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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한마음 백두대간

설국雪國인가? 그 상고대의 나라를 다녀왔습니다.

봉황산이라 불렸던 남덕유산

 

우리나라 산줄기 체계를 도표로 정리한 책이자 그 표 자체인 산경표에서 덕유산 부근을 기술한 내용을 보면,

'대덕산 - 덕유산 - 백암봉 - 봉황산 - 육십치' 순으로 표기되어 있고 봉황산의 주석을 보면 ' 分二枝 自三峰至此皆德裕(삼봉산부터 이곳 봉황산까지는 다 덕유산이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유학자 갈천 임훈 선생(林薰, 1500-1584) 의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峯記를 보면 선생은 덕유산 삼봉三峰을 거론하며 이에는 향적봉과 불영봉 그리고 황봉黃峰 등 세 개의 큰 봉우리가 있음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영각사에 기거하면서 황봉을 올랐다는 말을 하였으니 이에 비추어 볼 때 황봉은 봉황산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봉이 지금의 남덕유산에 해당함은 건설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한국의 산지(山誌), 2007, 75쪽 참조)

그렇다면 이 봉황산이 지금의 남덕유로 바뀌었음은 일제시대 때 일본인이 지도 편찬작업을 하면서 지명에 관한한 그들이 중시하는 방위명을 써서 향적봉은 북덕유산, 봉황산은 남덕유산으로 표기하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제가 직접 함양 사람들에게 문의를 하여 본 바, 그들은 지금도 남덕유라 부르지 않고 봉황산이라 부르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북덕유가 지금은 향적봉으로 불리며 자기 이름을 찾았음에도 이 봉황산 만큼은 아직도 남덕유라 불리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리산 바래봉 설경 (선배 고남 님 촬영)

각설하고 며칠 전 눈이 고픈 저에게 사진이 몇 장이 날아왔습니다. 남원에 사시는 선배 고남님이 눈이 오자 바래봉에 올라 눈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우측으로 성삼재로 향하는 지리서북능선의 힘찬 脈의 힘을 느끼면서 순백색의 설경을 보니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저도 며칠 있으면 만복대에 올라 이 모습을 보고야 말 것이네요!'라며 선배의 자랑에 콧방귀를 꼈었죠.

그러나 국립공원에서 구례에서 성삼재로 차가 오르는 861번 도로의 천은사 ~ 성삼재 구간이 결빙으로 차량을 통제한다는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노선 변경!

마침 유재복 회장님이  "그렇다면 대원들이 눈구경을 가고 싶어하는데 덕유산은 어떤가요?"

네!

덕유산 구간도 한방에 육십령 ~ 빼재 구간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거리가 37.8km나 되고 더욱이 인원이 많아 불가능할 거 같으니 부득이 중간에 끊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육십령 ~ 동엽령 구간을 택해 안성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하산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거리는 동엽령을 거쳐 완전히 하신하는 데까지 약 23.5km 정도 되는데 겨울이라 시간은 13시간 정도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취지의 얘기를 전하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탈출로는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일몰 전에 빨리 걸어야 한다는 시간 문제와 겨울이라는 여건 상 아침은 행동식으로 할 것이고 점심은 대피소에서 라면과 떡으로....

자, 그럼 덕유로 갑시다!

덕유의 겨울로!!!

2023. 12. 23. 11:20 대림동을 출발합니다.

한숨 자고나니 버스는 이내 육십령 휴게소에 도착합니다.

잠시 몸을 풀고...

그런데 눈발이 살살 날리기 시작하는군요.

오거나 말거나....

03:20

산행을 시작합니다.

지도 #1

눈이 내리고 있는 육십령 휴게소를 출발합니다.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를 잇는 이 육십령은 원래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었어. 산경표에도 육십치(六十峙)로 나오니까 나름대로 명성도 있는 고개지. 택리지에도 덕유 아래 큰 고개를 이 육십령으로 꼽았을 정도니까. 부근에 육십령 만한 고개도 없다는 얘기지. 그러니 육십령과 관련한 그럴듯한 유래도 몇 개가 있어.

회자(膾炙)되는 유래를 보면 첫째 이야기는 함양의 감영에서 이곳까지가 60리 길이고, 장수 감영에서도 이곳까지의 거리가 60리 길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 또 다른 이야기는 이 고개를 60번 돌아야 넘어갈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하지만 나름대로 제일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이 고개에는 도적이 많아 최소한 육십 명 정도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올라야 무사히 지날 수 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는 설(說)일 거야.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122쪽

들머리는 계단.

