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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호남정맥(2013.2.23.~2013.11.3)

호남정맥 16구간(오도재~방장산~주월산~광대코재~모암재~존제산~주릿재~석거리재)

학교도 방학을 하듯이 저도 폭염을 피하기 위하여 몇 주를 산행다운 산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같은 띠 동갑이면서도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주 최소한 2회 산행을 고집하시며 노익장(?)을 과시하시는 '홀대모'의 조진대 고문님을 보면 항상 고개가 숙여집니다.

지난 주도 150지맥 완주를 목표로 또 지맥 줄기 두 구간을 걸으셨을 겁니다.

그에 비하면 젊은 저는 이렇게 꾀나 부리고 앉아 있으니.....

이번 주말은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보입니다.

그 예보를 신뢰하는 저는 잘하면 폭염을 피하여 우중산행을 할 수도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도 해 봅니다.

더위 아니 폭염보다는 비맞고 산행하는 게 훨씬 걷기에 좋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다만 사진 촬영이 불가능 할 정도로 많은 비를 동반하거나 뇌전까지 거느린 비라면 조금은 문제일 것이지만....

제가 비를 몰고다니는 우신(雨神)은 아니지만 저의 산행과 맞물려 남쪽 지방에 해갈에 도움이 되는 비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번 주는 제가 함께 하고 있는 '4050그린산악회' 대원들과의 호남정맥 17구간 산행입니다.

그런데 저는 16구간을 집안 사정을 빼먹었으니 목요일 밤에 내려가서 하룻밤을 자고 홀로 금요일 땜빵 산행을 한 후 토요일 새벽에 대원들과 합류하여 같이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틀 연속 산행.

남들이 볼 때에는 힘들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분들도 다 하는 거.

잠만 푹 잘 수 있다면 만사 오우케이 입니다.

그런데 목요일 잠은 보성의 유일하게 하나 있다고 하는 찜질방에서 자면 될 것 같은데 금요일 잠자리가 문제입니다.

선답자들이 찍은 사진을 보니 석거리재 휴게소에는 평상이 있고 그 휴게소의 식당에는 여러가지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거기서 먹고 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침낭이 필요할 것인데 침낭을 지고 다니기도 그렇고...

침낭과 이틀 갈아 입을 옷.

그리고 비온 다음 갈아 신을 신발 등 짐이 한 보따리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로군요.

하는 수없이 석거리재 휴게소로 전화를 걸어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체국 택배로 탁송합니다.

 

그러고는 목요일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에 단 한 대밖에 없는 보성행 고속버스를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성으로 출발합니다.

보성시외버스터미널 안의 구내식당은 아침 5시 반에 영업을 시작한다고 하는군요.

일찍 운행을  시작하는 기사님들에 대한 배려일 것입니다.

거기서 내일 아침을 해결하면 될 것이고....

그 식당에서 오도재가는 버스 그러니까 '겸백면'가는 버스는 첫차가 06:15이라는 정보도 아울러 챙깁니다.

찜질방에 도착하니 친절한 주인장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 깨끗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별로 없군요.

잠을 자야 하는 저로서는 만족스럽기는 하지만 ....

맥주 한 통을 마시면서 티브이를 켜서 야구 중계를 보는데 이거 또 게임 내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친구 녀석 중 유일하게 호들갑을 떠는 친구 녀석이 자꾸 쓸데 없는 얘기를 카톡으로 날려옵니다.

내일을 위하여 채널권을 뒤에 들어온 젊은 친구들에게 양도하고 저는 중간 방에 가서 시원한 자리를 찾아 잠을 청합니다.

 

2013. 8. 23.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 보니 밖에는 비가 오고 있군요.

굵은 비는 아닐지라도 비가 온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였지만 이미 비에 대하여 철저히 마음의 준비를 한 터라 ...

택시(4,500원 가량)를 불러 터미널로 가서 예정했던 대로 아침밥을 먹고 얼음물에 도시락까지 챙깁니다.

그러고는 06:15에 출발하는 버스를 전세 내어 오도재로 향합니다.

친절하신 기사님께 부탁하여 정류장도 아닌 오도재에서 하차합니다. 

