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리에 듭니다.
예정에도 없던 산행이라 거의 기습적으로 감행합니다.
일요일에는 친구들 모임이 있습니다.
집을 자주 비울 수도 없는 현실 여건이기에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금요일 저녁 뉴스를 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코레일 톡'을 열어본 게 화근이었습니다.
영등포 ~ 구례구 가는 마지막 야간 열차의 티켓이 단 한 장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 누군가 예약한 표가 막 반환된 그것이 명백한데 갑자기 경쟁심과 조급증이 생깁니다.
"행운이고 기회다!"
지금 바로 클릭을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가로채 갈 것이라는....
결국 클릭을 하고....
어디를 갈 것이라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22:00 집을 나섭니다.
어디로 갈까?
가장 가고 싶은 백무동 ~ 한신계곡 ~ 영신봉 ~ 세석 ~ 삼신봉 ~ 형제봉 ~ 신선봉의 지리남부능선과 왕등재늪 ~ 왕산 ~ 필봉산 등 지리의 길쭉길쭉한 이음들은 산으로님과 같이 하기로 했으니....
갑자기 들게되는 지리에서 어디로 갈까?
전철역에서 파는 즉석 고로케 두 개를 사서 가방에 넣고....
그냥 주릉을 타고 가다가 아무 데로나 내려가?
22:53
열차에 오릅니다.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며 생각을 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03:10
정시에 구례구역에 도착합니다.
결정됐는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반야봉으로 해서 묘향대 ~ 이끼폭포로 가서 반선으로 내려가?
아니면 왕시루봉?
지리로 가지말고 계족산으로 가서 오산으로 돌아?
거기도 산으로님과 같이 가기로 했으니.....
연하천 지나 삼각고지로 가서 북부능선?
03:40
버스는 구례 터미널에서 좀 쉬었다가 다시 출발합니다.
만차를 넘어 예닐곱 명이 서서 갈 정도로 산객들이 많군요.
04:05
버스는 성삼재에 승객들을 내려놓습니다.
예의 성삼재 휴게소 식당으로 들어가 라면 하나를 시킵니다.
"또 오셨수?"
이제 얼굴을 기억하시는 주방 아주머니의 그 말투는 "아주 지리에 미쳤군!"이라는 투로 들립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버스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분이 건너편 탁자의 의자를 빼면서 묻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십니까?"
"글쎄요....어디로 가시는데요?"
사실 자문을 받고 싶었습니다.
아니 어떤 힌트 혹은 실마리를 잡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인월로 내려가려고 합니다만...."
"아! 그러면 한 8~9시간은 걸으셔야겠군요. 2주 전 거기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아직 어디로 갈 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다가 아무 데로나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빈정대는 게 아니고 사실 어디로 갈 지 아직 방향 설정이 안 됐으니.....
그렇다고 서부능선을 또 갈 수도 없는 노릇!
"지금 이 시간에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없겠죠?"
이 분은 어둠 속의 시간을 혼자 간다는 게 약간 부담스러운 거 같습니다.
"대간하는 사람들이면 모를까..... 이 시간에 이 버스타고 오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주릉을 타는 사람들 아닐까요?"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라면을 먹습니다.
사실 저는 기차에 오른 다음에야 랜턴도 안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랜턴도 없다는 것은 무조건 주릉을 타고 노고단까지는 가야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겨울의 이 시간이라도 노고단까지는 비무장으로 그냥 갈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04:39
라면을 먹고 '인월파'와 안산을 기원하며 문을 열고 나오는데 날이 밝아옵니다.
그리고 '작은 고리봉' 정상에 랜턴 불 두어 개가 반짝입니다.
"고리봉 쪽으로 불빛이 몇 개 보입니다. 몇 명이 서부능선 쪽으로 움직이네요. 서두루시면 저 사람들과 같이 가실 수 있겠습니다."
일부로 시간을 끎에도 주릉쪽으로 가는 사람들 중 저같이 밍기적거리는 사람들도 몇 분 되시는군요.
이 정도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분위기이고.....
매점에서 캔음료를 몇 개 가방에 챙기던 두 아줌마는 이미 없어졌군요.
저 두 부부는 대피소에서 1박할 모양입니다.
가방이 두툼합니다.
04:44
그냥 서부능선을 탈까?
바래봉에서 운봉으로 내려가서 고남님에게 전화해서 흑돼지나 먹고 올라가?
그럼 시간이 또 지체될 것이고....
성삼재에서 노고단 올라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이 좀 떨떠름합니다.
돌을 밟는 감촉이 영 안 좋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부러 좌측의 야자매트를 밟고 올라가지만 그것도 일부 구간만 되어 있으니.....
속이 안 좋군요.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8. 5. 26. 토요일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지리산 칠불사능선 {성삼재 ~ 노고단 ~ 날라리봉(삼도봉) ~ 토끼봉 ~ 칠불사}
4. 산행거리 : 14.55km
구 간 |
거 리 |
출발 시간 |
소요 시간 |
비 고 |
성 삼 재 |
|
04:44 |
|
|
날라리봉 |
7.66 |
07:31 |
107 |
|
토 끼 봉 |
1.69 |
08:24 |
53 |
20분 지형정찰 |
칠 불 사 |
5.20 |
10:26 |
122 |
10분 휴식 |
계 |
14.55 km |
05:42 |
05:12 |
실 소요시간 |
산행기록
05:06
일부러 돌아가는 길로 갈까?
우번대 스님이 계신가 확인도 해볼 겸....
화엄사도 보고...
오늘같은 날은 멀리 무등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올 때마다 보는 걸 뭘 또....
이 시간에 본 적 없잖아!
에이... 그래도....
계단을 올라 무넹기를 봅니다.
이런 물 돌리기가 오미마을에도 있었지?
