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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박 2일로 진행한 판시판 산행 (짬똔고개 ~판시판정상 ~ 깟깟마을)

캠프#2에서의 만찬

지금까지 판시판을 오른 5번의 산행 모두 당일치기였습니다.

그 5번 중 4번은  짬똔고개Tram Ton Pass로, 다른 한 번은 깟깟마을Cat Cat Village 루트로 각 올랐었던 것이죠.

그 루트를 우리가 1박을 할 수 있는 대피소와 고나련해 살펴보면 ①짬똔고개 루트를 보면 관리인이 있는 유인 대피소가 2개가 있고, 깟깟마을에서 오르는 코스에는 1개의 대피소가 있는데 여기는 관리인이 주재하지 않는 무인대피소입니다.

그런데 그 깟깟마을 루트 대피소는 관리인이 없는 탓인지 창문은 다 깨져 있고 출입문도 다 파손되어 있음은 물론 화장실 역시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되는 등 환경이 아주 열악하여 여름 아니고서는 도저히 사람이 잘만한 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Tub의 얘기를 들어보면 깟깟마을 코스의 대피소는 여러 명이 그것도 여름철에 와야  그나마 하룻밤을 즐길 수 있는 곳이고 짬똔 루트의 캠프#2는 나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여러 차례 판시판 정상에 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새벽에 올라 일출을 본 적이 없군요.

그러니 당연히 캠프 #2에서의 식사나 잠자리 등에 대해서 알아본 적도 알고 싶어 했던 적도 없었으니....

이래서는 안 되지.

그래도 판시판 전문가이고자 하는 내가....

이런 생각이 들자 Tub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나름 일정을 정리합니다.

"Tub! 이번에는 1박 2일이다. 네 스케줄은 어떠냐?"

그의 의견을 들어 잡은 날이 12월 2일.

"코스는 짬똔에서 올라 깟깟마을로 하산한다!"

하산 루트로 깟깟마을을 잡았다는 말에 '엄지척'이 날아옵니다.

웬만해서는 우리 같은 산꾼은 종주가 우선이지 원점회귀 혹은 같은 코스를 반복 하산하는 것은 금물이니까!

 

"오후 3시 정도까지 캠프 #2로 올라 일찍 저녁을 먹고 잔 다음에 새벽 3시 정도 일어나, 이른 아침을 먹고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고 깟깟마을로 하산을 할 테니 알아서 준비해라. 그런데 침구나 식사도구 같은 거 깨끗하냐? "

아무래도 개인용이 아닌 것을 이 사람 저 사람 쓰다 보면 위생상 문제가 있을 것이고 더군다나 그곳은 다른 곳도 아닌 산이니까......

다만 물은 충분하니 그 걱정은 안 해도 되는데.....

스쳐지나가기만 했던 곳이라 1박을 하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거긴 제가 쓰는 침구가 따로 있으니까요."

여우 같은 녀석.

"그래 알았다."

일단 Tub을 믿어보기로 합니다.

 

12월 2일 9시까지 온다고 한 Tub은 8시 반이 되자 한 보따리를 들고 호텔로 옵니다.

물과 맥주는 캠프 #2에 충분히 있으니 그건 필요 없겠고...

Tub이 가지고 온 것 중 빵과 과일 등을 내 배낭에 넣는데 "소주는 챙기셨어요?"라고 묻는군요.

"굳이 산에서 소맥을?"

하지만 녀석이 먹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앞의 식당에 가서 소주 두 병을  얻어-단골이라 공짜로- 이를 500ml 빈 물통에 다시 담아 배낭에 담으니 제법 무겁습니;다.

그래도 오늘 걸을 거리는 캠프 #2까지로 약 6.5km 정도밖에 안 되고, 오늘 점심, 저녁, 내일 아침까지 먹으면 정상에 오를 때에는 그다지 무겁지는 않겠지....

짬똔고개에 있는 리엔손 국립공원의 짬똔 분소 Ranger Station에 입산 신고를 하고 직원의 서명을 받은 다음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전 10시에 이 지경이니 오늘 조망은 다 틀린 거 같고 비나 오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듯싶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대형 스크린 작업을 하는 거 같은데 무엇을 하는 것인지....

매번 오르며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많이도 올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날씨도 좋지 않아 그저 캠프 #2 위주로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개울을 지나고.....

앞이 무지하게 시끄럽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남자가 시끄럽고 이곳 베트남 사람들은 여자가 시끄럽습니다.

베트남어는 성조가 6개나 되니.....

남자 2명에 여자 7명.

가이드 1명에 포터 2명.

총 12명이 무리를 지어 올라갑니다.

저 파란 플라스틱 통 속에 들은 게 저 사람들 먹을거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판시판을 오르내리는 동안 베트남 사람 이외에는 동양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군요.

