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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의 만경대와 은벽을 잇다.

언어와 역사는 손등과 손바닥 관계라고 하죠?

역사적 사실은 언어 기록으로 남게 되고 언어 또한 그 역사에 흔적으로 남기 때문이라 이해합니다.

언어 즉 어휘 중에 그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은 아무래도 지명입니다.

지명은 사람이 활동하는 땅의 이름이기 때문이죠.

당연히 고유명사 중에서 수가 가장 많은 것이 지명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어휘 가운데 가장 보수성이 강한 존재가 지명이기도 합니다.

어지간해서 한 번 정해진 지명은 내내 본래 지명으로 사용되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최근의 도로명 주소같이 나라에서 강제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화가 있기는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신라 경덕왕때 '한자화漢字化 정책'으로 우리 고유의 지명이 한자식으로 바뀐 예例가 있기도 합니다.

 

최근 설악산에 이상한 이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뭐 환록담, 형제골, 전람회 길, 고깔봉 등 그 이름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시대가 바뀌니 이름도 예뻐집니다.

별따소, 은벽, 천당 능선 정도는 아주 애교스러운 이름입니다.

없는 길을 특정화 해주는 길 이름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마구잡이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봉우리 같은 경우는 더 그러하죠.

그러니 인터넷에서 퍼나르는 이들의 제대로 된 의식이 필요합니다.

 

한참이나 오래 전 그 이름도 예쁜 은벽銀壁을 들었습니다.

해 질 녘에 보면 그 일련의 바위군이 흰 병풍을 두른 듯 하얗게 빛을 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물론 그 은벽은 건너편인 별따소(별을 따는 소년) 능선에서 봐야 제대로 된 인식을 할 수 있겠지만....

몇 번 호기심에 지도나 트랙을 찾아 진행해보려 하였지만 체질적으로 암벽을 기피하기 때문에 그 관심은 멀어지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산우 '사니조은'님의 글에서 양폭 ~ 만경대 ~ 화채 ~ 은벽길을 진행한 기록이 나옵니다.

글을 읽어보니 예전의 그 분이 아니었습니다.

설악에 관한 한 많은 공부와 연구가 뒷받침되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하였습니다.

이렇게 공부가 잘 되어 있다니!

 

메시지를 보냅니다.

바로 반가운 답글이 옵니다.

2022. 06. 24. 23:50

신사산악회 버스를 타기 위해 잠실역으로 나갑니다.

전철로 잠실까지 이동하는 동안 이 9번 출구에서 만났던 많은 이들을 떠올립니다.

그중에 한 분도 '사니조은'(이하 존칭 생략합니다.)이었고 ....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K선배를 만납니다.

본래 말수가 적은 분인데 친한 사람들만 만나면 목소리가 커집니다.

산악회 버스 운전에 서툰 기사 님덕분(?)에 4시나 되어야 설악동에 도착합니다.

비선대까지 K선배와 동행합니다.

지도 #1

권금성 케이블카 승강장의 불빛.

좌측이 이따 볼 노적봉.

오늘 K 선배는 토막골 쪽 폭포로 올라 대간길로 오른 다음 걸레봉 쪽에서 하산길을 잡고 백담사로 내려온다 하고....

날이 밝아오면서 설악의 모습이 하나둘 시야에 들어옵니다.

하현달....

비가 좀 오더니 비선대의 물소리가 굉음 정도로 들립니다.

장군봉과 적벽의 비선대.

赤壁.

관우와 조조가 떠오르지만 오늘 나는 그런 데 괘념치 않고 銀壁을 거닐 것이다!

오늘의 천불동 계곡은 양폭대피소까지만!

토막골로 들어가는 K선배와 헤어지고....

우리는 천불동 안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갑니다.

지도 #2

귀면암 길에 들어설 무렵 좁은 골을 따라 흐르는 물의 수량이 늘어났음을 확실하게 인식을 합니다.

책바위?

기기묘묘한 형상을 한 바위들이 만물상 능선 소속임을 알려주고....

형제골...

큰형봉?

오련폭포....

이제 양폭대피소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좌측으로 만경대 능선.....

과연 설악이로고....

잠시 후면 저 바위 옆을 거닐겠지.....

양폭대피소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측 희미한 등로를 밟으며 천불동 등로를 버리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만경대 가는 길입니다.

천당 능선 제1봉.

좌측으로는 양폭을 지나 음폭으로 이어져 염주골로 오르는 음폭골이, 우측으로는 저 중앙의 천당 능선 제1봉을 시작으로  8봉까지가 그 우측의 죽음의 계곡과 평행하게 달리다 이박사 능선 즉 백두대간에 합류하게 되겠죠.

