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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2

[백두대간 2회차] 도래기재 ~ 구룡산 ~ 운곡지맥 갈림 ~ 깃대배기봉 ~ 부쇠봉 ~ 태백산 ~ 사길령 ~ 화방재



엉겹결에 시작한 백두대간 2차 산행.

이제 차갓재에서 댓재 구간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구간으로 본다면 ①차갓재 ~ 죽령31.4km, ②죽령 ~ 고치령 27.3km, ③ 고치령 ~ 도래기재 24.8km, ④도래기재 ~ 화방재 23.6km, ⑤ 화방재 ~ 피재 21.5km, ⑥ 피재 ~ 댓재 24km 그러니까 6구간 약 152.6km 정도 남은 거 군요.

고치령에서 죽령을 한다는 산악회는 이미 섭외해 놓았으니 그때 연이어 차갓재 ~ 죽령을 이어가면 될 것 같고...

그렇다면 고치령 ~ 댓재 구간이 남는군요.


교통의 편의를 위하여 할 만한 산악회를 알아보기 위하여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여 봅니다.

여기서 우선 제외해야 하는 곳은 J3, 무한도전.

제가 가입해 놓은 이 두 곳은 감마로드, 태달사 등과 함께 우리나라 장거리 산행 클럽들입니다.

웬만한 사람들 그 분들이랑 같이 하다가는 무릎나가기 십상입니다.


저 역시 그 분들을 멀리했던 이유가 순전히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데....

어쨌든 여기저기 알아봐도 코스가 같은 산악회가 나오질 않는군요.

하는 수없이 무한도전을 눌러보는데 마침 12. 2. 금요무박으로 도래기재 ~ 이기령까지 한다고 하는군요.

무려 100km.

뭐 그 분들이야 그렇게 하는 분들이니 그러려니 합니다.

저는 그 구간 중 두 구간 정도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도래기재~피재 약 45.1km.


그런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욕심이 나는군요.

도래가재 ~ 댓재까지가 도상 거리 69.1km이니까 실거리는 약 75km?

그 정도 거리는 아직 시도조차 못한 거리이지만 조금 욕심을 내면 어떨까요?


한 번 그 날 컨디션을 봐서 현장에서 결정을 하기로 해 볼까요?

아직 다녀야 할 산도 많이 남았는데 벌써 무릎이 아작나면 안 되는데...

그런데 사실 피재 ~ 댓재 구간은 거리만 24km이지 조금은 만만한 구간이어서 살짝 욕심이 나기도 합니다.


하긴 제가 가지고 있는 약점.

제가 산에 가는 걸 제일 싫어하시는 분.

노모老母입니다.


사당동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르니 반갑게 맞아주는 이가 있습니다.

마침 지난 주 신의터재 ~ 갈령을 할 때였습니다.

봉황산에서 구병산을 보며 2년 전 충북알프스를 했을 때의 좋은 기억이 생각 났습니다.

같이 진행했던 아라미스님과 자룡님을 많이 떠올렸었는데.....

그 자룡님이었습니다.

이런 일도 있군요.

다른 대원들과도 인사를 나누고...


참 이상한 일은 이렇게 산친구들을 만나면 초면이 아닌 듯한 느낌을 우선적으로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제 감정은 그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이 들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벌써 도래기재입니다.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6. 12. 03. 토요일

2. 동행한 이 : 무한도전 클럽

3. 산행 구간 : 백두대간 (도래기재 ~ 구룡산 ~ 운곡지맥 갈림 ~ 깃대배기봉 ~ 부쇠봉 ~ 태백산 ~ 사길령 ~ 화방재)

4. 산행거리 : 24.09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1391.94km)

  구 간

  거 리

출발시간

소요시간

비 고

도래기재

 

02:28

 

 

구 룡 산

5.42km

04:17

109

운곡지맥 갈림

6.93

 06:32

135

10분 휴식

깃대배기봉

3.13

07:38

66

부 쇠 봉

3.21

08:53

75

20분 조식

태 백 산

0.97

09:21

29

유일사 갈림

1.56

09:56

35

10분 휴식

화 방 재

2.87

10:44

48

<!--[if !supportEmptyParas]--> <!--[endif]-->

24.09km

08:16

07:36

실 소요시간

 

산 행 기 록


지도 #1

7년 전 더운 여름날(2009. 7. 11.),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려왔던 계단입니다.
벌써 겨울로 들어선 오늘.

