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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판시판이란 어떤 곳?

판시판Fansipan이란 어떤 곳?

캠프2에서 숙박을 한다면 정상에서 이런 일출도 볼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붕 판시판

 

판시판 산 정상에 올라가면 피라미드 모양의 삼각뿔 두 개가 세워져 있고, 그 삼각뿔은 우리나라의 산꼭대기에 있는 정상석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초기에 세운 삼각뿔을 보면 ‘Fansipan 3,143m’이라고 씌어져 있고 누군가 희미하게 ‘Roof of Indochina’라고 써 놓았다.

말 그대로 해발 3,143m의 이 판시판산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붕이라는 얘기다.

 

판시판 정상의 삼각뿔

 

사실 우리나라의 백두산, 네팔의 에베레스트 그리고 스위스의 마터호른과 같이 그 나라의 이름을 부르면 바로 떠오르는 산이 있는 나라들과는 달리 베트남만큼은 그 나라의 상징으로 우뚝 선 산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베트남하면 우선 무더위와 정글 그리고 아오자이 정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백두산을 손꼽듯 베트남 국민에게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산을 꼽으라면 그들은 틀림없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고봉인 판시판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판시판의 운해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에는 늘 그들 나라의 산으로 판시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꿈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때 인용하는 “누구나 자신만이 오를 판시판이 있다.”라는 속담이 바로 그들의 의식 속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북서부 지역의 장엄하고도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춘 판시판.

 

중국과 국경을 접한 베트남 최북단의 성省 라오까이의 사파Sapa 타운에서 남서쪽으로 약 9km 떨어진 곳에 있는 이 판시판은 베트남 북서부 지역의 라오까이 및 라이쩌우 지방과 접해 있다. 현지어로 이 산을 "화시판(Hua Xi Pan)"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Giant stone protruding)’라는 뜻이다.

 

'튀어나온 거대한 바위'라는 뜻의 판시판

 

베트남 지질과학원의 기록에 따르면 이 산은 약 2억 5천만 년 전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라고 한다. 사실 베트남 북서부 지역은 히말라야 못지않은 험난한 지형으로 유명한데 이 험준한 지형 속에 자리 잡은 판시판은 히말라야에서 가지 쳐 내려온 산줄기인 호앙리엔손(Hoang Lien Son) 산맥의 아시아 대륙의 남동쪽 종착지이기도 하다.

 

판시판의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

 

사계절 내내 소용돌이치는 구름과 그 구름들 사이로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봉우리들은 판시판을 숨이 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대하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가령 판시판에 대한 많은 설화를 잘 알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판시판을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영험한 관문이라고 여길 것이고, 반면 약 120년 전 판시판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딘 프랑스인 같은 이들은 이곳을 유럽의 알프스에 비유할 것이며, 또 미지의 곳에서의 하이킹을 즐기는 우리나라의 산꾼들이라면 이 판시판이 장엄한 히말라야의 어느 곳과 유사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보는 관점만 다를 뿐 판시판은 누구에게나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유대감과 친숙함을 주는 곳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렇게 판시판은 그곳을 찾은 이들을 그렇게 만든다. 적어도 그의 품 안에서는 말이다.

 

판시판 가는 길 - 영원히 못 잊을 천국으로의 여행 11.2km !

 

판시판 등로 개념도와 고도표

 

산꾼들이 판시판 정상으로 오르는 루트는 네 곳이 있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등로의 들머리는 해발 1995m의 짬똔고개Tram Ton Pass이다. 그곳에는 Ranger Station이라는 국립공원 사무실이 있다. 그곳에서 입산 신고를 마치고 등로에 들어서면 베트남 고유의 고산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멋진 능선을 개울과 언덕을 오가며 오르게 된다.

 

짬똔 고개에 있는 국립공원 Ranger Station

 

돌이켜보면 예전 판시판 정상으로 오르는 루트에는 등로가 없었다. 그 당시 그 거친 판시판 정상은 며칠 동안 울창한 숲을 헤쳐 나갈 용기와 체력이 있는 모험심 강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됐다. 그러다 보니 판시판 등정은 많은 산꾼들에게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여겨졌다. 그렇게 판시판은 사파를 찾은 수많은 산꾼들이나 방문객들에게는 숨겨진 꿈속의 천국으로만 자리 잡고 있었다.

 

판시판을 오르내리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버팔로

 

어쨌든 지금은 등로가 열렸다. 그렇게 누구나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이런 등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노라면 산꾼들에게는 무심한 돼지나 버펄로를 만나게 된다. 그러고는 가끔씩 캠프에서 1박을 하고 이른 시간에 정상을 밟은 뒤 하산하는 원주민이나 외국인 트래커들과도 인사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은 양철로 얹은 녹색지붕의 캠프 1까지 계속된다.

