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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현오 튜브' 잘 해 보렵니다!

 

요새 저의 행적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글이 안 보이니 혹 제가 어떻게라도 되었는지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다는 것이죠.

제가 뭐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지만 한치 앞을 모르는 사람 세상이고 보니.....

바빠서 그랬습니다.

'현오 튜브'라는 것 때문에.....

 

'현오 튜브'라....

시작은 5년 전 부터였는데 그저 시도에 그쳤고.....

올 초 다시 뜻을 같이 하는 몇 분과 시작을 해보려 하였으나 자금과 능력 부족으로 그만 흐지부지....

절치부심.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입니다.

아예 그냥 혼자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죠.

대간도 혼자했고 정맥도 상당 구간 혼자했으며 지맥 역시 마찬가지 아니냐.

그리고 이론도 그만하면 탄탄하고 산행 능력도 아직은 팔팔하니 그냥 혼자서 하라.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1인 방송국' 얘기입니다.

제 주특기인 산줄기를 콘셉트concept로 하여 1인 방송국을 운영해 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아프리카 TV'로 생방송을 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의 운용체계도 제대로 모르고 더욱이 장비도 다룰 줄 모르는 저에게는 사실 너무 버거운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만질 줄 아는 거 하나가 폰인데 사실 그나마도 10% 정도의 기능밖에 더 사용하겠느냐? 역부족일 걸..."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 버킷리스트 두 개 중 하나는 대간 관련 서적을 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산 관련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하나는 이미 완료했고 그렇다면.....

원래 직업이 '산 다니는 것'이라고 했으니 주변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으니 굳이 주변에 새롭게 얘기할 필요도 없는 일!

 

인터넷 서핑을 시작합니다.

좋은 장비가 무지 많군요.

고프로, 오즈모 포켓, 액션 캠......

뭐 또 그놈의 액서서리는 그렇게 많은지....

하나하나 체크해 봅니다.

혼자서 동영상 촬영을 해가면서 산행을 한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해 봅니다.

 

산이야 눈 감고도 갈 수 있지만 장비를 다룰려면 아무래도 손가락 운동이 원활해야 하는데...

주판알 만지던 훈련을 다시 해?

일단 거금을 투자해 몇가지 장비를 사서는 유튜브를 통해 열심히 사용법도 배웁니다.

동네 앞산(서독산과 가학산)으로 오르면서 체험도 해봅니다.

 

좋다!

 

우선 방송 채널의 이름은 '현오 채널'로 정했습니다.

그러다 아무래도 유튜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다시 '현오 튜브'로 변경합니다.

그리고 첫 작품 소재로 '백두대간'을 택합니다.

다분히 사람들에게 백두대간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한몫 거듭니다.

그래야 정맥, 지맥도 알릴 수 있고 그건 곧 산맥과의 차별성에 대한 홍볻 되니.....

 

들머리는 지리산으로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 대비 혹은 여건 완화를 기다려 이어가야 하니....

산줄기 산행의 속성이 그거 아닙니까?

이어가기!

 

아!

그런데 처음이 어렵군요.

역시 모든 게 처음 즉 시작이 어렵습니다.

시작을 어떻게 할까?

그냥 막무가내식으로 시작할 수도 없고....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주위에 자문을 구합니다.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우선 첫 장면은 이렇게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 장면을 띄우고,

그런 다음 도포를 입은 노인이 지리산 한 대臺 올라 남명 선생의 시 '德山溪亭柱'를 시조창으로 은은하게 부르고....

 

請看千石鐘 청간천석종 원컨대 천석들이 큰 종을 보고 싶었네

非大扣無聲 비대고무성 큰 공이로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

萬古天王峰 만고천왕봉 만고불변의 천왕봉은

天鳴猶不鳴 천명유불명 하늘은 울리어도 오히려 울리지 않는다네.

 

그리고 자막을 흐르게 한다고 하니 꿈 깨랍니다.

쌍팔년도 얘기를 한다나 어쩐다나....

 

그럼 그냥 지리산을 들머리로 하니까 지리산의 초입부터 올라가면서 소개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니까 그건 괜찮겠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서 그 초입을 입덕문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원고도 써봅니다.

연출에 촬영, 대본, 코디(?)....

모두 혼자서 하니 번거롭기는 하지만 어차피 늘 혼자하던 일이니.....

그러다 보니 몇 번 촬영을 하지만 돌아와서 보면 영 마음에 안 듭니다.

편집해 주겠다는 녀석이 그냥 찍어만 오면 자신이 알아서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걸 어떻게 넘겨주겠습니까!

 

2019. 11. 29.

또 남부터미널로 갑니다.

23:59 원지행 버스를 타기 위함입니다.

오늘은 또 어떤 엉터리 그림이 나올까?

11월의 마지막 날 03:10.

산청군 신안면 원지 터미널에 떨어집니다.

함께 내린 다른 분들은 각자 자기 집으로 가고 저는 PC방으로 갑니다.

이제 어느 정도 낯을 익힌 알바생은 인사까지 하며,

"그냥 편히 주무셔도 됩니다."라는 말까지 해주는군요.

