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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10년만에 들른 원적산

벌써 10년 하고도 3개월이나 지났군요.

기록을 찾아보니 2016. 01. 10.이었습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산행을 열심히 할 때였습니다.

참고도 #1

 

한남정맥의 문수봉에서 가지를 친 도상거리 약 62.7km의 경안지맥(신산경표에서는 앵자지맥)을 하면서 제2구간에 있는 정개산에 올랐었을 때였습니다.

정개산에서 본 천덕봉 ~ 원적봉 라인

 

동원대학을 지나 정개산을 오르자 거기서 보는 마치 활처럼 멋지게 휜 천덕봉과 원적봉 라인을 보면서,

덕유산 서봉 ~ 봉황산 라인

 

덕유산의 서봉과 봉황산(남덕유산라인을 떠올렸습니다.

그러고는 지맥 라인에서 벗어난 저 원적봉까지 한걸음에 달려갈 벅찬 감동을 느꼈었던 것이죠.

단조로울 정도로 조망이 없는 숲 속만 걷는 밋밋한 지맥 산행에서 저런 봉우리들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엄청난 기쁨이었고 행운이었기 때문이었죠.

당시 천덕봉에서 본 원적봉

 

시계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천덕봉에 서서 바로 달려 원적봉으로 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그날 일정이 적어도 삼합리 고개까지는 가야 했기에 안타깝게도 그 원적봉 왕복 산행을 뒤로 미뤘어야만 했었습니다.

그 후, 이런저런 일로 그 원적봉은 어느덧 뇌리에서도 사라진 채 저에게는 그저 잊혀진 막연한 숙제로만 남아 있데 되었습니다.

그러던 올해 3월 초.

친구들과 오른 수락산.

수락산에서 바라본 앵자봉

 

거기서 예봉산과 검단산을 조망하던 중, 그 중앙으로 보이는 앵자봉670m과 양자산710m.

아!

앵자봉 뒤가 천덕봉인데!

아!

그렇지 원적봉!

그날 수락산 산행은 뒤풀이를 하면서도 옛 경안지맥에서의 그 사건을 소환하게 되었습니다.

원점회귀 코스로 일정을 잡으면 충분히 자차로도 갔다 올 수 있는 그곳.

어떻게 할까......

인터넷을 뒤지니 마침  ‘수도권 다음 산악회’에서 4월 정기산행으로 원적봉 ~ 천덕봉 라인을 진행한다고 하는군요.

영원사에서 진행하여 원점산행이라!

음.... 멋지군요.

회원가입을 하고 자리 하나를 부탁합니다.

 

4. 6. 은 친구들과 다시 수락산 산행을 하고 정상에서 혹시나 앵자봉 부근이 없어지지나 않았을까 노파심에 그 쪽을 다시 재확인하고.....

그런데 하산해서는 그날 뒤풀이를 너무 거나하게 했나?.

기상은 했는데 머리가 띵하군요.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사당역 14번 출구 쪽으로 갑니다.

어라!

여기서도 출발하는 산악회가 있구먼......

이커 대장님과 인사도 나누고 정해진 자리에 앉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이니 좀 쑥스럽군요.

안락한 드림관광버스는 광주휴게소를 한 번 들르고는,

바로 영원사로 올라갑니다.

영원사는 용주사의 말사로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에 소재하고 있는데 봄이라 그런가요?

 

꽃들이 아주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안내도를 보고....

지도 #1

 

우리의 행선지인 원적산으로 오르는 루트는 크게 세 곳이군요.

①영원사 우측으로 바로 치고 '가'로 오르는 루트#1.

②영원사 좌측으로 돌아 잣나무 숲을 지나 낙수재 폭포 경유하여 오르는 루트 #2

③그리고 '백사 산수유 둘레길'로 들어 낮은매기에서 좌틀하여 이천시 백사면과 여주시 흥천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는 루트 #3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팀은 루트 #3 을 이용하여 진행을 하는군요.

오던 길을 조금 되돌아 나가 임도를 타고 진행하는 루트이죠.

영원사의 사훈寺訓인가요?

모든 악을 짓지 말고 선한 일을 받들어라....

우리가 진행할 라인을 봅니다.

이따 저 능선을 타고 진행하겠죠.

여기서 좌틀하고,

이정목을 확인합니다.

이정목은 이 루트가 '백사 산수유 둘레길'임을 알려주고....

그렇게 삼거리를 지나 임도 길을 따르면서 좌측으로 꽃 속에 파묻힌 영원사를 봅니다.