 

캠프1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해발 2,200m에 위치한 캠프 1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너른 화원 같은 평지를 지나면 드디어 판시판 정상과 거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보이면서 가파른 돌계단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호흡이 거칠어진다. 이 구간이 바로 판시판 등로 중 가장 난해한 코스인 캠프1 ~ 캠프 2 구간이다. 그러니 산소가 부족해지는 해발 2,700m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계단이나 구조물을 잡고 오르는 횟수가 더 많아진다.

 

우측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리면 설악의 공룡능선을 보는 듯한 착각도 일으킨다.

 

하지만 돌계단, 철계단 그리고 뉘어놓은 사다리 등을 번갈아 지나면서 우측의 중국 쪽 뾰족한 연봉들은 마치 우리가 설악의 공룡능선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다 만나는 산죽밭과 대나무밭이 그다지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수차례 지리산을 걸은 경험이 있어서 일 것이다. 주변 산의 아름다움에 우측 그리고 뒤로 자주 눈을 돌리게 된다. 다리는 고통스럽지만 눈만큼은 호강을 하는 구간이다. 호사스러움을 느끼며 "이래서 판시판이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낼 즈음 산죽밭을 지나면서 이내 해발 2,800m에 자리 잡은 캠프 2에 들어서게 된다. 

 

캠프2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올라야 한다.

 

이 캠프 2가 중요하다. 매뉴얼은 보통 여기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일찍 정상에 도전하라고 권유한다. 산악회의 경우라면 포터를 이용하여 충분한 준비물을 갖추어 오른 다음 여기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새벽 일찍 출발해 일출을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물론 하산을 ①케이블카로 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②도보로 되돌아 나올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③코스를 달리하여 깟깟마을로 내려올 것이냐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들의 몫이다. 물도 보충할 수 있는 캠프 2에서 요기를 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팀이 당일치기 산행이라면 이제 그만 일어서자.

 

캠프2를 떠나 2시간 정도 숨을 몰아쉬면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케이블카를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어려울 건 없다. 철계단과 돌계단을 두어 번 오르내리고 산죽밭을 지나면 철탑이 있고 쪼개진 듯한 바위봉이 나오고 그 사이로 사파 시내가 조망된다. 그러고는 가파른 긴 철계단을 올라 산모퉁이를 돌면 이내 굉음을 내며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케이블카가 보이기 시작하고 케이블카 상부 스테이션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난다.

 

숨겨진 낙원을 깨운 Sun World Fansipan Legend

 

판시판을 장식한 꽃들은 그 계절에 맞는 색깔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 오르는 판시판 트레킹. 우리 산꾼들에게는 사파 지역의 소수민족 생활을 살펴보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베트남 북부 산악 지역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을 몸소 체험하는 매력적인 코스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판시판 산언저리의 구름을 타고 정상부에 오르면 흰 구름과 바위 사이로 울려 퍼지는 종소리 속에 웅장하게 서있는 작품에 가까운 여러 건축물들이 신비스러운 느낌까지 주며 그 뒤에 보이는 판시판 정상이 산꾼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판시판에서 불교식 건축물을 접하는 것은 또 다른 과거로의 여행이다.

 

이제 산꾼들은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안개가 끼어 있으면 끼어 있는 대로 새로운 흥분에 접하게 된다. 아니다 몰입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산꾼들만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과 함께 오른다. 베트남어가 시끄럽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면 이내 구름바다와 땅과 하늘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숨 막히는 파노라마에 바로 몰입되게 된다. 그렇다. 낯선 자연에 대한 몰입이다. 눈부신 태양빛을 받은 이 판시판 정상은 베트남의 다른 여느 곳의 화려함을 능가한다.

 

판시판 정상에 있는 불교 조형물들

아미타 대불상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약 90km 떨어져 있는 닌빈 부근에 있는 옛 북베트남의 수도였던 호아루Hoa Lu의 전통 사원을 복원한 이 불교식 건축물은 과거의 신비와 전설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수만 개의 5mm 얇은 구리판으로 덮여 있는 21.5m 높이의 청동 불상인 아미타 대불에 참배를 하고 작은 법당 옆에 있는 9m 높이의 관세음보살상과 50나한을 보고 걷노라면 이곳이 불국토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9단 폭포의 '9'는 불가에서는 영험한 숫자라고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아미타 대불 불상 아래 양 옆으로 150개의 계단이, 중앙에는 30m의 폭포가 9단으로 만들어져 물이 떨어지게끔 조성되어 있는데, 이는 이 '9'라는 숫자가 불교의 윤회사상에 관련되어 있는 영험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숫자에 맞춰 9층 폭포를 만들기 위해 해발 3,045m의 이곳까지 399㎡의 녹색돌을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들고 올라왔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아니면 이 문화적 · 영적 건축물 때문인가?  이곳에서는 불가에서 신비롭고 신성한 영적 현상으로 여겨지는 '발광發光'이 드물게 발생한다고 한다.

