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간을 마무리 할 시점도 다가오는데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보니 그 날짜가 2009. 9. 12.과 13일 양일간으로 잡혀졌다.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친목단체인 '7080다모아'의 회원들이 기꺼이 우정산행을 요청해 모두들의 일정을 고려하여 잡힌 날짜였다.
그러다보니 자투리로 남아 있는 닭목재∼대관령, 2009. 9. 6. 대형 알바로 포기하여야만 하였던 구룡룡∼조침령 구간을 어떻게 해서든지 마무리 하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일정을 감안하여 피하고 싶던 야간 산행까지 감안해야 책무를 안고 하는 수없이 또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2009. 9. 9. 대관령에 차를 대고 닭목재까지는 택시(30,000원)로 이동한다.
택시로 이동하는 동안 고랭지 채소밭을 계속 볼 수 있었고 그 고랭지 배추 등으로 농민들은 큰돈을 벌수가 있는데 흉작이 될 때에는 몇 억 원씩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한 큰돈을 벌더라도 겨울철에는 도박이나 사치로 그 돈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이 고랭지 채소밭의 비료 살포로 수질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말과 산림 훼손 및 토사 유실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기사님도 수긍을 하신다.
내가 대간을 하면서 대단위 고랭지 채소밭을 본 것이 태백 매봉산, 큰재 못미처에 있는 광동이주단지, 신풍령 지나 소사마을에 있는 단지 등으로 기억을 한다.
2009. 9. 9. 19:17 닭목령에 도착한다.
이제 날씨는 완전히 어두워져 시작부터 헤드랜턴을 착용한다.
19:20
산행을 시작한다.
나무에 붙인 자유인 팀들의 표지를 본다.
고랭지 채소밭의 왼쪽을 돌아 산으로 붙는다.
그러나 그 길도 이내 채소류의 출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도로와 만나고 만다.
돌계단을 오르고 산사랑방님과 인사를 나누면 또다시 도로이다.
짙은 안개로 몇 미터 앞을 식별하기는 힘들어도 야간 산행의 그런 불편은 이미 각오한지라 표지띠를 보고 눈에는 보이는 불빛을 촬영을 하여보지만 예상했던 대로 렌즈에 들어오는 것과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길은 넓다 못해 차도로 오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그 토양의 유실을 방지하느라 만든 나무 계단도 그만큼 큰 나무로 만들어야 한다.
아래쪽으로는 목장이 있다고 하는데 이 밤중에 그것이 보일 리 만무하다.
20:01
산중 도덕에 관한 플랭카드를 본다.
산객들에게는 아주 기초적인 것이지만 그런 기본이 산행 예절을 만들고 산불을 방지하는 것일 게다.
벌써 2.3km를 진행했고 이제 왕산 제1쉼터도 1.1km 남았다.
걷는 게 아니라 뛰어가고 싶을 정도로 길은 널찍하게 나 있다.
소나무도 곧게 서 있고 조림 사업을 하는 듯한 곳도 지난다.
길은 계속 이렇다.
20:16
'산불을 이겨 낸 낙락장송' 안내판이 있는 쉼터를 지난다.
이렇게 대관령을 가는 마루금에는 의자가 잘 놓여 있어 산객들이 잠시 땀을 닦고 쉬어가도록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3분만 지나더라도 평평한 곳이 있으면 이렇게 나무의자가 놓여 있는 것이다.
왕산 제1쉼터다.
20:39
또 나무 의자가 있는 쉼터를 지난다.
20:45
이런 바위덩어리를 지나도 또 쉼터다.
20:52
왕산 제2쉼터다.
이제 고루포기산도 멀지 않았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35 철탑을 지나는데 대간길에 전봇대까지 있는 것이 영 낯설다.
쉼터를 지나고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철탑을 또 지난다.
21:20
삼각점이 있는 고루포기산(1238m)에 도착한다.
가지가 탐스럽고 소복하게 많이 퍼진 어린 소나무인 다복솔이 많다고 하여 '고루포기'라 칭하였다고 하는데 고루포기와 다복솔이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전문위원인 김운우 선생의 "산 아래 있는 소은백이(所隱栢伊)골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즉 소(所)의 훈을 '곳'으로 보고 '곶은백이산'에서 고른포기산-골포기산-고루포기산으로 변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정상에는 고루포기산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북동쪽으로는 능경봉(1123.1m) 그 왼쪽 뒤쪽으로는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마루금이, 남쪽으로는 옥녀봉(1146m)을 향해 뻗어나간 지능선, 서남쪽으로는 발왕산(1458m)이 웅장하게 보인다고 하던데 지금은 아쉽게도 밤이다.