바람이 좀 세게 붑니다.

자, 그럼 오늘 산행을 시작할까요?

민폐만 안 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정표의 구룡산을 따릅니다.

북진을 한다면 전前 구간에서 박달령을 지나면서 온전하게 봉화군 안으로 들어왔었죠?

그 봉화군의 춘양면 서벽리와 우구치리 리계를 따릅니다.

이내 임도가 나타나고...

구룡산까지 같이 할 119 구조목입니다.

위급 상황에선 번호만 불러주면 됩니다.

우측으로는 춘양면 서벽리의 불빛이 제법 밝습니다.

02:51

925.9봉을 오르면서 구조목 3-2를 본 다음,

지도 #1 '가'에서 임도를 만납니다.

예전에 없던 계단인데....

그 계단을 따라 올라, 

1027봉에 오릅니다.

무도無挑팀이 아니고 다른 팀과 함께 혹은 혼자 진행한다면 아마도 저는 여기서 좌틀하여 986.8봉을 가서 4등급삼각점(태백450)을 확인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팀은 평균 시속 3km로 질주(?)하는 팀이어서 자제를 합니다.

역시 대간길이라 이런 계단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도 #1의 '나'의 헬기장을 지나고,

지도 #1의 '다'에서 다시 임도를 만납니다.

구룡산은 아직 멀었지만 여기서 미리 구룡산에 대한 내력을 살펴봅니다.

하도 기가 막힌 내용이 씌어져 있어 다른 분 사진을 퍼왔습니다.

 

내용을 좀 볼까요.

첫째, 안내판에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져 나가는 곳이라 씌어져 있는데....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얘기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질구조선에 산맥이라는 이름을 붙여 우리를 혼돈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분지로 아닙니까?

그 고토도 그의 저서 조선산맥론 365쪽에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서로를 어떻게 끊고 있는지 상세히 밝힐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걸 영주국유림관리소에서는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시다니!


둘째, 그 다음 문장 "이 산에서 발원하는 하천들은....이어진다."

이게 무얼 뜻하는 것입니까?

이 산이 백두대간을 이루는 하나의 산으로 곧 백두대간은 이 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는 분수령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 대간에서 발원하는 물들은 다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와 남해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 분수령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 등 산경표의 산줄기는 절대로 고토가 얘기한 산맥과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인 것입니다.


물론 산맥이라는 개념은 우리 선조들이 쓰던 개념을 고토가 도용한 겁니다.

특히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던 것이기도 하고...

도둑질한 개념이라는 겁니다.

저작권법 위반!


셋째. 모르면 쓰지 않는 것이 중간이라도 가는 방법입니다.

제 산행기나 글을 보다보면 마루금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이 안패판을 보면 마루금이 설명되어 있는데 한 번 볼까요?

마루금은 등성이를 이루는 지붕이나 산 따위의 꼭대기를 말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 마루금은 '태백산맥은 없다'의 저자 조석필님이 처음 제안한 개념입니다.

그냥 한 마디로 얘기하면 능선稜線입니다.

산과 산을 잇는 이 능선 산행을 하려면 우리가 반드시 준비하여야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지도입니다.

대간꾼들이나 정맥, 지맥을 하는 꾼들이 이 지도를 준비해서는 제일 먼저 하여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그렇죠.

바로 우리가 걸을 능선을 형광펜이나 기타 필기구로 줄을 긋는 작업입니다.

안부와 능선을 따라 그은 선  우리말로 이야기 하면 금.

그 금이 마루금인 것입니다.

능稜이 산마루라는 것 아닙니까?

그 능을 이은 금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산꼭대기라니요?

