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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산

장어를 먹자는 말에....

장어를 먹자는 말에.....

맹추위가 발목을 붙듭니다.

토요일 새벽부터 넷플릭스에 빠져 마이클 스코필드와 링컨 버로우스와 함께 놉니다.

친구 녀석도 휴일 하루가 무료했던지 전화가 옵니다.

장어 먹으러 오랍니다.

 

마침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Prison Break를 보면서 두부에 김치를 놓고 막걸리를 먹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니 그러면 내일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군요.

의정부의 소문난 장어집인 강남장어强男鰻 집이 이사를 간 후로는 의정부에서 장어를 먹은 기억이 없군요.

곧 식도락가인 친구가 새로운 맛집을 개척했다는 얘기렸다!

일단 오후 2시까지 도착하겠다고 답을 줍니다.

그러면 루트를 어떻게 잡을까요?

물론 걸어가야겠죠.

 

중랑지맥을 이용할까?

용마산으로 올라 망우리 고개를 거쳐 구릉산으로 올라 불암산 ~ 덕릉고개까지 진행하면 어떨까?

거리야 20km가 채 되지 않지만 시간은?

한나절이 다 걸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지도를 펴보니 서울 둘레길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둘레길을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용마산에서 2구간에 접속한 다음 양원역 ~ 화랑대역까지 가서는 1구간 화랑대역~ 당고개역 ~ 도봉산역에 이르는 루트입니다.

집에서 용마산까지는 1.5km 정도, 용마산 정상에서 화랑대역까지는 10km, 화랑대에서 도봉산역까지는 우회코스를 이용하면 14.6km....

그러면 26km 정도가 되는데 7시간으로는 부족할 것 같군요.

아무래도 노원역이나 수락산역 정도에서 탈출을 하여야 할 것 같군요.

목적산행이 아니니 그냥 가는 데까지 가기로 합니다.

07:14

07시가 넘으면 랜턴은 필요없겠고....

오늘 일출이 07:48분이니 쉬지 않고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집을 나섭니다.

 

용마산역을 지나,

용마폭포공원에 들어서서 중랑둘레길에 접속을 합니다.

아무래도 중랑구의 진산은 이 용마산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등급  대삼각본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수도 서울의 동쪽 울타리인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중랑구라는 이름은 한강의 지류인 중랑천에서 가지고 온 말인데 이 중랑은 중량교中梁橋를 중랑교中浪橋로잘못서 생긴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발원지는 양주시청 뒤에 있는 불국산으로 보는 설도 있으나 우리같이 산줄기를 보는 사람들은 한북정맥의 민락터널 부근의 중랑지맥 갈림길 서쪽 부근의 낙양동으로 봅니다.

어쨌든 부용천이 중랑천의 지류이고 긴쪽을 시원으로 보니 여기서 만큼은 산줄기≠ 물줄기가 되겠군요.

한편 용마산龍馬山은 어디서 온 말인가요?

 

보통은 이럴 때 전설이 하나쯤은 거론되기 마련인데 불행히도 이 용마산에는 그런 설화가 나오지 않는군요.

이 용마산은 어원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즉 예전 풍수지리설에서는 龍은 곧 山이었습니다.

그리고 馬는 高, 頭이었으니 용마산은 그저 주위의 여느 산에 비해 ‘높은 산’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원래 산을 중시하는 ‘산의 나라’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중랑둘레길을 따라 오르면 용마산 정상으로 오르게 됩니다.

물론 올라가는 도중에 좌측으로는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좌측 북악산에서 문수봉을 지나 삼각산 정상부인 백운대도 관찰할 수 있으니 이 용마산을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중랑구민은 복받은 구민입니다.

정상에 오르니 막 일출이 시작됐습니다.

좌측 예봉산, 예빈산 그리고 우측으로 한강을 건너 검단산 우측 두리봉 위로 오늘의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군요.

공교롭게도 그 두리봉 바로 우측 봉우리가 이곳과 같은 이름의 용마산595.5m이로군요.

신산경표에서는 저 능선을 검단지맥이라고 하는데 한남정맥의 법화산 부근에서 가지 친 저 능선의 원줄기는 탄천을 끼고 있는 그것이라 당연히 탄천과 한강의 합수점으로 가야하니 남한산성의 연주봉옹성에서 좌틀하여 천마산141.4m 방향으로 진행을 하여야 하니 저 줄기는 기껏해야 산곡단맥 정도로나 불려야 할 것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서두릅니다.

정상을 찍고....