 

산행 개요 

1. 산행일시 : 2013. 8. 23. 금요일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호남정맥 16구간 (오도재~방장산~주월산~관대코재~모암재~존제산~주릿재~석거리재)

4. 산행거리 : 23.7km (올해 누적 산행 거리 1,033.39km)

지 명

거 리

도착시간

소요시간

비고

오 도 재

 

06:55

 

 

방 장 산

4.1(km)

08:19

84(분)

 

주 월 산

3.0

09:25

66

광대코재

2.8

11:01

96

 20분 휴식

모 암 재

2.2

12:25

84

 5 분 휴식

존 제 산

1.4

13:35

70

10분 헤맴

주 릿 재

5.3

15:03

88

15분 점심

석거리재

4.9

17:00

117

 

23.7

10:05

09:15

실 운행시간

 

 산행 기록

 

지도 #1

06:40

오도재라고도 불리우는 오도치에 저를 내려 준 버스는 겸백면 쪽으로 가고 저는 비를 맞지 않는 나무 밑으로 가서 산행 준비도 하고 볼일도 봅니다.

지난 번 여기서 대원들과 시원한 맥주를 나눴던 기억이 나고.....

06:55

자, 그러면 오늘 산행을 슬슬 시작할까요.

음.....

비는 오고 있고 그 비 덕분에 구름이 낮게 깔리는 멋진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군요.

어렵게 만난 귀한 산.

역시 저와 산은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이라면 그 산에 대한 그리움이 어찌 이렇게 깊어지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빗소리에 잠에서 깬 농민들이 밭을 보러 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절개지로 인하여 산행 초입을 찾기가 쉽지 않군요.

표지띠는숲속으로도 향하고 있으나 그저 절개지 옆 배수로를 따라 올라가는 게 편합니다.

그 배수로가 끝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등로가 이어지고 그 등로는 경사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 편한 길이니 이제 막 산행을 시작했더라도 별로 힘이 들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길입니다.

바라건대 제발 이 정도의 등로 사정이 끝까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디 우리나라의 정맥 마루금이 온전한 곳이 별로 있겠습니까?

이제 능선에 올라 득량쪽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나무 사이로 슬쩍 훔쳐봅니다.

남쪽 바다는 구름에 덮혀서 보이질 않는군요.

07:15

지도 #1의 355.5봉 입니다.

보성군에서는 이 이름을 국사봉이라 붙여 놓으셨군요.

지명 문제는 차치하고 거리 표시라도 제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중계탑이 방장산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비는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07:29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섭니다.

정말이지 이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면 피톤치드 때문인지 가슴이 확 트여지는 느낌을 갖습니다.

산행 중 숨이 차오를 때에도 이 숲속으로만 들어서면 청량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마도 그런 요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청주한씨 묘소를 지나고,

07:43

약간은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운동시설이 있는 파청재를 지납니다.

이런데 운동시설이라니...

그런데 이정표를 보면 오도재가 3.41km, 국사봉이 2.41km라고 표기되어 있군요.

GPS로 온 거리를 확인하여 보니 오도재부터 이곳까지 2.5km 조금 안 되는데...

1km라는 거리 편차가 있습니다.

보성군에서는 이런 걸 좀 신경 좀 쓰셨어야 하는데....

산을 다니면서 생각하는 것인데 이런 산행과 관련된 일은 되도록이면 의무감 있는 업체에서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이런 세세한 것들 하나하나가 산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인데....

이제부터 방장산까지는 이런 길이 계속됩니다.

이 임도는 방장산 정상에 있는 시설물들을 신축할 때 만들어졌을 것이고, 공사 후에는 그 시설물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일 것입니다. 

그 길을 따라 좀 편하게 진행합니다.

여전히 득량만의 하늘은 열리지 않고....

08:08

약수터 사거리를 지납니다.

논 뒤로 바다가 살짝보이고....

그 우측의 정경....

좀 더 우측으로는 제가 지나온 마루금이 슬쩍 고개를 내밉니다.

전신주와 KBS 중계탑이 나오고....

08:19

방장산입니다.

정맥을 하다보면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뵙게 됩니다.

선생님의 산에 대한 열정.

누가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도, 어느 지자체나 국가기관에서 용역을 받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비로 후답자의 안전 산행을 위하여 산길을 잡아 주신 선생님의 뜻을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런 역사적인-뭐 '역사'라는 말을 쓴다고 해서 그게 커다란 사건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 자체가 역사라고 보는 관점에서라면 - 일에는 어떤 기록이 남아야 하는데 혹시나 이런 업적이 이 대(代)가 지나가면 그냥 묻혀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는 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여전히 사실과 맞지 않는 이정표는 서 있고,

2등금삼각점(복내28, 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 산 108-2)이 있으며,

삼각점 바로 뒤에는 정상석도 있습니다.

