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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칼럼

신산경표의 문제점

이우형 선생이 인사동의 한 고서점에서 헐어빠진 산경표라는 사료(史料)를 발견한 지도 어느덧 3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이우형 선생, 박용수 선생에 의하여 많은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후 조석필 선생의 태백산맥은 없다가 발간됨으로써 세인들의 우리나라 산줄기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증폭되는 듯 했다.

그러고는 박성태 선생과 신경수 선생에 의해 정맥의 하위 개념으로서 기맥(岐脈)1, 지맥(枝脈)2 등의 산줄기 정리 작업이 진행되더니 마침내 2004년 선생의 '신산경표'라는 책자의 발간으로 우리나라 산줄기 연구는 대간, 정간, 정맥에 이어 기맥, 지맥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국토연구원의 '새산맥도'가 잠시 메스컴을 달구기는 했으나 지리학회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지금은 잠시 멈칫거리고는 있는 상황이다.

 

신산경표의 의의

 

이렇듯 1903년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에 의해 빼앗긴 우리 산줄기 이름을 찾고 거기에 더하여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산줄기를 찾아 그것들을 지도에 긋고 이름까지 부여해주는 데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이런 선구자들의 절실한 노력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도 산맥3 타령이나 하고 있을 끔찍한 현실을 생각해보면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오게 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감정은 아닐 듯싶다.

 

산맥이라는 개념과 단어에 젖어 있던 몽매한 우리를 깨어나게 한 것이 조석필 선생의 '태백산맥은 없다' 였다면, 산경표라는 지리서를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재해석 즉 산줄기 주행의 오류를 시정, 겹침줄기 문제점 해소 나아가 그 하위개념인 기맥과 지맥을 확립하고는 거기에 걸맞게 이름을 부여하여 세인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통일된 산줄기 이름을 부르게 할 수 있게끔 한 것은 바로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라고 할 수 있겠다.

박성태 선생의 이 작업은 우리나라 산줄기 역사의 반열에 서는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일 것이다.

 

산줄기 주행의 오류 시정

 

산경표는 원칙적으로 지형적 원리에 따라 선을 그으면서 10대강을 구획하는 산줄기를 큰산줄기로 삼았고 신산경표 역시 이 원칙을 따랐음은 물론이다.

즉 정맥은 10대강을 구획하여야 하므로 원산경표가 당시의 유교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정맥의 주행이 도읍지 혹은 도성을 지나는 형식으로 그어진 것들을 자연스럽게 그 하구로 주행하게끔 유도하였는 바, 이로써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은 한강 하구로 가게 되었고, 호서정맥과 금강정맥은 금강 하구로, 호남정맥은 섬진강 하구로 그리고 낙동정맥과 낙남정맥 등은 낙동강으로 가게 되었다.

이에 맞춰 그 이름에도 변화를 주어 금남정맥은 금강하구로 주행을 하므로 원산경표와 구분하기 위하여 금강정맥으로, 금북정맥의 경우에는 호서정맥 등으로 그 이름도 현실에 맞게 바꿨다.

 

겹침줄기 문제의 해소

 

사실 신산경표의 특장(特長)이라고 한다면 기술한 바와 같이 모든 정맥들의 끝을 10대강의 하구로 진행케 했으며 한남금북정맥이나 무명으로 있던 겹침줄기의 문제도 해소하면서 그에 따라 명칭도 확정한 것에 있다 할 것이다. 

즉 북쪽의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①청북정맥과 청남정맥의 겹침줄기와 ②해서정맥과 임진북예성남정맥의 겹침줄기 그리고 남쪽의 ③한남금북정맥과 ④금남호남정맥 등이 그것들이다.

