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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산줄기

완도의 산줄기 (대구미마을~심봉~상황봉~백운봉~업진봉~숙승봉~주차장)

제가 완도하면 우선 떠오르는 게 장보고의 청해진과 고산 윤선도의 보길도 그리고 돌김 등이군요.

우리나라 수산물 중 다시마, 톳, 매생이, 미역, 김 등의 상당한 양이 청정해역인 이곳에서 난다고 합니다.

남해도, 안면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7번 째로 큰 섬이기는 하지만 안면도는 연육교로 인하여 이미 섬으로 인식이 되지 않은 탓인지 우리나라 6대 섬 하면 안면도 대신 완도를 넣는 것 같습니다.

 

완도의 산줄기가 해안산맥에 속해 있다?

 

백과사전에서 우리가 관심을 두는 지형에 관하여 살펴 보면, 

완도는 소백산맥의 지맥인 해안산맥의 침강으로 나타난 섬이다. 북쪽에는 숙승봉(宿僧峰, 432m)과 백운봉(白雲峰, 462m) 등의 산지가 발달하고, 남동쪽은 저산성산지를 이루며 소규모의 평야가 발달하고 있다. 섬 중앙에는 상황봉(象皇峰, 644m)이 솟아 있고, 해안은 해식애가 발달한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다.

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산맥이라는 개념에 대해 산줄기에 대한 개념이 충돌하게 된 지도 어언 35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산줄기라는 개념에 대해 산맥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완도의 지형 설명만 해도 너무 형식적이어서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옳을 것인지 깊게 고뇌하게 만드는군요.

 

도대체 완도를 무작정 소백산맥의 지맥인 해안산맥의 침강으로 나타난 섬이라고 하면 그냥 이해가 가십니까?

해안산맥이 어디 있으며, 소백산맥의 주행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이며 해안산맥은 소백산맥의 어디서부터 갈라져 나온 산맥입니까?

산맥도를 보면 소백산맥이 지리산 방향으로 가는 것이어서 이 완도에 있는 산줄기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보이고  그렇다고 해서 노령산맥과도 친해 보이질 않습니다.

참고도 #1

더군다나 우리에게 '산맥'이라는 이름을 남겨주고 홀연히 사라져 지금까지도 인문지리학에 많은 질문을 던져 주게 한 장본인인 고토분지로의 '조선의 지체구조도'를 보면 해안산맥은 중앙산맥의 우측 즉 지금의 태백산맥(태백연맥 소속) 우측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참고도 #2

그럼에도 인위적으로 여기에 '해안산맥'이라는 산맥 이름을 하나 더 부여하였음은 어떻게 보면 산맥 이름 그리고 주향은 누구나(?) 마음대로 써 먹고 만들 수 있는 이름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즉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오히려 고토의 지체구조도 즉 산맥도를 보면 완도의 섬줄기는 비흥치산맥 혹은 병영산맥과 가깝다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1903년 고토분지로가 36개의 산맥과 거기에 3개의 연맥을 만들어 놓은 지 겨우 1년이 지나 그의 제자라 할 야쓰쇼에이가 한국지리(1904년)에서  그 복잡한 산맥의 선을 14개로 정리를 하였고, 고토 이후 겨우 3년이 지난 1906년 실업실찬지리라는 교과서에서는 지금과 같이 말끔하게 한 선으로 정리가 된 것을 보면 이런 의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할 것입니다.

오히려 1930년에 발간된 '조선지리풍속'이라는 책을 보면 "조선의 산맥은 고래로 많은 삭박(削剝)을 받아왔으므로 지학적으로 나타내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산맥은 분수계를 나타내며 지질구조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시사해 주는 바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산맥(山脈)과 분수계(分水界)

 

산맥은 습곡, 단층 그리고 침식에 의하여 형성이 되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5억년 이상이 된 땅이 많은 나라에서는 그 오랜 세월동안 침식, 침강 등 많은 삭박을 받아와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정도가 심하다고 볼 때, 모든 산지가 구릉성 산지로써 어디에나 그 산과 강에는 사람이 기대어 살았다는 점에서 안데스나 로키 그리고 히말라야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토나 우리나라의 지리학자들이 산맥을 지질구조선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학교때 배웠다고 주창(主唱)하던 지형학적인 의미의 산-산-산의 이음이 산맥 즉 산줄기라는 개념과는 피부로 느끼는 온도 차이가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산맥은 기본적으로 지질구조선에 따른 분류입니다.

