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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산

내장산에서 지리의 반야와 천왕을 보았다!

16살 난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녀석 4명이 모의를 합니다.

재미없는 만리포 임해훈련을 가느니 그들끼리 산으로 가서 산행도 하고 야영도 하고....

그러고는 근처 바다로 가서는 해수욕도 즐기자고.

의기투합한 것입니다.

그래서 선택된 산이 그 중 한 녀석의 고향이 있는 정읍의 내장산이고 바다는 거기서 멀지 않은 변산해수욕장이었습니다.

방학이 되자 녀석들은 내장산 한 계곡에 텐트를 쳐놓고는 정상에도 올라가 '야호' 소리도 외쳐보고 그러다 비오는 텐트 안에 갖혀 이틀이라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변산으로 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불어선생님과 세계사 선생님을 만나는 바람에 저간의 일탈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날 밤 사모님으로부터 받았던 환대는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린 날의 추억이었습니다.

그러고는 호남정맥을 할 때 이외에 몇 차례 들르기는 했지만 내장산이 주는 특별한 맛은 없었습니다.

그저 단풍놀이 하는 유원지라는 생각 정도?

 

올해는 태풍의 여파 때문인지 단풍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말라비틀어지는 낙엽만 볼 뿐....

이브 몽땅의 고엽이나 들을까?

그런데 가을이 오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소환하면 되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누구를 불러야 하나요?

이문세나 조동진도 아니고....

 

내장산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단풍을 구걸하러 가볼까?

그런데 내장산도 무박으로 가나?

글쎄요.

그 무박 산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신사역에서 23:50에 출발하는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기 위하여 집을 나섭니다.

내장산은 1, 2호차 두 대로 운용이 되는군요.

03:17

서래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장비를 갖추고, 

지도 #1

03:20

준비된 선수부터 입장합니다.

성질 급한 대원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갑니다.

나무 계단으로 잘 정비된 등로입니다.

쌀쌀한 날씨로 입었던 자켓을 벗고는 멀티프를 귀밑까지 끌어올립니다.

04:01

되도록이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으려해도 벌써 지도 #1의 '가'의 곳 서래봉 삼거리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워낙 널널해 되도록이면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껏 즐기려 했는데 아직은 사위가 어두우니....

좌틀하여 공포의 서래봉 철계단을 오릅니다.

04:07

30계단 정도의 철계단 세 개를 오르면 바위 좌측으로 다시 내려가고...

04:10

그러고는 다시 바위를 우회에 철계단 세 개를 다시 올라,

백련암 삼거리를 지나고는,

04:16

서래봉 정상에 오릅니다.

야경!

지난 번 태풍 올라올 때 산우들과 함께 했던 삼각(북한)산 야등 생각이 떠오르는군요.

주변 봉우리들을 둘러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에는...

안타깝습니다.

마음 속으로만 그리는 수밖에....

왼쪽 아래 백련암.

우측 내장사....

안내도와 안내글을 봅니다.

그런데 안내글에...

네!

뭐라고요?

이 서래봉이 농기구 써레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요?

무슨 이렇게 무지막지한 말씀을 하시는 건지....

수리봉 소고(小考)

 

. 이 수리봉이 지난 번 백수리봉의 수리봉과 같은 뜻인가?”

수리봉하면 그 뜻이 무엇인가? 백수리봉을 지나면서 수리봉이란 그 주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뜻이라 했고 그 말의 어원은 고구려 말에서 왔다고 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수리'란 말은 우리나라 곳곳의 땅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산 이름을 보면 산림청에 등록된 이름 중 랭킹 1위가 국사봉이고 2위가 바로 이 수리봉인 것이다. '높은 곳', '맨 꼭대기'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 것이다.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를 보면 이 수리봉이 한자로 '守理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지나친 억지임을 알 수 있다. 이 예로 단옷날(端午)의 순 우리말이 수릿날인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즉 추석이 달의 축제였다면 단오는 태양의 축제인 바, 태양이 높은 하늘의 한가운데 떠 있는 날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수리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정수리가 된다. 맨 위에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어원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이 녀석이 높은 곳을 날아다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봉우리'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이것도 산봉수리에서 ''이 탈락하여 산봉우리가 된 것이다. 이 말의 파생어가 '사라', '서리' '수레' '수락' '싸리'등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서울에 있는 수락산도 결국 이와 같은 의미의 높은 산이라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맥을 할 때 많이 나오는 지명이 있다. 바로 '수레너미'고개라는 곳이다. '싸리재'도 마찬가지다. 수레가 지나갈 만한 크기의 고개라거나 싸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이런 고개들은 우리 옛 선조들이 보기에는 그저 '높은 고개'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걸 지역마다 달리 부른 것이고 그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음운변화가 일어나서 변형이 된 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298쪽