 

우선 좌측의 지도를 보면 10대강인 청천강이 백두대간에서 바로 발원하는 물줄기가 아니고 백두대간 상의 소마대령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약 56.7km 진행한 곳에 위치한 웅어수산(2019m)에서 가지를 친 청북청맥과 청남정맥의 분기점에서 발원하는 강이고, 예성강 역시 바로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강이 아닌 백두대간이 남진하여 약643.1km 지점에서 만나는 두류산(1323m)에서 서진하는 줄기가 87.1km지점에 이르러 양지봉 분기점을 만나서 두 갈레로 갈라지게 되는 이 골짜기에서 발원하는 강이다.

 

이렇게 될 경우 청천강이나 예성강은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10대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산경표에서는 이를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남호남정맥 같이 독립된 정맥 이름을 부여함이 없이 그냥 무명(無名) 즉 이름이 없는 줄기로 남겨두었다고 선생은 추정4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선생은 청천강 쪽은 더 긴쪽인 청북정맥 쪽으로 붙여 그 끝은 압록강 하구로 가게 하였으며 그 이름은 청북정맥과 구분하기 위하여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관서정맥으로, 짧은 쪽인 청남정맥은 대동강 하구로 향하게 하고 그 이름은 청천정맥으로 변화를 꾀했다.

 

마찬가지로 두류산에서 갈라지는 줄기는 더 긴 쪽인 해서정맥에 그 겹침줄기 두류산~양지봉 분기점을 포함시키고 그 줄기의 끝을 기존의 장산곶에서 대동강 하구로 향하게 하면서 그 이름만은 해서정맥으로 그대로 두었고, 양지봉 분기점에서 남진하는 임진북예성남 정맥은 그 이름만 예성정맥으로 바꾸는 변화를 주었다.

 

이런 작업은 남쪽의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남호남정맥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선생은 같은 절차를 거쳐 한남금북정맥은 금북정맥에 포함시키되 그 정맥의 끝을 금강으로 가게 하고는 그 이름을 호서정맥으로, 금남호남정맥의 경우에는 더 긴쪽인 호남정맥에 편입시키고, 금남정맥은 그 끝을 역시 금강 하구로 주행을 변경시키면서 이름도 금강정맥으로 바꾸어 남한의 1대간 9정맥을 1대간 7정맥5으로 변경 시키는 작업이 완성되었고 이것이 실제 신산경표의 핵심이라고 부를만도 하다. 

 

기맥, 지맥의 정립

 

기맥이라는 용어는 실제 조석필 선생이 '태백산맥은 없다'에서 제안6한 개념이었고, 박성태 선생은 이를 적극 수용하여 신산경표에서 12기맥을 그 이름과 함께 제시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선생은 1대간 12정맥 12기맥 153지맥(최근에 쇠치지맥, 칠보지맥 등의 발견으로 153지맥에서 157지맥으로 수정)으로 산줄기를 그을 수 있었으며 그만큼 산줄기의 범위도 확장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기맥이나 지맥도 강의 세력에 따라 구분이 되었으며 겹침줄기가 있는 경우에는 그 줄기의 끝이 반도7를 향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위등급의 강을 따르는 줄기를 본줄기로 하였고 동일등급8에서는 긴산줄기를 본줄기로 하였음을 밝히고 있다(신산경표 32).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산경표의 치적은 통일이나 민간 차원 혹은 남북한 정부 차원에서의 교류 및 통일된 산줄기 논의에 대비하기 위하여 북한 쪽의 산줄기도 같은 방식으로 정비하였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사실 우리나라 지리학자들이 그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질학 용어나 거들먹거리고 있을 때 실제 우리나라 지형을 연구하여 선을 긋고 이름까지 지어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육당 최남선의 산경표 영인본 발간 그리고 조석필 선생의 '태백산맥은 없다' 다음의 역작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신산경표에 어떤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혹시 선생께서 우려하신 주줄기 문제, 산줄기의 주행 문제 그리고 이름 문제 등은 다 타당하여 맹목적으로 그대로 수용하여야 하는 걸까.