그 말은 곧 땅 속의 일을 기준으로 땅 위의 산을 꿰어맞췄다는 말과 같습니다.

 

애초 mountain range를 산맥으로 번역한 고토 분지로는 맥(脈)이란 개념을 큰 의미 없이 사용했으나, 우리에게는 맥은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풍수적 관념으로 작용해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참에 산맥(mountain range)과 산줄기(mountain ridge), 두 개념을 분리해서 사용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즉 산맥은 지표면에서 일정한 범위와 고도에 걸쳐 산봉우리들이 연속되어 나타나며, 그 산봉우리들의 연속성이 유사한 지질이나 지형형성작용을 거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지질학으로 집어 넣고 반면 산줄기는 지표면에서 일정한 고도를 가지면서 산지로 인식될 수 있는 지점들을 연결한 선을 표현한 것으로 규정하여 지리학의 범주에 넣는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순수한 학술의 목적이 아닌 자원 침탈이라는 목적으로 남의 땅에 들어와 지질조사를 통해 한 지질학자가 번역해 놓은 한 단어 즉 'mountain range = 산맥'이 해방이 된 지도 벌써 70년이 흘러갔건만 아직까지도 민족 정체성과 관련하여 이렇게 혼란을 주고 있으니.....

 

더 자세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완도지맥과 완도 산줄기

 

한편 산줄기가 바닷속으로 기어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섬은 육지에서 침강과 침식으로 떨어져 나온 육지의 일부분인 것 만큼은 사실일 터,

신산경표를 만드신 박성태 선생님은 우리나라 섬의 산줄기들을 육지에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거제도의 거제지맥과 북거제지맥, 남해도의 남해지맥, 강화도의 강화지맥, 안면도의 안면지맥 등 5개의 산줄기를 '지맥(枝脈)의 격(格)을 부여하여 위와 같은 이름을 붙이셨습니다.

그러고는 이를 우리나라 157지맥에 포함시켰는 바, 지맥 산행을 하는 지맥꾼들은 신산경표의 안내에 따라 지맥 산행을 즐기고 계시고....

 

물론 일부 산꾼들께서는 섬의 산줄기는 육지의 대간이나 정맥 혹은 기맥(岐脈)에서 독립된 것이기 때문에 지맥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그저 독립된 산줄기로 보아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지맥이름이 아닌 거제산줄기니 남해산줄기니 하는 '산줄기'라는 격으로 불러야 한다는 만만치 않은 주장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독립적인 지맥 산행을 하시는 '꾼'들을 제외하더라도 실제 우리 산줄기계(界)의 원로에 속하신다고 할 준희선생님이나 맨발사부님 같은 경우 '남해산줄기', '완도산줄기' 등의 이름으로 산행을 하시기도 하였습니다.

킬문형님 같은 이는 그저 일반 산행 형식으로 여러 봉우리들을 잇는 힐링산행 정도로 다니셨고....

 

어쨌든 완도의 산줄기는 21.9km에 불과해 지맥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세력이므로 단맥 산행을 한다고 하면 땅끝기맥이 호남정맥의 바람봉 분기점에서 약 98.9km 진행한 대둔산(673.2m)에서 달마산으로 가던 산줄기에서 벗어난 줄기가 바닷속으로 이어져 완도대교를 건넌 후, 240.9봉을 지나 숙승봉 삼거리 ~ 백운봉~ 상황봉을 지나 106봉 옆 큰개머리 부근까지 진행을 하게 됩니다.