그저 동양 사람들은 판시판이나 사파를 관광지역으로만 생각하는 듯싶습니다.

왜 판시판을 직접 걸어 올라갈 생각들을 안 하는 거지?

이 판시판이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매주 북적북적 댔겠지.....

그리고 나 같은 사람도 케이블카 놓는 것에 대해서는 묵시적으로 찬성했겠지.

여기는 평지에서 올라가는 것이니 그만큼 환경에 주는 피해는 적을 것이니까...

하지만 설악산의 경우는 여기아는 많이 다릅니다.

그 좁디좁은 곳에 그런 것을.... 

그런데 오늘 오르다 보니 보통 출입금지 표시를 할 때 쓰는 저 비닐이 길을 안내해 주며 또 일부는 길을 이탈할 우려가 있는 곳에는 가로로 쳐놔  엉뚱한 곳으로 들지 못하게 해 놨습니다.

무슨 일인가?

표지띠 하나 달아놔도 다음에 가면 여지없이 자취를 감추던데......

보이는 것도 제대로 없으니 오늘은 그저 이런 것만.....

한 장면이 나오면 그다음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이제는 판시판에 익숙해졌습니다.

이 비닐이 참 눈에 거슬립니다.

바로 여기에 늘 버펄로나 돼지가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네....

좌측으로 진행하면서 고도가 살짝 떨어지겠지....

한국의 야생화도 모르는 제가 감히 이국땅에서의 야생화 감상이라니!

한 2km 정도 왔나?

무감한 제가 봐도 이 부근은 완전히 화원입니다.

물기가 머금은 것이라 더 그런 거 같군요.

몽환적인 분위기.....

John Lennon의 #9dream이 생각이 나고....

https://youtu.be/7zZsKOvXiFo?si=-qlkvwWx4jYgwZYC

공기가 너무 맑고 시원한 게 너무 좋습니다.

우측의 장애물을 건너서....

개울을 따라.....

그런데 아까 그 비닐테이프와 칼을 가진 사람들 세 명이 거의 비무장으로 올라가는군요.

제가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 베트남 말로 "응양양야 응이...." 하는군요.

뒤따라오는 Tub에게 물어보니 내일 그러니까 12월 3일 Racing Jungle이라고 베트남 사람 300명이 짬똔고개에서 판시판 정상까지 산악마라톤을 한다고 하는군요.

오전 6시에 시작한다고 하는데 오전 중으로 행사가 끝날 거라고 하는군요.

그렇지 Tub도 3시간이 안 걸렸다고 하니까.....

아까 관리사무소 분소에서 스크린 작업을 하던 그것들의 용도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짬똔고개 ~ 캠프 1까지 약 3.6km의 구간은 정말이지 평범한 구간입니다.

위 고도표에서 보듯 3.5km 지점에 있는 'A'의 캠프 1까지의 등로는 완만한데 이후 6.5km 지점에 있는 캠프 2까지의 구간이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캠프 2에서 정상까지의 구간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여러 불교 시설물이 있는 정상 부근에서 마지막 계단 오르기가 좀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어렵지 않은 구간을 유유자적하게 걷습니다. 

하늘이 점점 맑아집니다.

일기예보가 엉터리일 수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니....

조금 더 걸으니....

그렇다면 내일 새벽 일출은?

희망적입니다.

하지만 판시판의 일기 변화는?

하일성 해설위원을 떠올립니다.

'그거 아무도 몰라요....'

넘어서고....

올라서고....

온통 이끼 천지인 것을 보면 산이 살아 있다는 느낌.

요 계단이 나오면?

그렇죠 3.6km 지점에 있는 camp 1입니다.

아직 살아 있었구나!

미리 연락을 하고 오면 이 녀석들을 잡아 줄 것입니다.

독일 남자 2명, 여자 5명 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아주 징그럽게 쉬고 있더군요.

호주 남자 한 명은 가이드에 포터까지 동행에 올라오고....

1박 팀들입니다.

이들은 내일 판시판 정상까지 함께 하게 되는데 여자들은 쳐져서 늦게라도 올라왔는지 어쩐지 모르겠고....

한 30분 정도 있으니까 베트남 한 가족도 도착하고....

아까 10명의 베트남 한 그룹은 아직도 안 올라오고 있네요.

가이드와 포터....

그 차이는?

영어를 할 줄 알면 가이드를 하고 영어를 할 줄 모르면 그냥 짐이나 나르는 포터를 하는 것이죠.

날씨 좋다!

"Tub. 가자."

내일 행사용 임시 이정표.

독일 애들은 아주 늘어졌구먼.

아니 그런데 염소가?

판시판에서 염소는 처음 보네요.

염소나 버펄로나 아니면 돼지나 개나 모두 사람들에게는 아주 무심합니다.