 

케이블카 하부 스테이션에서 바라본 판시판 정상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오로지 특혜를 받은 산꾼들만의 전유물일 수만은 없다고 여긴 사람들의 시기심 때문이었을까?  지금까지 꿈과 전설에 뿌리를 둔 그 판시판을 특정한 사람들만이 수 일에 걸려서 올라갈 수 있던 것을 단 하루 만에 누구라도 그 경이로움과 만나게 해 주겠다며 나선 이들이 있었다. 어찌 보면 역설적으로 지금과 같이 자연을 훼손할 대로 훼손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었는데 그 개발에 나선 이들이 바로 Sun Group이라는 관광개발업자였다. 베트남 관광지 요소요소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회사는 베트남 최고의 문화관광 시설, 놀이 공원, 케이블카 및 호텔 서비스 등을 결합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인데, 그중 이 Sun World Fansipan Legend는 사파를 중심으로 한 그 그룹의 자회사의 브랜드이다.

 

https://youtu.be/RCaOITQH3-k

 

World Travel Awards를 수상한 판시판

 

Sun World Fansipan Legend 는 판시판을 중심으로 한 SUN 그룹의 자회사 브랜드

 

즉 2016년 Sun Group은 이 판시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서 누구나 이 인도차이나 반도의 최고봉을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고, 그 결과 천상의 구름을 통과하는 시간을 1~7일에서 15~20분으로 크게 단축했다. 그 결과 2020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여행 산업의 오스카상이라 일컬어지는 World Travel Awards에서 세계 최고의 자연경관 관광 명소로 선정되었고, 이 일로 판시판은 전 세계에 그 위상이 알려지게 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판시판

 

이렇듯 숨 막히는 풍경의 이 판시판은 뚜렷한 사계절로도 유명하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이 매혹적인 영역을 Sun World Fansipan Legend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꽃으로 아름답게 가꾸었다.

 

관세음보살상이 사파를 내려다 보고 있다

 

판시판의 봄은 구름 위로 꽃이 피어오르는 '하늘의 관문'이 되어 산꾼을 유혹한다. 이때 이 웅장한 산속에 자리 잡은 히말라야 벚꽃이 이른 아침 안갯속 아름다운 새소리와 함께 매혹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300~400년 된 진달래가 이 판시판의 산기슭에 꽃무늬 태피스트리tapestry가 되어 생기 넘치는 화려함을 선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의 판시판은 화려한 꽃이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한 편의 교향곡을 만든다. Sun World Fansipan Legend의 웅장한 시설물 속에서 베트남 최대의 장미 계곡인 사파의 므엉호아 계곡에서만 발견된다고 하는 덩굴장미의 매혹적인 붉은 색조로 장식되는 시즌이 바로 이 여름이다.

 

하산은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름이라면 이런 녹색의 계단식 논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은 특히 판시판의 '구름 사냥' 시즌이다. 해발 3,143m의 어쩌면 성스럽게도 보이는 정상 위로 솜털 같은 구름이 덮인다. 산비탈에 있는 계단식 논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황금빛 폭포처럼 보인다. 판시판의 어느 곳이건 산꾼이나 관광객들은 눈부신 노란색과 붉은색에 흠뻑 젖어 추수를 앞둔 논과 산악 풍경을 우아하게 장식하는 크로코스미아 꽃과 함께 매혹적인 풍광을 접하게 된다.

 

판시판의 추색秋色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니 판시판의 가을은 붉은색이기는 하지만, 이 붉은색은 우리나라나 다른 온대 지방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고산인 판시판이라면 비록 이곳이 베트남일지라도 운만 좋다면 겨울에 이렇게 눈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판시판 정상의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갈 수도 있어 동남아 지역에서 눈을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때로는 0.5미터가 넘는 눈이 산을 뒤덮어 매력적인 북유럽의 동화 같은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혹시나 올 겨울에는 이런 설경을 볼 수 있게 되지나 않을까?

 

그래도 판시판은 이런 운해이다.

 

이렇듯 판시판은 베트남의 자존심이자, 자연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준 선물이며 판시판을 찾는 산꾼들에게 주는 기쁨이다. 판시판에 오르는 동안 힘듦과 피곤함을 뒤로하고 베트남 최고봉 아니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 정상에 올랐을 때, 산꾼들은 스스로의 열정과 만족감에 색다른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아닌 그곳을 두 발로 걸어서 성공적으로 올랐을 때 그 느낌은 과연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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