등로 상황을 보고자 아이젠을 하지 않은 채 출발하였으나,

작은 비알에도 미끄러워지는 것을 보니 어차피 차야 할 아이젠.

안전산행을 위해 아이젠을 착용토록 합니다.

뒤를 돌아 대원들의 아이젠 착용시간을 기다립니다.

사진에서 보는 등로 좌측은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그리고 등로 우측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입니다.

그러니 백두대간은 온전하게 도계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백두대간의 기능을 하나 배웁니다.

즉 도계나 군계, 시계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양쪽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행태, 언어, 풍습을 완전하게 구분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대간길은 산줄기를 따라 봉우리 ~ 고개 ~ 봉우리 ~ 고개의 이음입니다.

절대로 물을 만나거나 봉우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러나 지형에 따라 산줄기를 벗어나 그 봉우리의 사면을 걷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사면斜面치기'라고 하여 사실 산줄기파들에게는 경계해야 하는 산행방식이죠.

그렇게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거립니다.

눈에 익은 곳.

네. 할미봉입니다.

 

“③노고단을 어원으로 풀은 거야. 우리말의 ‘한’이란 말은 우선 ‘크다, 많다’를 뜻하잖아? 그러니 ‘큰 산’ 일 경우 ‘한뫼/한미/한메’ 등으로 불렸다고 하지. ‘한뫼’가 발음이 바뀌어 ‘할미’가 되자 이를 한자어 노고(老姑)로 표기했고. 산에 단(壇)이 있으니 노고단(老姑壇)이 되었다는 얘기지. 그렇잖아? 우리나라 곳곳에 노고산이 많잖아. 그 이유야!”

- 졸저 전게서 66쪽

 

그러니 이할미봉도 예전에는 그저 한뫼 즉 높은산이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말에 어휘가 부족했을 때에는 그저 높은 것이면 다 뫼 혹은 수리였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한뫼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음이 변하여 한뫼》할미, 할매 등으로 변하였음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할미봉 계단의 예전 모습

할미봉 계단을 내려와,

교육원 삼거리를 지나,

지도 #2

이제 서봉이 가까워집니다.

아! 상고대.

굳이 한자로 표현하자면 雪氷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고 합니다.

얼은 미세한 물방울이 나뭇가지 등의 물체에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얼음 입자인데 서봉이 가까워지면서 그 크기가 더 커집니다.

와우!

등로에 서서 빵과 떡 등 행동식을 먹습니다.

서서히 서봉이 눈에 들어오고.....

좌측 서봉에서 우측 남덕유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이걸 꿈꾸었었는데.....

뒤돌아 본 할미봉 모습

이것도 보고 싶었고....

태극종주 코스 들머리에서 야영을 즐기는 산꾼들

 

태극종주코스

 

이곳에서 좌측으로 작은 샛길 하나가 보인다. 이른바 덕유태극종주코스 중 장수 방향 루트다. 간단하게 ‘덕태’라고도 부른다. J3클럽이라는 중장거리 산행을 하는 모임을 만든 ‘배병만’이 개척한 코스다. 수승대 ~ 갈미봉 ~ 백암봉 ~ 덕유서봉 ~ 영구산 ~ 학선교를 잇는 약 50.3km에 달하는 거리다. 참고로 태극종주코스는 이곳 덕유태극 코스와 지리태극, 설악태극, 속리태극, 소백태극, 영남알프스태극 등 6개의 코스가 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태극이란 단어가 들어가니까 대강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태극종주에 대해서 얘기 좀 해 줘.”

“그러자. 앞으로도 계속 나올 테니까. 태극종주는 말 그대로 태극 문양 중 음과 양의 경계선인 ‘~’ 모양의 능선을 이어가는 것을 말하는 거야. 이게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경 전후였지. 지리산부터 시작됐어. 지난번 얘기한 지리의 서부능선 + 주릉 + 동부능선의 이음이라고 보면 돼. 그런데 처음 그려진 이 ‘지리태극종주’의 그림을 보면 모양이 좀 일그러진 것을 발견하게 되지. 그래서 동부능선 방향으로 조금 더 수정을 하여 수양산 ~ 사리마을로 가는 지금의 지리태극코스를 확정하게 됐지. 배병만이 그 코스를 새롭게 개척한 게 아마 2001년경일 거야. 그다음에 나온 게 설악태극 종주 즉 설태, 덕유, 속리, 소백이 계속 이어졌지.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만큼은 배병만이 아닌 울산의 모 산악회 작품이고.”