이 산줄기를 박성태 선생님은 완도지맥이라고 하여 완도라는 섬이 주는 상징성을 감안하여 '지맥'이라는 격을 사용하시긴 하였지만 굳이 현 157지맥에 완도지맥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지맥은 30km급 이상의 세력을 가진 산줄기"라는 명제를 확실히 하기 위함이라는 선생님의 일관된 지론의 단면이라고 보여집니다.

참고도 #3

 

오늘은 산줄기 산행을 하는 게 아니라 완도 관광 겸 초행길인 완도를 스캔하는 느낌으로 대구미 마을을 출발하여 삼봉(심봉)~상황봉~백운봉 ~ 업진봉 ~ 숙승봉을 잇는 능선 산행으로 섬줄기 산행을 합니다.

이름 만들기 좋아하는 분들은 이 다섯 봉우리 종주 산행을 '완도 5봉 종주 산행'이라고 그럴 듯하게 이름하였습니다.

 

오늘 산행은 우리나라 최고 염가 회비를 추구하는 해올산악회와 함께 합니다.

해올산악회에서는 완도 산행을 무박으로 진행하는데 28,000원에 대원을 모집하니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더군다나 섬산행도 하고 싶던 차에 잘 됐습니다.

죽전에서 정시(00:10)에 도착하는 해올산악회 전용 버스에 탑승합니다.

버스는 부여백제 휴게소와 함평휴게소 등 휴게소에 두 번을 들르고는 6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대구미 마을에 도착합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6. 1. 23. 토요일

2. 동행한 이 : 해올 산악회

3. 산행 구간 : 완도의 산줄기(대구미마을~심봉~상황봉~백운봉~업진봉~숙승봉~주차장)

4. 산행거리 : 9.7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51.91km)

  구 간

  거 리

출발시간

소요시간

비 고

대구미마을

 

05:53

 

 

심 봉

  2.93km

 07:17

84

상 황 봉

0.43

07:30

13

백 운 봉

2.48

09:19

109

40분 아침

업 진 봉

0.67

09:33

14

숙 승 봉

1.49

10:15

42

주 차 장

1.70

11:10

55

 

9.7km

05:17

04:37

실 소요시간

 

산 행 기 록

 

 

지도 #1

동네 표석에는 대구미가 아닌 대구리로 표기되어 있군요.

행정구역 상은 완도읍 화흥리 대구미 마을 아닌가요?

하긴 표석을 자세하 들여다 보이 대구미의 '미'자를 지우고 '리'자로 다시 새긴 흔적이 보이긴 하는군요.

버스 정류장 표기에도 대구리로........

산행 소개를 하는 대장님은 12시 반 까지 하산하라고 하면서 시간을 널널하게 주시는군요.

10km도 안 되는 거리를 6시간 반이나.....

사람마다 기량이 다른 법이니 무리하지 않고 안전 산행을 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입니다.

어쨌든 랜턴을 켜고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콘크리트 도로를 따르던 등로는 이정표에서 좌틀하여 흙길로 들어섭니다.

지도가 자주 세워져 있어 산객들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해주고....

등로는 더없이 좋아 진행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숲을 벗어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가 나타납니다.

대신리 너머 해남 쪽으로는 혹시나 뭐가 보이기는 할까하고 고개를 들이밀어 보지만 보이는 거라고는 역시 불빛 정도...

낮에 오르고 날씨가 뒷받침 된다면 보길도도 보일 텐데...

보통 07:20 정도가 요즈음의 일출 시간이니 아직 좀 더 인내하고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표지판이 나타납니다.

2봉이 있었다면 최소한 1봉이나 3봉은 그냥 지나친 것 같군요.

이곳이 지도 #1의 391봉이니 아마 그 전에 바위봉이었던 306.9봉이 1봉이 아니었나 하는 강한 의심이 듭니다.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지도 #1의 '가'의 곳에 이르러 군외면을 만나면서 이제부터는 완도읍과 군외면의 면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지도도 보고....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좌측을 봅니다.

이제 사위는 많이 밝아졌습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완도호는 방조제가 있는 것으로 보아 물막이 작업의 결과물로 생긴 인공호수같아 보입니다.

