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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금북정맥/한남금북정맥(2012.1.20.~2013.3.17.

오갑지맥

 

 

이번 주말 산으로님과 한남금북정맥에서 분기한 오갑지맥을 가기로 합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지맥(枝脈)은 박성태선생님이 '신산경표'라는 책에서 정립한 개념으로 대간 - 정맥 - 기맥(岐脈)의 하위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주행거리가 30km이상의 산줄기를 이르는 개념입니다.

이 지맥은 대간이나 정맥, 기맥 혹은 자신의 형뻘 되는 다른 지맥으로부터 분기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럴 경우 원줄기에서 분기하는 줄기들은 그 원줄기의 세력이 큰 경우 여기서 30km 넘는 줄기가 하나가 아닌 여러 줄기가 분기할 수 있습니다.

신산경표의 분류 기준을 따른다면 가령 낙동정맥에서 분기하는 팔공지맥이나 보현지맥 같은 경우에는 무려 9개의 지맥이 분기하게 되기도 -어느 줄기가 주줄기이냐는 뒤에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함-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지맥이 자신보다 형뻘 되는 다른 지맥으로부터 분기한다고 하여 반드시 그 형뻘되는 줄기는 분기하는 줄기보다 긴 줄기여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줄기가 주줄기고 어느 줄기가 부줄기냐를 따지는 것은 그 길이의 확정으로 인하여 30km의 기준에 드느냐 여부 즉 지맥이 되느냐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이고 또 주줄기나 여타 줄기의 거리를 확정시키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줄기는 '산자분수령'의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것이므로 이 원칙에 따라 큰 강의 합수점으로 가는 줄기가 주줄기가 되는 것이며 더 작은 천(川)과의 합수점으로 가는 줄기는 부(副)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갑지맥을 진행하기 위하여 지도를 봅니다.

부용지맥, 오갑지맥, 가섭지맥 등 뭔가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공부 좀 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산경표의 호남금북정맥은 박성태님의 신산경표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호서정맥이라는 이름이 대신하게 됩니다.

호서(湖西)라는 말은 호수의 서쪽이라는 말이므로 그 호수를 제천의 의림지라고 보아 의림지 서쪽 즉 충청남북·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 얘기도 있고, 김제의 벽골지(벽골제는 제방의 이름이므로)를 호서의 호(湖)로 보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1설에 의할 경우 그 호수 즉 의림지의 남쪽은 호남지방이 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훨씬 아래에 있는 추풍령 이남을 영남지방이라 부르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는 믿기 어려운 말같고 나아가 원주 일부분도 호서지방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볼 것이니 타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 제2설 역시 벽골지의 서쪽이라면 범위가 너무 축소되고 호서지방의 서쪽 지역은 다 바닷물속으로 가라앉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이론이라 이 역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이에 맞서 유속이 느린 너른 곳 즉 호수같이 보일만한 곳이 있어 이를 호수 정도로 보았다면 어떨까요?

물론 금강 유역에 지금같이 대청호 같은 큰 호수가 있었으면 다른 가설도 생기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그 정도에 물막이 공사를 하여 댐을 만들만한 적당한 곳이 있었다면 그 금강 상류를 호(湖)로 보아 그 호서지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지 않겠냐 하는 제3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유가(儒家)의 학파분류를 보면 기호학파는 황해도 남부와 서울 그리고 충청남북도로 한정을 하고 있으며, 호서학파는 충남지방(충북지방은 제외)과 전북서부지방을 포함한다고 볼 때 위 제3설은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호서지방의 호서는 대강 금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고 보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산경도

 

그럼 신산경표에서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을 버리고 호서정맥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원산경표에서 북한에 있는 청북정맥과 청남정맥 그리고 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우선 우리가 걸으려고 하는 한남금북정맥에서 분기한 줄기들을 살펴보고자 함이니 남한의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 그리고 한남정맥을 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남금북정맥이라는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줄기가 맞으면서도 바다나 10대강이 아닌 칠장산 부근에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분기되면서 그 맥을 다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는 산줄기는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끝난다는 산자분수령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결과가 되어 버립니다.

나아가 정맥은 10대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한다는 명제와도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이 한남금북정맥이라는 겹침줄기를 해결하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또 금북정맥의 끝이 그 이름과 같이 금강의 북쪽 울타리와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이 아닌 안흥진이라는 곳으로 떨어지는 것도 좀 이상합니다.

 

원산경표의 위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고자 박성태선생님은 역작 '신산경표'에서 불경스러움(?)을 무릅쓰고 원산경표에 과감하게 메스mes를 대게 됩니다.

즉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반하는 3개의 정맥 중 겹침줄기인 한남금북정맥(158.8km)을 없애고 한남정맥(177.4km)과 금북정맥(280.2km) 등 두 줄기만을 남기면서 잘라놓은 한남금북정맥을 두 줄기 중 더 긴줄기인 금북정맥에 편입시키게 됩니다.

그러고는 기존의 금북정맥의 끝이 그 이름에 걸맞지도 않고 산자분수령의 대원칙에도 맞지 않게 금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이 아닌 안흥진으로 진행하던 줄기를 백월산에서 남진시켜 말 그대로 금강과 서해의 합수점에서 이 금북정맥이 물에 잠기게 만듭니다.

다만 이 줄기가 위와 같이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여 이를 금북정맥이라는 이름으로 놔둬야 하겠지만 기존 원산경표의 금북정맥과의 혼돈을 우려해 이 지방 이름인 호서를 따서 호서정맥이라 명명하고 그 줄기의 길이를 378.2km로 확정짓게 됩니다. 

신산경표 호서정맥과 금북기맥

 

그러고 나니 원산경표의 나머지 금북정맥이었던 산줄기 즉 백월산~안흥진의 129.4km의 산줄기 처리가 문제가 됩니다.

박성태 선생님은 이 나머지 줄기가 원산경표에서는 그래도 형뻘인 '정맥(正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줄기였음을 존중하여 '기맥(岐脈)'이라는 격을 부여해주어 금북기맥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의 겹침줄기인 금남호남정맥도 정리를 하여 이를 호남정맥에 편입을 시켜 남한의 1대간 9정맥이 1대간 7정맥으로 단순화 시키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남은 줄기는 금남기맥으로 남게 되는데 이는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부용지맥, 오갑지맥, 가섭지맥.

 

박성태선생님의 신산경표가 우리에게 주는 덕목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첫째, 기맥(岐脈), 지맥(枝脈)이라는 용어의 확립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지맥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보통 지맥(支脈)이라는 한자를 사용하여 산맥을 설명할 때 '원줄기에서 갈라져 나간 줄기 가닥'의 의미를 차용하여 사용한 것 같습니다.

즉 두루뭉술하게 산맥에서 갈라진 다른 작은 줄기 산맥 정도의 용어로 보통명사 격으로  

 

 

 

그런데 신산경표를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