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5월 23일.
조선 개국 200 주년에 맞은 7년 전쟁은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참혹한 전란이었습니다.
잘 준비된 왜군에 비해 무능하기 이를 데 없었던 선조 정권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죠.
정규군만으로는 이들을 대항하기 어려웠기에 이때 일어난 민간인들이 승군僧軍과 의병義兵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이때 강우지방의 남명 조식이 지리산을 맡았고 그의 제자이자 외손주 사위인 곽재우 등이 의령을, 애제자 정인홍이 합천을 맡을 때 차령과 금산 지방에서 맹활약한 이가 바로 중봉 조헌입니다.
김천일, 고경명, 곽재우 등과 함께 임진4충신이라 일컬어지는 조헌선생이 후학들을 위해 만든 서당인 이지당二止堂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고시된 건축물입니다.
해밀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청호 500리 길'.
한 번 들른다 들른다 말만하고는 아직까지 출석부에 도장 한 번 찍은 적이 없군요.
해밀의 일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시간을 냅니다.
그런데 벌써 8구간?
불가사의한 암기력의 산사랑 고문님께서 오늘 만나게 될 문화재들에 대한 해설이 있으시고....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버스는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주차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아!
이게 대청호구나.
대전의 '대'와 청주의 '청'에서 따온 이름인 대청호.
스치듯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지 그 둘레길을 이번이 처음이군요.
그렇기도 한 것이 '대청'하면 우선 떠올려지는 것이 설악산의 대청봉이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 설악에 케이블카가 놓여지고 오늘 그 첫 삽을 뜨는 날이라니.....
베트남 사파의 판시판이나 다낭의 바나힐 같은 곳의 케이블카와 설악의 오색과 끝청을 잇는 케이블카는 환경적인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베트남의 그것들은 너른 평지와 산의 정상을 운행하는 케이블카인 반면 설악의 것은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이어지는 44번 도로는 서북능선 방향으로는 석고동골, 온정골, 독주골, 관터골 등이 점봉산 쪽으로는 흘림골, 십이담골, 고래골 등 사이로 힘들게 겨우 만든 그야말로 구절양장九折羊腸입니다.
그러니 조그마한 소음은 메아리되어 여러 곳으로 퍼질 것이며 자동차의 소음뿐 아니라 직접 산으로 오르내리는 케이블카의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산양이나 설악산 희귀 식물들이 받아야 할 고통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것들을 보호한다하면서 산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공단이나 환경청, 산림청 등이 케이블카 사업은 용인하여 준다?
더군다나 끝청 어디에 케이블카 상부정류소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가 그 좁은 끝청 언저리 어디에 얼마만 한 규모의 편의 시설물들을 설치할 것인지 .....
송시열 선생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추소팔경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곳으로 지금은 수몰되면서 물가절벽이 된 곳을 말하는데 이곳도 저 보트를 타고 가면서 둘러보면 그 절경을 실감할 수 있겠지만 걷는 것만으로는 조금 아쉬움이 남을 거 같습니다.
그저 눈으로만 슬쩍 봅니다.
우리는 부소담악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대원들은 아마 지난 구간 마음껏 감상하며 걸으셨을 것 같습니다.
국내 단편 소설은 그렇게도 많이 읽었건만 유숭규님은 처음 접하는 이름입니다.
어쩌면 기억에서 이미 사라졌을 듯도 합니다만...
그래도 이무영이라는 이름을 통해 선생님과의 인연을 이어봅니다.
오늘 코스는 이렇게 도로를 따르는 길이 많으니 흙길을 선호하는 저로서는 좀 탐탁지 않습니다.
대청호 뒤가 부소담악길.
저로서는 그 뒤에 보이는 서화(장령)지맥의 이슬봉451.8m과 참나무골산419.2m이 더 눈에 들어오는군요..
저 지맥의 '며느리재 ~ 이슬봉 ~ 참나무골산 ~ 합수점' 구간을 2014년 봄 '신산경표'의 박성태 선생님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걸었었는데.....
벌써 10년이나 됐군요.
자작나무 몇 그루.
직진을 하고....
이 환평리는 환산環山을 진산으로 하여 형성된 마을이라는데....
이 고리는 천지개벽을 할 때 배를 묶어두기 위한 고리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오히려 이 마을의 생김새가 배의 모양이어서 이 마을이 떠내려가는 걸 막기 위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남원의 고리봉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산이죠.
서화지맥 산줄기를 감상하면서 걷습니다.
천궁?
뭐라고 그러던데....
