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언제입니까.
블로그를 뒤져보니까 9월 18일.
여느 해 같으면 가을이 다가오니 서늘한 감도 느껴야 했을 때였었건만 제가 '산으로'님과 함께 금남관암에 처음 들 때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더위가 극에 달 했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전 날 마신 술의 여파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그러다가 결국 민목재에서 산행을 접어야 했던 그 무시무시했던 날.
몸 컨디션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산행에 임했고 관암지맥 제 1구간의 접속구간 중 가장 힘든 코스였던 동학사~관음봉 고개 구간을 힘겹게 올라 고개에 설치되어 있는 벤취에 누워서 복날의 개처럼 헐떡거리고 있을 때 만난 사람이 '힐링산녀'라는 그럴 듯한 닉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혼자 산행을 하는 여자분을 보는 게 그리 흔치 않은 일이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 분이 이제 산행을 시작한 지 5개월 정도가 되었으며 산을 제대로 몰라 인터넷 등을 뒤져 산행 자료를 찾고 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이니 정맥이니 지맥이란 용어에도 익숙하게 되었다는....
그래서 '산줄기'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산으로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산줄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산행을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홀대모'와 '산경표따르기' 그리고 '홀로산행'이라는 카페를 안내도 해드렸습니다.
사실 그때 이야기해 주었던 내용은 이곳이 금남정맥 줄기 이고 산으로님과 제가 걸으려 하고 있는 줄기가 쌀개봉에서 분기하는 관암지맥이며 그 관암지맥이라는 이름은 이 지맥에서 가장 높고 그런 대로 이름 있는 산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며 이런 이름은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게 아니고 '산경표'라는 책에서 착안하여 '신산경표'라는 책을 만든 박성태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박성태 선생님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다.....
하여간 힐링산녀님이 그날 세뇌교육(?)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대전 부근으로 산줄기 산행을 올 때 함께 산행하면서 신산경표나 산줄기에 대해서 얘기를 좀 더 해달라며 서로의 길을 갔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관암지맥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산녀'님께 메시지를 보냅니다.
마지막 구간은 중간에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화약 때문에 일부 구간은 마루금 산행이 안 되고 하는 수없이 자운대아파트에서 시작하여 금병산으로 오르는 코스를 따라 진행한 다음 금병산~보덕산~오봉산~꾀꼬리봉~부용봉에서 마무리한다고 일러둡니다.
사실 이런 자리에는 사실 박성태 선생님을 모셔서 직접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신 이야기들을 그대로 해주시는 게 관심많은 산녀님께 더 유익한 자리이겠지만 워낙 바쁘신 선생님이시기에 그런 말씀은 아예 꺼낼 생각도 못합니다.
2주 전에 약속한 산행일자인 2015. 11. 25.
약속 날짜 1주일 전부터 날씨에 관심을 갖는데 다른 날은 고사하고 그날만큼은 확실하게 비가 온다고 예보를 하는군요.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역시 비가 내리고.....
10:00에 대전역에서 산으로님을 만나 지하철을 타고 유성온천역에 내린 다음 택시로 자운대아파트로 향합니다.
266동 앞에 내려 부군(夫君)과 함께 차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산녀님을 만납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난눈 다음 산녀님의 부군은 일터로 가시고 세 사람이 일행이 되어 산행을 준비합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5. 11. 25. 수요일
2. 동행한 이 : 힐링산녀님, 산으로님
3. 산행 구간 : 관암지맥 3구간(금병산~보덕산~오봉산~불무산~합수점)
4. 산행거리 : 12.44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959.31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자 운 대 |
|
10:57 |
|
|
금 병 산 |
0.93km |
11:20 |
23 |
|
보 덕 산 |
5.57 |
13:17 |
117 |
20분 점심 |
오 봉 산 |
2.03 |
13:51 |
34 |
|
불 무 산 |
2.44 |
14:50 |
59 |
|
합 수 점 |
1.47 |
15:20 |
30 |
|
계 |
12.44km |
04:23 |
04:03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군요.
산으로님이 산녀님께 산행 코스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계십니다.
입구에서 오르는 방향은 두 갈레인데 좌측 길을 따르는데,
즉 바로 우측 산줄기로 달라붙는 게 아니고 좀 널널하게 계곡 쪽으로 오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초입의 메타세콰이어 나무 사이로 걷게 되고.....
돌이 많이 밟히던 길은 이내 비알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낙엽으로 인해 미끄러운 비알을 따르다 보면,
안전 시설이 되어 있는 곳을 지나고 어느덧 등과 얼굴에는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그러고는 금병산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표기된 것과 상관없이 대전시에서는 노루봉이라는 이름을 부여(?)해 주었고,
수운교에서 설치한 정상석입니다.
부근에 천도교에서 떨어져 나온 수운교의 교당이 있고 도솔천이라 불리우는 천단이 있기도 한데 이 수운교 사람들은 금병산을 특히 창덕봉이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덕을 세상에 드러내어 밝힌다는....
