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여전 이한검 대장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5월 연휴 기간 동안 지리태극종주를 하려고 하는데 함께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리 태극 종주야 구간으로 나누어서는 이미 진행한 곳이지만 한 방에 하기에는 사실 제게는 역부족인 곳이었고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홀로 산행을 즐기는 저로서는 마땅한 팀이나 파트너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었고....
이유야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산줄기를 하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 보니 다들 자기 계획에 바쁘니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J3 클럽'이나 '무한도전' 팀원들을 따라간다는 것은 가랑이 찢어질 노릇!
그러던 터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한검 대장님께서 제안하는 지리태극종주!
지리산에 무한한 경외심을 갖고 있는 저이지만 늘 가지고 있는 핸디캡이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물론 제가 한 방에 90km를 진행해 본 적이 없다는 data 내역도 그런 축에 끼기는 하지만 지리를 동부능선 + 주릉 + 서부능선의 이음이라는 이미지 트레이닝 정도로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치부하는 자만감이 발동합니다.
하지만 아무리생각해도 제게는 필수적으로 하룻밤은 지리산에서 보내야 하는 1무 1박 3일의 일정 중 1박이 마음에 걸립니다.
물론 박泊이 잠을 자는 것이 아닌 집을 비워두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죠.
결국 거사일인 2018. 5. 4.
하는 수 없이 저는 전 구간 완주가 아닌 구간 산행을 택합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23:30에 출발하는 중산리행 심야버스를 이용하여 5. 6. 아침시간 정도에 천왕봉으로 오르는 대원들과 합류하여 나머지 구간을 함산한다는 것입니다.
인월에서 출발하는 대원들의 명단도 한 분 한 분 올려집니다.
타이슨님(이하 존칭 생략), 문인섭, 재희, 박영진, 서승수.....
막강한 해밀 대원들로 팀은 꾸려졌고 이한검 대장은 양산에서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까지의 편도 약 154km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청이당 계곡 옆에 비상식량까지 준비해 놓는 지극한 정성까지 아끼지 않았습니다.
봉회장님과 발을 맞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2)행동식 간편하게 각자준비
3)지원=•성삼재(식사 지원자:고남님)/•천왕봉 지나 전투식량+라면+음료(사전 답사로준비해놓음)•밤머리재:전투식량&삼계탕
4)하산후 갈아입을옷:고남님에게 부탁
5)필수물품:헤드렌턴.무좀양날(눌집예방).스포츠테이핑하실것.수틱 양말2쪽.1회용우의-우중이라도 진행함
6)사전 일일 보양식 꼭 하실것
7)매일 7시간이상 수면요구
8)모든비용:1/n
준비사항도 하나 하나 하달(?)되고.....
타이슨 대장 차편으로5/4.자정
죽전역에서 출발합니다.
현오님만 들머리 버스로 이동
계획대로 움직여집니다.
타이슨은 자신의 차로 팀원들에게 노력 봉사를 해주시고....
오리역4번출구에서
모여서출발할께요
하나로마트쪽요
출발 시간이 정해집니다.
각자 자기 식량 행동식 준비로 배낭무게가 관건입니다.
대피소에서 구입가능한건 햇반과 쵸토파리 뿐입니다.
라면.복숭아통조림은 판매 중지했습니다.
그래서 성삼재에서 전투식량.라면 각 1봉지 배급합니다.
이번 지•태는 전투식량으로
배낭 무게을 최소화 계획입니다.
나머지는 각자 준비 하시고요~
의문점이나 제안사항 말씀해주십시요.
세부 사항도 시시각각 단톡방에 올라오고....
[이한검] [오후 6:53] 진행순서:인월~성삼재(8시간)~장터목(11시간)~천왕봉(1시간)~청이당계곡(4시간)~왕등습지(4시간)~밤머리재(4시간)~사리마을(6/30분)
진행 예정 시간까지...
대원들은 각자 시뮬레이션 트레이닝 혹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거기에 지리산신을 꿈꾸는 운봉의 고남님께서 성삼재에서 1차 지원을 해주시겠다고 자원해 주시니 분위기는 점점 더 up!