영원사에서 원적봉까지는 3.5km......

여유롭게 걷는 임도길.

백사면......

노란색....

낮은매기 고개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여주시 금사면을 만나 이제부터 여주시와 이천시의 시계市界를 따라 걷게 됩니다.

좌틀합니다.

‘동학의 길’은 여기서 직진을 하여 여주시로 넘어가는데 해월 최시형 선생의 묘가 있어서 ‘동학의 길’로 부르는 것 같군요.

진달래도 보고.....

사실 오늘 진달래 보러 천주산을 가자는 팀들을 물리치고 이곳을 찾은 건데.....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진달래도 여기서 이렇게 볼 수 있으니....

여기서 잠깐 땀 좀 닦고....

이 정도면 진달래 충분히 본 거 아닌가?

저 뒤로 원적봉을 봅니다.

케른도 하나 보고....

산악숭배사상의 한 단면이죠?

후미를 위하여 잠깐 쉬시고....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 천금사가 보이는군요.

그러니까 그 아래 건축물이 성혈사 즉 해월 최시형 선생의 묘소가 있는 곳이겠군요.

그러니 중앙 좌측 제일 높은 봉이 천덕봉이렸다!

자, 또 가야죠.

봄날.

호젓한 게 오솔길을 걷는 듯 가벼운 발걸음입니다.

영원사에서 원적봉으로 오르는 #1 루트.

이 #1루트로 올라왔으면 얼마나 싱거웠을까!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좌틀하면 영원사!

좌측이 천덕봉.

지금이 산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가?

오늘 구간이 좀 짧기는 해도 나에게는 귀중한 목적 산행인 만큼 조금도 불만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온 원적봉.

이른 식사들을 하시고.....

저는 이커 대장님께 고하고 먼저 올라갑니다.

혼자서 쭈그리고 앉아서 뭘 먹기도 그렇고.....

지겨운 계단을 오릅니다.

이따 하산은 이 루트로....

즉 루트 #2를 이용하여 영원사로 가야죠.

원적봉 정상 앞에서 오던 길을 돌아봅니다.

우측 라인이 우리가 올라온 길로 좌측은 여주시 금사면 우측은 이천시 백사면이 되겠군요.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원적봉으로 오릅니다.

그런데 이곳에 올라와 보니 갈라지는 산줄기들이 힘이 느껴지는 게 이 원적봉과 천덕봉을 아우르는 이 원적산이 이천이나 여주의 진산으로 여겨집니다.

보통 진산(鎭山)의 사전적인 의미는 예전에 나라의 도읍이나 성시(城市)의 뒤쪽에 있는 큰 산을 이르던 말로 보통 그곳을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 곳이죠.

바로 산악숭배사상이죠.

하지만 진산(鎭山)은 진산으로서의 역할이 있을 터, 어느 지역의 뒤쪽에 듬직하게 높이 서 있는 그런 거만 가지고 부족하고 그 지역을 보호하는 역할을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즉 양옆이나 아래의 호위가 있어야 하고, 동서남북에서 그러한 분위기 정도는 연출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진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죠.

그런 힘이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지명을 봅니다.

이 원적봉이나 천덕봉은 금사면이나 백사면이 인접해 있습니다.

한자로 쓰면 金沙面, 白沙面이라 쓰겠죠.

근처에 남한강이 흐르니 금모래, 흰모래가 연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을 것입니다.

'몰'이라는 옛말

'몰'은 지금은 별로 쓰지 않는 말이지만 이는 '뫼'의 이전에 산을 지칭하던 우리의 옛말이었습니다.

즉 몰》모리 》모이 》뫼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뫼'로 변하게 된 것이죠.

가령 성남의 모란시장은 꽃 모란과는 전혀 관계없는 '몰 + 안(內)'라는 뜻이고, 인천이나 서울의 모래내 시장의 모래내도 흙의 모래가 아니고 '산 안쪽에 있는 마을' 즉 '몰 안'이 시대나 지역에 따라 변한 것이라 보는 게 맞다는 게 국어학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이곳도 예전 그러니까 어휘가 그리 많지 않았을 때에는 널리 쓰던 그저 '높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에서 신라 경덕왕 때 한화정책을 쓰면서 나라의 지명을 모두 한자화할 때 '몰' 혹은 '모래', '모이'라 부르던 이 이름에 가장 가까운 음을 가진 '모래 사沙'를 써서 그렇게 지명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천의 사면 沙面은 후에 白面과 합쳐지면서 백사면이 된 것이고, 금광이 있었던 여주의 이 지역은 金과 沙를 합쳐 金沙面이 된 것입니다.