그것은 봉峰, 대臺라는 다른 이름으로 쓰이는 것 아닙니까.


아직도 백두대간 위에 이런 안내판이 남아 있다니 참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제가 애착을 갖고 있는 기관인 산림청에서...

이것도 없던 계단.

1250.5봉을 오릅니다.

안부로 떨어졌다 다시 오르막을 오르는데 힘 좀 씁니다.

상당한 비알입니다.

그런데 누가 여길 지나갔나요?

'산경표 따르기' 카페에서 제가 만든 건데....

진행방향의 이정표가 '구룡산'에서 '태백산'으로 바뀝니다.

헬기장과,

정상석,

그리고 2등급삼각점(태백26)이 자리하고 있는 구룡산입니다.

또 여기서 박달령에서 헤어졌던 강원도를 만나 이제부터는 다시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도계를 따라 걷게 되겠군요.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구룡산입니다.

1314.5봉을 지나 좀 능선이 부드러워짐을 느낍니다.

지도 #2

홍성산꾼 산꾼형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지도 #2의 '라'의 곳입니다.

향이동으로 갈리는 삼거리라는 말입니다.

이 작은 동네로 탈출은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워낙 오지인 동네들이라....

경석봉이라...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곳이 고직령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령嶺'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고개를 나타내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런 봉우리는 嶺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는 없을 터 아까 산꾼형님이 붙여 놓은 표지판이 취치한 지도 #2의 '마'의 곳이 고직령 맞을 것 같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틀린 곳이 어디 한두 곳입니까.

그렇다고 하여 이 봉우리 이름이 '경석봉'이어야 한다는 것도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춘양면 이장협의회에서 세운 정상석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신뢰가 가기는 합니다.

즉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 봉우리의 유래는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석이라는 이름이 꼭 누구 이름을 갖다가 붙인 것 같아서....

일단은 똑똑한 개그맨 서경석이 떠오르더군요.

1200.2봉을 지나고,

고도를 떨어뜨린 다음 1088.4봉도 지납니다.

우측으로 갈림길이 나오면서 식당안내판도 보입니다.

곰넘이재로군요.

지도 #2의 '마'의 곳입니다.

나무 계단으로 올라,

지도 #2의 '바'의 1154.9봉에 오릅니다.

우측 길이 선명하지만 이 길은 1086.2봉을 진행하는 줄기입니다.

좌틀함에 유의를 해야겠죠.

요즘은 표지띠가 하두 많이 달려 있어 대간에서의 알바는 염려할 필요가 전혀 없어졌습니다.

 

고도를 좀 올리니,

경주손씨 음택이 있는,

신선봉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산 이름 없이 그냥 1295.3봉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 신선봉에서의 직진하는 길도 아주 확실합니다.

우틀합니다.

1174.1봉을 지나고,

06:20

1156.7봉에 오를 무렵,

차돌백이를 지나게 됩니다.

지도 #2의 '사'의 곳입니다.

안내판의 내용과 같이 이곳에 차돌이 있어 부르게 된 이름은 아닐테고 ...

우리가 동대산 ~ 두로봉 구간을 지날 때 똑같은 이름의 지명을 지난 적 있잖습니까?

거기서 흰색의 커다란  석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와는 달리 이곳에는 그 석영 암맥 같은 게 보이질 않습니다.

성영암맥이 무엇입니까?

다른 바위나 암봉 등이 그러하듯 이 석영암맥도 지하의 마그마가 지표 바로 아래에서 굳어진 상태로 있던 것 아닙니까?

그것이 1억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면서 풍화작용에 의하여 지표 아래 있던 암맥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오대산에서는 볼 수 있었는데 여기는 볼 수가 없군요.

지명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은 아닐 터 분명 이 부근 어딘가에 석영 덩어리가 있을 것입니다.


한편 여기서 우틀하면 애당리 석문동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지도 #3

그러고는 지도 #2의 '아'의 곳입니다.

여기가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우선 이 1209.5봉에서 내린 빗물은 좌측으로 흐를 경우 영월군 상동에서 옥동천이 된 다음 동강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합류됩니다.