친구친구님은 모르셨구나....
그런데.......
주말에 비소식이 들립니다.
토요일 늦은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상당한 양의 비가 온다는 것입니다.
비옷( 하의만) 준비했습니다.
상의 고어텍스(봄.가을용)로 준비하시고 따로 우의는 준비 안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비가 작정한 대원들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의를 더욱 불태우게 하고....
[타이슨,해밀] [오후 5:02] 타이슨입니다
네비를찍어보니
3시간50분정도로나오는데
다들시간괜찮으시면11시에출밯했으면해서요~
한 시라도 더 빨리 지리에 들고 싶어 할 정도니.....
거기에 더하여 대전 부부산꾼까지 합세합니다.
두 분은 작년에도 부부동반으로 지태를 조용하게 그리고 느긋하게 마무리한 적이 있으시죠?
드디어 D-Day!
대원들은 한 분 두 분 오리역으로 모입니다.
이 시간 이한검 대장은 미리 도착하여 인월에서 쉬고 계시고...
2018. 5. 5.
인월들어서면 전화주십시요.
인월시외버스터미널에서
저희들이 쉬는곳이 20뷴거리에 있습니다.
[문인섭] [오전 2:46] 인월터미널까지 약40km 남았어요.3시16분 도착예정 이네요.
이한검 대장과 대원들 가의 교신은 이루어집니다.
5. 5. 03:16 경으로 접선 시간이 조정됩니다.
계속 이 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저도 멘트 하나 날립니다.
그러고는......
구인월 경로당이자 마을회관 앞입니다.
이곳은 신비한 장소입니다.
이곳을 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지리 태극종주하는 이들이 마지막 인증샷을 날리는 곳!
40시간 이상을 걷고나서도 그 '힘듦과 고통'을 '보람과 희열'으로 승화시켜 주는 이상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지태교智太敎의 신당神堂인 구인월마을회관.
여기서 팀원들은 결의를 다지고는,
봉회장님께 출정 신고도 합니다.
하긴 이런 의식은 이틀 후 저 혼자 같은 길에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이긴 했습니다.
의식을 마친 팀원들은 기념 촬영을 하고는 지리태극 종주의 발을 뗍니다.
덕두산을 향해.....
05:00가 넘어가자 슬슬 날은 밝아오고...
무박산행의 장점은 이렇게 산행 중 일출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죠.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은 곳으로 들이마시고 눈은 태양을 담습니다.
오로지 산꾼만이 마음과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는 시간.
그 어둠을 이기고 밝음을 주는 시간을 우리는 여명黎明이라고 부릅니다.
그렇게 덕두산을 지나 바래봉에 도착하였습니다.
바래봉에서 일출을 보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입니다.
바래봉에서 남부 지리 즉 임천지맥에서 올라오는 감투봉과 삼봉산 그리고 법화산까지 조망 할 수 있으며 왕산을 지나 하봉 ~ 중봉 ~ 천왕봉 라인을 보며 감탄을 할 수 있는 곳도 여기입니다.
그러고는 주릉을 따라 반야봉과 노고단을 이을 때에는 숨이'탁'하고 멎습니다.
만복대를 중심으로 한 서부능선의 흐름을 발끝까지 확인하고는 그 우측으로 서시지맥의 흐름과 구룡폭포 길을 보고는 지리산 줄레길을 감상하고 그 우측으로 백두대간 수정봉 ~ 고남산 그리고 그 뒷줄기로 천황봉의 요천지맥까지 관측이 가능한 곳이 어딥니까!
만골짜기의 만수천.....
음....
갈 길이 멀죠?
바래봉 약수터에서 성삼재까지 버틸 물을 각자 챙기고 ....
그리고 간단하게 요기도 합니다.
용산주차장 삼거리를 지나 팔량치로 향합니다.
철쭉이 한창이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철쭉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10시 반 정도만 되면 미어터질 것입니다.
그 꽃놀이 꾼들로부터 시달리던 서부지리의 바래봉 부근은 이제 이런 데크와 목책으로 통행을 통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같은 산꾼들에게는 답답한 시설물이고 장애물입니다.