좌측 방조제 끝에 보이는 불빛이 화흥포항이고.... 

좌측으로 심봉이 보이고 우측에는 상황봉도 보이는군요.

심봉 우측으로 완도와 신지도를 잇는 신지대교의 불빛이 환하고 그 우측의 완도읍내도 이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일 시간입니다.

고개를 뒤로 하니 완도호와 좌측의 정주산(154.9m)과 방조제 우측으로 124.8봉의 윤곽도 뚜렷해집니다.

군외면 대문리의 불빛도 보기 좋고.....

바다 건너 땅끝기맥의 끝 윤도산 부근도 그 윤곽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심봉은 우측의 바위를 타고 진행할 수도 있겠으나 좌측 안전한 길을 따르기로 합니다.

그 길은 심봉 진행방향으로 좌측을 따르면 됩니다.

일출 전에 심봉으로 오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594.4봉으로 표기되어 잇는 곳입니다.

잔잔하던 바람이 갑자기 찬 공기를 픔은 강풍으로 돌변하는군요.

잠깐 정상석을 촬영하고,

상황봉과,

그리고 우측의 신지면과 신지도,

좌측의 완도호를 보고,

그 위로 대문리를 보는 정도로 마무리 짓고 심봉을 내려옵니다.

좌틀하고,

이내 상황봉으로 오릅니다.

상황봉은 오대산의 상왕봉과는 한자 표기가 좀 다르군요.

여기서 잠깐 지명에 대해서 알아보면....

지명은 일종의 화석화(化石化)된 문화 경관이라고 합니다.

즉 문화집단은 한정된 공간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곳을 자신의 문화가 정체화된 장소로 만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지명 해독을 통해서 문화의 전파 과정과 문화지역 그리고 문화 집단이 자연과 사회를 인식하는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한국역사지리, 이준선 외 공저,215쪽, 푸른솔 간)

 

특히 불교문화는 삼국 시대 불교가 도입된 이래 산 이름에 특히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명산대찰이라는 말과 같이 좋은 산에는 어김없이 불교사찰이 많이 들어 서 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산과 봉우리 이름이 불교적으로 명명되었습니다.

가령 천왕, 비로, 반야, 영취, 가야, 금강 등이 그 예인데 이 상황도 그와 무관치 않습니다.

상왕(象王)이란 열반경에서 모든 부처를 이르는 말로 오대산과 가야산의 중심에 있는 봉우리에 이 상왕봉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상황(象皇)이란 상왕을 일본인이 천황이라는 빗대어 부르기 위해 상황봉으로 고쳐 불렀다는 말도 안 되는 추론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석가모니의 모친인 마야부인과 관련한 태몽에서 유래하여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말도 있으나 어쩌면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象과 우리나라 토착 신앙인 단군을 이르는 皇의 절묘한 조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련하여 백두대간에 위치한 산에는 가령 백두, 두리, 태백, 함백, 소백 등과 같이 우리 고유의 전통이름인 백산(白山) 계열이 많은데 백두대간을 사장시키고 태백산맥이라는 줄기를 만든 고토 분지로는 백두란 말은 없앤 반면 어떻게 거기서 태백을 떼어내 그 이름을 태백산맥으로 지었는지 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함백산맥 혹은 설악산맥으로 지었으면 우리는 그들이 가르쳐준 대로 설악산맥이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교과서에 밑줄을 치고 배우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식민지교육.

이래서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황봉이라는 정상석 옆 제단같은 곳에는 봉수대라는 표석이 새겨져 있어 이 완도가 예전부터 전략적 요충지라는 걸 쉽게 알 수 있겠더군요.

좌측 신지대교와 신지도....

우측이 완도항.

좌측의 장좌저수지와 우측의 죽청저수지도 보이고....

그 우측으로 고개를 조금 돌리면 소위 완도지맥의 줄기 혹은 완도산줄기가 상황봉을 지나 431.3봉과 387.3봉을 진행하다 우틀하여 진행하는 모습도 보이고....