여기서 중랑지맥에 접속합니다.

우측으로 가면 아차산,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20년만의 추위에 한강이 드디어 얼었군요.

육안으로도 확실하게 얼었습니다.

깔딱고개를 내려와 지맥 갈림길에 섭니다.

직진하면 망우봉으로 진행하는 중랑지맥길이지만 좌측은 지맥길을 버리고 온전하게 들레길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만큼 편한 길이라는 얘기죠.

늘 지맥길로만 다녔으니 오늘은 둘레길을 걷는 길이기도 하니 좌측으로 듭니다.

정말 춥군요.

손가락을직여야 하니 손이 무척 시렵습니다.

계용묵이니 박인환 등 알만한 분들의 묘지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보면 걷습니다.

이런 길을 널널하게 걸으니,

다시 지맥길을 만나 내려가니,

공원관리사무소를 지나,

육교로 망우리고개를 넘고....

그러고는  바로 지맥길과 헤어집니다.

정자 뒤로 진행하는 길은 중랑지맥길이고 좌측 야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바로 서울둘레길입니다.

그런데 원래 처음 둘레길이 개통되었을 때는 이 구간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즉 이 '가'의 곳에서 루트 B를 타지 않고 좌틀하여 도로를 따라 루트 'A'로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쪽으로는 그 길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고....

그 길은 위 지도 '나'의 곳에서 다시 합류하기는 합니다.

캠핑장도 있는 작은 가족공원입니다.

공원을 빠져나와 양원역을 지납니다.

양원역 철로를 지하터널로 건너,

양원구역 신도시 신축공사장을 지나면,

신내차량기지를 지나면서,

신내역을 지납니다.

중랑구가 자랑하는 서울의료원이 높게 서 있고.....

이 부근에 소방서니, 구청이니 관공서들이 다 몰려 있으니 이곳이 중랑구의 심장부가 될 것 군요.

묵동천변으로 내려옵니다.

맑은 묵동천에는 청둥오리와 해오라기가 살고 있고...

그리고 그들의 먹잇감인 피라미들도 많이 살고 있군요.

둘레길은 이렇게 모르던 살아 있는 서울의 모습을 두루 살펴보면서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 같습니다.

09:45

그러고는 화랑대역으로 나옵니다.

약11km 정도를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왔군요.

이 화랑대역이 1구간이 끝나는 곳이자 2구간의 시작점입니다.

도봉산역까지는 우회구간 4.3km를 빼더라도 14.3km에 6시간 30분이 걸린다는군요.

그러면 오후 5시나 되어야 도착한다는 계산......

음.....

적당한 곳에서 탈출을 해야겠군요.

원자력병원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공릉산 백세문이라는 현판이 있는 곳을 지납니다.

이 루트는서울여자대학교 뒷동산길이군요.

좌측으로 군부대 철조망을 따르고.....

102.4봉을 지나 불암산으로 오르는 등로를 버리고 오리지널 둘레길로 빠집니다.

예전 중계동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광석리를 지나....

염치없이 산이름을 빌려 사용하였음에도 대업을 이루셨군요.

불암산 명예산주라...

그러면 저도 나라안의 태화산의 명예산주로 기록해도 괜찮겠군요.

불암산으로 오르는 길을 모조리 다 지나치는 것 같군요.

둘레길은 동네주민들의 산책길을 이어놓은 듯.....

여기서 직진하면 1구간 둘레길을 우회하는 코스로 4.2km를 더 걷게 되는데....

시간 문제로 저는 좌틀하여,

당고개역 방향으로 빠집니다.

정면으로 중랑지맥의 도솔봉을 보고....

그 뒤로 수락산도 살짝 고개를 내밀었군요.

11:34

당고개역을 지나,

1구간 우회길과 다시 만납니다.

사실 산길이 걷기 더 편한데.....

그래도 수락산 자락을 걷다보니 이렇게 삼각산 능선을 볼 수도 있군요.

역시 저 같은 사람은 산길을 걸어야 제 맛을 느낍니다.

12:18

은곡초등학교 방향으로 탈출합니다.

노원역으로 가서 잽싸게 열차에 오르는데....

아뿔싸 ..... 잘못 탔군요.

당고개행 열차를 탔습니다.  

세상에 산에서는 알바를 안 하는데 정신을 놓고 있다가 잘못 열차를 탔군요.

다시 창동역으로 돌아가서 오는 1호선 열차를 타고 기다리고 있는 친구 부부와 예약해 둔 장어집으로 갑니다.

그러고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용하게 한 잔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