멀리 세걸산이 보이는군요.
지리산 둘레길을 하다보면 주천면을 지나 운봉으로 들엇면서 제일 먼저 는에 들어오는 게 저 세걸산입니다.
서부능선의 부드러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옛 헬기장의 푸른 풀 위에서 운봉읍과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한 컷을 담고...
그러고는 세동치를 넘어 세걸산입니다.
정상석이 없는 세걸산에서의 조망도 압권입니다.
타이슨님은 독사진을 한 방 남기시고....
고리봉을 지나 정령치를 지납니다.
2km 정도 치고 올라가니,
지리서부능선의 맹주 만복대입니다.
무시무시한 대전 산꾼 산수님과 날다람쥐님.
이한검 대장님의 장도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성삼재를 잽싸게 통과합니다.
노고단을 지나려면 13:00이전에 통과를 하여야 하거나 대피소 예약 확인을 하여야 할 것이고....
일단 노고단 대피소에서 전열을 가다듬습니다.
오리지널 노고단 케른이 아닌 북쪽 케른에 모여 있는 것은 목책을 넘어 등로를 이어가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습니다.
그림자 상태로 보아 15:00시는 넘은 시간인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주릉을 이어갈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부득불 목책을 넘습니다.
잡목을 헤치고 등로로 올라 왕시루봉 가는 삼거리를 지나 돼지평전을 지납니다.
반야봉으로 오르는 노루목을 지나 불무장등 ~ 황장산으로 진행하는 삼거리를 지나니 날라리봉입니다.
지금은 공단에 의해 삼도봉으로 강제 개명 당하는 수모도 겪었지만 이 봉의 이름은 어엿한 날라리봉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밤부터 상당한 양의 비가 온다는데.....
숙의가 이루어집니다.
무조건 go냐?
아니면 작전상 후퇴냐?
지태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지 않느나!
구라청 얘기를 어떻게 믿느냐!
가는 데 까지 가보자!
"한 번 현오님께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봐라."
5. 9. 18:03
이대장님으로부터 저한테 전화 한 통이 날아옵니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글쎄요.... 세 시경부터 오다가 오후에는 개는데.... 그렇게 큰 비는 아닌 거 같은데....."
"그래! 구라청 얘기를 어떻게 믿느냐! 그리고 이따 천왕봉으로 현오님도 온다고 했으니 그 얼굴이라도 보게 일단은 가는 데 까지 가보자."
날라리봉 회의는 간단하게 끝나고 진행하는 걸로 의견이 모아집니다.
화개재를 지납니다.
묘봉(토끼봉)을 지나 연하천으로 이어지는 데크를 따라 걸어 연하천 대피소를 조심스럽게 지납니다.
연하천의 습한 기운이 몸을 에워쌉니다.
곧 큰비가 내릴 듯한 음산하고 습한 분위기.
체력은 조금씩 떨어져가고 잠시 몸을 충전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한데 비 예보가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가뜩이나 성삼재에서 만났던 고남님의 100mm 얘기는 그냥 뻥으로 들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여기는 지리산이니!!!!
"현오님께 다시 연락해 자세한 정보 좀 알아보시지!"
같은 날 20:33
전화 한 통이 다시 날아옵니다.
"지금 연하천을 막 지났는데 기상 상황이 어떻습니까?"
"이 대장님.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시천면 상황이 이런데 지리산은 좀 더 와야 한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낮에도 아닌 밤에 비를 맞고 걸어야 한다는 건데 아무래도 저체온증이 염려됩니다. 대피소로 들어갈 수도 없고...그냥 결단을 내리심이..."
"글쎄 고민 중입니다."
"벽소령 대피소는 공사 중이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고 조금 더 가면 삼각고지가 나오니 그 바로 못 미친 초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틀하여 음정으로 빠지세요. 거기서 택시를 부르든 아니면 고남님에게 부탁을 하든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우리도 그렇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럼 저는 오늘 안 내려갑니다."