 

 

봉우리 두 개를 넘어 도착하는 만월봉1280.4m에서 삼각점(연곡434)을 확인하고 큰 등산안내도도 본다. 인상적인 주목 한 그루를 보고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면 1등급 대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응복산1360.0m이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174개의 1등급삼각점 중 이게 그 하나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중에는 鷹伏山의 응이 매자여서 매복산으로 표기된 것도 있다. 매가 웅크린 형상이란 말인가?

 

이미 수리높은 곳또는 맨 꼭대기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이고 여기서 파생된 말이 사라’, ‘사리’, ‘’, ‘’, ‘시루’, ‘’, ‘싸리’, ‘수락등 여러 가지 형태라는 건 이미 봤다. 당연히 높은 곳을 나는 새() ‘수리독수리도 여기서 나온 이름임은 자명하다. 그러니 이 수리를 한자로 표현하면서 취()자를 쓰는 건 사실 시간 문제였다. 영취산(靈鷲山), 취성산(鷲城山)이 그 가장 비근한 예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이다. 그리고 그 매의 한자인 응()이 응봉(鷹峰)이 된다거나 매봉이 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니 이런 이름의 산을 볼 때에는 주위 산보다 높은 곳을 일컬음이니 비약하여 수리 모양’, ‘매가 많이 사는 곳등의 얼토당토않은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응복산도 응봉산의 잘못된 표기이리라.

같은 취지로 위의 매복산도 매봉산 혹은 매봉의 오기이다.

 

- 졸저 전게서 465쪽

 

좀 알고 씁시다.

앞에 올라온 세 분은 이미 내려갔고 제 뒤를 따라 세 분이 더 올라오시는군요.

휘황찬란한 불빛을 보면서 내려갑니다.

04:31

다시 서래봉 삼거리입니다.

천천히 갔다오는데 30분 거렸군요.

낮이었으면 조금 더 걸렸었겠지요.

조망을 하느라....

국립공원이니 길은 잘 나 있고.....

자잘한 봉우리를 서너 개 지나니,

04:54

조망이 좋은 533.1봉 바로 앞을 지납니다.

공단에서는 이곳을 불출봉이라고 표기해 놓았군요.

그러면서 불출운하라고도 한다고 하는데...

그럴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佛出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듯 부처님과 관련된 어떤 설화에서 비롯된 이름 같습니다.

내장사와 백양사가 있으니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는 좌틀하면 원적암을 거쳐 내장사로 내려가는 길 혹은 바로  백련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할 수도 있겠습니다.

직진합니다.

아쉬운 것은 좌우 측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없다는 것....

05:07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 622.2봉이 불출봉으로 표기되어 있죠.

05:20

계단을 몇 개 오르내리다....

05:29

망해봉으로 올라섭니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역시 이 시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걷는 데에만 의의를 두고 그냥 걷기로 합니다.

05:50

이번엔 연지봉.

4번째 봉우리이건만 아직도 아무 것 볼 수 없습니다.

06:16

이번엔 까치봉.

뭐라고요?

바위 형상이 까치가 날개를 편 형상이어서 그렇다고요?

다른 새도 아니고 까치라?

오히려 우리말 '갓'의 가장자리에서 온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장산의 가장 바깥에 있는 봉우리라고 보았다는 얘기죠.

이 까치봉에서는 내장사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 있고....

아!

붉은 기운이 돕니다.

그런데 좌측 신선봉 너머 우측에 봉긋 솟은 봉우리는 어디인가요?

그 우측의 가장 붉게 물든 곳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다음 봉우리로 자리를 옮겨 보기로 합니다.

06:38

돌아서서 좌측 까치봉을 봅니다.

몇몇 사람들이 까치봉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군요.

진행방향 바로 우측 아래는 호남정맥이 갈리는 곳이고....

좌측 연자봉 우측 신선봉 뒤로....

서래봉과 우측 내장저수지 뒤 정읍 시가지는 이미 훤해졌는데.....

그리고 뒤로 호남정맥 줄기와 정면의 입암봉의 영산북지맥도 드디어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멀리 방장산이 보이는군요.

