬아슬한 철계단을 대신한 데크......

길상봉은 그 우측 종석대로 이어지고....

그 너머가 서시지맥이고.....

반야봉으로 오릅니다.

운해....

다행히 천왕봉은 아직 잠기지 않았고.....

반야봉에 오른 것은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막내 유림씨도....

인증 샷을 날리고....

그 사이에 천왕봉도 잠겼습니다.

서부능선의 만복대....

우측의 고리봉과 성삼재 그리고 그 좌측의 종석대.

길상봉(노고단) ~ 종석대 ~ 성삼재 ~ 고리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그리고 그 뒷줄이 만복대에서 가지를 친 서시지맥.

고리봉 뒤가 바로 견두산이죠.

길상봉에서 좌측으로 가지를 친 능선은,

왕시루봉으로 이어지고.....

그 뒤가 호남정맥.

한재를 사이에 두고 좌측이 백운산 우측이 도솔봉....

이번에는 바로 앞이 불무장등 우측이 왕시루봉.

 

왕시루봉과 길상봉(노고단)을 한 방에 이어 보고....

다시 반야봉 삼거리로 내려옵니다.

사실 이 길이 바로 백두대간길이죠.

아까 올라온 노루목에서 직진을 하는 길은 백두대간길이 아닙니다.

묘향암 입구를 지나 작은 토끼재를 지나고....

그러고는 날라리봉으로 오릅니다.

삼도봉으로 바뀌었죠.

이름이 좀 거시기하다는 이유에서였죠.

날라리봉은 이 앞의 봉우리들이 나래비로 줄 서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죠.

이설異說로 이 봉우리가 낫 날 같이 뾰족하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전설前說은 1955. 5. 5. 결성된 지리산의 전설인 구례 연하반산악회에서 지었다고 하니 믿을 만하죠.

전설을 지지합니다.

 

인증 샷 한 방 날리고....

불무장등.....

여기서 화개천이 발원합니다.

이 물은 화개마을에서 섬진강으로 합수되겠죠.

황장산......

아침은 화개재에 가서 먹기로 합니다.

화개재에서 아침 겸하여 소주를 마시는데.......

젊은 친구 5명이 시끌벅적 내려오는데 이 같은 깃발을 하나 만들었군요.

"어느 분이 권용희 님입니까?"

말을 한 번 걸어봅니다.

"네, 전데요."

날씬한 친구가 대답을 합니다.

"백두대간 남진을 하신 모양이네요. 얼마나 걸렸습니까?"

"네 중간에 일이 있어서 좀 쉬었더니만 약 3년 조금 안 걸렸습니다."

"그렇군요. 수고 많으셨네요. 나는 미친놈 같이 산행을 해서 6개월 6일 만에 졸업을 했는데...."

"네! 6개월 6일이요. 대단하시네요."

"대간 길 걷다가 제 표지 띠 봤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현오라는 닉 들어보신 적 있어요?"

그러자 그 친구, "예 당연히 알죠."

"그래요? 그 현오가 바로 전데요"

깜짝 놀라며 "그러면 선생님이 그 책을 쓰신 작가 분이세요."

"그렇다니까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과 '현오와 걷는 지리산' 두 권을 쓴 사람이죠."

그러자 같이 동행한 친구들 손가락이 바빠집니다.

열심히 검색해보니 인터넷 상에 나오는 인물과 제가 동일인임을 확인하고서는 느닷없이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하며 바로 그 사진에 제 사인을 집어넣는군요.

세상 좋아졌습니다.

그들에게 졸업 선물로 제 사인이 들어간 책을 보내주기로 하며 그들로부터 주소를 받습니다.

묘향암을 보고.....

Not 토끼봉 but 妙峰.

무식한 공단 사람들 같으니.....

저 우측으로 들면 바로 칠불사로 떨어지죠.

천왕봉 운해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명선봉.

연하천 대피소입니다.

이곳 이름도 연하반 산악회에서 지은 것이죠.

煙霞泉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또 가야죠.

벽소령 가는 길.....

음정 삼거리.

우리는 직진을 해야죠.

좌틀하면 지리북부능선으로 가는 길.

삼정산으로 올라 실상사로 떨어지죠.

삼각고지로 올라,

부자봉(父子峰 일명 형제봉) 정상 바위봉에서 천왕봉을 봅니다.

우측 화개단맥,,,,

멀리 호남정맥.

반야봉도 이제는 멀어졌고.....

부자바위에서 기념 촬영....

유실장도....

장매님도....

연하굴.....

대성골.....

석문......

우측 끝이 북부능선의 삼정산.

벽소령 대피소에 닿습니다.

오늘의 매직.

이상하게 늦은 걸음이 아닌데 진도가 안 나갑니다.

희한합니다.

어쩔 수없이 여기서 우틀하여 의신마을로 하산을 합니다.

하산하는 길은,

예전에 비상도로로 쓰던 곳.

지금은 비탐으로 막아놔서 이제는 서서히 자연으로 돌아오고 있는 곳.

그 길을 따릅니다.

감정마을까지 1시간 반이면 충분하게 하산 가능합니다.

설산습지도 다녀온 곳.

.......

택시를 타고 중산리로 오는데 시간은 거의 한 시간 가량 걸립니다.

유실장님 과용하셨습니다.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17:30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 귀경길에 듭니다.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 산행은 공룡능선으로 가자고요.

좋습니다.

설악동 ~ 비선대 ~ 마등령 ~ 공룡능선 ~ 희운각 ~ 비선대 ~ 설악동 C지구

널널하게 걸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