캠프 1을 나와 한 15분 정고 걸으면 나오는 초원지대.

그 숲에 숨어 있는 소들을 봅니다.

얘들은 cow로 부르고, 뿔 있는 물소 같은 것은 buffalo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가을.

베트남도 단풍이라는 게 있기는 있구나.

만산홍엽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는 이렇게 날이 맑은데.....

여기도 소 천지.....

아니 오늘은 왜 염소가 이렇게 많은 거야?

어쭈!

이제부터 camp 2로 오르는 힘든 구간이 시작되는데.....

좌측의 능선 등로는 이미 구름에 가렸고....

이걸 넘어서 위의 그 능선을 타게 되는데....

갑자기 날씨가 돌변하는군요.

이제부터 시작......

철계단을 오르고...

저거 넘어서서는 우틀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도 우틀.....

정말 오래된 안전시설.

행사 때문에 없던 로프도 생겼고.....

쌍사다리....

철계단옆 약수.

산죽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이제 camp 2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저 구름만 없으면 우측으로 우리나라의 공룡능선과 마등령, 황철봉 등도 다 보일 텐데....

저 철탑을 우측으로 넘어 우측 봉우리 좌측 사면으로 돌아가면,

여기가 나오겠지!

여기까지 6.5km 밖에 되지 않지만 한 2km는 정말 힘이 듭니다.

2동 건물은 식당과 취사장 용도로 쓰이는데 관리인의 침실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라!

무슨 세면기까지 있어?

화장실도 뭐가 이렇게 깨끗해!

오히려 이 대피소 화장실이 아래에 있는 캠프 1보다 더 깨끗하네요.

변기도 완전히 수세식이고.....

도착하자마자 Tud은 가지고 온 것을 손질하느라 바쁩니다.

바로 뒤에 도착한 호주 팀도 그렇고.....

연이어 독일 팀도 도착하니 아주 시끄러워집니다.

관리인 이모는 이제 낯이 익으니 연신 한국 사람 반갑다고 추켜세워주고...

이걸 다 누가 먹냐!

휴대용 가스레인지는 여기 있으니 그래서 부탄가스 2통만 가지고 왔구먼....

이걸 다 어떻게 먹으려고!

돼지고기와 닭고기에 팽이버섯과 표고버섯, 양송이 그리고 상추와 이름 모를 푸성귀.......

Tub은 이제 완전히 소맥꾼이 됐고.....

토마토와 뭐 이상한 채소로 국물을 만드는군요.

이건 서양 애들 먹을 자리.

얘들은 국물이 없는 거 위주.

동양 사람들은 보통 샤부샤부.

식성을 알고 가이드들이 이렇게 식단을 정하는군요.

산에서 샤부샤부를 다 먹어보다니.....

얘들 먹을 것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군요.

그러니까 포터가 한두 명 붙게 됩니다.

가이드들이 완전 셰프 수준이더군요.

특이한 것은 여자가 가이드이더라도 음식 조리는 다 남자 몫입니다.

4시가 넘어가자 뒤에 출발한 팀들이 속속 도착하고....

그런데 저 좌측 끝의 혼자 온 호주 친구와 우측의 독일 애들은 얘기를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데.....

왜 그렇지?

유대계 호주인인가?

이거는 베트남 팀들 식단.

정말 잘들 먹습니다.

땔감은 다 대나무.

가끔 뻥뻥하며 폭탄 터지는 소리 같은 게 나기도 하고....

이렇게 판시판에서의 밤은 깊어갑니다.

베트남 팀 10명은 왜 아직 안 오나?

그들이 먹을 육수는 계속 끓고 있고.....

어라!

밤이 되니 약하게나마 전깃불도 들어옵니다.

이제 술도 거의 떨어졌고....

국물도 쫄아들고....

그만 먹자.

그런데 얘들은 나머지 채소와 남은 고기는 여기 주지 않고 악착같이 싸가지고 내려가더군요.

대견한 녀석.

좌측 여자가 이 캠프 2 지킴이.

얘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그렇게 잘 올라가니....

하늘에 이렇게 별이 많으니 내일은!

드디어 베트남 팀 나머지 10명 도착.

6시 반이 되어서야 도착하고 이들이 도착하니 또 시끄러워지기 시작.

먼저 올라온 포터 1명과 가이드는 음식을 이미 다 장만했는데.....

그들이 뭐 하든 저는 3 호동號棟으로 내려와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꿈속으로 들어갑니다.

얼마나 잤나?

시계를 보니 12시 반.

바람 소리가 장난이 아니군요.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니 시간이 3시가 됩니다.

또 시끄러워지기 시작.

우리도 침구를 정리하고 다시 2 호동으로 올라갑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분위기.

Tub은 또 이것저것 만지작만지작합니다.

