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방土房.
시골집이 연상이 됩니다.
그저 토벽인 채로 매흙질한 외에 다른 치장은 없고 구들바닥이라도 맨바닥이거나 삿자리·멍석을 까는 일이 고작인 집으로 움집처럼 땅을 반길 정도 파내고 그 둘레에 담벼락을 세워 광을 만들면 토고土庫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이 이름을 딴 소박한 음식점 하나가 있습니다.
대전 침산동에 있는 오리고기 전문점인데 익은 오리고기를 대강 찢어 부추와 함께 찜통에 다시 한번 쪄서는 들깨가루와 초고추장을 섞은 것을 찍어먹는 음식인데 연이어 나오는 오리뼈를 곤 육수와 찰밥이 일품인 요리입니다.
1주일 전 대둔산을 다녀오면서 들른 그 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맛을 모르는 분들을 위하여 토요일 만찬은 대전 토방으로 정합니다.
그냥 그 토방만을 방문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죠?
이왕 대전에 왔으니 계룡산을 들르기로 합니다.
그것도 일반적인 코스로는 양에 안 차죠?
계룡산에서 가장 긴 코스.
병사골로 올라 장군봉으로 오른 다음 능선을 타고 신선봉을 지나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을 거쳐 동학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습니다.
2022. 11. 19.
서울역에서 06:19에 출발하는 새마을호를 타고 대전에 내려 전철을 타고 현충원역에 하차를 하니 자차로 이동한 유림씨가 기다리고 있군요.
오늘은 조촐하게 4명이 진행합니다.
09:20
병사골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합니다.
장군봉512.4m까지는 암릉구간을 몇 곳 지나가야 하는데,
곳곳에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어 진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더욱이 그 암벽 구간에서 잠시 뒤를 우측 관암산 ~백운봉 ~ 도덕봉에서 삽재160.0m를 지나 좌측의 갑하산469m으로 이어지는 용수지맥을 볼 수 있으니 이 장군봉으로 오르는 등로에서 힘들다는 말은 절대 나올 리 만무합니다.
최근 개통된 IC 앞쪽으로 용수천이 흐릅니다.
저 용수천은 금남정맥의 계룡산 쌀개봉830.6m에서 우측으로 천왕봉을 향해 가지 하나를 칠 때 그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이죠.
저 용수천은 세종시에서 금강에 합류될 때 쌀개봉을 지난 산줄기가 위 봉우리들을 거쳐 위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5.6km의 용수지맥이 되는 것이죠.
아직은 엔진이 덜 달궈진 듯 힘들어합니다.
제1차 목표는 저 장군봉입니다.
탐방안내소에서 저 장군봉까지는 1km 정도.
그러니 묵묵히 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박정자朴亭子 마을 뒤로 우산봉까지 크게 보이고....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은 능선만 타는 게 아니고 이렇게 험한 구간은 사면치기도 하면서 진행하게끔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제 저 능선에서 하신리의 희망교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만나게 되면서 오리지널 능선 산행을 하게 됩니다.
멀리 장군산과 거기서 가지를 친 장군봉과 무학봉이 세종시와 공주시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10:12
그러고는 장군봉512.4m에 오릅니다.
진행방향으로 천단이 있는 천황봉846.5m과 그 우측으로 쌀개봉830.6m이 보이며 이 줄기의 끝에 오뚝하게 선 신선봉649.0m이 보이는군요.
그러고는 저 쌀개봉에서 가지를 친 용수지맥 라인을 감상합니다.
용수지맥은 천왕봉608.6m에[서 한 번 고도를 높인 다음 다시 안부로 떨어졌다가 좌측 황적봉660.9m으로 올랐다가 좌측 민목재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안내판에는 황적봉이 차개봉으로, 천왕봉이 황적봉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러고는 '차개'가 경사가 가파라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까지 붙여놓았는데 참으로 개탄할만한 일입니다.
분명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서 황적산과 천왕봉의 위치가 제가 설명드린 대로 되어 있는데......
지명위원회에서 통과된 이름이라도 되는 겁니까?
이 장군봉에 대한 설명도 참 가소롭기 그지없습니다.
장군처럼 위엄이 있어서 장군봉이라고요?
그러니 이 계룡산을 설명할 때 늘 '계룡산이라는 이름은 천황봉과 연천봉, 삼불봉을 잇는 능선이 닭의 볏을 쓴 용을 닮았다 하여 붙여졌고 산세가 수려하여 신비감이 가득한 산이다.'라는 설명이 뒤따르기 마련인 것이죠.
계족산이 나오고 달뜨기봉 즉 월출산이 나왔으니 이쯤 되면 이들의 어원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국어학적으로 ‘ᄃᆞᆯ’은 ‘높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지금은 쓰이지 않고 있다. 굳이 지금 쓰고 있는 용례를 보자면 ‘매달다’나 ‘키다리’ 같은 말들을 들 수 있겠다. 이 ‘ᄃᆞᆯ, 달’이 지명에 쓰이면서 ‘높다, 크다’라는 말 이외에 ‘고을, 성城’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 ‘달동네’라고 하면 지대가 높은 ‘산동네’를 뜻하는 말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달천, 달내‘ 등도 높은 산에 있는 물줄기로 이해하면 되겠다.