반면 우측으로 흘러내린 물은 운곡천이 되어 낙동강에 합류한 다음 남해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대간이 분수령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물줄기 즉 하천이나 강을 중시하는 이유는 산줄기를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같은 산꾼들이 대간을 하고 있는 이유는 그냥 체력단련을 하기 위함이라는 단순함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누구나 추구하는 바는 다를 것입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간꾼인데 표방하는 무언가는 하나 쯤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백두대간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줄기의 얼개를 그려본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백두대간이 있으니까 여기서 가지를 치는 줄기에 관심을 가져본다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논의를 할 때 가장 중심에 서는 책과 명제가 있습니다.

바로 '산경표'와 '산자분수령'입니다.

물론 '산자분수령'이라는 말은 산경표에 나와 있는 기본 테마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 '산자분수령'이 우리나라의 산줄기의 기본을 이야기한다고 나와 있는 책도 아닙니다.

당연히 중세의 혹은 근대의 어느 지리학자도 그걸 얘기해 준 사람도 없습니다.


산경표는 그저 우리나라 산줄기의 체계를 보여준 책입니다.

거기에 백두대간을 위시한 1정간 13정맥이 세로로 차례로 표기되어 있을 뿐이고.....


그러면 산자분수령이란 누가 붙이고 누가 얘기한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대동여지도의 발문에 나오는 얘기인데 사실적인 내용은 산자분수령과 좀 차이가 있습니다.

자세한 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어쨌든 산줄기를 보기 위해서는 물줄기를 먼저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산줄기그 맥을 다하는 건 바로 그 산줄기를 에워싸 있는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입니다.

산자분수령의 대원칙이죠.


산경표는 위와 같이 정맥까지만 기록하였고...

그 다음 신산경표에서 박성태 선생에 의해 산줄기 개념을 지맥까지 확장하였습니다.

즉 산줄기 중 30km급 이상의 산줄기에 지맥枝脈이라는 개념을 부여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신산경표는 불경스럽게도 산경표에 손을 대었다고 하여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남한 9정맥을 7정맥으로 바꾸었으며 기맥이나 지맥이 산자분수령에 입각하지 않은 즉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반동으로 주창되고 있는 것이 '대한산경표'입니다.

'산으로' 박흥섭에 의하여 주도되고 있는 이 대한산경표의 안案을 들여다보면 산경보다는 수경 즉 수계를 위주로 산줄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주 타당한 발상이고 또 그게 맞습니다.


가령 이 1209.5봉을 예로 들자면,

이 봉에서 갈리는 산줄기와 대간 사이에서는 운곡천이 발원합니다.

그 운곡천이 본류인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점.

거기에서 이 산줄기는 그 맥을 다하게 됩니다.


참고도 #1 운곡지맥(신산경표의 각화지맥)


그 산줄기는 도상거리 36.2km가 되므로 지맥의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산줄기의 이름을 그 主지류인 운곡천의 이름을 따서 운곡지맥으로 부르자는 것입니다.

신산경표를 보면 이 산줄기를 이 산줄기의 최고봉인 각화산의 이름을 따서 각화지맥으로 부르고 있고 그 코스도 운곡지맥과 같은 길로 진행을 하고 있어 신산경표나 대한산경표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따 보게 될 어천지맥이나 지장지맥 혹은 옥동지맥이나 석항지맥에서 보면 많은 차이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특히 우리가 알고 있던 진양기맥이나 팔공지맥, 문수지맥에 들어가서 보면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따 다시 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갈라지는 지맥만 다시 보기로 합니다.


한편 여기서 그동안 함께 진행했던 춘양면과 작별하고 봉화군 소천면을 만나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봉화군과 영월군의 도계를 따라 걷게됩니다.

자, 그럼 여기서 크게 좌틀합니다.

06:49

동쪽에서 소위 깃대배기봉에서 청옥산1278.7m 쪽으로 흘러가는 능선 뒤로 붉은 기운이 올라오는군요.