그 뒤 천당 능선 2, 3봉을 봅니다.

최근에 이 설악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사니조은' 님은 아주 신이 났습니다.

아무럼요.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그곳을 답사해서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이미 정리하였고, 그것을 다시 복습 겸 그날을 회상하며 그 답습기를 설파하는데 그 누가 신이 나질 않겠습니까?

공부하는 사람만이 아는 신명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들어주는 사람이 설악에 대해서 조금은 아는 저 아닙니까!

복숭아탕.

며칠 전 이곳을 내려가며 유심히 봤던 곳.

고도를 좀 더 높이니....

아!

천당 능선 4봉 뒤로 대청봉입니다.

1275?,  범봉? 아니 그들 짬뽕의 아류봉亞類峰.

좀 더 넓게 대정과 중청 그리고 소청으로 봅니다.

그 앞이 백두대간의 이박사 능선.

오금이 저립니다.

정면으로는 신선대 능선.

원래 저 신선대 1봉 이 뒤로 이어지면서 백두대간길이어야 하는데 비탐으로 묶여 있죠.....

우측으로는 드디어 1275와 범봉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세존봉이 마등봉과 함께 뚜렷합니다.

배가 고프군요.

지도 #2의 'A'의 곳에서 간단하게 요기 좀 하고 가기로 합니다.

막걸리 두 통을 따고.....

네 사람 정도가 충분히 식사를 할만한 곳입니다.

작명은 별로 내키지 않지만.....

글쎄요?

지리산 북부 능선의 '와운 카페'에 빗대어 '양폭 카페?' 아니면 고깔봉을 바라보고 있으니 '고깔 카페'?

앉았다 하면 1시간.

일어나면서 부근 정경을 파노라마로 촬영을 합니다.

좌측 삼청봉三靑峰부터 우측 멀리 황철봉까지 한눈에 보입니다.

신선대 우측으로 칠형제봉이 이리로 달려오고 있고,

범봉 좌측의 1275.

그 사이로 나한봉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슈.

곧 올라갑니데이.....

만경대 능선에서 흘러내린 고깔능선.

대청은 구름에 덮였고......

오늘 흐리고 비가 온다더니?

석벽石壁을 만나면 무조건 우틀.

개념도를 보면 염주 폭포가 두 개가 나오는데 진짜 염주폭은 8봉 위에 있는 것이라 하니 그렇다면 이것은 '하염폭포'야?

이제 다 왔습니다.

만경대 능선에 붙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달궈진 몸을 식혀줍니다.

지도 #2의 'B'입니다.

https://youtu.be/kZYnmk0IXn8

만경대 능선의 끝으로 조금 더 이동합니다.

이제 우측의 나한봉도 확실해지고....

그 우측으로 마등봉이 아주 폼을 잡고 있습니다.

대간길의 황철봉 능선과 그 우측의 울산바위.

그리고 중앙의 신선봉까지....

하산할 때 만난 시아.

"울산바위 있는데 얼마나 어찌나 바람이 세던지 시끄럽고 두려워서 귀를 막고 있었을 정도였어요."

 

사실 울산바위의 옛 이름은 천후산(天厚山)이었다. 대동여지도에도 천후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바위에 부딪쳐 소용돌이를 치면서 마치 하늘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니 울음(鳴)산이 울산이 되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중요한 이름이 이산(籬山)인데 생김새가 울타리(籬)를 쳐놓은 것 같다고 울타리 籬를 썼던 것이다. 실제로 울산바위는 아래서 보건 혹은 위에서 보건 바위로 둘러친 큰 울타리 같이 보이기는 한다. 이런 이유로 생긴 울산바위가 지역 이름인 울산(蔚山)으로 와전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540쪽

앞으로 왕관 세 개를 쓰고 있는 바위

그 뒤로 칠성봉에서 흘러내린 집선봉 라인을 봅니다.

왕관 세 개 봉을 당겨봅니다.

좌측 1275, 그 우측 범봉, 천화대.

범봉 뒤로 나한봉.

이게 공룡이죠.

우선 삼각김밥 화채봉을 보고....

화채능선의 끝 칠성봉에서 이어지는 집선봉 라인.

돌아 나와서 지도 #2의 'C' 지역으로 들어갑니다.

여기도 바위들의 향연?

지리의 좌고대?

칠선폭포.

칠선폭포를 찍고 있는 걸 촬영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결국 품앗이?

바위 뒤로 넘어가 보죠.

사면을 조심조심.....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세 개의 왕관봉을 보게 되는군요.

칠선대에서 마등봉까지......