중계소 덕분에 잘 조성된 방장산을 지나 주월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또 한번 비가 훑고 지나갑니다.

이 방장산을 지나면서 이제 득량면을 버리고 조성면을 맞게되니 이제 마루금은 겸백면과 조성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아!

이런 등로도 있나?

기대 밖입니다.

09:05

432봉을 넘으니,

09:13

배거리재가 나오고 이제 바로 위가 주월산 정상입니다.

주월산으로 오르는 길에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휴게시설이 되어 있는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09:25

오도재까지의 거리도 2.8km 정도나 부풀려 놓았고....

방장산까지는 1.1km나...

산객들의 안전을 위해하는 요소들은 바로 잡읍시다.

이곳이 활공장인 관계로 활공장으로 진입하는 곳에 도로를 개설 중인가 본데 또 쓸 데 없는 예산 낭비입니다.

호남정맥을 하면서 이런 활공장 몇 군데 보았지만 지금도 운영 중인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던데...

방송에서 몇 번 떠들면 그게 관광객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거로 판단하는 것 같은데 패러글라이딩 하는 그 사람들도 비싼 돈 주고 산 장비를 그저 몇 번 사용하고는 그냥 창고에 처박아 놓고 썩히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등로를 정비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어찌보면 국가기본시설을 정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이야기로 열심히 산행하는 사람들을 지원해 주면 그만큼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의료비로 지출되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에 다니는 분들 치고 병원에 자주 다니는 사람 보았습니까?

정상석도 확인하였고 초콜렛도 하나 먹었으니 다시 출발하여야지요.

바람이 좀 세게 부니 힘이 샘솓는군요.

산림청.

우리를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해주시는 분들의 집합소.

그런데 발로 뛰어 다니셔야지 탁상공론은 금물입니다.

우측의 이정표로 들어가도 다시 임도와 만납니다.

이제 이정표는 이정표로서의 거리를 가리키는 용도로만 보고 맞지도 않는 거리는 볼 필요가 없으니 보지 않기로 합니다.

예, 다시 아까 그 임도를 만나고....

그러나 소위 정맥꾼이라는 사람이 마루금 아닌 우회도로로 걸어갈 수는 없고....

마루금을 고집합니다.

그러나 여기부터 좀 고생 좀 합니다.

어른 키만한 억새며, 새며 거기에 칡넝쿨과 산딸기 나무...

산초나무까지 거기에 합세하여 온몸을 생채기 투성이로 만듭니다.

10:05

빗길에 된비알을 내려오면서 앞발에 브레이크를 잡느라 발가락에 통증이 올 지경입니다.

이미 신발 안에서는 맹꽁이가 울어대고...

그러고는 무남이재입니다.

무넘이재가 아니고 무남이재라...

이 아래로는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니 그렇다면 초암산터널이 바로 이 아래로군요.

잠시 배낭을 벗어놓고,

지도를 보고 있는데 바로 위에서 멧선생 소리가 납니다.

전에는 멧선생 소리를 들으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많이도 단련이 된 느낌입니다.

소리 몇 번 지르고 폰에서 음악을 틉니다.

코러스가 나오는 노래.

그 중에서도 제가 이런 분위기에서 즐겨듣도록 녹음을 한 pop music으로....

혹시나 이 놈들이 외국음악이라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이라는 건 음율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거니까....

이 임도도 저 아래로 연결이 되어 좌틀하게 되면 아까 주월산 활공장으로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10분 정도 바람을 잡았으니 녀석은 멀리 갔을 것 같습니다.

다시 산행을 이어갑니다. 

임도 개설 현장.

며칠 전 뉴스를 보다 보니 도시에 출몰한 멧선생을 보고 뭐 동물관련협회에 계신 분이 인터뷰를 하면서 멧선생이 도심에 출몰하는 이유를 "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바람에 멧돼지가 쫓겨내려오는 것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지나친 단견이고 동물관련협회에서 일을 하시는 분치고는 그  무지함이란....