1175.2봉을 지나,

지도 #3의 '자'의 곳에 있는 평평한 휴게처를 지납니다.

사면을 좌측으로 돌아 1274.5봉 입니다.

일출은 이제 끝났고,

07:38

좀 가뿐 숨을 몰아쉬며 지도 #3의 '차'의 곳에 오르니 '깃대배기봉'이라는 정상석이 나옵니다.

조금 이따 또 이런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를 만나게 되니 일단 이 봉우리를 '깃대배기 #1봉'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이곳에서 봉화군 석포면을 만납니다.

낙동정맥을 할 때 자주 만났던 낯 익은 이름입니다.

왕피북지맥(신산경표의 안일지맥)을 할 때에도 석포역을 이용해 접근을 했었고 석개재에서 답운치를  무박으로 진행할 때에도 나오던 이름입니다.

곧 우측으로 보이는 큰 줄기는 바로 낙동정맥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위 지도 #3에서 보듯이 이 봉우리는 그저 영월군 상동읍과 봉화군 소천면 그리고 봉화군 석포면 등 3개 면이 만나는 삼면봉三面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깃대배기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깃대는 알겠고 '배기'는 접미사로서 어떤 것에 그 뜻을 더하는 명사를 만드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간단히 깃대봉을 의미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우측으로 소천면과 석포면 면계를 따라 아주 좋은 등로가 보입니다.


이 루트가 두리봉1356.5m을 거쳐 청옥산 ~ 덧재 ~  배바위산을 지나 낙동강으로 빠지는 약25.2km의 단맥이 됩니다.

따라서 그 길 역시 선명합니다.

여기서 오늘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추운 날씨에 간단하게 떡 한 쪽을 먹습니다.

이정표의 우측에 두리봉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20분 정도 아침을 먹고 일어납니다.

잡목 사이로 두리봉을 슬쩍 보고 대간길을 진행하니,

07:59

또 다른 정상석이 나타납니다.

이 봉을 조금 전 본 '깃대배개 #1봉'과 구별하기 위하여 이를 '깃대배기 #2봉'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지도 #3의 '카'의 곳입니다.

예전에 좀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별 게 아닙니다.

세운 주체만 다른 것이고 거리도 걸어서 2분 여 정도 떨어진 곳이기에 둘을 구분하는 의미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다만 굳이 차이점을 따지자면 여기서 태백시를 만나기 때문에 영월군과는 헤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이곳이 태백시 혈동, 영월군 상동읍 그리고 봉화군 석포면 등이 만나는 삼군봉三郡峰 역할을 하는 점이라고나 할까요?

그렇다면 산줄기면에서 볼 때 이 깃대배기봉보다는 조금 전 보았던 '깃대배기#1봉'이 좀 더 의미 있는 봉우리라고 보여집니다.

평평하고 호젓한 느낌을 받는 곳입니다.

지도 #4

나무 데크도 볼 수 있고....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걷습니다.

1353.2봉 부근을 지납니다.

좌측으로 공군 포격장이 보이고...

기억속의 이정표를 만납니다.

지도 #4의 '파'의 곳입니다.

여기서는 무조건 우틀하여야 합니다.

물론 왼쪽으로 부쇠봉을 사면치기로 진행하여 태백산으로 바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낙동정맥의 화려한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면 무조건 우틀입니다.

낮은 키의 철쭉 군락지를 지나,

08:50

우측 멀리 낙동정맥 라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삼거리를 떠난 지 5분 여 만입니다.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아!

바로 이 맛입니다.

조망 데크가 있는 부쇠봉에 올라야 이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동해바다가 보이고....

중간 우측이 백병산1154m이니 그 좌측에 조금 낮게 보이는 게 삿갓봉1120m.

낙동정맥 라인입니다.

맨 뒤 라인 우측으로 동천지맥 상의 일월산1218m이니 바로 옆 좌측에 있는 게 장군봉1137m일테고.....

그 좌측 뒤 희미한 봉우리가 정상이 헬기장으로 조성되어 있는 통고산1067m이겠군요.