우측 만 같은 곳이 망남리....

작은 개머리와 앞의 망리 마을 전경....

다시 완도호....

바람이 차갑군요.

10여 분간 머물다 내려옵니다.

이내 나오는 삼거리에서 백운봉 방향으로 좌틀하여 진행합니다.

직진하는 길은 장좌리 방향이고....

내리막 길에 눈이 많이 쌓여 있고 심지어는 얼어 있기도 하여 아이젠을 착용합니다.

백운봉으로 진행하면서 뒤를 돌아 좌측 상황봉과 우측 심봉을 봅니다.

그 우측으로 당인리의 북섬 방향도 보고...

그 옆에 어떤 구조물 같이 보이는 게 양식장인가요?

심봉의 정상석을 좀 당겨봅니다.

 

지도 #2

지도 #2의 '나' 조망터에서 보니 지나온 줄기에서 본 모습들이 새롭게 보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전망대가 어디를 얘기하는 것인지....

우측으로 대야저수지를 보고....

정면으로는 백운봉이 보입니다.

임도로 떨어지는데 좌측으로는 완도수목원, 우측으로 진행하면 대야리 방향으로 가게 되는군요.

이 수목원이나 지금 걷는 이 완도의 산줄기를 걷다보면 유별나게 숲이 잘 조성되어 있음을 알게됩니다.

사실은 장보고 이후 고려시대 공민왕 때 까지는 이 완도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즉 쿠데타의 주역 장보고를 내친 후, 혹시나 그 잔당들의 또 같은 일을 저지를까를 두려워 했던 신라정권은 완도주민을 김제지방으로 강제 이주시킨 후, 고려 공민왕에 이르러 다시 주민들이 들어가서 사는 것을 허용할 때 까지 이 완도는 약 500년간 무인도였으니 상당한 숲이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 임도에서 백운봉으로 가는 길은 직진하여 돌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그런데 이정표에는 숯가마터로 표기되어 있어 자칫하면 그 길을 따르지 않고 좌측길로 들어서기 십상일 것 같습니다.

계단을 올라서니 바로 472봉에 전망대가 있고 거기서 상황봉 좌측으로 태양이 구름 속에서 벗어나 제 얼굴을 드러내는 모습을 봅니다.

여기서 라면으로 아침에 갈음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버너에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점화가 되지 않는군요.

뒤에 오는 분들에게 혹시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느냐고 물어봐도 다들 담배를 안 피우시는지...

이리 만지작 저리 만지작하다 보니 선이 끊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걸 대충 붙여 재시도를 하니 불꽃이 튀면서 점화가 되는군요.

라면 하나 끓여먹는데 40분 정도를 소요하다니....

백운봉 오르는 길은 정말 아름다운 숲길입니다.

지도 #2의 '다'에서 헬기장을 지나고,

지나온 상황봉 ~ 심봉 그리고 353.6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좌측으로 바다 건너 땅끝기맥 줄기가 보이는군요.

그렇게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백운봉입니다.

 

백운봉은 그저 너른 바위봉 두 개로 이루어진 봉우리입니다.

봉우리를 내려오면 바로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업진봉으로 오릅니다.

일설에 의하면 숙승봉이나 상황봉과 연관지어 스님이 한 봉우리에서 비박(宿僧)을 하다 서원을 세우고, 다른 봉우리에서 기도를 하여 업을 소진(業盡)한 뒤, 다른 한 봉우리에 이르러 깨달음을 이뤄 부처님(象皇)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 업진봉의 표기가 엎진봉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다 뒤짚는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의 표기...

어떤 게 맞는 건지 모르겟습니다.

드디어 숙승봉이 북미쪽에 사는 흰머리독수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백운봉을 보고....

숙승봉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봅니다.

그 봉우리 우측으로 사자지맥의 끝도 보일 것 같고 날씨만 좋다면 육안으로 사자지맥 옆의 천관산도 조망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오늘은.....