결국 이 대간 마루금을 중심으로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이 구분되는 것이다.
더 이상 조망할 것도 없어 21:23 길을 내려선다.
이 일대는 꽃이 지천이라는데 그것들도 역시 볼 수 없다.
철탑공사를 위하여 길이 이렇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마루금은 그것과는 다르다.
21:30
이제 500m 왔다는 이정표다.
오목골로 내려서는 삼거리이기도 한 이곳으로 가면 양떼목장으로 가는 계곡이다.
21:42
'횡계눈마을산악회'에서 '대관령전망대'라 이름 붙인 곳에 다다른다.
전망대에 올라 강릉시내의 야경을 바라본다.
이곳에서는 하얀 팔랑개비가 늘어선 대관령과 선자령 일대가 눈에 들어오며 동해 바다의 푸른 물도 눈에 들어 올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일 것이나 아쉽게도 지금은 밤이다.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오른쪽으로 난 가파른 경사를 내려간다.
오늘은 밤인 관계로 평탄한 길이기는 하지만 무리한 운행을 하지 않으려 운행 속도를 많이 늦추고 있다.
5분여 운행을 하자 나무의자가 있는 쉼터이다.
왕산골이 왼쪽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정작 강릉시 왕산리는 동쪽임에 비추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 왕산골 삼거리를 지나 표지띠를 보고 운행을 계속한다.
22:17
쉼터가 있는 샘터에 도착한다.
샘터를 찾아보았으나 어디 있는지를 찾지 못해 그냥 운행을 계속한다.
이곳에는 친절하게 등산에 대한 정의까지 적힌 플랭카드가 보인다.
22:23
횡계치에 도착한다.
서쪽의 왕산골로 이어지는 이 고개 밑으로 2002년 개통된 영동고속도로 터널이 지난다.
능경봉도 1.9km 밖에 남지 않았다.
가지런히 깔린 돌길을 오른다.
23:11
등산로 왼쪽에 자리한 둥근 돌탑은 "험한 산길을 지나던 우리 선조들이 길에 흩어진 돌들을 줍고 쌓아 길도 닦고, 자연스럽게 돌탑도 쌓아 여행길의 안녕과 복을 빌며 마음으로 큰 위안을 받던 풍습을 되살리기 위하여 백두대간 상에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돌을 하나 주워 올려놓고 이정표 방향대로 움직인다.
23:21
이내 아담한 정상석과 등산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는 능경봉(1123.2m)이다.
맑은 날이면 울릉도가 보인다는 좁은 터의 정상부에서 강릉시내를 바라본다.
아래로 내려서면 바로 삼각형 바닥의 헬기장이다.
약 5분을 내려가면 나무의자가 있는 쉼터다.
돌길을 지나 숲을 지나다 보면 또 나무 의자가 있다.
23:47
산림감시초소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제 대관령도 0.7km 남았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고려 말 우왕이 쫓겨 온 곳이라는 제왕산(840.7km)이 있다.
공민왕이 신돈의 시녀 반야로부터 얻은 아들인 우왕은 공민왕이 세상을 뜨자 10세의 나이로 즉위를 했다 결국은 이성계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우왕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강릉시의 왕산면이나 왕산골은 이 폐왕(廢王)이 살았던 곳이라 하여 왕산(王山)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인풍비(氤風碑) 앞에는 용천수가 물을 뿜고 있는데 강릉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들어준다는 영험함이 전한다고 한다.
오른쪽에 나 있는 숲길로 들어선다.
표지띠는 거의 없지만 의심할 필요 없이 운행을 한다.
24:00
정확하게 자정에 1975. 10. 1. 고속도로준공기념비 앞에 내려선다.
새벽산행도 아닌 야간 산행을 부득이하게 감행하여 4시간 40분이나 걸린 산행이었으나 낮에 운행을 한다면 3시간 30분도 가능할 정도의 부드러운 산길이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오고 싶은 곳이다.
오늘 운행 거리 : 12.95km
오늘 소요 시간 : 4시간 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