음...

앞줄이 호남정맥 길이고....

좌측의 백암산(상왕봉)과 그 뒤의 사자봉까지......

아!

그런데....

말문이 막힙니다.

장군봉 바로 뒤 볼록 솟은 봉우리가...

바로 반야입니다.

지리의 반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정말로 꿈도 못 꾸었는데 여기서 지리로 일출을 볼 수 있다니!

이런 행운이...

그렇다면 그 좌측이!

그렇군요.

천왕봉과 그의 호위무사인 우측의 제석봉과 좌측의 중봉.

그러니 그 옆이 소년대와 영랑대....

그러면 반야 우측의 곧 해가 솟아오를 곳이 바로 노고단!

우측으로 ....

와우!

신선봉 우측으로 무등산이 환하게 보이는군요.

노고단에서 해가 솟습니다.

이 감격!!!!

내장산에서 지리를 만나다니!

옆에서 연신 사진을 찍은 분에게 이 감격을 같이 나눠드립니다. 

사진 #2

07:16

거의 40분을 일출 감상하는데 할애했군요.

신선봉으로 향합니다.

내려가는 길에 지도 #1의 '나' 즉 소등군재 이정표 3거리가 있는 곳에서 호남정맥을 만납니다.

여기서 우틀해도 되련만 그래도 내장산에 왔으니 최고봉인 신선봉은 가야알 터.

편도 1.2km 거리를 다녀오기로 합니다.

신선봉 가는 길.

헬기장을 지나,

아!

무등산!

아까보다 더 확실하게 무등산이 보입니다.

07:40

그러고는 신선봉에서,

2등급삼각점(담양 22)도 확인하고....

연자봉도 다녀올까 생각했지만 너무 나가는 거 같아 다시 빽하기로 합니다.

신선이 내려와 선유하였으나 봉우리가 너무 높아...

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서래봉 뒤를 보니....

우측에 고당산.

그리고 중앙 맨 뒤가 전주의 모악산.

참으로 대단한 날입니다.

불출봉과 망해봉을 보고 좌측의 연지봉까지....

쪽팔리게 불륜관계에 있는 사람 사진까지 찍어주고....

다시 되돌아 나갑니다.

삼거리에서 좌틀하여 호남정맥을 이어갑니다.

오늘 처음 써보는 오스모 포켓.

양호하군요.

그런데 가방에 제대로 거는 방법을 몰라...

다시 가지고 가서 물어봐야겠습니다.

08:55

아뿔사!

알바입니다.

오스모 포켓에 신경을 쓰다보니 그저 이정표와 길만 따른 결과입니다.

물론 저는 오늘 마루금 산행을 하는 게 아니니 알바고 자시고 할 게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산줄기파가 쪽팔리게...

할 수 있습니까?

일단 순창새재로 가서 영산북지맥 갈림길 답사여부를 파악하는 수밖에....

말라비틀어진 단풍.

색깔도 영 그렇습니다.

이게 단풍?

그냥 낙엽이 더 보기 좋습니다. 

길.

김민기를 듣습니다.

그러고는 구르몽을 떠올립니다.

가을은...

그것도 늦가을은 과연 사색의 계절인가 봅니다.

09:12

순창새재입니다.

그냥 갈까 생각하지만 영산북지맥이 머리를 잡아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우틀합니다.

09:18

그러고는 영산북지맥 갈림길에 섭니다.

눈에 익은 표지띠들.

잘들 계시죠?

그중에서도 '부뜰이와 천왕봉' 표지띠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저에게 괜히 미안한 감정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런 거 없으시죠?

그런데 신산경표에서는 영산기맥이라고 부르는데 웬 '영산북지맥'?

더욱이 기맥도 아니고 지맥!

신산경표와 대한산경표가 산줄기를 보는 관점이 틀려서 그런 겁니다.

대한산경표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산줄기를 분류하고 지맥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게 되죠.

그 세 가지 원칙에도 우선 순위가 있는 것이죠.

합수점형 〉울타리형 〉산줄기형.

즉 산줄기 중에서 지맥이 되기 위해서는 그 첫째가 합수점 원칙에 맞아야 하고, 그 다음이 합수점이되 원 물줄기가 아닌 다른 물줄기와의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이른바 '물줄기형'에 해당되어야 하고 이도저도 아닌 바다나 강 그리고 호수 드으로 가는 경우에는 '산줄기형'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신산경표와는 많은 곳에서 상위한 점이 발견됩니다.