국수에 고기를 담아 주는데 도저히 입맛이 없어서 넘어가지가 않는군요.

독일 애들은 올라와서 밥을 먹는데 남자들만 산행을 하고 여자들은 그냥 여기 대기 모드,.

호주 남자는 열심히 주는 대로 먹더니 정상으로 향하고....

베트남 팀들 중 가족 팀은 우의로 완전무장을 하고....

10명 팀은 복장은 갖추고 있으나 갈 생각은 안 하고 오로지 떠들기만 하고 있고....

다 먹은 호주팀부터 출발,

우리도 4시 50분에 출발.

보슬비가 내리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바람이 드셉니다.

사진을 찍을 상황도 아니고....

여기서 고도를 한 차례 떨어뜨리고.....

그러고는 철계단 두어 개를 번갈아 오르면,

드디어 케이블카 선로를 만납니다.

상부 승강장.

Tub.

독일 팀과 호주 팀은 이 안에서 달달 떨다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는 나와서 종을 치는군요.

산사에서 듣던 새벽 종소리를 여기서 듣게 되는군요.

부처님을 뵙고....

그러고는 정상에 오릅니다.

날이 좋았으면 여기서 일출을 기다리는 건데....

정상 인증서와 메달을 받은 좌측 호주 친구는 추우니까 연신 전자담배만 빨아대고....

독일 애들은 왜 메달도 안 거는지.

폼을 잡으려고 잡은 건데 추워서리.....

뭐 더 있어봤자 볼 것도 없고....

독일 애들은 오던 길로 도로 내려가고 호주 애는 케이블카로 내려간다 하고....

우리는 깟깟마을로 내려간다 하니 굉장히 놀라는 표정을 하는군요.

가본 적도 없는 녀석들이 뭘 놀래!

관세음보살 상 옆의 사다리로 내려와야죠.

이제부터 산죽밭을 걸으면서 빗물을 터느라 사진은 잠깐잠깐만.....

별장 용도로 쓰려했었나?

전에 작업하던 사람들이 텐트를 쳐놓고 숙식을 하던 곳.

지금같이 능선을 걸어야 하는데 능선은 바위와 산죽 때문에 도저히 사람이 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우틀하여  능선을 우회합니다.

그러니까 위 고도표의  C ~ D 구간입니다.

고도를 떨어뜨리며 계속 남진합니다.

그러고는 D 지점에 이르러 삼거리를 만나면서 좌측으로 고도를 높입니다.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Tub이 뭐라고 하자 응답이 오는군요.

Tub의 친구와 포터 2명이 동서양이 한 팀을 이룬 8명의 정도의 일행이 내려오면서 반갑게 웃는군요.

그중 한 명이 한국 사람으로 35살 정도 되었는데.....

"저희는 저 대피소에서 자고 오는 건데 세상에 태어나서 어제같이 고생한 적 없었습니다."

"거기는 잘 만한 환경이 아닌데. 유리창도 다 깨지고 문도 잠글 수가 없고... 더군다나 침구 같은 것도 없는데 어떻게 잠을 잤어요?"

"말도 마세요."

"밥은 좀 먹은 거예요?"

"먹는 둥 마는 둥.... 지금 억지로 가는 중입니다."

"어제 비바람이 몰아치고 그래서 올라올 때도 무지 고생하셨겠는데?"

완전히 울쌍인 그는 그래도 저를 만나니 반가워서 하소연을 하고는 가던 길을 갑니다.

고도표 D ~ E 구간은 정말 힘듭니다.

200m의 고도를 올리는데 젖 먹던 힘까지 쏟아야 합니다.

할 수 없이 가지고 온 빵을 씹고....

간신히 E 즉 능선에 올라섭니다.

이제부터는 계속 내리막입니다.

이곳이 F 지점에 있는 문제의 무인대피소. 

아직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입으로 불을 부니 다시 불이 살아오릅니다.

얼마나 추웠을까?

어제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었을 텐데....

짐을 줄이려고 가지고 온 우의 한 보따리도 다 버리고 갔군요.

불쌍한 사람들.....

이제부터는 고도표에서 보듯 계속 내리막입니다.

아까 대피소에서 속 옷을 다 갈아입었건만 땀과 빗물에 금방 또 축축해 옵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힘들고.....

잠깐 쉴 때나 폰을 간신히 꺼내서.....

이제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경사가 하도 심하여 엔진브레이크까지 쓰면서 정말이지 조심조심 내려왔습니다.

된비알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길이 오히려 힘이 더 들었습니다.

13:58

깟깟마을로 하산을 합니다.

이것저것 가릴 거 없이 호객 행위를 하는 오토바이를 불러 뒷자리에 타고 호텔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살 것 같습니다.

식당으로 가서 배 좀 채우고 소맥을 몇 잔 들이켜니 잠이 사르르 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