조석필 선생이 "산경표가 지리 인식의 원리를 충분히 제시해 주었고 우리는 그것만이라도 배워왔으면 족하다."9고 한 것과 같이 선생이 신산경표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토대로 우리 산줄기의 내용을 조금 더 발전시킬 여지는 없는 것일까.

필자가 산행을 하기 전이나 산행을 마친 뒤 산행기를 작성하면서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몇 분들과 기탄없이 이런 점들에 관하여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다.

 

이렇게 신산경표의 문제점 혹은 오류하는 제하로 글을 쓰면서 신산경표의 몇 가지 시정할 점을 지적한다고 해서 선생의 업적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되는 행위는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오히려 이는 선생의 빛나는 업적을 더 윤기나게끔 하는 도색 혹은 광택 작업으로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다시 말해서 그 어떤 미명 하에 신산경표의 내용들을 발전적으로 바꾸고 혁신시킨다고 하더라도 선생께서 만드신 표의 형태나 줄기, 거리 등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서 필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금과옥조로 안고 갈 것이다. 

 

그리고 이하 모든 자료의 검토와 방향 제시 등은 박홍섭(산명 산으로)님과 공동으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산으로'라는 산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박흥섭님은 산줄기 산행과 일반 산행을 곁들여 우리 산줄기를 즐기고 계신 독도의 달인이기도 하다.

 

 

문제의 제기

 

사회과학의 이론은 논쟁을 통하여 그 이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어느 이론이든 그 이론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말과 같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신산경표가 제시하고 있는 정맥의 끝은 10대강의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고, 겹침줄기는 주줄기를 따라 가는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었으니 과학적으로도 합당한 것이고 이는 정맥 이하 기맥이나 지맥에도 공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호남정맥(원 산경표 상으로는 금남호남정맥)의 팔공산에서 분기한 성수지맥과 천황(만행)지맥을 본다.

이 줄기는 팔공산~마령재(파란선, 줄기A, 2km), 마령재~고리봉(분홍색, 줄기B, 57.5km), 마령재~무량산(연두색, 줄기C, 56.9km)의 세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겹침줄기인 팔공산~마령재의 2km구간이 어디에 포함되느냐이며 그럴 경우 그 이름들은 어떻게 명명하느냐이다.

 

좌측의 그림을 보면 이 줄기를 분기시키는 본줄기(호남정맥)와 지맥 사이에서는 섬진강이라는 10대강이 발원하는 바, 이 지맥은 필경 이 섬진강에 합류가 되는 다른 하위 개념의 물줄기를 발원시키고 그 물줄기는 반드시 이 섬진강과 만나게 되며 그 합수점에서 이 지맥은 끝나야 된다.

이게 산자분수령의 원리이다.

물줄기는 산줄기를 에워싸고 그 에워싼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반드시10 그 산줄기는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말과 같다.

위 그림에서 이 두 지맥을 아우르는 물줄기는 바로 '요천'이다.

그렇다면 이 요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이 주지맥이 그 맥을 다하여야 하므로 지도 상에서 그 맥이 다하는 곳에 고리봉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물론 지도의 '오수천'도 요천과 같이 섬진강의 제1지류로서 급이 같기는 하지만 지도에서 보듯 이 오수천은 이 지맥 전체를 아우르는 물줄기가 아니고 다만 성수지맥과 천황지맥이 분기하는 마령재 부근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에 불과11하다.

따라서 천황지맥(만행지맥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이설이 있음)12이 성수지맥보다 0.6km 더 길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주된 강 내지 하천을 발원시킨다는 이유로 주줄기의 입장에서 겹침줄기 2km를 자신의 줄기에 편입시켜 자신의 주행길이를 59.5km로 확정시키게 된 것이다. 

