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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현오 TV'로 이름을 바꾸고...... 백두대간의 발길을 내딛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

바둑에만 통용이 되는 말인가?

도대체 지난 1달 반 동안 지리산을 몇 번 갔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영상 촬영한 게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으로  그린 것과 실제 화면을 보는 그것은 너무 다르니....

더욱이 기기機器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제가.....

 

열이 받아 노트북에 카메라 삼각대까지 배낭에 넣고 촬영 후 그 자리에서 돌려보기도 하였으나 이른 아침에 하는 작업에 손가락은 얼어오고....

그냥 대강 촬영한 것을 편집하는 후배에게 맡기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영 마음에 안 차니....

 

또 지리산입니다.

지리산을 아주 제집 그나들 듯 합니다.

동네 뒷산도 이렇게 자주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산청군 단성면 백운리 덕문정이 있는 입덕문에서 시작한 작업이 지난 주 겨우 천왕봉을 넘어 장터목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강풍과 살을 에는 추위로 천왕봉 정상에서의 촬영분은 바람 소리밖에 들리는 게 없으니.....

 

다시 천왕봉으로 갑니다.

오늘은 문창대부터 다시 찍으면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두류동에서 순두류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지리산을 100회 정도 갔지만 이 버스를 타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08:00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탑니다.

승객은 총 4명.

마야계곡을 아직 안 해본자리 처음 보는 순두류 풍경.

평이한 길을 따라 오르게 되어 있군요.

어느 지점까지는 4륜 구동 차량도 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지점이 해발 900m 정도 되는 곳이니 많이 덕을 본 것이긴 합니다.

시천천의 지천支川을 건넙니다.

황금능선이라 불리는 시천단맥 서쪽 물줄기와 낙남정맥의 동쪽 물줄기들은 다 시천천에 합류하여 덕산마을 원리교 바로 아래에서 덕천강에 흡수됩니다.

그런 이야기는 이미 원리교에서 다 얘기했고....

그러고는 로타리 대피소입니다.

1978. 10. 26. 부산 로타리 클럽에서 지원을 받아 설립된 대피소이죠?

남명 조식 선생의 13대손인 조재영 선생의 주도로 건립된 이 대피소는 로타리 산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기부채납 되었죠.

천왕봉으로 오르던 중, 대구에서 왔다는 형제들과 만나 여러 얘기를 하며 오릅니다.

날씨가 흐린다는 예보와는 달리 너무 날씨가 좋았습니다.

서쪽으로는 무등산은 물론 안양산과 내장산까지 다 볼 수 있었으며,

동으로는 황매산의 미세한 부분은 물론 멀리 팔공산이나 남강지맥의 한우산까지도 확실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정도니 북으로는 장안산이나 남덕유 그리고 남으로는 거제지맥이나 사량도 그리고 금오산과 남해지맥은 그냥 보너스였습니다.

웅석봉에서 달뜨기능선을 따라 진행하는 태극종주 코스가 마근담봉에서 이방태극과 수양태극으로 갈리는 모습까지도 확연하게 담을 수 있었으니.....

손가락이 시려워 고생 좀 하였지만 부는 강풍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담기는 오늘도 역부족이었습니다.

자막 처리가 불가피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주 오는 천왕봉이건만 그곳을 떠나는 마음은 늘 아쉽기만 하더군요.

30분 정도 머무르다 떠납니다.

정상석에 인사를 고하고 내려가려는데 큰까마귀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 있다 제 인사에 답례를 합니다.

그러고는 백두대간 북진을 알리는 첫발을 떼다 녀석도 날개를 펴며 제 앞으로 날아갑니다.

순간 El cuervo pasa라는 노래 제목이 만들어지더군요.

천왕봉 주위를 휘감는 께냐Quena 소리.

잉카제국이 스페인에 의해 멸망되고 스페인의 압제에 저항하다 죽은 이들이 화신인 콘돌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며 늘 그 주위를 선회하듯.....

 

저는 그 까마귀의 울음 소리가 불길한 징조가 아닌 길한 소리로 들리더군요.

지리산 까마귀는 염송을 한다고 했으니 바로 그 소리로....

자유당 정권과 연결된 모씨에 의해 잔행된 방화의 흔적은 언제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래도 구상나무를 시작으로 옛 밀림의 원형을 찾으려 제석봉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지리산의 복원력을 믿습니다.

지리 주릉.

다음 구간의 시작은 장터목을 떠나 바로 저 연하봉입니다.

우측 반야 좌측이 노고단이 있는 길상봉이니 그 바로 좌측 희미한 봉우리가 바로 무등산이죠. 

아주 청명한 날이었지만 바람은 매서웠습니다.

장터목에 내려오니 그 대구의 젊은 친구들은 벌써 내려갔고 저도 서둘러 하산을 합니다.

소지봉에 있는 바위에 고남 형과 권수복 님이 심어 놓은 아니 붙여 놓은 저 소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며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2019년 가을 산방기간도 이틀 남았습니다.

12. 16. 월요일 새벽.

백무동 초소 직원은 03:00가 되면 일어나서 저 안내판을 치우겠죠.

저는 목요일 아침에나 오를 수 있을까?

지리산 마고 할매를 하루 빨리 뵙고 싶습니다.

며칠만 기다리시면 YouTube의 '현오 TV'에서 버벅거리며 헤매는 하지만 열심히 걷는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