문제는 이 ‘달達’이 하늘에 떠 있는 달로 보아 ‘月’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그 예가 월출산이나 월악산이 되며 월봉산도 같은 이유로 생기게 된 산 이름인 것이다. 그러니 ‘달나뫼’나 ‘달래뫼’가 월출산이 된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딸뜨기봉’은 오히려 월출산이었던 이름을 우리말로 좀 부드럽게 순화시킨 모양새다.
그런데 여기서 ‘달’이 발음이 비슷한 닭鷄‘으로 쓴 경우다. 풍수지리학에서는 ’산山‘을 ’용龍‘이라 하기 때문에 계룡산鷄龍山의 경우도 그저 ’높은 산‘ 정도의 의미였지 결코 ’금계포란형‘이니 ’비룡승천형‘이니 하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즉 이 산 이름을 보고 지어낸 이름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鷄'는 우리말 '달'을 나타낸 글자로 국어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계족산을 한자 그대로 풀이하여 ‘닭발’ 혹은 ‘닭다리’ 모양을 한 산 나아가 ‘닭 벼슬’ 모양이라고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342쪽
동학교에서 민목재를 넘어 계룡시로 가는 도로도 보고....
이 사진은 왜 회전이 안 되는지......
지석골로 빠지는 삼거리를 지나고,
갓바위를 지나,
조망터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유실장님이 가지고 온 방울토마토가 오늘따라 맛있군요.
남매탑까지는 이제 1.5km 남았고.....
지석골.
낙엽이 수북한 계룡산.
신선봉 암봉.
그러고는 신선봉649m입니다.
진행방향으로 삼불봉이 그 좌측으로는 쌀개봉과 천황봉이 명백합니다.
바로 앞 중앙의 535.7봉 뒤로 용수지맥의 황적산이 보이고.....
천정탐방소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납니다.
시끄러운 이 쉼터를 지나,
12:46
남매탑으로 진행합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밥을 다 먹고는 물을 한 통 받아,
삼불봉으로 향합니다.
고갯마루에서 좌틀한 후,
철계단을 오르면서,
우측 수정봉에서 만학골 방향으로 진행하는 금남정맥 라인을 봅니다.
그러고는 삼불봉777.1m 정상입니다.
중앙라인 가운데 관음봉을 두고 우측의 문필봉과 연천봉 그리고 좌측의 쌀개봉과 천왕봉이 명백합니다.
금남정맥 라인에 접속을 하고,
용수지맥 라인이 이제는 더 확실하게 가늠이 되는군요.
용수지맥.....
지나온 삼불봉.
금남정맥 라인 좌측으로는 공주시가 우측으로는 세종시가 보이고....
그러고는 가파르게 이어지는 정맥길.......
관음봉 우측으로 문필봉과 연천봉을 감상하고....
어서 오소.
코발트색 가을 하늘.
119 구조헬기가 떴습니다.
정규 탐방로로 진행을 하던 산객이 부상을 당한 거 같습니다.
369계단을 오릅니다.
묵묵히.
용수지맥.
지나온 라인.
동학사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미리 보고....
우측 용수지맥은 이제 많이 낮아졌습니다.
쌀개봉을 정면에서 보게 되고......
용수지맥의 황적봉에서 민목재 지나 관암산과 백운봉 그리고 도덕봉이 보일 즈음 멀리 식장산과 그 좌측의 계족산까지 조망합니다.
그러고는 정자가 있는 관음산입니다.
천황봉 뒤로 우측의 정맥에서 벗어난 향적산574m.
대둔산은 딱 천황봉에 가려져 있어 보이질 않고.....
정상석을 인증합니다.
주위를 둘러봅니다.
삼불봉 우측 뒤로 장군봉까지 보이고 그 뒤로는 삽재를 지나 갑하산과 우산봉까지 가늠이 되고.....
좌측으로는 수정봉과 세종시 시가지를 봅니다.
관음봉 삼거리로 내려와,
된비알을 내려오면서 쌀개봉 라인도 보고.....
아까 헬기가 이 위에서 산객을 구조했겠고....
여기도 좀 멋진 곳.
아쉬움에 다시 황적봉을 보고는,
삼거리로 나와서,
동학사를 거쳐,
일주문을 빠져나옴으로써,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주차를 한 병사골 입구까지는 버스를 이용하고...
차를 회수해서는 토방으로 가서는 예의 그 맛난 음식으로 뒤풀이에 갈음합니다.
다음 산행은 관악산 11국기봉으로 안내를 해달라굽쇼?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음주 관계로 대리를 불러 인근 숙박업소에서 잠을 자고는 다음 날 저는 택시를 타고 대전 IC 부근 원두막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