하고는 예약되었던 남부터미널 ~ 중산리 버스표는 취소합니다.
상당히 긴박했던 대화입니다.
23:57
좀 아쉽긴 하지만 큰 결단을 하셨습니다.
남은 연휴 잘 보내시고~여기도 비 많이 오네요~조심히 올라오셔요~
이한검 대장님 여러가지 애쓰셨어요~(행복)
먼저 올라오신 재희님으로부터 격려의 메시지도 날아오고....
그렇게 이틀이 지납니다.
항상 지리에 목마르던 저는 사무실 일을 대강 정리하고 5. 8. 지리에 들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이한검 대장께 전화를 합니다.
혹시나 제 컨디션이 괜찮아서 청이당까지 진행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그러자 느닷없이 이대장 자신도 지리로 오겠다는 겁니다.
다만 자신은 저와는 역방향인 덕산의 사리마을에서 출발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정상적인 산행이 이루어질 경우 동부능선의 청이당 정도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예상도 해가며....
저는 5. 8. 23:30분 버스로 인월로 출발하여 03:40경부터 산행을 시작하고.....
이하 졸고 '지리서부능선 + 간미봉' 산행기 참조.
산행을 하는 도중 저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그래서 성삼재에 도착해서는 우연히 만난 부엉이님과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막걸리를 마시고있을 무렵,
2018. 5. 9. 13:56.
이 대장은 무지원, 무박 단독등정에 나섭니다.
[타이슨,해밀] [오후 1:57] 화이팅~~
[문인섭] [오후 2:03] 뭡니까? 이런일이!!
[김은숙/Joanne/재희/재은] [오후 2:05] 대장님~ 저 졸다가 정신 번쩍나네요^^ 며칠은 좀 쉬시면 좋을텐데요~
그래도 화이팅요~(최고)(최고)(최고)
지난 번 함께 했던 팀원들의 격려의 글이 쏟아지고....
14:24
첫 봉우리인 시무산을 순조롭게 통과합니다.
14:54
여유롭게 수양산도 지납니다.
사진 뒤로 'J3 클럽'의 배병만 방장이 걸어놓은 빛 바랜 산패가 보이는군요.
혹시나 제가 중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김이 샐 것' 같아 저간의 얘기를 알려주지 않아서,
[이한검] [오후 2:56] 현오님도 지태진행중-
인월에서 새벽출~^^
화이팅@
이런 멘트를 날렸으나,
[타이슨,해밀] [오후 2:56] 술드시던데~~
곧 바로 타이슨의 폭로(?)로 저는 자수하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고자질했다는 비난(?)을 피하려 했음인지,
술때문은아니고~~
이런 멘트를 날리고는,
동생까지 파견을 보냅니다.
타이슨님!
제가 그 뜻을 모르겠습니까?
역부족인 거 잘 압니다.
그래서 아예 성삼재에서 접고 가까이 있는 간미봉에 들었다가 송홧가루 때문에 죽을 뻔 했수다!
15:32
그러는 중에 벌목봉을 지나고,....
순조롭게 산행은 계속됩니다.
저의 중포 소식을 접했음에도 "난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 네가 무슨 지태냐!"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음인지 담담하고 여유롭게 진행합니다.
계속 격려의 메시지는 날아들고...
외롭지 않게 걸을 수 있겠습니다.
16:17
좌측으로는 마근담 계곡 우측으로는 백운동 계곡이 지나는 좁고 긴 능선이 이어집니다.
우측 백운동 계곡은 남명 조식을 비롯하여 많은 선비들의 물놀이 놀이터였던 곳이기도 합니다.
[타이슨,해밀] [오후 4:20] 왜 전화가안되요?
혹시나 모를 배터리 부족을 피하기 위하여 비행기 모드로 놓고 진행하다 보니 격려의 전화가 닿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다 전달되었을 것이니 타이슨님 서운해 마소서!
그러기도 하려나와 이곳은 이동기지국으로부터도 상당한 거리에있는 곳이다 보니 통화가 어렵기도 합니다.
