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을 마치면서...

 

마지막 고지라고 생각하며 오르는데 그 길은 조금은 지루한 포도(鋪道)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철조망을 우회하는 길을 따라 마루금을 이어가다 보니 드디어 서해 바다가 보이고 안흥진이며 신진도도 보입니다.

그 바닷가를 보자 갑자기 남다른 감회가 떠오르면서 머리는 조금 복잡해 집니다.

안흥진에 떨어졌을 때 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하나.

과연 대간을 마칠 때 같은 그런 느낌이 생길까.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 하나.

일구회에 가입한 그 산행기는 어떻게 장식을 해야 하나....

그러면서 상당히 된비알인 마루금을 내려옵니다.

왼손으로는 철조망에 의지하고 오른손에는 두 개의 스틱을 들어야 할 정도의....

그렇게 내려오다 보니 갑자기 마을이 나옵니다.

알바입니다.

정맥을 진행하면서도 한두 번에 그쳤던 알바를 오늘 그 쉬운 구간에서 한 탕의 알바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127봉을 내려와 팔각정에서 한 커트 찍고 내려오니 전화벨이 울립니다.

에이원 형님께서 정확하게 시간을 재고 계셨던지 저의 현위치를 물으시면서 축하멘트를 날리십니다.

 

그렇게 저의 1대간 9정맥은 끝이 났습니다.

대간을 마치고 바로 한북정맥을 마친 후, 다음 정맥을 저울질하다가 지나온 한북의 지맥들이 눈에 밟혀들었던 지맥이 저의 정맥 발걸음을 잡을 것이라고는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천마지맥이  보개지맥으로 이어지고 또 그 복잡한 보개지맥이 왕방지맥으로 소요지맥으로.....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빠져나오기는커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