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도 오고 괜시리 사람 가을을 타게 하는 어쩌면 'Gloomy Sunday'라는 영화에서나 느꼈을 법한 그런 음산하고도 칙칙한 하루였습니다.
이상하게 음악도 예전의 '4월과 5월'이 생각이 나거나 'Randy Vanwarmer'의 'Just when I need you most'나 생각이 나고...
그나저나 비는 오는데 준희선생님과 맨발사부님은 오두지맥 2구간을 어떻게 진행하시려는지....
9시 조금 넘어 비가 그치니 그때부터 산행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다행히 산에는 나뭇잎이 적어 신발도 거의 젖지 않으셨다 하고....
어쨌든 마지막 구간을 진행하고 부산으로 내려가시는 두 분을 응원하고 배웅하기 위해 오두지맥의 끝으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알람을 맞추고 늦은잠에 들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1시간 전에 눈을 뜹니다.
04:30
공부 좀 하려고 책을 폈지만 잡념으로 인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교수님의 강의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도 시험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하겠기에 억지로라도 강의를 듣고 책에 눈을 돌려보지만 역시 정신력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저 음악이나 듣다가 양치를 하고 옷을 입습니다.
오늘은 마침 '산으로'님이 하루 휴가를 내서 동행을 하기로 했는데 두 분의 산행이 너무 빨리 끝나기 때문에 그냥 혼자서 첫 구간을 진행하여 적당한 곳에서 만나 귀경하기로 하였습니다.
05:30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오늘도 그제와 마찬가지로 산업 역군들의 출근이 시작되었습니다.
비봉으로 진입하여 그제 한참이나 걸은 39번 국도로 갈아타고 다시 82번 도로로 진행을 하여 예전에 그렇게도 뜨겁게 메스컴을 달궜던 매향리로 들어갑니다.
가는 길에 많은 투쟁의 흔적도 목도하고....
06:30
매향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으니 선생님과 사부님은 바닷가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내시는군요.
바로 옆에 있는 21.7봉의 삼각점 확인을 하러 그 봉으로 갔는데 못 찾아서 그냥 돌아오셨다는 겁니다.
"이따 다시 찾으시죠."
제 차는 주차장에 두고 사부님 차로 두 분의 2구간 날머리이자 오늘 마지막 구간의 들머리인 이화1리 삼거리로 갑니다.
삼거리 버스정류장 옆,
이화부페 식당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친절하신 주인 아주머니는 구미 분인데 두 분 때문인지 워낙 살갑게 대해주시는군요.
넉넉하게 아침을 먹고 사부님 차는 그 주차장에 주차시킨 다음 오늘 산줄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
사실 오늘 구간은 산행이라고 하기엔 조금 낯이 붉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산이 아니면 모두 강이라는 '산자분수령'의 논리에 의한다면 오늘 구간도 엄연히 산줄기 산행 맞습니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산(山)이라는 말과 함께 구릉(丘陵)이라는 단어를 좀 활성화 시켰더라면 산맥이라는 용어가 오늘날과 같이 발을 붙이지 못했을 것 아니었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북쪽으로 조금 높은 곳이 마루금이며 거기에는 모텔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두 분은 벌써 '이화감리교회' 쪽으로 방향을 잡으셨고.....
감리교회 안으로 우틀합니다.
왼쪽은 예전의 교회 모습이고 지금은 많은 발전을 하여 중앙에 큰 교회를 지어 이사를 한 것 같습니다.
헌금을 많이 한 결과이겠지요.
교회 좌측으로 들어가면 뒤에 있는 보금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수목장의 흔적.
교인들은 화장을 하는 게 아니라 매장을 하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케른 한 기를 지납니다.
음....
무척이나 길이 좋습니다.
발에는 푹신한 감각이 느껴지고....
참호에서 우틀합니다.
주민들을 위한 운동시설이 있는 국토지리정보원 상의 보금산입니다.
4등급삼각점(남양461)을 확인하고,
산패를 겁니다.
이때 산으로님이 상기리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시작하셨다는 메시지가 오는군요.
우리는 여기서 오두지맥 마무리를, 산으로님은 지맥 첫 구간을 각 시작하는 셈이 되는군요.
그런데 선생님 산패에는 삼각점 표시까지 되어 있는데 보금산이라는 산 이름이 빠졌군요.
이유인즉슨 ......
50여m 떨어져 있는 옆 봉우리가 고도가 더 높아서 거기에 이름이 있는 산패를 붙이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음...
그런가요.
사부님은 산패를 거시고 선생님은 감을 깎으시고....
저는 보고 먹기만 합니다.
오리지널 들러리 역할.....
여기서 1구간 들머리였던 태행지맥 갈림봉에 대해서 사부님께 문의를 합니다.
즉 태행산이 이사를 갔다는 요지의 ....
그러면서 사부님이 가지고 있는 지도를 검색하자 거기는 놀랍게도 태행산이 원래의 자리에 있고 갈림봉은 그저 267.6봉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런 거군요.
