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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치악산

치악산 둘레길 들어가기(제1구간 꽃밭머리길)

1구간 들머리 안내판

 

지리산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지정하기.

 

치악산(雉岳山)1984년 우리나라에서는 열여섯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입니다.

상원사의 꿩과 구렁이의 전설로 시작된 그 치악산.

그 때문에 '보은의 산'으로도 불립니다.

그 보은의 산의 최고봉은 비로봉입니다.

그 비로봉은 빌다의 산악숭배사상에서 나온 이름일 수도 있고 비로자나불의 불교지명설에서 나온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 사다리병창을 염두에 두고 , 등 '비탈이나 낭떠러지기' 같은 생김새에서 나온 이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빗' 계열의 지명은 '비탈지다'에서 나온 이름이 많습니다.

지금 쓰이는 말 중 '빗나가다', '비슷하다', 빗금', '빗대다', '비스듬히, '빗장' 등이 그 용례인데 이 변화 과정을 거친 말이 '비탈' 일 수 있습니다.

시대나 지역에 따라 여기서 변형된 이름이 '벼루', '별;', '비리', '벼랑' '베틀', '별' 등이 그것들입니다.

그러니 두타산의 '베틀바위'는 베를 짜는 베틀과 연관된 전설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저 비탈진 곳에 있는 바위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베틀산이나 별고개(=星峴), 빗고개, 베틀고개 등도 다 이런 식의 이름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비로봉의 경우는 학설이 좀 갈립니다.

즉 산악숭배사상답게 산봉우리에 제단을 쌓고 소원을 비는 과정에서 '(소원을) 비는 산'에서 '비로봉'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것과 보통은 그 산에서 가장 높은 산에 붙인다는 취지에서 불교의 최고불인 비로자나불에서 '비로 毘盧'를 붙여 최고봉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비로봉의 세 개의 돌탑

 

'치악산' 하면 우선 원주를 떠올립니다.

양평과 횡성, 영월 그리고 제천시와 충주시, 여주시 등 3개 시, 3개 군과 인접해 있는 원주의 상징이 아무래도 치악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치악산이 있는 원주시에 1960년대 중반 용창중이라는 분이 사셨습니다.

그 분은 '모나카'라는 과자를 만드는 장사를 하시는 분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은 신의 계시를 받게 됩니다.

즉 꿈속에서 신령님이 이르시기를 "너는 3개 도의 돌을 모아 치악산 꼭대기 비로봉에 세 개의 돌탑을 만들라."는 미션이었죠.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꿈이라는 걸 알았지만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 그분은 그때부터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를 돌며 돌을 모아 비로봉으로 가지고 올랐습니다.

그렇게 8년여에 걸쳐 만든 것들이 바로 용왕탑, 산신탑, 칠성탑 등 세 개의 돌탑입니다.

그 돌탑들은 그 일화와는 무관하게 치악산의 명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섬강지맥 개념도

 

섬강지맥

 

이 치악산의 족보를 봅니다.

백두대간의 오대산 두로봉에서 가지를 친 한강지맥은 홍천군, 영월군, 횡성군 등 세 개의 군이 갈리는 이른바 삼계봉에 이르러 남쪽으로 가지를 하나 치게 되죠.

그때 그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바로 섬강(蟾江)입니다.

 

우리 옛말의 '높다'라는 말은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인 'ᄃᆞᆯ'이었습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ᄃᆞᆯ' 그것이었죠.

그 'ᄃᆞᆯ'이라는 말을 한자로 쓰는 과정에서 月이 되었으니 지금의 월출봉이니 월경산, 월악산 등이 그 예입니다.

월출산月出山이 '달이 떠오르는 산'이 아니라 'ᄃᆞᆯ뫼' 즉 높은산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죠.

이 'ᄃᆞᆯ'이 또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지역에서는 비슷한 발음인 '닭'이 되었고 이를 한자로 쓰다보니 닭鷄를 써서 'ᄃᆞᆯ' = 鷄가 되어 지금의 계룡산이나 계족산이 되게 된 것입니다.

하나 더 나아간다면 계족산의 족足도 'ᄃᆞᆯ' 》 다리 足이 된 것에 불과합니다.

한편 섬강의 蟾은 조금 더 나아가야 합니다.

즉 蟾을 옥편에서 찾아보면 두꺼비라는 뜻도 있지만 달月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두꺼비는 재생, 부활의 의미를 가졌다고 전해지고 있죠.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도교의 영향으로 토끼가 달에서 불사약을 만든다는 전설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고구려 벽화에도 토끼와 두꺼비를 함께 그렸습니다.