 

  - 졸저 전게서 128쪽

 

설국인가?

눈천지입니다.

대원들이나 저나 감탄사가 나오기는 마찬가지!

1492m의 서봉,

전북 장수군과 함양서상면과의 경계에 있지만 장수군에서는 잽싸게 장수덕유라는 이름을 퍼뜨려서 지금은 서봉 혹은 장수덕유로 불리고 있는 봉우리입니다.

공교롭게도 불영산佛影山(무룡산)과도 높이가 같죠.

역사적으로 1492라는 숫자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이기도 하죠.

"조대장님. 그냥 제 뒤를 따라오지 마시고 뒤에서 대원들 사진 촬영 좀 도와주시고 오심이 어떠실지...."

후미야 이한검 대장님이 있으니 신경 쓸 거 없고 다만 대원들이 이런 설경을 그냥 지나친다면!!!!

조대장님은 성격상 봉사정신이 투철한 분이니....

서봉에서 봉황산(남덕유산)을 보면서

그 봉황산이 안 보입니다.

그저 이런 상고대만.....

제가 이 철계단을 처음 만진 때가 1986년이니 벌써 37년 전입니다.

굳건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이 우측으로 남강이 발원한다는 사실이죠.

이 남강은 낙동강에 합류가 되고 그 합류되는 합수점에서 봉황산(남덕유)에서 가지를 치는 산줄기가 월봉산 ~ 금원산 ~ 기백산 ~ 황매산 ~ 우봉산을 지나 그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게 되니 우리는 그 지맥을 남강지맥이라 부르게 됩니다.

무지 중요한 산줄기입니다.

백두대간을 더 진행한 다음에 더 깊게 말씀드리기로 하고....

바위도 나뭇가지도 모두 흰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모두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심설산행을 즐기자는 얘기겠죠.

나무도 얼어붙었지만 다행히 오늘 날씨는 포근.

남덕유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봉황산(남덕유)으로 오릅니다.

이제 대간길은 함양군에서 거창군으로 바통을 넘겨 거창군과 장수군의 도계道界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봉황산에서 멋진 포즈를 취해주신 양여사님.

늘 건강한 걸음으로 안산, 건산하십시오......

정상에서 바라본 삿갓봉과 무룡산

저는 이걸 보고 싶었었는데....

너무 추워 내려갑니다.

남덕유 거창 삼거리에서 ...

어서들 오르셨다 오세요.

먼저 갑니다.

이제는 삿갓재대피소 방향을 따릅니다.

4.2km라....

된비알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지도 #3

월성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우틀하면 바로 황점마을로 갈 수 있고....

그런데 구천동에서 올라와 향적봉 대피소에서 1박 한 두 여인네가 다시 구천동으로 가려고 한다며 교통편을 문의합니다.

택시비 무지 나올 텐데....

거창 택시를 부른다면 거의 10만 원 이상은 달라고 할 거 같습니다.

위천면 택시를 부르면 되겠구나......

삿갓재 대피소에 가서 점심을 먹은 다음 동엽령으로 계속 갈 것이냐 아니면 그냥 하산을 할 것이냐.

가서 결정하기로 합니다.

대단한 설경입니다.

혼자 왔으면 동영상 촬영도 멋지게 남길 텐데....

구름 님 사진

흰색 속에 알록달록.

정유림 사진

한검 선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인옥 님 동영상

안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대원들....

눈길을 마냥 걷습니다.

잠깐 나도 영상을 하나 만들고....

이렇게 두꺼운 상고대도 볼 수 있었으니!

삿갓봉 삼거리입니다.

대간꾼들도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곳이죠.

직진하는 길은?

사면치기 하는 길이죠.

하여간 대단하신 분들.

삿갓봉을 오르는 이쁜이 유림.

백두대간을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졸업을 못 했는가!

삿갓봉에 오릅니다.

그곳에서 유림이도 담아보고.....

그러고는 삿갓재대피소로 들어갑니다.

대피소에서 맛나게 오찬을 즐깁니다.

라면에 김밥에 떡에......

우리 회장님 어디 갔나 했더니만.....

오늘 강대장 님 사진 봉사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산으로 결정이 나고....

그러고는 삿갓봉을 봅니다.

날이 조금 개었습니다.

황점마을 내려가는 길.....

수량 부족.

낙석방지용 펜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

일찍 하산한 덕분에 일찍 귀경을 하고.....

하산식은 새로 오픈한 중국요릿집.

하산식까지 깔끔한 한마음의 산행.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