이 영산북지맥의 경우에는 영산강이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물인 서해 바다와 만나는 곳에서 이 산줄기가 맥을 다하기 때문에 신산경표나 대한산경표나 보는 관점이 같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맥을 살펴보면 두 산경표의 관점이 다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한산경표에서는 기맥이라는 '계급'을 포기하였습니다.

그러니 영산지맥이라고 불러도 될 것을 하필이면 무슨 이유로 '북'이라는 낱말을 붙였을까요?

분명 영산강과 관련하여 어떤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한 번 볼까요? 

신산경표의 영산기맥이나 대한산경표의 영산북지맥의 운행 방향은 똑같습니다.

함수점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산경표에서는 호남정맥의 삼계봉에서 분기하는 산줄기가 물줄기와는 무관하게 해남의 땅끝마을로 가게끔 그은 다음에 이를 땅끝기맥이라 이름하였고 이를 그 동네 이름을 따서 땅끝기맥이라 명명하였습니다.

그럴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산줄기의 기본 원칙인 합수점에서 맥을 다 한다는 '산자분수령'의 기본원리를 신산경표 스스로 무시하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에 오인이 있었다는 얘기죠.

모름지기 산줄기는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고로 '1 물줄기 : 1 산줄기'는 대원칙입니다.

살펴봅니다. 

위 참고도에서 보듯 호남정맥의 이 삼계봉에서 가지를 치는 산줄기는 땅끝으로 가기 전 벌뫼산 부근에서 우틀하여 영산강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이른바 울타리형입니다.

그 다음 줄기는 모두 합수점형이나 울타리형이 아닌 그저 산줄기형이므로 '긴 게 장땡' 즉 긴 게 대장입니다.

그러니 '별뫼산 ~ 땅끝'까지 가는 산줄기는 그 지방의 이름을 따 해남지맥이 되며,

화원반도로 가는 줄기는 그대로 화원지맥,

선은면을 통과하는 지맥은 그대로 선은지맥으로 불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줄기는 삼게봉 + 벌뫼산 + 흑석지맥으로 진행을 하여 도상거리 98.4km로 정리를 하게 됩니다.

그런 고로 그 줄기의 이름은 영산강 남쪽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영산남지맥으로 부르게 됩니다.

이 영산남지맥 때문에 조금 전 영산지맥을 그대로 부르지 못하고 영산북지맥으로 부르게 된 이유입니다.

 

참고로 삼계봉이라는 봉우리 이름도 사실 신산경표의 박성태 선생님께서 임의로 작명하신 그것입니다.

즉 그 봉우리에서 세 개의 산줄기가 나뉘는 봉우리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三界峰인 것이죠.

이 곳 뿐만 아니라 한강지맥의 섬강지맥이 갈리는 곳도 같은 이름의 봉우리가 있는데 이도 같은 취지이고 당연히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서는 볼 수 없는 지명인 것이죠.

그 영산북지맥이 갈리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는 얘기고 이 봉우리도 이름이 없는 봉우리이니 굳이 박선생님 같이 이름을 붙이자면 삼계봉 즉 이 호남정맥에서 영산북지맥이 가지를 치는 봉우리라는 얘기죠.

호남정맥 길.

다시 원위치하여 오늘 길을 이어갑니다.

09:40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날씨도 워낙 좋고....

09:51

태초에 길이 없었다.

내가 걸어가고...

그 길을 뒷사람이 따라 걸어오니 길이 되었다.

단풍과 무관하게 그저 걷고만 싶은 길.

10:10

구암사 가는 길을 지나고,

우측으로 살짝 들어가니 상왕봉이라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따를 때 명백하게 백암산白巖山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생각건대 백암산은 예전부터 불리던 이름입니다.

분석해 보면 白 + 巖일 겁니다.

예로부터 白은 굳이 육당 최남선의 '불함문화론'을 거들먹거리지 않더라도 神, 天, 光明 등의 의미를 가졌으니 이 뜻이 산으로 오면 산악숭배사상과 연결이 됩니다.

그러니 백두산이 산의 정상이 늘 눈으로 덮여 있어 하얀산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의미를 가진 산에 존경과 대장의 의미를 가진 頭가 붙여져 생긴 이름이라보는 게 맞습니다.