아니 산꾼이 산에 산길을 걸으려고 갔지 멧선생 서식처를 파괴하러 갔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멧선생이나 동물들을 보면 돌팔매질 한 번 한 적이 있습니까.

산꾼들만큼 그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멧선생으로 대표되는 산짐승들도 이런 산꾼들의 뜻을 잘 아는지라 그들도 되도록이면 산꾼들의 안전산행을 위하여 절대 산꾼들 앞에는 나서지 않으며 새끼들도 어려서부터 이런 안전교육을 잘 받고 있는지라 되도록이면 그들의 통행금지 시간 즉 낮에는 활동도 금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끔 만취하거나 우울증에 걸린 멧선생 혹은 성격파탄저(猪) 등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체수가 많아지고 지금 이런 도로 개설 혹은 농장, 별장 같은 전원 주택단지 조성 등으로 그들의 서식처가 좁아져서 발생된 것이지 그것이 산에 다니는 사람들 때문이라니요?

뭘 좀 제대로 알고 하는 말씀이셔야지.... 

멧선생들이 저기 별로 다니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나는 굉음소리로 인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습니까.

벌목을 해 놓은 이 자리에 인간이나 동물들 모두 좋아하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대합니다.

산림청.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임도도 무조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제법 안전시설도 되어 있고,

음...

표지띠가 좌우로 날리고 있군요.

여기가 초암산 갈림길이군요.

이름하여 광대코재.

유래는 잘 알 수 없지만 아주 재미있는 이름이군요.

여기서 그동안 같이 진행한 겸백면을 버리고 율어면을 만나게 되면서 율어면과 조성면의 면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봄이면 철쭉들로 온통 산이 붉은 불이 붙는 초암산.

언젠가 그 초암산을 지나 이 길로 다시 올 수 있는 날을 기약해보면서 우틀합니다.

11:01

글짜도 떨어진 이정표에서 우틀하여,

초암산 방향을 조망해봅니다.

11:03

604봉을 지나는데 이제부터 악명 높은 구간의 시작입니다.

아까 지나온 구간은 예행 연습에 불과했고...

진행하여야 할 방향이 잘 조망되지 않을 정도로 어른 키만한 잡목이 길을 가로막습니다.

무릎까지는 스패츠까지 해서 그렇게 지장이 없다손 치더라도 손등과 허벅지까지 나뭇가지가 사정없이 붙들어댑니다.

조망이 잠시 트이기는 하지만 한숨부터 나옵니다.

암릉구간이 나와야 겨우 숨을 돌릴 정도고...

우측으로 보성 CC와 아까 무남이재를 지났던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간)가 보입니다.

예전에 영어실력기초와 오력일체를 볼 때 자주 보던 안현필 선생님같이 잔소리 한 마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를 자주 이용하는 저는 최근에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얼마 전까지도 제공해 주던 서비스 즉 (구)지형도에 대한 서비스를 아무런 안내없이 중단 한 것이었습니다.

문의하여 보니 새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은 없고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지형도로 인하여 민원이 많이 발생하여 처음부터 그런 민원을 차단할 목적으로 그걸 없애버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도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에는 우리나라 지형도에 관한 지도가 없다는 것이니 그러고도 최신형 지도 운운 하는 작태가 우습기만 합니다.

고산자 선생님이 지하에 누워계시다가 벌떡 일어나실 이야기입니다.

선암리 마을의 민가가 보이고....

아!

너무 고역입니다.

발에 뱀이 밟히는지 돌이 걸리는지 아무 것도 볼 수 없이 그저 풀과 나뭇가지만 헤치며 진행합니다.

닝기럴....

11:26

그러고는 554봉을 지나,

잠시 개인 하늘을 이용하여 바다도 보고, 

고속도로와 저수지(대목제)도 봅니다.

11:30

.........

11:56

죽을둥살둥 아무 생각 없이 진행합니다.

571.8봉의 소위 적치봉(赤峙峰)입니다.

이곳부터는 조성면을 버리고 그 유명한 벌교읍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율어면과 벌교읍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게 되는데 우틀하여  조성면과 벌교읍의 면계를 따라 진행하게 되는 산줄기가 고흥지맥입니다.

준희선생님의 산패(山牌)가 여지없이 붙어 있습니다. 

참고도 #1

고흥지맥은 위 참고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치봉 분기점에서 태봉, 장군봉, 주월산, 금성산을 거쳐 남해로 떨어지는 약 88.9km의 긴지맥입니다.