앞에 보이는 460.7봉 뒤로 완도대교도 보이고 천태산에서 이어지는 땅끝기맥도 조망이 가능할 법도 하건만 하늘이 잔뜩 지푸려져 있으니....

하긴 오늘 오후부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냥 뒤를 돌아보면서 땅끝기맥의 끝과,

좌측의 달마산 그리고 그 우측으로 이어지는 대둔산의 윤곽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업진봉을 내려오니 다시 눈길 그리고 숲입니다.

지도 #2의 '다'의 곳 463.6봉입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아니 거꾸로 이야기한다면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에서는 완도대교를 건너온 줄기는 띠밭재 우측으로 진행하여 240.9봉을 지나 390.3봉을 거쳐 여기서 우틀하여 제가 지금 지나온 길을 따라 상황봉까지 간 다음 거기서 심봉으로 우틀하지 않고 좌틀하듯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완도지맥 혹은 완도산줄기인데 저희 일행은 여기서 지맥길을 따르지 않고 우틀하여 숙승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21 철탑을 지나고,

임도를 만나 좌틀하여 숙승산을 따릅니다.

임도를 건너,

이제 바로 앞으로 숙승산이 보이고,

아!

그런데 아까 보이지도 않던 땅끝기맥의 달마산이 보입니다.

흰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의 연속 달마산.

완도대교 우측으로 천태산,

그리고 그 우측으로는 해남의 대둔산이 그 옆의 두륜봉, 두륜산과 함께 자리하고 있군요.

좀 화인더를 좀 멀리 해봅니다.

이 숙승봉을 오르는 루트는 두 개로 보입니다.

하나는 이 좀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

철계단을 오르는 루트고 다른 하나는 아까 삼거리에서 계속 직진하여 숙승봉 삼거리가 나오면 우틀하여 숙승봉으로 오르는 길인데 좀 가파른 길도 이렇게 안전시설이 되어 있으니 그냥 이 길을 택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숙승봉을 오르는 철계단을 오르면 바로 좌측으로 대둔산과 두륜봉 그리고 두륜산이 보이고,

좌측으로 완도지맥이 시작되는 줄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숙승봉으로 오르는데 바위가 워낙 미끄러워 조심스레 올라갑니다.

그러면 정상석과,

정상석 뒤의 고마도,

좌측으로는 아까 본 좌측의 땅끝기맥의 대둔산과 그 우측의 두륜봉, 두륜산을 복습하게 되고,

그 좌측의 천태산과, 완도대교 그리고 기맥의 바람재 지나,

달마산 능선도 확실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지나온 봉우리들...

앞의 업진봉 그 뒤의 백운봉 그리고 좌측 멀리 상황봉.....

혹시나 해서 사자지맥 방향을 조망해 보지만 윤곽만 보일 뿐 천관산을 찾는 데는 실패합니다.

우측 신지도....

정상석을 다시 한 번 보고, 

지도 #3

철계단을 내려오니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 쉬운 길 보다는 아까 오른 그 험한 길이 그다지 험하지도 않고 시간 단축에도 편할 것 같습니다.

된비알을 빠져 나오니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곳을 지나 불목저수지가 나오고,

이제 완전히 날머리로 빠져 나옵니다.

장보고 학생 야영장을 지나고,

개울 뒤로 숙승봉을 보고,

동백꽃도 보면서 여유롭게 걸어 내려오니,

주차장입니다.

1시간 정도 기다리니 마지막 대원들이 내려오고 차로 완도항 부근으로 이동하여 각기 자유시간을 갖고 15:20에 귀경길에 오릅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흩날리던 눈발은 눈보라가 되고 고속도로는 금방 눈이 쌓여 정체를 이루기 시작합니다.

이래저래 대원들의 편의를 보아가며 죽전에 내리는 시간은 23:10을 훌쩍 넘어갑니다.

완도까지 가서 그 정도 산줄기 산행을 하고 올라오려니 조금은 억울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싼 가격에 참돔을 먹었고 완도의 산줄기에서 땅끝기맥을 조망하였다는 점만 가지고도 개운한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