마찬가지로 백암산이라고 하면 이런 산의 바위가 있음을 특별하게 붙여 만든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상왕봉은 어떤 이름일까요?

상황봉은 象王峰이라 쓸 겁니다.

오대산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봉우리가 있죠?

눈치 채셨죠?

불교지명설입니다.

마천이나 거림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영신봉보다는 시루봉甑峰1703.1m(촛대봉으로 지금의 시루봉1578m이 아님)을 제1봉으로 부르고, 제석봉을 제2봉인 중봉으로 불렀다.

이 촛대봉은 이름도 여러 가지이다. 김종직과 하달홍은 이 촛대봉을 중봉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는데 특히 김종직은 증봉甑峰이라고 불렀으며, 남효온은 계족봉鷄足峰, 송병선은 촉봉燭峰 그 외 시루봉, 수리봉, 취봉鷲峰 등 여러 가지 이름들인데 유몽인의 경우 사자봉으로 불렀다.

 

45일 갑술일. -중략- 길가에 지붕처럼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 것을 보고서 일제히 달려 올라갔다. 이 봉우리가 바로 사자봉(獅子峯)이다. 전날 아래서 바라볼 때 우뚝 솟아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 봉우리가 아닐까? 아래를 내려다보니 평지는 없고 온통 산비탈뿐이었다. 참으로 천왕봉에 버금가는 장관이었다. 이 봉우리를 거쳐 내려가니 무릎 정도 높이의 솜대綿竹가 언덕에 가득 널려 있었다. 이를 깔고 앉아 쉬니, 털방석을 대신할 수 있었다.

 

"사자 한 마리 안 사는 우리나라에 웬 사자봉?"이라는 의문이 생긴다. 도솔산인 이영규는 이에 대해 이 역시 불교식 이름으로 문수보살은 사자를 타고,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탔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라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인다. 그런데 촛대봉은 뭐고 증봉, 시루봉은 뭔가? 생긴 게 그렇게 생겨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제12구간을 지나면서 살펴봤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447쪽

 

여기서는 맞은 편에 있는 사자봉에 대응하는 이름일 것입니다.

바로 저 봉우리입니다.

몽계안부 건너편에 보이죠.

조망이 좋은 이 봉우리에서 주위를 볼까요?

좌측이 사자봉722.4m에서 늘어진 가마봉667.4m 그 가운데 새재골 넘어 .

앞의 중앙 계곡이 몽계계곡길.

한 줄 건너 맨 뒷봉우리리 우측이 방장산.

방장산 앞 라인 봉긋 솟은 641.9봉울 넘으면 이 영산북지맥이 노령산맥으로 불리게 된 단초를 제공한 노령이 있을 겁니다.

고토 분지로는 이 줄기 방향으로 산맥이 지나고 그 중심에 蘆嶺이 있다고 보아 노령산맥이라 이름지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산맥 개념과 산줄기 개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니 우리는 노령산맥이 이런 선의 개념이라는 것에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앞 줄기 좌측이 시루봉 그 우측이 갓바위.

중앙이 입암산654.3m.

중앙 연지봉 그 우측이 까치봉.

중앙 사자봉.

좌측 670.5봉, 우측 가마봉.....

이 상왕봉에서 보현보살의 가피력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 문수보살의 가피력을 받으러 사자봉으로 가 볼까요. 

봉 바로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능선을 마지막으로 5분 정도 머무르다 가방을 상왕봉에 놔두고 빈몸으로 내려갑니다.

10:23

몽계안부를 지납니다.

안부에는 남창계곡센터로 올라온 분들이나 운문암 쪽에서 올라온 분들로 북적입니다.

돌계단을 올라,

10:30

사자봉으로 올라섭니다.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청류암 방향으로 진행을 하여 백양사 주차장으로 갈 수 있습니다.

산죽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봐야겠습니다.

아!

장성호.

야구선수죠.

신일고등학교 졸업하고 ...

엘지로 왔어야 했는데 그 스카우터들 때문에 결국 기아로 갔고....

여하튼 호수 우측의 월봉산.

장성호 좌측 사진의 우측이 가인봉678.4m.

그 뒷줄이 추월산 밀재 바로 전 444.5봉에서 분기한 황룡지맥으로 지맥 중앙 뾰족봉이 주봉인 병풍산687m.

좌측 맨 뒤가 무등산.

뒷 줄 우측이 방장산.

그 앞 뾰족봉이 아까본 641.9봉.

그 라인이 바로 영산북지맥.