지리산 둘레길과 만나고는,
17:10
시천면, 삼장면 그리고 단성면 등 삼 개의 면이 만나는 삼면봉인 마근담봉926.7m을 지납니다.
산에서의 밤은 일찍 옵니다.
휴식을 취하면서 야간 산행 모드로 준비합니다.
웅석봉 이정표가 나오는 걸 보니 '달뜨기 능선'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천왕봉 아래 써리봉 부근에서 이 달뜨기 능선에서 달이 뜨는 것을 바라보는 어린 빨치산의 눈에서는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에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입니다.
지도 #2
* 이하 지도는 생략합니다.
17:54
큰등날봉을 지나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 되자 격려의 메시지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성 메시지도 날아들고....
20:02
밤머리재에 도착하자 드디어 날은 어두워졌습니다.
[이한검] [오후 8:14] 넵.감사합니더♡
간단하게 수담을 나누고 저녁을 먹은 후 닷 길을 나섭니다.
[서승수] [오후 8:38] 천왕봉엔 내일 새벽에 도착할듯
지속적으로 시간 체크를 하고 계시는 친구친구님.
20:57
가파른 비알을 좀 힙겹게 올라 도토리봉에 도착합니다.
이제부터는 등로가 조금씩 거칠어집니다.
[김은숙/Joanne/재희/재은] [오후 9:56] 화이팅하세요~전 너무 놀라워요~ 이렇게 어두운밤에~
겁나시죠?
하지만 야간에 홀로산행하는 것도 나름 괜찮습니다.
졸음만 오지 않는다면요.....
10:20
심심하고 무료할까봐 전화 한 통 넣습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자 전화를 받는군요.
"이러쿵 저러쿵....어떤가?"
"어쩌구 저쩌구... 할만 합니다."
"쑥덕쑥떡 힘 내시고! 화이팅! 이대장님 사랑합니다."
"쏼라 쏼라.. 선배님 고맙습니다."
"밤새 고생하소! 배터리가 없을 거 같아 이만 끊습니다."
"예."
어련히 잘 진행할까요.
혹시나 궁금해하는 팀언들을 위해 글 하나 남겨두고 잠에 듭니다.
[권태화] [오후 10:25] 우리 이대장님 잘 진행하고 계십니다.
2018. 5. 10. 03:55
눈을 뜹니다.
동시에 전화기를 찾아 이대장에게 전화를 넣습니다.
"이대장님"
"예, 선배님."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지금 어때요? 힘들지? 춥지는 않은가? 지금 어디?"
대답은 듣지도 않고 질문만 퍼붓습니다.
모든 게 다 궁금했기 때문이죠.
"지금 청이당 통과했는데 비가... 이슬비가 조금씩 내려요..... 춥고 너무 졸립네요....."
"비가 와? 그럼 어째? 청이당에서 좀 잘 걸 자지도 못했겠네. 왕등재 데크...."
"그런데 곰쉬키가 짱박아 놓은 걸 다 훔쳐갔어요. 그래서...."
"그렇지 그놈들이 후각은 발달했으니까..... 그나저나 그 녀석들이 인사는 안 해?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예절교육은 확실히 시켰는데!"
"그냥 호루라기 불어서 쫓았어요. 근데 여기 왠 귀신들이 이렇게 많아요?"
"거기 예전에 당집이 있었고 빨치산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어. 걔들이니까 그냥 인사만 하고 빠져나오슈."
"예. 걸으면서 잠깐 졸았더니 그 사이에...."
"괜찮으니까 간식 먹으면서 살살 진행하슈. 저체온 조심하고. 정신 놓지 마시고!"
"예. 근데 선배님은 잠도 안 자고 뭐하세요?"
"이 대장님이 남 신경 쓸 때요! 자 이제 정신 좀 들었을 테니 천천히 쉬지 말고 걸으슈."
전화를 끊자 카톡 도착음이 울립니다.
감추어놓은 식량-흔적도 없슴
참 무섭습니다.
이심전심은 부처님과의 교감만이 아니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잠에서 깨자마자 발신을 누를 때 이대장님은 저에게 카톡 메시지 전송을 누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저같은 팀원이 이대장의 소식을 궁금해 할까봐 메시지를 남깁니다.