蟾이 다 이런 인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달達 = 月 = 蟾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섬강은 두꺼비와는 별 관계가 없이 다만 '높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결국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강이라는 단순한 의미로 이해한 것입니다.

속리산에서 발원하는 '달천達川'이나 흔히들 부르는 '달동네'도 다 이런 의미입니다.

그러니 지리산을 끼고 도는 섬진강도 만들어진 전설과는 달리 이런 뜻을 꿰어맞춘 것에 불과합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바로 그 섬강인 것이죠.

이 섬강은 횡성을 거쳐 원주를 관통하며 흐르다 여주와의 경계인 홍호리에서 한강에 합수됩니다.

한편 삼계봉에서 가지를 친 지맥(支脈)은 매화산 ~ 비로봉 ~ 남대봉 ~ 시명산을 지나 위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111km의 지맥(枝脈)이 되는데 우리는 그 지맥의 이름을 물줄기의 이름을 따서 섬강지맥蟾江枝脈이라 부릅니다.

(산줄기를 중시하는 신산경표의 영월지맥 일부 + 백운지맥이 됩니다.)

이 치악산은 1,000m가 넘는 굵직굵직한 봉우리들을 거느리고 있는 적악산이라고 불렸던 원주의 진산입니다.

赤岳山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예로부터 신성한 산으로 대접을 받았던 이 치악산은 골짜기마다 명찰들이 자리하고 있는 명산이기도 합니다.

 

최남선의 불함문화론에 따르면 '불함'이란 'ᄇᆞᆰ, 광명, 신, 하늘, 태양' 등을 뜻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즉 단군신화'로 상정되는 우리의 '천신숭배사상'  곧 이 ᄇᆞᆰ사상이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지역까지 퍼져 나갔는데 우리 지명에는 특히 이 'ᄇᆞᆰ'을 뜻하는 지명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이 'ᄇᆞᆰ'의 한자어인 '白'자 계열의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ᄇᆞᆰ'의 활용형인 'ᄇᆞᆰᄋᆞᆫ', ' ᄇᆞᆰᄋᆞᆫ애'가 태양을 의미하기도 했으며 이 'ᄇᆞᆰᄋᆞᆫ'이 한자로 쓰이면서 光이 되기도 하며, 밝을明, 붉을 赤, 발足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치악산의 옛 이름이 적악산赤岳山이었던 것은 이런 의미에서 불려지던 이름이 조선시대에 와서 꿩으로 인해 치악산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의 모습을 한 치악산 둘레길

 

치악산 둘레길

 

그만큼 이 치악산은 이름으로보나 그 규모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여느 산에 비교해 볼 때 결코 뒤지지 않는 산세를 가지고 있는 명산입니다.

한편 2007년부터 시작된 제주 올레길의 열풍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까지도 트레커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나라 안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너도나도 들레길 만들기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러니 이런 흐름에 치악산이라는 걸쭉한 명산을 보유하고 있는 원주도 예외는 아니었죠.

원주시는 사단법인 한국걷기협회와 제휴를 하여 2019. 4월 치악산의 옛길, 등로, 임도, 농로와 개울들을 적절하게 잇는 1단계 공사를 우선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러고는 계속 작업을 진행하여 드디어 2021. 5. 전체 11구간 139.2km의 둘레길을 완공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완공된 치악산 둘레길을 따라 트레커들은 치악산 주변의 역사, 문화, 인문, 생태자원 등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간마다 가지고 있는 자기 이름

 

또한 각 코스마다 그 코스의 상징적인 단어를 찾아 가령 1구간은 꽃밭머리길, 2구간은 구룡길, 3구간은 수레너미길이라 이름을 붙이는 등 각 코스를 특별하기도 합니다.

 

이 치악산둘레길이 완공되자마자 바로 전 구간을 다 걸었던 산우 산으로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반적인 둘레길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고 하였는데 저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그 길을 2024년 이른 봄 눈을 간간이 보며 산우 이한검 대장과 함께 걸어봅니다.

지도 #1

 

2024. 03. 09.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서 만나 국형사(원주시 행구동 99-4) 주차장으로 이동합니다.

 

국형사

 

제1구간인 꽃밭머리길은 국형사에서 시작하여 제일참숯에서 마무리하는 구간 거리 11.3km의 알뜰한 구간입니다.

조선시대 2대 임금인 정종의 딸인 희희공주가 폐병을 완치하여 정종이 친히 나라 국, 형통할 형자인 국형사란 사찰명을 내렸다는 일살이 있는 이 국형사는 신라 경순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주차장 북쪽으로 안내판, 이정목 등이 보입니다.