그러니 금사면이라 하여 떠올려지는 사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을 단지 금에 착안하여 억지로 꿰어 맞춘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가 백두대간을 할 때 지리산을 빠져나오면서 88고속도로를 건너던 사치재도 한자로는 沙峙岾라고 쓰기는 하지만 이는 모래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진안에 있는 '모래재', 한남금북정맥 괴산군에 있는 모래재도 그저 '몰+애+재'가 변형된 것으로 '산에 있는 고개'라는 뜻에 덜도 더도 아닌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원적봉과 천덕봉 즉 원적산은 여주와 이천의 진산으로 보는 게 합당할 거 같습니다.

 

어쨌든 이들 봉우리를 거니는 산의 이름은 圓寂山입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천년 고찰 영원사라는 절이 있었으니 그곳 스님들에 의해 원적 즉 모든 덕(諸德)이 원만(圓滿)하고, 모든 악(諸惡)이 적멸(寂滅) 한다는 뜻을 쓰게 된 것이라 추측을 합니다.

불교지명설입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써놓았던 것이겠죠.

각설하고.......

좌측 멀리 정개산과 송전탑이 보이는군요.

경안지맥 라인이죠.

신산경표에서는 앵자지맥이라고 부르는데 왜 경안지맥이냐고 물으실 수도 있는데....

그 설명은 너무 기니 여기서는 생략을 합니다.

천덕봉으로 갑니다.

장쾌한 능선.

덕유와 소백 그리고 지리가 그리워집니다.

해월 선생 묘소 가는 길.

이른바 동학의 길로 가는 길입니다.

지나온 길......

저분은 뭘 그리 많이 지셨을고!

원적봉에서 좌우로 나뉜 줄기의 힘!

일단 헬기장에 오르고.....

헬기장과 원적봉.

너무 부드러운 능선.

천덕봉으로 오릅니다.

힘차게 뻗어 있는 경안지맥 라인.

예전의 저를 봅니다.

지맥꾼은 아니더군요.

두 개의 정상석 중 하나.

오래된 정상석

2등급 삼각점(이천 24)과 정상석을 보고.....

지맥꾼들의 표지띠......

지맥 우측으로는 그린힐 CC. 를 봅니다.

좌측 뒤로 관산과 우측의 앵자봉과 양자산.

원적봉에서 우리 일행들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막걸리 한 통에 휴게소에서 산 호두과자 한 봉을 먹었더니 배가 빵빵하군요.

저도 원적봉을 향하여 자리를 뜹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제 머리 위를 선회하고.....

천적봉  산신령님이시여!

잘 머물다 가나이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능선.

팀들과 교행을 하고....

노래를 흥얼거려도 괜찮은 곳.

그렇게 다시 원위치를 합니다.

여기서 우틀하고......

개나리도 보면서.....

고갈된 수량으로 흔적만 남은 낙수재 폭포도 봅니다.

이제부터 잣나무 숲으로 듭니다.

아까 그 길과 이어지는 둘레길이군요.

정작 잣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고......

여기는 산수유가 한창이군요.

네.

괜찮은 그림....

나물 캐시던데....

우리 팀인가?

알겠습니다.

가족묘를 지나고....

이제야 잣나무 숲이 나오는군요.

이곳까지도 차량의 출입이 가능하군요.

네.

거의 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묘지와 진달래.

종무소가 보이고....

참 아름다운 절집이군요.

어수선하긴 하지만 괜찮은 배치.

삼배를 올리고.....

경내를 둘러봅니다.

투박하지만 친근함을 주는 이 부처님은 갈산리에 있던 것을 2019. 3. 18. 에 이리로 모셨다고 하는군요.

범종각.

절묘한 배치......

....................

단청과 풍경.

#1 루트.

봄입니다.

....................

나무아미타불.

이럴 줄 알았으면 산에서 막걸리와 호두과자를 먹지 않았을 텐데......

후회막급!

재미없는 글과 그림 보고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산행과 뒤풀이에 많은 도움을 주신 이커 대장님과 인증가  감사대장님 오늘 너무 고마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런데 공지를 보니 다음 산행은 5. 6. 진악산이군요.

명산인데 아쉽습니다.

4. 29.부터 5. 9. 까지 몽골투어가 있어서......

6월 정기 산행에 함산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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