즉 지맥이든 뭐든 그 산줄기의 끝은 합수점 다시 말해서 지금 걷고 있는 이 지맥(천황지맥)과 이 지맥을 분기시킨 본줄기(호남정맥)와의 사이의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줄기(요천)와 이 지맥을 에워싸고 있는 다른 물줄기(10대강인 섬진강)가 만나는 그 합수점13에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겹침줄기(팔공산~마령재)가 있는 경우에는 본줄기(천황지맥)에 편입되어야 하고 가지줄기(성수지맥)는 본줄기와 가지줄기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오수천)와 다른 물줄기(섬진강)과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생의 학설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 산맥이 아닌 우리 산줄기를 조금이라도 더 세인들에게 올바른 개념을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위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정맥의 하위개념인 기맥이나 지맥들을 그 주 대상으로 하여 문제점이 있는 산줄기를 살펴보려한다.

물론 대전제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14이다.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형은 산줄기 아니면 다 물줄기이다. 조석필 선생은 산과 강은 사진과 네거티브 필름 관계라고 했다. 이는 곧 산줄기를 보기 어려우면 강줄기를 보라는 의미와 같다.

 

정리하여야 할 몇 가지 문제점

 

1. 본류(本流)와 지류(支流) 개념 문제

 

어느 물줄기가 본류이고 지류냐 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하천법에서 이야기 하는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과도 구분되는 개념인 것이다.

즉 큰 대간이나 정맥과 지맥사이의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나오는 물줄기(10대강)는 본류로 보고 지맥과 다른 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는 지류로 본다,

본류 〉지류 이므로 당연히 '가'지맥 〉'나'지맥 관계가 성립한다.

 

2. 본줄기와 가지줄기15의 문제

 

이는 겹침줄기가 있는 경우 어느 줄기를 본줄기로 보느냐의 문제로 이는 겹침줄기가 그 본줄기의 연장이 되는 것이어서 어느 줄기가 기맥16이 되느냐 혹은 지맥급17에 포함되느냐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이는 위 제1항의 본류와 지류문제와 동일선 상에 있는 문제로 겹침줄기는 본줄기에 편입되게 된다.

한 지맥에서 다른 지맥을 분기시키는 경우 신경수 선생은 그것은 분맥으로 정리하자고 한다.

 

3. 기맥이나 지맥의 명칭 문제

 

선생은 해당 산줄기에 포함된 산이름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다만 반도 등 육지의 끝이나 특정한 곳으로 가는 경우에는 그 이름을, 부득이한 경우에는 고개나 강 이름을 사용하자고 하였으므로 필자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4. 바다로 향하는 나홀로 본류18

 

이는 물줄기가 ‘3’항의 반도와 같이 육지의 끝으로 가는 경우로 이른바 10대강에 합류하지 않고 바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를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이 물줄기와 관련된 산줄기는 기술한 하천의 두물머리와는 관계없이 작은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을 찾아야 하는데 서해안의 경우 간척지가 많아 실질적인 산줄기를 찾기가 그다지 쉬워 보이지 않는다.

 

Warming Up

 

위와 같은 원칙에 의거 신산경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몇 개의 기맥과 지맥을 예시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보현지맥과 팔공지맥의 문제

 

이들의 경우도 100km가 넘으니 기맥으로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며 팔공기맥이니 보현기맥이니 하며 부르는 이들도 있으나 신산경표라는 책자가 이런 논의에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그 방향을 명백하게 제시한 만큼 그 기준에 의하여 불러야 하고 혹자가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에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여 그 변경을 요구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산경표를 보면 낙동정맥의 가사봉에서 분기하는 줄기가 38.9km(가사봉~석심산, A줄기)에 위치한 석심산에서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지며 한 줄기는 어봉산~화목재를 거쳐 비봉산을 지나 위천으로 잠기는 125.9km의 줄기(B줄기)와 석심산에서 팔공산을 거쳐 응봉산~적라산~위천으로 잠기는 119.3km의 줄기(C줄기)에 대하여, 위 B줄기가 C줄기에 비해 산줄기의 길이가 길다는 이유로 B줄기를 본줄기로 잡아 겹침줄기(A줄기) 38.9kmA줄기에 편입시켜 그 줄기의 도상거리를 164.8km로 확정시킨 다음 그 줄기의 이름은 공통된 줄기의 유명한 산이며 고도 또한 상당한 곳에 위치한 보현산의 이름을 빌려 보현지맥(A+B)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다른 한 줄기인 C줄기는 산줄기의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겹침줄기인 A줄기는 B줄기에 내주었으나 자신은 줄기 상의 유명산이며 고도 또한 최고봉인 팔공산의 이름을 따 팔공지맥(119.3km)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과연 타당할까?