그래도 비때문에 걱정이 되서 걱정스런 마음으로,
[권태화] [오전 5:33] 괜히 큰일 나는 거 아니야?
하자, 곧바로,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는 거 같습니다.
05:33
ㄱ구방부 시계만 돌아가는 게 아닙니다.
거꾸로 아니 졸면서 가도 지리산 시계는 돌아갑니다.
하봉에서 일출을 맞이합니다.
[강진구] [오전 5:36] 고앵
이제 대원들도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입니다.
고앵?
저도 무슨 얘긴가 했습니다.
고행이야
힘내라.
아 ! 고행.
예, 고난의 행군입니다.
그러고는 제 글을 보셨나 봅니다.
[강진구] [오전 5:44] 아니현오님은밤새어느능선을누비고계셔요
궁금하시죠?
잠도 안 자고 중계방송하고 있는 거 같으니....
이제 다행입니다.
기온도 올라갈 것이니 ...
여기 계신 모든분들이 밤새 이대장님과 함께 동부능선 오른
느낌일겁니다.
이대장님,끝까지 화이팅 !!!
[권태화] [오전 5:55] 네. 새벽에 이슬비와 기온 저하로 상당히 고생을 하면서 악전고투하고 있더군요.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로 언손을 녹여줬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대장님!
잽싸게 대꾸를 합니다.
모두들 안도를 하셔도 될 것입니다.
[김은숙/Joanne/재희/재은] [오전 6:40] 날이 밝아서 다행이예요~밤에는 정말 걱정되었어요~
대장님 어디서 눈좀 붙이시면 좋을텐데요~대장님 화이팅~
이제 하봉에서 목책을 넘어 중봉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되니 빨리 장터목으로 가서 한숨 때리라고 얘기해줍니다.
아까 보다는 살아 있는 목소리.
청이당 귀신들에게 많이 시달렸던 거 같습니다.
07:23
세수도 안 한 얼굴이고 콧수염도 많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얼굴에는 화기가 돕니다.
그러고 보니 중봉 바로 아래에서 따뜻한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잠깐 휴식을 취했군요.
07:54
산행 약 19시간만에 천왕봉에 올라섭니다.
혼자서 무거운 배낭을 지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내려가서 좀 쉬시죠.
11:12
계속 체크를 하고 있는데 조용하군요.
궁금한 놈이 먼저....
[권태화] [오전 11:12] 취침 중?
바로 사진 하나 뜹니다.
그러고는,
혹시나 몰라 부엉이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줍니다.
세석을 지납니다.
그러고는 이내,
헤어딤요^
실제 이대장님과 부엉이님이 세석을 지나 영신봉 가는 길에서 만났군요.
역시 산꾼들은 산에서 만나야 제맛입니다.
조만간 해밀 산행에서 부엉이님을 만나게 될 수 있겠군요.
예전에 야영장으로 사용할 때의 황폐함에서 벗어나 이제는 온전한 산으로 변한 세석평전.
[박영진] [오후 12:28] 이 대장님 진행상황이 궁금해서 회사에서 탈출하여 확인해 보니 벌써 세석이라 홧팅 이대장
궁금하셨죠?
걱정해주신 덕분에 잘 오고 있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하루되세요~♡♡
예.
님도 즐겁게 하루 보내시고요.
13:51
벽소령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입니다.
11월경 오픈한다나?
산행 시간 24시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문인섭] [오후 2:19] 이대장,홧팅(굿)
연하천 지나 노고단 가다가 개그맨 이홍렬씨 닮은 머리 하얀 친구와 그이부인 보면 유정만씨 아니냐고 물어보소.내친구 부부가 종주시작했어요.럭키 문 (문인섭)
고교친구요.(윙크)
이때 문인섭님도 이홍렬님을 거론하십니다.
[권태화] [오후 2:21] 사람들 뚫어지게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십시오.
우리 이대장님 심심찮고 좋겠소!
앞에 오는 사람을 기대하는 재미도 쏠쏠할 거 같습니다.