도중에 천등산 부근에서 약 30.7km의 장계지맥 하나를 더 내 놓을 정도로 큰 줄기로군요.

그런데 그 고흥지맥으로 가는 초입길에는 광주의 백계남 선생님과 다른 몇 분의 표지띠도 걸려 있지만 철쭉나무로 인하여 헤쳐나가기에는 너무 힘이 들 것 같군요.

겨울산행이나 가능할 것 같은 곳입니다.

저는 좌틀하여 된비알을 내려갑니다.

다시 숲속을 헤매면서 진행을 합니다.

12:13

15분 넘게 고생을 합니다.

겨우 길이 터지면서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만납니다.

최소한 이 정도의 길은 만들어 주어야 산꾼들이나 일반 산객들 나아가 학생들로 하여금 우리 국토 그리고 우리 산줄기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것인데...

저 아래로 율어면과 벌교읍을 잇는 새로 확포장된 6번 도로가 보이지만 지나는 차량은 볼 수 없습니다.

다시 임도를 만나고,

저 전붓대 옆으로 틀어 들어가니,

12:25

동물 이동통로가 나오고 바로 아래가 새로 만든 터널입니다.

여기가 모암재라고도 불리우는 전지고개로군요.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하는군요.

슬슬 배가 고파오는데 시원한 비를 맞으며 가서인지 힘도 별로 들지 않고 그런대로 갈만 합니다.

가끔 로프도 보이고...

길은 그런대로 좋습니다.

비가 강렬하게 내리니 좁은 등로로 빗물이 마치 도랑물이 흐르듯 흘러내립니다.

교통호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만,

13:01

군부대이니 출입을 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붙은 곳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철수한 부대가 있다는 존제산이군요.

이제부터 철조망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①하나 통과.

②두 번째 철조망은 우회하여 통과.

지나온 줄기들을 봅니다.

정면으로 전봇대와 철조망들이 보이고...

마치 침투조가 되어 적진을 교묘하게 침입하는 군인의 심정으로 진행합니다.

13:24

우측으로 ③철조망을 통과한 흔적이 있으나 조금 들어가 보니 나무가 엉망이 되어 있고 몇몇 사람들이 그것을 뚫고 진행한 흔적이 있으나 실패한 것 같고 남서쪽으로 직진하다시피 하여 내려가는 길도 아닌 것 같아 다시 ③철조망 지대로 돌아나와 직진하여 조심스럽게 철조망 지대를 피해가다보니 ④이 문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것을 넘어가려하니 바로 그 너머에도 원형 철조망이 깔려있어 잘못하였다가는 작살이 날 형편이어서 왼쪽 담장을 타고 나무를 뚫어보니 불가능.

이 문을 통과하여 진행하기에는 불가능 합니다.

절단기라도 가져왔으면 모르겠지만....

하는 수없이 고내리대장님께 전화를 겁니다.

아주 시원스런 답변을 해줍니다.

답변이 시원하다는 것은 답해주는 본인도 거기서 헤맸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닙니다.

설명도 아주 자세합니다.

"아까 다시 돌아간 ③철조망 그러니까 제3차 철조망 지대를 만나면 우틀하여 ③철조망을 밟고 통과하여 왼쪽의 나무지대를 뚫지말고 우측으로 내려가듯이 나무를 헤치고 10여 m 정도 진행하면 좌측으로 ④철조망 이단 부분이 뚫린 곳이 나타납니다.

그 철조망으로 나가시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안산하시고 내일 뵙곘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대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편하게 제4 철조망은 통과하나 또 제5철조망이 막고 있습니다.

제5철조망은 뛰어넘어야 하는 고로 옷이 걸리지 않게 주의를 하여야 합니다.

후답자들은 철조망 아랫쪽의 저 전붓대를 보고 진행하면 어렵지 않게 이 루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나온 줄기도 보고....

철조망 지대를 통과한 곳도 봅니다.

13:35

철수한 부대인데 이제는 민간인에게 돌려주어야 되거늘 왜 그렇게 방치하여 두고 있는지...

더욱이 이곳은 우회로도 없으니 어떻게 정맥꾼들로 하여금 산행을 하게 하려고 하였던 것인지...