 

우선 위 기준의 1.본류와 지류 문제가 떠오른다.

기술한 바와 같이 이 큰 두 줄기 사이에는 겹침줄기(A줄기)가 존재하고 이들 지맥의 주맥은 명백하게 낙동정맥이다. 그리고 그 주맥인 낙동정맥에서 분기하는 골짜기에서는 금호강의 지천인 자호천이 발원을 하며 그 자호천은 금호강에 합류가 되고, 금호강은 10대강인 낙동강에서 합류하여 그 명을 다하게 됨이 지도상으로도 명백하다.

 

그렇다면 위에서 정맥이 아닌 줄기는 반드시 10대강으로 합류하는 지류(支流)를 품고 있다고 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최대 지류인 금호강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며 그 금호강이 10대강인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점 즉 그 두물머리가 이 낙동정맥이라는 주맥에서 갈라지는 지맥이 그 세력을 다하여 물에 잠기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북쪽으로 향하는 용전천에 대하여 의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나 이는 10대강인 낙동강의 원천 격에 해당되므로 논의의 실질적인 가치가 없다.

 

주맥은 팔공지맥

 

다시 지도를 본다.

 

낙동정맥이라는 주맥의 가사봉에서 가지를 친 줄기 즉 지맥과의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은 자호천이 되어 낙동강의 제1지류인 금호강19과 합류하여 죽곡산(196m)을 지나 바로 낙동강을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되고 이게 이 지맥의 본줄기이다.

흐름을 보면 가사봉분기점~보현산~석심산(A줄기)~팔공산~가산(C줄기 중 일부분)~황학산~죽곡산(신산경표 상의 황학지맥, D줄기)에 이르는 줄기임을 알 수 있다.

즉 다시 말해서 낙동정맥의 가사봉 분기점에서 분기하는 지맥의 본줄기는 위의 A+C+D가 되고 그 줄기의 이름은 이 지맥의 최고봉이며 유명한 산인 팔공산의 이름을 따서 팔공지맥으로 명명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지맥은 이 원칙에 따르면 될 것인 바, 본줄기인 위 팔공지맥에서 분기하는 지맥을 살펴보면,

먼저 구암산에서 북쪽으로 갈라지는 이 본줄기와 가지줄기 사이에서 길안천이라는 지류가 하나 생기게 되고 28.1km를 진행한 지점에서는 남쪽으로 가지를 하나 더 치고 그 사이에서 신령천으로 흘러들어가는 지류를 석심산에서 가지를 친 줄기에서는 낙동강의 제1지류인 위천을 팔공산 못 미친 지점에서는 신령천을 각 분기시키고 가산 분기점에서 주행하는 줄기는 위천의 남쪽울타리가 되어 진행하게 된다.

따라서 에서는 구암지맥, 에서는 기륭지맥, 은 기존의 보현지맥이었던 줄기인데 그동안 이를 위천북지맥20으로 부르자는 논의가 있었으니 주행거리는 125.9km로 확정을 하여 지맥 이름은 그 이름을 차용하면 될 것이며 는 그대로 유봉지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 될 것이다.

그러면 남은 옛 팔공지맥의 마디 줄기인 C줄기 중 나머지 부분은 특별히 유명한 산이 역시 없으므로 위 ③의 위천북지맥에 대응하여 위천남지맥으로 부르면 될 것이고 이럴 경우 위천남지맥의 길이는 68.3km{119.3(기존 팔공지맥)-1.8(가산분기점)-49.2(황학지맥)}로 확정된다.