주차를 하고,

이곳으로 들어 오늘 둘레길을 시작합니다.

이한검 대장님 포즈를 취해주시고.....

원주시에서는 이정목을 잘 준비해 주셨습니다.

'국형사 솔바람 숲길'?

이건 또 뭐야?

알아보니 원주시에서는 이 치악산 둘레길 말고도 '배부른산길', 700년 노송길' 등 30여 개의 길을 조성하여 소위 '원주 굽이길'이라 이름 짓고 약 400km의 둘레길을 개통해 놓았더군요.

원주시민들 이거 돌다 생명 다 할 것 같군요.

이 국형사 솔바람 숲길을 이 데크를 따라 걷다가,

저 정자 뒤로 이어지겠더군요.

부그러운 길.

간간이 휴게소도 보이고.....

이정목이 잘 되어 있어 알바할 염려는 없습니다.

낙엽송?

치악산 둘레길.

안내판 필요한 곳곳마다 정말 잘 세워져 있습니다.

또한 QR코드로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확인할 수도 있고.....

성문사 입구

천태종 성문사를 지납니다.

둘레길은 좀 치고 올라가야 할 곳들은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렇게 적당한 보폭으로 오를 수 있도록 계단도 잘 만들어 놨으며.....

시원스럽게 뻗은 낙엽송 구간.....

물도 건너고.....

기도터.....

문닫은 카페.

옛 둘레길.

예전에는 이리로 걸었었나 본데.....

세명선원을 지납니다.

현직에서 은퇴한 부부인데 지금은 이곳에 내려와 살고 있다는군요.

예전에는 우측 관음사길로 둘레길이 이어졌었는데,

지금은 좌측 도로로 올라,

이 예식장 뒤로 진행하도록 둘레길이 변경되었습니다.

전망대로 올라,

원주시내도 보았지만 그저 그런 느낌....

우측이 관음사 옛 둘레길.

여기서 스탬프 한 번 찍고!

예.

저도 알바할 뻔했습니다.

다시 숲으로 들어 물도 건너고...

지도 #2

여긴 또 뭐야?

여긴 또 운곡솔바람 숲길.

무슨 둘레길이 이렇게 많아!

아!

여기는 운곡 원천석 선생 묘가 있음에 착안하여 이 부근을 원점회귀하는 길을 하나 조성하여 그런 이름을 붙인 거로군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많은 원주시민들이 삼삼오오 그 길로 들어서더군요.

원주시 대단합니다.

기념시비를 보고 좌틀하여,

다시 둘레길로 들어섭니다.

너무나 많다고 느낄 정도.......

휴게 시설도 충분하고....

여름에도 걷기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소나무 한 그루도 보고......

우측으로 멀리 비로봉 부근도 보면서 황골마을로 들어섭니다.

이 황골마을은 원주에서도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어서 그런지 동동주와 엿을 만드는 곳이 많습니다.

 

우리말의 'ᄒᆞᆫ'은 우랄알타이어 족의 Khan 즉 크다(大)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서 그 'ᄒᆞᆫ'은 大가 되었으며 '홍'도 되었습니다.

홍성의 옛 이름인 翰山이 大山이 되었다가 鴻山이 되었으니 한=대=홍이라는 얘기입니다.

그 '한'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황'으로도 변했으니 이를 한자로 표기한다면 ''黃이 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합천의 황매산도 그 지역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황매 즉 한뫼 그러니 큰 산 정도로 봤다는 것입니다.

고로 이 황골도 황골黃谷 즉 큰 골짜기라는 얘기입니다.

우틀하면 입석대로 올라 1118.6봉과 비로봉 사이로 진행할 수 있겠군요.

자금은 봄철 산방기간 중....

삼봉 1073m.

우측 멀리 보이는 게 비로봉이려나?

이 동네는 온통 엿마을.

출출한데 여기서 동동주 하나 먹고 갑시다.

아주머니가 내러 주신 안주.

그런데 오리지널이라 그런지 장난이 아니네....

40분 정도 놀다가 일어섭니다.

새로 조성하고 있는 전원마을.

1구간 마무리할 제일숯공장이 점차 다가옵니다.

저 정도 될까?

무슨 작업을 하실까?

우측으로 턴하여....

이 동네가 상초구인 모양인데...

남양 홍 씨 사당을 지나고....

무슨 펜션 같은 곳도 많이 보이는군요.

상초구上草丘인가 아니면 上草溝인가?

어쨌든 이런 시설물들로 인하여 지명이 갖는 옛 이름은 찾아볼 길이 없군요.

오늘 1구간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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