08:53

우선 정상석을 보고,

2등급삼각점(태백24)도 확인합니다.

참고도 #2 국토지리정보원 기준점 조서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의 기준점 조서를 보는 순간 좀 머쓱해지는군요.

이곳이 부쇠봉이 아닌 장군봉이라고 표기되어 있군요.

장군봉은 태백산의 최고봉으로 그 고도 또한 1566.7m로 이 조서와는  차이가 납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위 지도 #4를 보면 태백산을 지난 능선이 여기서 좌틀하여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맥 이름이?

그렇죠?

태백산맥.

일본의 지질학자로서 구한말 우리나라 지하자원 침탈에 한몫을 담당해던 고토 분지로가 지어준 이름 아닙니까?

그것도 이중환의 택리지를 일역日譯한 '조선팔역지'에서 착안한 아니 도용한 산맥山脈이라는 이름을 표절하여....

그런데 문제는 그렇습니다.

여기서 좌틀하여 간다고 칩시다.

그럼 이 줄기의 끝은 어디입니까?

볼 것도 없이 이 산줄기는 피재 즉 삼수령에서 흘러내려오는 낙동강을 만나 얼마가지 않아 바로 그 맥이 끊기게 됩니다.


그래도 이게 산맥입니까?

지리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성인成因을 알아야 한다고.

이 태백산맥이라는 것이 유라시아 대륙 지각판과 태평양 지각판이 수렴, 충돌하는 과정에서 횡압력에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무려 2,300만년  ~ 1,500만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때 수평으로 가해진 횡압력이 대륙의 서쪽연변부를 들어올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고서저의 경동지형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하고.....

그러니 단층과 습곡에 의해서 생긴 지질구조선이 곧 산맥이라는 것이고 이는 당연히 선행하천이 있을 경우 산맥은 그 물을 건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차령산맥이 금강을 건너는 것이고 광주산맥이 한강을 건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통적인 산맥개념으로 이해했던 우리 선조는 그게 아니었잖습니까?

백두를 떠난 산줄기는 두류頭流 곧 지리산에 가서 끝을 맺는다 하였으니 그게 곧 백두대간 아닙니까?

물론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은 산경표라는 책에서 처음 붙여진 것입니다.

하지만 택리지만 봐도 그 흐름이 명백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고토의 산맥은 우리 머릿속에 내재하는 사고방식하고는 너무 차이가 있습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태백산맥을 지형학적으로 이해한다해도 우리가 그것을 걸을 때에는 분명 이 지도대로 걸을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따 만나게 될 삼수령 즉 피재에서 좌틀하여 면산 ~석개재 방향으로 갔던 것입니다.

실제 1984. 2. 8. 태백산맥을 76일 동안 연속종주를 했던 남난희씨는 석개재 ~ 통리 ~ 매봉산 방향으로 진행을 했었습니다.

백두대간을 몰랐던 1980년 대 중반 이전의 일입니다.

1980년 이우형 선생이 인사동 허름한 고서적 책방에서 산경표를 발견하고도 수 년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죠.


참고 사진 #1 남난희의 태백산맥 종주기


우리에게 일제강점기가 없었더라면 이 책의 부제는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당연히 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백두대간'으로 바뀌었을 것이고....

지질학적 개념의 산맥은 땅속으로 들여보내고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산줄기 개념으로 가야하는 것 아닙니까?

산맥.

그래서 손일 교수 등 뜻이쓴 분들은 산맥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산괴 내지는 지괴로 부르자고 주장을 합니다.

상당히 타당한 지적입니다.

각설하고 헬기장으로 진행합니다.

저도 우측 멀리 있는 일월산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깁니다.

바로 뒷줄기는 오늘 걸어온 대간 줄기고....

역광을 피하여 교묘하게 잘 찍으셨습니다.

부쇠봉 정상을 돌아보고 다시 갈 길을 진행합니다.

아무래도 태백산은 고사목의 나라입니다.

지리의 제석봉이나 덕유의 중봉 부근의 고사목이 손을 흔들어대도 여기에 미칠 바는 절대 안 됩니다.