쓸데없는 일을 또 해주시고....
국토지리정보원 기준점 조서에는 나와있지 않은 납작삼각점.
어쨌든 이 봉우리에서 계룡산 방향으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화약이 자리하고 있어 지맥 마루금으로는 상당한 거리가 통제되어 있으나 이 봉에서 좌측으로는 대전들렛길이, 우측으로는 관자재암~수양산~금병산으로의 진행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철책 옆으로 선명하게 길이 나 있기 때문입니다.
자, 어느 정도 둘러볼 건 둘러봤으니 또 진행을 해야죠.
오리지널 관암지맥을 예전에는 연기군 남면 금천리였던 곳이 이제는 세종특별자치시로 행정구역이 변경이 되었으니 지금부터 세종시와 대전시의 시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까 자운대 아파트에서 올라오는 초입에서 우틀할 경우 진행되는 루트 같습니다,
지도 #1의 '가'의 곳입니다.
감찰봉이라는 봉우리도 지나고,
무덤이었었나?
그 감찰봉 바로 옆에 쌓아놓은 돌무더기 혹은 묵은 묘 같은 것의 모습입니다.
이 이정표에서 이야기 하는 수운교는 水雲敎가 나이고 水雲橋일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이곳에서 금병산이라고 말하는 372.7봉에 오릅니다.
여기서 3등급삼각점(대전304)을 확인합니다.
바람재 방향을 따르는데 우측 등로 아래에,
운수봉이라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음을 발견하고....
비가 슬슬 내리는 게 걷지 않으면 아까 흘린 땀으로 온몸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옥당봉....
383봉으로 오릅니다.
등로는 우측이 선명합니다.
여기서 세종시와는 이별을 하고 온전하게 대전광역시 유성구 안에서 진행을 하게 됩니다.
용바위고개를 따릅니다.
도덕봉을 지나고 흥건히 비에 젖은 길을 걷는데,
등로 좌측 봉우리 같지도 않은 곳(347.1m)에 4등급삼각점(대전410)이 박혀 있습니다.
오늘 걷는 관암지맥 3구간은 대전 둘렛길 7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7구간은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우측의 자운대 거주 주민들의 휴식처로는 조금도 손색이 없을 그런 곳 같습니다.
산으로님이 내리는 비에 드디어 배낭커버를 하시고 열심히 메모에 열중이시군요.
용바위고개입니다.
일광봉이라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직진을 하면 적오산으로 진행을 하게 되는데 이 적오산의 한자가 좀 어렵습니다.
붉을 赤에 준마 驁를 쓰는데 곧 적토마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적토마라...
자운, 관우, 조조....
뭐 그럴 듯하게 이야기를 잘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좌틀합니다.
지도 #1의 '나'의 곳이 좀 어렵습니다.
다행히 이곳은 둘렛길 덕분에 이정표가 있어 어렵지 않게 보덕봉을 따르면 됩니다.
그러나 현장에 와보면 지맥길은 가파르게 계곡 쪽으로 떨어지고 지도 #1의 좌측의 핑크색 길은 227봉으로 유연하게 이어져서 지도를 보더라도 좀처럼 이 루트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양쪽으로 높은 줄기를 보면서 내려가면,
일단 안부로 떨어지면서 적이 안심을 하게 됩니다.
정말 멋진 루트입니다.
비가 오니 더욱더 운치가 있어 보이고.....
지도 #1의 '다'의 곳에 있는 #86송전탑을 지납니다.
구룡동과 덕진동을 잇는 고개를 통과합니다.
이 고개를 영진지도에서는 증골고개라고 표기해 놓았군요.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조금 더 위 구룡저수지 부근의 고개를 증골고개로 표기하여 놓았고..
지도 #1의 '라'의 곳입니다.
보덕봉을 따르고....
이정표가 옛 것과 새로 바뀐 것이 있다 보니 이정표 상으로는 거꾸로 걷고 있습니다.
지도 #1의 '마'의 곳에서는 우틀을 하고...
상이 놓여져 있는 걸 보니 여름에는 여기서 막걸리를 팔았었나요?
여기는 갈색이 아니고 짙은 녹색....
한 20분 정도 행동식으로 점심에 갈음하고,
지도 #2
경주김씨 묘지를 지나면서,
멀리 계족산 일대를 조망합니다.
비는 잠시 내리기를 멈췄고.....
198봉을 지나,
보덕봉은 바로 치고 올라가지 않고 사면을 우측으로 돌아 송강동 3거리에서 좌틀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우측의 팔각정과 운동시설을 지나면,
바구니 향우회에서 '두루봉'이라는 정상석을 세워 놓아 산꾼을 헷갈리게 만드는 보덕산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바구니라는 지명이 봉산동에 속한 한 마을의 옛이름인 것을 보면 짐작건대 이 보덕산이 지명 고시되기 전에 이 동네사람들은 이 보덕산을 두루봉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올라가면,
이정표 옆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있으며 우측 묘지 안에,
1등급 대삼각점(대전11)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산패도 확인을 합니다.