이 이름은 선생도 부득이한 경우 즉 이와같이 특별하게 유명한 산 등이 없는 경우에는 강이름을 붙이자고 하였으니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위천북지맥에서 갈라지는 지맥들 역시 신산경표의 안내를 따라 진행하면 별 문제가 없다.

즉 위천북지맥은 예재에서 선암지맥을 분기시키고 그 선암지맥은 쌍계천과 위천, 오토지맥은 남대천과 쌍계천, 갈라지맥은 미천과 낙동강의 합수점으로 그 맥이 잠기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강의 크기는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단계별로 구분

 

여기서 신산경표의 입장을 잠깐 살펴보자.

기술한 바와 같이 선생은 하천법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본류와 지류(제1지류, 제2지류, 제3지류....)로 구분하여 그 단계에 속하면 개별적인 하천의 크기에 관계없이 동일 등급의 물줄기로 보고 그 다음은 바로 산줄기의 크기로 본줄기와 가지줄기를 구분하였다.

이는 필자가 보는 전체 산줄기를 아우르는 물줄기와 그 상위 단계의 물줄기와의 합수점에서 끝나는 산줄기를 주 지맥으로 보자는 입장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생의 산줄기 끝을 보면 그곳이 합수점일 수도 있고 그냥 강으로 떨어지는 곳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산줄기의 구분은 1차적으로 그 산줄기가 나누는 강의 크기(유역면적)를 기준으로 하고 강의 크기가 같을 때는 산줄기가 긴쪽을 택하는데 여기서 강의 크기는 개별크기가 아니고 단계별로 구분(3,300㎢, 2,200㎢,1,100㎢, 하한 초판 220㎢, 개정판 200㎢) 한 크기라는 것이다. (신산경표 34쪽 강의 등급)

이 기준에 따를 경우 금호강(2,107㎢)은 반변천(1,973㎢), 위천(1,403㎢)은 1,100㎢이상 2,200㎢이하로 모두 같은 단계의 등급에 속한다.

물론 선생께서 이 유역 구분을 2,000㎢이하로 구분을 하였거나 강의 크기를 개별크기로 정하였다면 이 구간의 경우 보현지맥은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선생의 말씀을 요약하면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보현지맥은 석심산까지 금호강과 반변천을 나누는데 이 두 강의 크기는 같은 등급이고, 석심산에서 금호강과 위천(남)을 나누다가 위천과 금호강의 끝으로 가는 산줄기와 위천(북)을 끝까지 따라가는 산줄기가 나뉘게 되는데 이 두 강의 크기 역시 같은 등급인데 석심산에서 위천(북)의 끝으로 가는 산줄기 길이가 금호강 끝으로 가는 산줄기보다 더 길므로 보현지맥이 주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산경표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은 가지지맥인 갈라지맥에서도 볼 수 있는데 갈라지맥의 끝이 이 지맥에서 나오는 미천과 반변천(낙동강)과의 합수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덕산지맥의 끝을 바라보는 안동시 정하동의 귀래정 부근으로 진행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지맥의 끝은 반드시 합수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선생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2. 금대지맥과 노목지맥의 문제

 

백두대간이 남진하여 약 1178.2km를 내려와서 만나는 봉우리.

이름도 아름다운 금대봉이다.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의 천국에서 우측으로 갈리는 줄기는 바로 다시 우측으로 줄기를 하나 내어놓고 진행을 함으로서 결국 두 줄기로 나뉘어 진행을 하게 된다.

신산경표를 보면 이 두줄기 중 대덕산으로 가는 줄기는 고양산~남산을 지나 한강의 원류인 골지천으로 드는 약56.9km의 금대지맥이 되고 왼쪽으로 가는 줄기는 노목산~지억산~지장천으로 잠기는 약40.5km의 노목지맥이 된다고 나와 있다.