즉 국토지리정보원의 기준점 조서 상의 지도는 2009년도 이전에 작성된 것이고 제가 가지고 있는 지도는 2009~2013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 그리고 사부님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2013년 이후에 만들어진 그것인 것 같습니다.
그 근거는 평택 - 시흥간 고속도로가 제 것에는 예정지로 되어 있고 사부님 것에는 개통된 것으로 나와 있는 것에 비추어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태행산의 변천사를 다시 되짚어 보면,
처음에는 그저 X 294.8 - 태행산 X 294.8 - 태행산 X295이고,
갈림봉은 태행산 △267.6 - X267.6 - △267.6으로 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더운 여름에 이곳을 지났던 백두사랑의 표지띠가 그냥 케른 위에 놓여져 있군요.
가는 길목에 그것을 걸어주고 인증 샷을 합니다.
도로로 떨어집니다.
여기서는 좌측으로 붙어 53.1봉을 경유하여야 하는 게 맞는데 삼각점도 없고 그저 낮은 구릉에 불과하니 그냥 도로를 따라 진행하기로 합니다.
우측의 밭에는 알타리무를 캐는 알손들의 손놀림이 아주 바쁩니다.
산으로님은 오두지맥 분기점에 도착.
본격적으로 지맥 산행을 시작하시는군요.
잰 걸음으로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오늘 한방에 다 끝내실 수 있는 주력인데...
다 하실 수 있으시려나?
지금 출발하는 걸 보면 두 방을 염두에 두신 거 같은데.....
53.1봉에는 눈길만 주고....
53.1봉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기아스포츠센터가 자리하고 있군요.
가지런히 다듬어진 음택을 지나고 유치원도 지나면,
가래 삼거리가 나옵니다.
여기서 우틀.
멀리 카센터가 보이고...
이른 아침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면서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매향리 공설묘지를 지나면서 좌틀하고....
한 동의 아파트인 춘추관에서는 좌틀하여,
매향2리 버스정류장을 지납니다.
그러면 낮은 언덕 위에 포탄의 탄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향리 바로 앞 바다에 있는 롱도 즉 미군 군용기 포격장에서 수거해 온 탄피들 입니다.
....................
이 탄피들로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해 놓았고.....
그 섬에 있었던 피포격물......
..................
........................
...............
다시 길을 재촉합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후문에서는 우틀.
평화공원 조성지에서는 직진.
그런데 일부 선답자들은 여기서 표석 뒤로 들어가 22.4봉을 지나신 것 같은데 지도를 보면 논과 습지를 통과해야 22.4봉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지맥의 마루금 상에 있는 게 아니고 별도의 다른 여맥의 연장으로 보여집니다.
22.4봉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그냥 직진합니다.
길가에 해바라기가 알차게 여물었습니다.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공연했던 영화 '해바라기'가 생각나는군요.
이탈리아의 한 여자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하였다가 종전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가던 중 우크라이나 평원에 펼쳐져 있는 해바라기 밭이 인상적이던 영화.
사랑하는 자기 남자를 찾기 위한 한 여자의 집념과 동사 직전의 그를 구해준 여자와의 갈등...
그리고 다시 자기 여자에게 돌아가려는 남자의 후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영화 해바라기.
한 여자의 모든 것이었던 그 남자를 떠나 보내면서 여자가 그 동안 잊었던 恨을 다시 꺼낼 때 나오는 기타의 선율이 심금을 울렸던 주제곡 Loss of Love.
우크라이나 대평원에 펼쳐진 해바라기 밭은 아니더라도 길가에 서 있는 단 몇 그루의 해바라기가 갑자기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발리 모텔은 쇠락한 그것같고....
매향리의 횟집이나 시설들이 다 문을 닫아가고 있는 것처럼....
우틀하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 21.7봉을 향합니다.
별로 장사도 될 것 같지 않은 식당 앞에,
나무 세 그루가 서 있는 작은 둔덕 하나가 보입니다.
정상에는 성황당이나 당상나무 있는 곳에서나 보았을 법한 오색 천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그리고 그 옆에 4등급삼각점(대부428)이 있습니다.
도엽이 남양에서 대부로 바뀌었군요.
그 삼각점을 깨끗하게 청소도 하고....
표지띠도 하나 걸어 놓습니다.
이곳은 지맥꾼들이 별로 올라오지 않았는지 표지띠 등 흔적이 눈에 띄질 않는군요.
상당히 멋진 곳인데 말입니다.
내려와서 주변을 살핍니다.
바다 건너 당진 한보철강도 보고....
선착장으로 가면서 두 분은 오두지맥을 이렇게 마무리 하십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간이 일러 저는 그저께 1구간을 마친 천덕산 부근으로 이동을 하여 아예 오늘 오두를 다 마쳐버릴 생각을 합니다.
오늘 오전 구간은 약 5.8km를 2시간 좀 넘게 걸려 걸었는데 사실 거리에 비해 시간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제 차로 오늘 오전 구간 들머리였던 이화3거리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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