14:26
이정표에는 형제봉이라고 되어있으나 부자봉이 맞습니다.
공단의 대표적인 산이름 오기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죠.
제 산행기에는 두 번 정도 소개를 했는데....
기회 있을 때 다시 말씀드리죠.
15:07
쉰다고 하더니 별로 쉬지도 못했네요.
삼각고지를 지나 초소가 있는 음정삼거리.
그러니까 4일 전 비로 인해 산행을 포기하고 탈출한 곳이죠.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여기서 두 구간으로 지태를 완성한 모양새입니다.
조같으면 여기서 그만 두고 싶었고 또 그랬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나 이한검 대장이 어떤 사람입니까?
하긴 조금만 더 가면 연하천 대피소니 거기 가면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조금 쉴 수도 있을 것이고.....
15:47
연하천 대피소로 들어섭니다.
대피소 문 입구에는 멋진 시의한 구절이 소개되어 있죠?
그랬습니다.
견딜 수 없어서 지리에 온 것이고 언제나 변덕스런 특히 지리에 대해서는 변덕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온 것이죠.
참을 수 있으면 미쳤다고 이런 행각을 하겠습니까?
어쨌든 연하천을 지났으니 이제 노고단도 얼마 남지 않았으나 또 밤이 다가오는군요.
연하천을 지나 화개재를 지나면 발에 돌부리들이 많이 걸릴 것이니 조금은 조심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9:31이 넘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대꾸가 없습니다.
노고단이나 성삼재에서 밥을 먹으면서 전화기 충전도 시키고 야간 산행에 대비도 하고 그래야 할텐데.....
하긴 뭐 얼마나 잘 알아서 할까....
하지만 그래도 궁금해집니다.
다시 전화를 몇 번 하니 드디어 전화를 받습니다.
노고단 대피소 취사장에서 선량한 산꾼을 만나 라면도 얻어먹고 배터리도 얻어 충전을 시키면서 휴식을 취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군요.
따끈한 국물로 속을 채웠으니 어영부영 세걸산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얻어 먹다니?? 대장님이
걱정어린 응원의 글들...
그래서 무지원 단독 진행이 어려운 거 아니겠소!
갈 길이 머니 어서 출발하소!
21:03
성삼재를 지나면서 인적하고도 잠시 안녕입니다.
빨리 걸으면 구인월까지 8시간.
천천히 걸을 경우 10시간.
싱싱한 몸으로 출발할 경우의 애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이대장님의 인월 예정 도착시간은?
새벽 6시 이후나 될 거 같군요.
그렇다면 꼬박 밤을 세워 걸어야 한다는 건데......
그런 와중에도...
1:토
2:일.
참 여유롭습니다.
하긴 이런 생각이라도 하면서 가야 함이 덜 들겠죠.
이대장님 완주기념 식사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장소는 죽전부근이 어떨지 싶은데요
편하신 요일 토요일이나 일요일 건의주세요~
먹는 거라면 저도 빠질 리 없으련만 일요일은 정맥팀과 함께 잔행하기로 해서리....
힘내라. 아자아자화이팅.
그렇죠?
대강 그 시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정말이지 웬만한 거리였으면 만사 다 제쳐두고 잽싸게 바래봉이나 새동치로 가서 버너에 불을 붙이고 따끈한 어묵탕이라도 끓여서 먹게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뱃속이 냉하니 몸이 느끼는 한기는 얼마나 차가울까....
배터리가 충분치 않을 거 같아 메시지 하나 날리고 이대장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꿈속에서 이대장과 함께 서부능선을 걷기로 합니다.
12:04
꿈속에서 걷는 이대장은 그래도 이제는 굳어진 시루떡을 입에 넣고 우물거립니다.
서쪽의 불빛을 보면서 남원이라 하고 남서쪽의 불빛은 곡성이라 우깁니다.
01:05
점점 추워지는 시간.
현오 : 정령치 화장실이 그래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니 좀 쉬었다 가소.
한검 : 그럴까요? 그래도 화장실은 좀....