화채봉에서 칠성봉까지......

소나무.

중앙 하단 조금 전 거닐었던 만경대.

1275, 범봉, 천화대 당겨보기.

이제 올라가죠.

10:49

화채능선에 오릅니다.

이른바 만경대 입구 삼거리.

화채봉 바로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앉았다 하면 1시간.

바람이 셉니다.

화채봉에 올라 화채능선을 봅니다.

대청봉은 좀 흐린 느낌.

우측으로 용 이빨龍雅이 보이고....

공룡이 한방에 잡히고.....

달마봉....

관모능선....

바람이 너무 세서 서 있기조차 힘듭니다.

지도 #2의 'E' 의 피골서능선 갈림봉1234m.

저 봉우리에서 좌틀하면 칠성봉에서 집선봉 능선이 가지를 치겠고 거기서 우틀하여 숙자 바위 ~ 토왕성폭포 상단 ~ 별따소능선으로 진행이 될 것이고, 우틀하면 자세히는 직진하면 피골서능선이 가지를 쳐 오늘 우리 목표 지점인 은벽길이나 설악 C지구로 떨어지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해산굴을 통과해야 합니다.

화채능선.

칠성봉 우측으로 숙자 바위, 노적봉이 보입니다.

그러니 이 화채능선과 피골서능선이 가지를 치는 지점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바로 토왕성 폭포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토왕성폭포의 물은 노적봉 우측으로 떨어져 육담폭포가 되어서는 쌍천에 합류가 될 것입니다.

바로 여기가 피골서능선 갈림봉1234m입니다.

쑥스럽게 무슨 사진을....

지도 #2의 'F'에서 좌측으로 떨어지는 토폭삼거리를 지납니다.

지도 #2의 'G'의 지점으로 864.1봉 바로 오르기 전입니다.

여기서는 좌틀.

지도 #3

그러고는 여기서도 좌틀.

지도 #3의 'H'의 지점으로 여기서 직진하면 C지구로 바로 떨어지겠죠.

이제 본격적으로 은벽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콩닥콩닥....

설렘?

아니 설레임입니다.

새로운 님에 대한.....

가슴을 진정시킵니다.

그러나 계속 내려가기만 할 뿐 그 어떤 기대했던 모습도 볼 수가 없네요.

뭐가 잘못된 것일까?

불안이 실망으로 바뀔 무렵 좌측으로 바위들 이른바 '별따소' 능선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 흰바위들이 저 건너에서 낙조가 질 때 보면 흰 벽 즉 銀壁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쪽에서는?

우선 노적봉이.....

그 좌측으로 966.1봉이 보이면 우측으로 숙자 바위 등이 보이니 이 별따소 능선 뒤로 토왕성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좌측이 허공다리골.

중앙 뒤로 토왕성폭포의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고.....

그러면 요건 허공다리폭포.

그러니 이 일대가 581.9봉 부근입니다.

백호 형상의 달마봉.

達馬峰이므로 達 = 馬 = 高 = 頭이므로 그저 높은 봉이라는 뜻이지 달마대사와는 1도 관련 없습니다.

달마봉과 울산바위 그리고 그 뒤로 대간길의 상봉.

이 사진이 있어야 은벽능선을 찍은 게 인정된다고요?

OK!

그럼 저도 한 장 찍어주소!

토왕성폭포 전망대가 희미해서 보이질 않네요.

우측 라인 중앙에 있는데......

잠시 숲으로 들었다가....

저 바위 뒤로 넘어가자는 걸 설득하여 그냥 우회길을 택합니다.

"바람도 센데 자칫 잘못하면......!"

능선길을 버리고 계곡길로 내려갑니다.

저는 앞에서 열심히 길을 찾으며 내려가고.....

물소리와 차 지나는소리를 듣습니다.

이윽고 쌍천입니다.

저 뒤로는 달마봉.

신발을 벗어 어깨에 걸고 한 손에는 스틱을 다른 한 손으로는 사니조은과 깍지를 끼고 쌍천을 건넙니다.

잘 건넜습니다.

간단하게 씻고 도로로 나가 버스를 타고 C지구로 내려갑니다.

너무 놀다 보니 시간은 16:45를 가리키는군요.

슈퍼에서 캔맥주 두 개를 사서 간단하게 하산주를 한 다음 용대리에서 탑승한 K선배, 시아와 함께 동서울 터미널에 내려 치킨으로 하산주에 갈음합니다.

사니조은 님 덕분에 멋진 산행 안전하게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번 주 주중에 지리 묘향암에 가려했는데 내내 비 소식이군요.

다음 주에나 가게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