겹침줄기인 0.9km를 제하더라도 금대지맥의 줄기가 56km로 노목지맥에 비하여 15.5km 이상 더 길다.

하지만 위 지도에서 보듯 이 지맥과 백두대간에서 갈리는 골짜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는 분명 지장천이 된다.

그리고 그 지장천은 10대강인 한강과 노목지맥의 끝에서 합류가 되므로 이 지맥의 본줄기는 노목지맥이 되는 것이 맞다.

한편 위 노목지맥에 대하여 가지줄기인 금대지맥의 경우 신상경표에서는 그 끝이 남산을 지나 오음산으로 향하고 있으나 기술한 바와 같이 위 줄기의 주행은 어천과 한강의 합수점으로 진행을 하여야 하므로 금대지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오대천과의 합수점인 오음봉 방향으로 주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에서 좌회전하여 위 지도와 같이 철미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신산경표에서는 이 지맥들을 에워싸고 있는 물줄기는 고려하지 않은 체 그저 어느 줄기가 길게 주행을 하느냐에 관심을 둔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어느 물줄기가 본류 즉 장자(長子)이냐를 묻는 문제로 차남이 장남보다 키가 크다고 하여 장남이 될 수 없는 이치와 똑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줄기 이름을 살펴보면 위 금대지맥은 금대봉에서 차용을 한 이름인데 이 금대봉은 지도에서 확실하게 보듯이 이는 지맥 줄기 상에 있는 산의 이름이 아니라 백두대간 상에 있는 산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는 지맥의 이름을 해당 산줄기에 있는 산이름을 딴다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원칙이란 모든 산줄기 이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고 이 줄기에는 대덕산(1310.2m)이라는 훌륭한 산이 있으므로 대덕지맥21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이 줄기를 정리하여 보면 이 갈림줄기의 본줄기는 노목지맥이 되어 그 주행 거리는 0.9km가 늘어난 41.4km가 되며 금대지맥에서 대덕지맥으로 개명한 대덕지맥은 노목지맥갈림~마치~철미산으로 진행을 하게 되어 47.7-0.9+8.1= 54.9km로 확정이 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줄기가 길다고 해서 본줄기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줄기를 둘어싸고 있는 물줄기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본줄기와 가지줄기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

 

 