원래는 이 길로 들어서는 게 아닌 거 같던데....
어쨌든 이 안으로 들어서서....
우틀한 다음 이 길로 따라 진행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집에서는 오늘 김장 준비를 하고 있고....
다시 또 도로를 만나고....
얘는 죽은 거야? 산 거야?
이지당으로.....
"한검 선사님. 띠 하나 달고 오세요."
한검 선사님 표지띠를 하나 달면서 "싫어유. 뒷사람 알바하게 그냥 갈래유."
대나무.
서화천변에 있는 이지당을 참관하러 좌틀합니다.
막 김장을 끝낸 집에서 맛난 김장김치를 얻어오신 인 회장님.
실상은 할머님 용돈으로 얼마간의 돈을 드렸으니 결국 사가지고 온 김치.
금달주 님.
이 이지당이 노후화되었을 때 중건을 위해 많은 돈을 희사한 분.
중봉선생유상지소重峰先生遊賞之所
조헌 선생이 노닐던 곳이라는 얘기인데 이곳은 평지라 유상 遊賞이라는 글자를 쓴 듯.
만약 이곳이 지리산의 어느 곳 같은 산이었다면 장구杖屨라는 단어를 썼을 듯싶습니다..
문화해설사님의 이지당에 대하여 다시 강의를 하시고...
학생들은 이를 경청하시고.....
조헌 선생의 글?
이렇게 보니 천하의 명당일세.
그 천하의 명당을 배경으로!
이렇게 봐도 멋지고.......
굽이쳐 흐르는 서화천.
서화천을 따라 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연꽃 연못도 두 곳이나 있고.....
억새도 조금 피어 있고....
연꽃 연못.
연꽃은 베트남의 국화國花로 전국 어디 가나 만날 수 있는 꽃이죠.
베트남 항공의 로고도 이 로터스이고.....
언제나 꽃이 필까?
오리 가족.
공원 뒤로 환산단맥 능선.
공사 중.
장마철에 도로가 자주 침수가 되어 도로를 높이는 육교 공사를 하고 있다네요.
보오리로 들어가 저 앞의 작은 능선을 올라야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저 교동육교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고 좌측 소로를 따라 진행하는 게 맞는 것 같았습니다.
좌측으로 가면 옥천 IC가 바로 나오고 우측으로 가면 보은이 나오는 37번 국도.
여름이었다면 이 방향으로 오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사면입니다.
어쨌든 조심스럽게 교동육교로 오르고....
37번 국도..
교통량이 이렇게 없는데 도로만 넓네요.
중앙 뒤로 식장산592m이 보이고....
어라!
멋들어지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의 지게 회장님.
옥천군 폐기물종합처리장.
잠깐 쉬었다 가시고....
이 석호리는 대청호를 가장 환경친화적으로 가꾸는 최우수 마을로 선정됐는데 그럴 만도 합니다.
장어낚시꾼.
여전히 아름답네요.
자!
준비하시고!
슛!
270.5봉
여기도 수몰되기 전에는 명소였던 듯.
도로가 이리 너른데 또 무슨 확장공사?
어서들 오세요.
천국으로 들어서는 문?
멋집니다.
좌측으로 내려가도 되는데....
또 물을 만나고....
산마루님께서 새로 차리신 산악회.
이름하여 '산마루클럽'.
돌거리고개 삼거리에서 Go or Stop을 고민하다가 Go! 를 외칩니다.
청풍정을 다녀올 것이냐 여부에 관한 것이죠.
결국은 다녀오기로 합니다.
그러면 다음구간은 자연스럽게 여기서 이어가게 되겠군요.
백토산169.6m을 우측으로 지납니다.
청풍정.
삼일천하의 주역 김옥균과 그의 GF였던 명월이와의 일화가 있는 곳으로 그가 갑신정변을 실패로 마치고는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하는군요.
청풍과 명월이라.....
청풍명월 선배님의 닉이 괜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군요.
여름에는 정말 시원하겠습니다.
그림 같네요.
아궁이도 있고....
여름에는 정말 시원하겠습니다.
이게 명월암이라는 바위.
그리고 명월암 각자.
................
이제 가시죠.
청풍정 입구.
대청호와 백토산.
장어 낚시꾼,
지금은 안 잡힌다네요.
오늘은 여기서 둘레길을 마치고 부근에 있는 유성柔成 갈빗집으로 옮겨 뒤풀이를 하는데 오리백숙이 보통이 아니군요.
토방까지 안 간 이유를 알겠습니다.
다음 구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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