지도 #2의 '바'에서 #9 송전탑을 지납니다.
우측으로 송강마을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그리고 갑천이 다가옵니다.
구룡고개로 차가 다니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원래 마루금은 이 그물망 우측으로 진행을 하여야 하나 절개지가 있거나 아니면 산꾼이나 둘레꾼의 진행에 위험스러울 정도로 가파른 낭떨어지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좌측으로 내려와 구룡고개로 올랐다가 길을 건너,
좌측,
이정표를 따릅니다.
처음에는 100m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더군요.
비가 또 오기 시작합니다.
우측으로 봉산동 버스 종점이 보이고 그 뒤로 불무교가 보입니다.
나무 계단을 통해 219봉으로 오릅니다.
그러고는 정자와 운동시설이 되어 있는 오봉산에서,
갑천과 금강 합수점 건너 식장지맥의 끝을 봅니다.
여기도 역시 바구니 향우회에서 수고해 주셨고....
여긴 이렇게 정확하게 봉우리 이름을 표기해 놓은 걸 보면 이 동네 분들은 아까 그 보덕봉을 원래는 두루봉으로 부른 것 같다는 확신을 또 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오봉산에 오르니 비는 굵기가 더 심해지고...
산녀님이 우리 눈치를 보시는 것 같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남은 구간은 뒤로 미루고 진행을 불무산 방향으로 우틀하여 오늘은 불무산 구간으로 약식 진행 할 것을 제안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모두들 동의하십니다.
봉산동 종점 방향으로 진행하는 루트는 둘렛길이고 우리는 직진.
갑천과 신탄진 공단.
#15 송전탑을 지나,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지도 #2의 '마'의 곳에서 우틀하여 불무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진입 초입은 나뭇가지의 저항이 좀 심하지만,
이내 부드러운 둘렛길을 만납니다.
법화사라....
법화행님이 창건한 절인가?
좌측으로 비축 유류 저장소 같은 곳을 지납니다.
좌측으로 흐름을 중시하고....
지도 #3
묘지 옆을 지나,
바구니 마을에서 올라오는 도로와 만납니다.
그 위로 다시 도로와 만나고 ...
이 도로는 불무교과 연결이 되는 도로이고...
아래 도로와 비교하면 아주 한적합니다.
도로를 건너 옹벽을 올라 우측 절개지 방향으로 마루금을 이어갑니다.
불무산 전위봉인 145봉에서 선답자들의 표지띠를 만납니다.
아름다운강산 정병훈 선생님도 다녀가셨군요.
역시 이 루트는 많은 분들이 다니시는 곳은 아닌지 길이 다듬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불무산 주릉에 닿자 다시 등로가 좋아지는군요.
불무산.
준희선생님과 여영선생님의 표지띠가 정상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런 염병할 ...
그렇게 내리던 비가 조금씩 그쳐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참고 마루금 진행을 계속하는 건데....
하긴 이런 산행이 처음이신 '산녀'님에 대한 배려라고 치부하기로 합니다.
산양삼 재배단지를 우측으로 지나고,
좌측의 쓰레기 매립장도 지납니다.
여름이면 악취는 감수하고 진행해야 할 곳입니다.
마루금은 우측 철조망 옆으로 등로 사정이 아주 양호합니다.
가파른 비알을 오르니 작은 무덤이 한 기가 있고,
거기서 금강과 갑천의 합수접을 봅니다.
합수점은 항상 아래 낮은 곳에서 대강의 윤곽만 보았었을 뿐 이런 멋진 모습을 본 기억은 별로 기억에 없는 것 같군요.
계속 쓰레기 매립장 우측으로 등로는 계속되고,
...........
현풍곽씨 음택 앞에서,
다시 합수점을 봅니다.
그러고는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106봉 바로 앞에서 우틀하여 가파른 경사를 치고 내려옵니다.
가을에는 아주 멋졌을 갑천변을 따라 걸으며 오늘 산행을 마감합니다.
갑천변에는 낚시를 즐기는 분들도 상당하군요.
...........
갑문 옆에서 수준점도 보고,
봉산동 버스종점을 안내하는 이정표도 다시 봅니다.
아까 보았던 둘렛길의 연장입니다.
버스 종점을 목표로 진행하고...
멀리 오늘 진행한 산줄기를 보면서 다음에 다시 꾀꼬리봉과 부용봉을 하러 올 날을 기대합니다.
봉산동 버스 종점으로 가서는 유성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약 100m정도 떨어진 마을 버스 5번 종점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유성온천역으로 가서 간단하게 뒷풀이를 하고 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귀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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