  1. 박성태 선생은 기맥을 ①정맥이 아닌 산줄기 가운데 본래 산경표에서 정맥이라고 불렸던 것이 주행을 바꾸는 바람에 격을 잃어버린 것 가령 금북기맥, ②육지의 최북단과 최남단을 가는 것 가령 온성기맥, ③영산강급 이상을 구획하는 세력을 가진 산줄기 가령 영산기맥 등의 부류 중 일정한 세력(100km 이상)을 가진 것들로 구분하고 이들을 정맥과 동일한 급으로 보고 있음 [본문으로]
  2. 지맥은 대간, 정맥, 기맥에 속하지 않는 산줄기로서 30km 이상 급의 줄기를 말하는 것으로 이 정도의 세력을 갖는 줄기를 지맥으로 보자는 것은 통설로 굳어졌음. 다만 지맥(본줄기)에서 갈리는 가지줄기를 여전히 지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분맥(分脈)으로 볼 것인가는 논의의 여지가 있음. [본문으로]
  3. 필자는 산맥의 존재를 절대로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지질학적 용어인 지질구조선으로 비롯된 산맥이라는 개념은 학술적으로너무 어렵고 더욱이 우리나라의 산맥은 히말라야 산맥이나 안데스 산맥 등에 비견할만 한 것도 못되니 그것들은 전문적인 대학교 이상의 학부로 돌리자는 말이다. [본문으로]
  4. 신산경표 25쪽 [본문으로]
  5. 필자는 2014년 7월호부터 12월호까지 신산경표의 '7정맥 종주가이드'를 월간 산에 연재하는 영광을 갖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6. 전게서 270쪽 [본문으로]
  7. 반도라는 말은 일본이 자신들이 섬나라(전도,全島)이므로 이에 빗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의미에서 붙인 말로 결코 따라 부르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특별한 단어가 없기에 하는 수없이 이 단어를 사용하기는 함 [본문으로]
  8. 실제 동일등급의 하천에 있어서 이런 문제를 가지게 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음 [본문으로]
  9. 조석필 선생 전게서 263쪽 [본문으로]
  10. 선생은 산줄기의 끝이 합수점이기도 하지만 산줄기의 끝이 반드시 합수점이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본문으로]
  11. 선생은 하천법에 나오는 본류와 지류를 1차 분류기준으로 삼아 같은 단계에 해당되면 같은 크기의 물줄기로 보아 이후에는 산줄기이 크기로 본줄기 여부를 파악하였다. [본문으로]
  12. 여기서 천황산은 국가가 인정하여 고시한 이름이고 천황지맥이냐 만행지맥이냐 하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이므로 따로 이야기하기로 한다. [본문으로]
  13. 同旨 조석필, 태백산맥은 없다 70쪽 [본문으로]
  14. 지리학자들 중 박수진, 손일 같은 이들은 유독 숭실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대동여지전도’에 ‘其?有潭, 名謂?門, 周八十\里, 南流爲鴨綠, 東分爲豆滿江, 自分水嶺, 南北??, 燕脂峰, 小白山….’라고 표기되어 있는 점만을 부각시켜서 " 이에 따른다면 ‘山自分水嶺’이 아니라‘江自分水嶺’이 된다. 그러나 이 문장의 경우 그렇게 읽을 수 없다. 옮기자면 “그 산꼭대기에 호수가 있어서 그 이름을 달문이라 하는데 둘레가 팔십 리 이며 남쪽으로 흘러 압록강이 되고 동쪽으로 나뉘어 두만강이 된다. 분수령으로부터 남북으로 뻗어서 연지봉, 소백산이 된다….”(전북대 교수 이강원 personal communication. 2005년1월28일.)면서 “<대동여지전도에 나와있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글귀를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다’라거나 ‘산은 물을 넘을 수 없고 물은 산을 건널 수 없다’라고 잘못 해석하면서 하천에 의해 절단된 산지를 산맥으로 인식하는 지리학자들의 주장에 큰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대동여지전도에 나오는‘山自分水嶺’은‘山’과‘自’사이에서 끊어 읽는 것이 올바른 한문독해이며 ‘山’은 판본에 따라 ‘江’으로 쓰인 것(숭실대본 대동여지전도)도 있고, ‘自’는‘스스로’라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로부터’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며 여기서의 ‘分水嶺’은 백두산 남쪽에 있는 고유지명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15. 조석필 선생은 이를 주맥(主脈)과 지맥(枝脈)으로 분류하자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주맥은 대간이나 정맥을 이야기하고 지맥은 유역 안에서 주행하는 산줄기를 말하는 것으로 박성태 선생이 이야기하는 본줄기와 가지줄기와는 다른 개념이다. [본문으로]
  16.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한 다음 주행거리에서 100km 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본문으로]
  17. 30km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본문으로]
  18. 조석필 전게서 69쪽 [본문으로]
  19. 금호강은 낙동강의 지류 중 남강 다음으로 큰 강으로 본 강의 길이만 116.5km이고 유역면적도 2,053㎢로 위천의 1,403.06㎢보다 세력이 훨씬 크다. [본문으로]
  20. 신산경표 상의 보현지맥은 위천북지맥으로 대체되며 그 줄기의 주행거리 또한 대폭 줄어드는 셈이 된다. [본문으로]
  21. 선생은 북한에 있는 대덕지맥과 구분하는 것이 옳다고 하는 바, 그러면 차선책으로 고양산(1152m)을 갖다가 명명해도 괜찮지 않을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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