녀석은 하루 두 시간만 자도 버티는 저를 잘 모르니....

영화 한 편 때립니다.

러시아 여자들 나오는 영화군요.

'Buy Me'

역시 그 나라 사람들은 우리하고는 뇌구조가 틀리군요.

아무리 서양이라도 'Notebook'을 보았을 때는 어느 정도 동질성을 느끼긴 했었는데.....

하긴 지역 감정도 못 허무는 우리나라인데....

 

오늘은 일정을 좀 달리합니다.

덕문정에서 시작을 하면 버스 시간과 맞지 않으니 우선 중산리 구간부터 촬영을 하고 다시 내려와서 입덕문 ~ 덕천서원 구간을 가기로 합니다.

어찌보면 초장에 진부한 얘기가 많을 것 같지만 원래 교과서라는 게 다 그렇지 않는냐 하는 생각과 그래도 조금은 '다큐'의 성격을 가진 것을 만들자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앞서는군요.

 

06:00

터미널로 나가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구입하며 데웁니다.

오늘은 닭갈비 백반.

터미널에서 양치를 하고 정확하게 제 시간에 오는 06:25분 중산리 행 버스가 오릅니다.

그러고는 버스를 타고 중산리 터미널에서 내려 천왕사로 가서 예정된 오늘 일정을 소화합니다.

그러고는 다시 내려와 덕문정으로 가서는 마무리를 하고.....

벌써 4번째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냥 이걸로 끝낼 요량입니다.

 

이하 시간과는 달리 장소 중심으로 편집을 합니다.

실전 모드입니다.

scene 1.

그 입덕문이 있던 곳 부근에 자리한 덕문정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고는

"안녕하세요.

우리의 산하 즉 산과 산줄기 그리고 물줄기를 사랑하는 산꾼 현오 권태화입니다.

제가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이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산과 산줄기를 콘텐츠로 한 1인 방송국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라고 하면서 이빨(?)을 풉니다.

 

백두대간을 첫 콘텐츠로 잡은 이유.

왜 이곳이 지리산의 관문이냐.

왜 이곳에서 오프닝 멘트를 하게 됐느냐.

그리고 '현오 튜브'는 편집된 동영상을 한 회당 30분 분량으로 올리지만 이것과는 별도로 하루 종일 걸은 구간은 편집함이 없이 full로 다 올린다는 등.....

 

폼도 잡아가면서 용을 써보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어쨌든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고 찍은 그림이니....

이하 모든 사진은 동영상을 캡쳐한 것이라 좀 엉성합니다.

scene 2.

20번 도로 건너가 예전에 16세기에 새긴 입덕문 각자 있는 곳으로 이동(약 100m 정도)을 하여 이 입덕문에 대한 설명을 곁들입니다.

그러고는 대간 구간이 아니니 점핑을 하여 지리태극종주 들머리로 이동을 합니다.

scene 3.

거기서 본 지리산 천왕봉.

감탄사를 작열할 수밖에 없더군요...

지리태극종주에 대해서 어쩌구 저쩌구...

4대 지태에 대해서.....

그러고는 덕산교를 건너고....

scene 4.

지리산에 들면서 남명 조식 선생을 모르고 지나면 안 되겠기에,

남명 기념관을 들러서는,

선생을 뵙고 단성소 내용도 거듭 살펴보고....

성성문을 빠져나와 산천재로 이동합니다.

산천재에서 본 천왕봉.

선생은 저걸 보기 위해 이런 명당자리에 산천재를 짓고 그 기둥에 다음과 같은 시를 적습니다.

春山底處无芳草[춘산지처무방초] : 봄 산 어디에 이른들 향기로운 꽃이 없으리오.

只愛天王近帝居[지애천왕근제거] : 다만 천왕봉을 즐기다보니 천제 사는 곳과 근사하다오.

白手歸來何物食[백수귀래하물식] : 돈 한 푼 없이 돌아와 먹을 것을 어찌할꼬.....

十里銀河喫有餘[십리은하끽유여] : 은하가 십리니 마시고도 오히려 남는구나.

 

산청3매 중 하나인 남명매와 산천재.

어쩜이리도 명당 자리인고!

원리교 덕천강과 시천천의 합수점에서 지리산 주변 물과 황금능선에 대해서 애기를 하고는,

중산리로 올라, 

약수암을 지나,

천왕사에 들러, 

천왕봉 성모사에 있던 성모석상을 봅니다.

이는 지리산의 지모신앙 그리고 우리나라 민속신앙 등 인문지리는 물론 왜구와도 연결된 역사지리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니....

그리고 공단 관리동 위 법계교를 지나 야영장에 자리한 지리산 신선 우천 허만수 선생도 뵙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이 몸도 우천 선생같은 죽음을 맞이하면 어떨까 꿈도 꿔봅니다. 

천왕봉 입구까지만 걷고 일찌감치 귀경을 서두릅니다.

집에와서 다시 돌여보나 여전히 불만족하나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됩니다.

촬영한 것은 후배에게 넘겨줬으니 작업을 완료하는 대로 바로 올리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