현오 : 추워 죽겠는데 ... 잠깐 몸 좀 녹이고 가소....
한검 : 그냥 걸으면서 몸을 데울라요.
04:06
오기를 부리며 세걸산에 도착합니다.
잠에서 깨어 전화를 넣습니다.
세걸산을 지나 새동치로 내려서고 있다고 합니다.
현오 : 이제 위험한 구간은 다 지났네. 룰루랄라하면서 진행하소!
한검 : 선배님은 잠도 안 잡니까? 지금 몇 신데 또 전화예요?
현오 : 나 원래 잠이 없는 인간 아니오. 춥진 않소?
한검 : 춥긴한데 잠이 쏟아져서 돌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몇 분 잤습니다.
현오 : 세걸산 두어 봉우리 전에 있는 돌계단?
................................
현오 : 배터리 없을 거 같으니 그만 끊고 바래봉에서 전화주소!
대원들이 궁금해 할까봐 메시지를 올려 둡니다.
곧바로 응원 메시지가 올라옵니다.
힘내라 이 대장
홧팅홧팅
날 밤 새시나....
07:00
바래봉 정도는 왔을 텐데 연락이 없고...
궁금한 놈이 먼저 전화합니다.
전화가 꺼져있습니다.
07:03
단톡방에 글을 올리는데 바로 사진이 뜨는군요.
동시 패션이었습니다.
신기한 일이 연이틀 벌어집니다.
담자며 왔어요.
그래도 졸려요.
밤새 아기 귀신이 쒸었나?
이제 칭얼칭얼 대기까지도 합니다.
'졸려용'에...
'담다며'?
근데 돌려요가 아니고 졸려요네요
아직 골로 가진 않은 것 같습니다.
[권태화] [오전 7:05] 배터리 절약차원에서 꺼놓으셨네. 데크에 좀 기댔다 가시지...
[권태화] [오전 7:05] 이제 무조건 내리막이니 마지막 힘내시고요!!!
이제 팀원들도 잠에서 깼습니다.
안전하게~
화이팅~~
문인섭님도,
마무리 하시길 바래요.(최고)
07:30
이제 정말 다 왔군요.
이 대장님의 능력을 믿는 느긋한 이대장님의 BF는,
다 알면서...
[권태화] [오전 7:34] 그게 무슨 상관.
시간 좀 초과된 게 무슨 상관입니까?
현오 : 구 인월교 건너자마자 철야하는 민박집 있으니까 거기서좀 쉬면서 몸 좀 녹이고 가라고 합니다.
한검 : 그 식당 맞은 편이요?
현오 : 예. 그 어죽 파는 데있죠? 그 맞은 편 집.
한검 : 어딘 지 알겠네요.
저보다 등로 사정을 더 잘 아는 이대장님이건만 노파심에 자꾸 헛멘트를 보냅니다.
08:47
그런 노파심은 기우라는 듯.
아니 쓸데없는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의 이대장님은 멀쩡한 얼굴로 속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리 태극종주하는 이들이 마지막 인증샷을 날리는 곳!
40시간 이상을 걷고나서도 그 '힘듦과 고통'을 '보람과 희열'으로 승화시켜 주는 이상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지태교智太敎의 신당神堂인 구인월마을회관.
모두에서 얘기했던 그 신비스러운 신당으로 우리의 호프 이대장님은 희멀건 얼굴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라는 말 한 마디 남기고서 잠시 단톡방에서 사라집니다.
이대장님을 계속 걱정하며 함께 이미지 트리이닝을 했던 대원들의 축하메세지가 쏟아지고....
커튼 콜입니까?
잠시 나왔다가 다시 무대 뒤로 사라지는 이대장님.
정말 수고 많으셨고 덕분에 저도 그 길 완주할 수 있었숩니다.
앞으로도 저는 그 길 안 갑니다.
가까운 날짜 잡아서 중산리 ~ 천왕봉 ~ 동부능선으로 해서 덕산에내려 남명 선생을 다시 뵙고 올까 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힘이 되어 주신 팀원 여러분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혹여 이 글이 팀원 여러분께 실례가 되는 표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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