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과음을 했나?
그 좋아하는 능이백숙에 오랜만에 반가운 여러 분들을 만나다 보니 남원시내에서 한 저녁자리가 좀 길었습니다.
아침 해장을 하고 지리산으로 가려하니 꾀가 납니다.
"다음에 가자!"
그러고는 여유있게 아침 차 한 잔을 마십니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시간은 늦었지만 좀 아쉬운 감이 잦아들지 않습니다.
"바래봉이나 오릅시다."
바래봉의 근거지인 운봉읍은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닙니다.
4월 23일에 시작한 지리산 바래봉 철쭉 축제로 온 읍내가 들썩입니다.
안 받던 주차비도 받고.....
제2주차장 한 구석에 차를 세워두고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이 정도로 걸어주어야 해."
"그럼요. 걷지 않으면 바로 골로 갑니다."
고남 형님의 지론에 맞장구를 쳐 줘야죠.
지당한 말씀이기도 하고요.
허브벨리에 핀 철쭉.
편안한 임도를 오르면서 백두대간 능선을 살핍니다.
좌측 수정봉, 우측 고남산.
"형님. 고남산이 여기 말고 포천에도 있는 거 알고 계시죠?"
"그래? 난 모르겄는디!"
"6사단 사령부 뒷산이 고남산643.2m인데 형님 같이 높을 高를 쓰는 게 아니고 옛古를 쓰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남산은 고남산이죠. 차탄지맥의 금학산에서 가지를 치는 능선에 있어요."
10:01
바래봉 삼거리입니다.
좀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가?
산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래봉 정상을 택하는 대신 팔량재로 진행합니다.
오길 잘했다!
우리만 보기는 좀 아깝고.....
어제 멤버들을 그대로 소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끼리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죠.
그래서 산은 저같이 홀로산행을 즐기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다니는 게 훨씬 좋습니다.
중앙 좌측에 반야봉이 그리고 서부능선을 따라 세걸산과 뾰족하게 만복대도 보입니다.
소리를 한 번 질러봅니다.
만복대에서 갈라진 우측의 서시지맥을 봅니다.
둘레길 밤재도 가늠해 보고....
아!
어찌하여 지리산은 이다지도 아름답다는 말인가!
백두대간.
중앙 앞줄의 고남산과 그 우측 뒤의 요천지맥의 천황산.
날씨는 또 왜 이리 좋은가.....
분홍과 핑크.....
연두와 초록.....
바래봉 정상에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군요.
삼덕임도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봉우리 두어 개 넘으면 되겠죠.
늘 그리던 곳.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신사산악회 아주머니들도 만나고.....
새벽부터 상삼재에서 걸어오는 사람들.
멀리 천왕봉도 보고.....
그냥 오늘만을 즐겨야지.
산수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그래. 점심이나 같이 먹자."
12시까지 하산하기로 합니다.
천왕봉.
가고 싶다.....
그런데 이때 고요함을 깨고 들려오는 노랫소리.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래입니다.
맞은편에서 웬 아저씨가 '갑돌이와 갑순이'를 흥얼거리며 걸어옵니다.
이어폰을 낀 것을 보니 자기는 혼자서 흥얼거린다는 것인데 모든 사람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입니다.
겨울에 지난다면 늘 눈이 발목까지 오는 곳.
기억 속의 그곳을 지나면,
우측으로 산덕마을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정목이 나옵니다.
11:00
임도를 만나서는 우틀합니다.
부운치 방향.
깨끗한 임도를 따라 수다를 떨면서 내려옵니다.
사거리를 지나,
상추공장을 지나고,
모내기를 하는 곳.
막걸리를 먹고 가라고 손을 잡는 순박한 농부들....
주차장으로 가서는 차를 회수하고 인월로 가서 산수대장 내외를 만나서는 점심을 먹고 15:00 버스를 타고 귀경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