물론 아직도 군소유지로 되어 있어서 보성군에서도 어떻게 할 수는 없을 지라도 관계기관끼리 협의라는 절차를 통해서 하면 안 되는 건가요?

하기야 군사정부로 회귀하고 있는 작금의 사정을 보면 끗발 좋은 국방부에서 "그렇게 하슈"라는 말은 절대 꺼낼리 없으니 힘 없는 산꾼들은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힘들게 다녀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군요.

모형 미사일을 보면서 한북정맥의 오두지맥을 떠올리고...

그런데 철수하지 않고 있는 저 부대 정상이 존제산이어서 별 수 없이 존제산은 이렇게 구경만 하고 지납니다.

이제부터 군사도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kt 기지국 때문에 정상을 밟지 못하고 도로를 따라 편하게 그리고 천천히 우회하고,

14:33

기지국 정상을 우회하다 저 전봇대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14:44

어차피 그 도로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비도 오지 않아 길바닥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15:03

15분 정도 밥을 먹고 일어서니 856번 도로의 주릿재가 바로 나옵니다.

그렇게 가까울 줄 알았으면 여기와서 밥을 먹는 건데....

차량 통행이 없어 찻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아 그 거리를 가늠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나온 길로 들어가는 길목의 표지판입니다.

이 주릿재에는 그 유명한 '태백산맥' 기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 기념비도 이렇게 세워져 있습니다.

그 문학비 뒤로 보이는 율어면 유신리 정경입니다.

산줄기 태백산맥이 백두대간이라고 이름을 바꾸게 되어도 소설 '태백산맥'이 '백두대간'으로 바뀌지는 않겠지요?

들머리는 벌교읍 방향으로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그곳으로 진행합니다.

15:10

동소산을 따릅니다.

지나온 KT중계소도 보고,

15:23

이정표를 하나 더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는 외서면을 따릅니다.

그러면서 마루금은 자연스럽게 율어면을 버리고 순천시 외서면과 보성군 벌교읍의 시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진하는 동소산을 따르면 국기봉, 동소산, 배암산으로 진행하는 약 14.2km의 단맥이 됩니다.

15:29

무덤을 지나 바로 철계단을 통해 소로를 지나고,

잠시 뒤를 돌아 지나온 흔적을 살핍니다.

15:50

485.5봉을 지나다 보니 등로 옆 표지띠에 삼각점 표시가 되어 있어 10여 m 들어가보니,

4등급삼각점(순천 445,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추동리 산209)이 확인됩니다.

준희선생님의 산패도 확인하고,

열심히 산길을 내 준 흔적을 발견합니다.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마루금을 걷습니다.

16:06

친절하신 농장주의 글도 보고.....

좀 힘을 들여 비알을 오르니 좌측으로는 그 친절하신 농장 입구가 나와 직진하여,

굴삭기 앞에서 도로를 따라 우틀합니다.

진행하는 방향의 줄기가 시원스럽게 보이는군요.

뾰족하게 백이산도 보이고....

마루금은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사람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드디어 27번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벌교읍에서 올라오는 방향입니다.

17:00

밭을 가로질러 뚝 떨어지니 드디어 석거리재입니다.

벌교읍과 순천시 외서면을 잇는 석거리재.

내려오자마자 포카리스웨트 한 통과 맥주 한 통을 단숨에 먹어 치웁니다.

오늘 제가 갈아입고 갈아 신을 물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군요.

사장님 고맙습니다.

남도 인심이란 이런 것이군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 놓고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 입고는 유달리 음식맛이 좋다는 이 식당에서 삼겹살 2인 분에 소주 한 병 그리고 맥주 한 통을 마십니다.

이곳분들은 버스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벌교로 들어가는 버스 시간을 잘 아시지 못하는 군요.

원래 제 계획은 여기서 자려고 하였던 것인데 손님들이 워낙 많아 그냥 벌교로 나가 찜질방을 이용하고 다음 날 아침 벌교찜질방 바로 옆 도로로 들어오는 산악회 버스와 새벽에 합류하기로 합니다.

시설 좋고 인심 좋은 벌교의 찜질방에서 다시 깨끗하게 씻고 때까지 벗기는 호사를 누리는데 오늘 야구는 멋지게 역전을 하며 상대팀을 대파하여 그 기쁨이 두 배가 되는군요.

이렇게 산은 한 가지 기쁨이 아니고 여러가지 즐거움을 함께 가져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