중앙 뒷줄 좌측이 가마봉 그 우측이 갓바위.

영산북지맥 소속입니다.

입암산과 그 우측 푹 파인 데가 장성갈재.

그 뒤가 좌측은 입암면 우측은 정읍시.

상왕봉.

다시 돌아가야죠.

안부를 지나,

10:56

다시 상왕봉으로 돌아와 전라북도 순창군과 전라남도 장성군의 도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왕복 1.4km를 약 40분 걸려 다녀왔습니다.

11:13

백학산 가는 길에 시원스런 소나무 일명 백학송이 있는 쉼터에서 주변을 조망합니다.

황룡맥의 병풍산.

그리고 맨 뒤 무등산.

가인봉.

그 앞봉우리를 도지봉이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이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의 표기와는 또 다릅니다.

우측 끝.

사자봉.

11:23

헬기장이 있는 곳.

바로 그 뒤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군요.

그런데 이곳이 바로 호남정맥이 뒤로 빠져 나가는 길입니다.

아니 사실은 정규 등로가 정맥길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하는 게 더 타당할 것입니다.

그 이야기는 곧 등로가 도계에서 벗어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11:28

구암사 갈림길을 지납니다.

아까 정맥길을 못찾은 꿑들은 아예 이길로 행을 해도 정맥에 접속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고는 바로 백양계곡 갈림길도 지납니다.

바로 앞이 정맥길이 가라앉아 꿈틀거리며 진행하는 모습.

멀리 지리의 반야봉이 보입니다.

정맥의 흐름을 감상합니다.

11:41

정상석을 촬영하고....

백학봉이라...

이 뜻도 이곳 백양사라는 명당터를 품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백학이 놀던 곳 혹은 백학의 형상을 한 곳이라는 설명은 불필요 합니다.

오히려 이곳이 그런 명당을 싸고 있으니 우리 옛말 '두름/둠' 정도에서 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생각해 보면 두류는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즉 두류는 옛 우리말 두르였다. ‘병풍처럼 크게 둘렀다라는 의미이다. 큰 산줄기라는 말로 두름/ 의 형태였던 것이다. 두르두류로 변천된 것에 적당하고 그럴싸한 한자 頭流를 갖다 붙인 것이다. 또한 지리두르드르드리디리지리의 과정을 거쳐 변하게 된 것인데 마찬가지로 이 지리에 적당한 한자인 智異를 갖다 붙여 오늘날의 한자어 지리산(智異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즉 구개음화와 전설모음화 과정을 거쳐 결국 오늘의 지리산이라는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지루한 산’, ‘지혜로워 지는 산이라는 말은 삼가자.

 

그런데 이 경우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생각하느 게 맞을 것입니다.

즉 여기서 '두름'이 '두루미'가 되는 변형입니다.

보통 학산鶴山이라 불리는 산이름이 대개 다 이런 변형 과정을 거쳐 정착된 이름들입니다.

학고개라는 이름을 가진 탁고개나 하우고개나 와우고개도 다 이런 변형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이 두루미가 鶴이고 이것을  좀 더 고상하고 신령스러운 白을 붙여 백학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인봉과 장성호.

중앙 병풍산과 중앙 맨 뒤 무등산.

하산을 시작합니다.

백양사 정경.

무시무시한 계단이 시작되고....

끝이 없는 계단길.

좀처럼 끝날 거 같지 않습니다.

절벽과 푸른 하늘....

단풍은 없습니다.

좌측 옥녀봉. 

0.7km에서 더 내려와야 하니....

백양사가 가까워지니 단풍이 좀보이는군요.

신비한 물이라는 영천수도 마셔보고....

12:12

약사암.

약사암 종무소.

정겨운 분위기....

약사암 일주문(?)을 나서고....

백학봉까지의 1.3km는 정말 힘들 거 같습니다.

백학산 올려다 보기.

단풍.

초록과 빨강의 조화.

절터였던 곳.

백양사는 그냥 통과하고....

백양사 앞 호수의 가을.

멋집니다.

어울림.

두 개의 돌.

몇 개 더 놓고....

다른 돌.

뚝.

鶴은 곧 두름이어라....

12:43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칩니다.

15:30이 집합시간인데 시간이 너무 남았군요.

식당들은 문전성시.

시간 때우기에는 안주 하나 시켜놓고 하산주를 즐기는 것.

오늘만큼 보람 있었던 산행도 드물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