음...

좌측으로 태백의 천왕단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태백의 최고봉인 함백산1572.1m입니다.

저 함백산이 이곳보다 더 높음에도 이곳을 태백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육산이 주는 중후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조상들은 여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가 더 적합하다고 본 것이겠죠.

주목....

09:03

아까 부쇠봉 오르기 전 만났던 삼거리에서 좌틀하였다면 여기에서 다시 대간에 합류하는 길입니다.

이정표는 우틀하는 사면 길을 대간이라고 표기하여 놓았는데 천만이 말씀!

봉우리가 능선이고 그것을 지도에 그렸다면 그게 마루금인데...

봉우리를 지나야죠!


09:09

하단에 있는 제단을 지나고,

아쉬움에 낙동정맥을 보면서 오릅니다.

나무 데크를 오르고,

드디어 천왕단과 정상석이 있는 태백산입니다.

대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데 우측에서 마침 고사를 지내는 팀들이 있군요.

대부분 젊은 친구들인데 '금호건설'이라는 회사에서 '대박수주'를 위하여 제祭를 지내러 왔다는 것입니다.

음복을 같이 해야 정성을 드린 보람이 있는 것.

청주와 돼지 머릿고기 그리고 과일도 얻어 먹습니다.

내년에 아마 대박 터질 겁니다.

아까 보았던 혈동의 공군 포격지.

저 맨 뒷라인 최고봉이 태화산1028m일텐데 확실치가 않습니다.

신산경표에서는 그 지맥을 영월지맥이라고 하는데 이는 역시 산자분수령에 맞지 않는 산줄기 개념입니다.

기회 있을 때 다시 말씀드리기로 하고...

여기서 3등급삼각점(태백303)을 확인하고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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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 바위로 이루어진 1217.2봉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이따 진행할 수리봉1189.3m 부근이 보입니다.

09:22

천왕단을 보고....

우측으로 낙동정맥을 마지막으로 다시 봅니다. 

앞 우측이 문수봉1514.9m.

그 뒤 낙동정맥 라인의 좌측봉이 면산1246.2m.

그 좌측으로 백병산1260.6m을 보면서 배낭을 벗어두고 다녀온 생각도 합니다.

가운데 태백시가 보이니그 좌측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끝이 피재(삼수령)가 되겠군요.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장군표 정상석을 지나,

09:30

장군단을 지납니다.

09:32

고사목의 나라 태백산.

이제 하산모드입니다.

눈길을 조심스럽게내려가,

지도 #5

유일사 쉼터이자 유일사 사거리를 지납니다.

10:23

좀 지루합니다.

석봉인 1192.5봉은 우측으로 사면치기하고,

10:27

산령각 삼거리입니다.

깨끗하게 정리되었는데 안에는 제물이 쌓여 있습니다.

내력도 살펴보고....

예전 매표소는 굳게 문이 닫혀 있고,

예전에 물을 얻어 먹고 지났던 팔보암 주위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10:37

그러고는 사길령으로 내려섭니다.

새롭게 길을 내여 사길령?

새길령이라고 해야지.

지도에는 사길치四吉峙라고 표기되어 있던데....

억지로 지어낸 말 아닙니까?

10:40

팔보암 뒤의 1021.4봉은 암봉이고 그 초입이 밭으로 조성이되어 있어 등로를 완전하게 막아놨습니다.

좌측으로 우회를 하여야 합니다.

낙엽송들이 많이 넘어져있군요.

찻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10 :44

그 이름도 아름다운 화방재花芳峙입니다.

파란 지붕집 우측으로 이어가게 되겠지요?

식당이외에는 다 문을 닫았습니다.

주유소도 그렇고....

함백산 올라가는 루트.

이 화방재는 큰 고개이기는 하지만 온전하게 태백시 안에 있는 고개입니다.

행정구역과 물가름 즉 대간길과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사실은 이 만항재가 영월과 태백을 가르는 군계가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일본인들이 잘못 그어놓은 걸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11:50분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이글은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