문수골에서 내려오는 물을 오미마을로 돌려 논농사에 공供하게 했다는....
무넹기 왼쪽에 보이는 소로가 바로 백두대간길로 이 무넹기 물이 백두대간을 넘게 되니 산자분수령에 어긋나는 게 아니냐!
이건 인공수로이기 때문에 그 원칙에 어긋아는 게 아니지....
중얼중얼.....
이 광경을 개그콘서트의 신봉선이 봤다면?
"뭐 그렇게 씨부려쌌노!"
노고단 대피소로 오르는 돌계단을 오르면서 생각합니다.
아! 그렇지!
미국인 선교사들이 와서 깽판친 현장 좀 볼까?
그 안쪽도 보고 거기서 붜가 보이나 오랜만에 확인도 해보고.....
05:18
대피소 앞 도로로 올라서자마자 숲으로 들어 선교사 유적지를 봅니다.
웬 기독교 단체에서 이 유적지를 근거로 자신들이 직접 관리를 하고 그 기념시설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면 곧 예전에 있던 골프장과 스키장 시설을 복원해야 하겠다는 말까지 나올 것 같습니다.
이참에 순례길 하나 만들고.....
이렇게 안쪽에 풀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이 돌을 여기까지 짊어지고 오느라 얼마나 힘이 많이 들었을고!
일당은 후하게 쳐 줬나?
이곳에 이런 집들은 56채나 지었었다니....
풍토병을 피하기 위해 이런 시설을 만들어서 구약성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데 ....
성스러운 작업이 꼭 이런 친환경적이지 않은 이런 시설 속에서 이루어져야만 했다고 하니....
종석대가 바로 한눈에 잡히는군요.
우측으로는 노고단 방송국 시설도 보이고....
.....................
무엇이긴....
05:22
노고단 대피소입니다.
아까 본 사람들이 다 여기 있군요.
라면은 끓고....
어묵탕도 부글부글 끓고.....
또 돌계단......
종석대를 보면서 그 뒤 서시지맥의 견두산을 보는 건 서비스!
저같은 사람을 위한 '선도성모' 혹은 '노고 할매'의 배려입니다.
* 선도성모 : 신라 박혁거세의 어머니
노고단 고개 남쪽의 캐른 .
05:34
남쪽의 그것이 있는 오리지널 노고단은 10시부터 입장객이 허용된다고 하는군요.
꽉 닫아놨습니다.
일출을 보려고 모여든 사람들.
우연찮게 일출을 보게되는군요.
어디....
반야봉과 토끼봉 우측으로 붉은 기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우측의 중봉과 천왕봉은 마이산으로 탈바꿈했고....
올라옵니다.
좋군요.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떡하나....
어디로 갈까요?
일단 초소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지긋지긋한 돌길....
하지만 지리라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이제 이 돌들도 다른 어디서 온 돌인지 고향을 모르지만 이제는 지리에 많이 적응이 되어 있을 겁니다.
이곳을 지나는 분들도 이 녀석들을 다 지리의 돌이라 인식을 하지 다른 데서 온 더부살이 하는 애들이란 생각은 하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05:51
왕시루봉 입구.
왕시루봉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크게 3곳으로 보면 됩니다.
이곳과 돼지령 입구 그리고 노고단 KBS 송신소 옆 등....
왕시루봉이나 갈까?
안으로 잠깐 들어가 봅니다.
누군가 세워놓았을 碑木도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대강 길만 살펴보고 나옵니다.
이 길을 이용하는 산객이 많이 줄어들었는지 흔적이 점점 없어져가고 있습니다.
공단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셔야 함이....
관리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예산을 끌어다가 쓰셔야죠.
인력을 확충하시고 이 아름다운 지리를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국민들이 세금 내는 이유가 이런 데 있는 것인데....
공단직원들 위상도 확실하게 확립을 해주어야 할 것이고....
이번에 권경업 시인이 공단 이사장이 되셨는데 뭐 달라지는 거 없습니까?
산림청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
廳이 아니고 處나 部가 되어야 하고 공원관리공단은 제1의 정부기관으로 자리매김 되어야 하지 이거 뭐....
길만 확인하고 나옵니다.
나오는 입구에서 주릉을 종주하는 꾼들을 만납니다.
"이 시간에 벌써 올라오시는 겁니까?
제가 왕시루봉 쪽에서 오는 걸로 착각하는 걸로 봐서는 상당한 구력의 꾼입니다.
"아닙니다. 그냥 쉬좀 하고...."
06:13
돼지령에서 봅니다.
바로 앞 움푹 꺼지는 곳이 질매재.
거기서 좌틀하여 내려가면 피아골이고....
이 능선 제일 뒤가 왕시루봉.
그 뒤가 호남정맥이군요.
왕시루봉 좌측이 백운산, 억불봉...
그리고 좌측으로 금오산.
중앙 우측이 왕시루봉....
여러 분들이 이 멋진 광경을 즐기시는군요.
감탄만 하시고 봉우리들을 모르시는군요.
잘난 척 좀 합니다.
봉우리들을 짚어드립니다.
그냥 가시는 것보다 잘난 척 하는 놈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하실 것 아닙니까!
궁금함이 해소되셨죠?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시는군요.
사실대로 말합니다.
"글쎄요. 그냥 가는 데까지 가려고요.....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한 팀은 반야봉 ~ 묘향대 ~ 이끼폭포로 진행하신다고 하는군요.
다른 팀은 종주팀이시고....
반야봉 ~ 묘향대라!
제가 아까 생각했던 곳들 중 한 곳인데.....
노고단.
앞줄이 노고단 ~ 왕시루봉.
뒷줄이 노고단 ~ 형제봉 능선.
앞줄이 왕시루봉 능선.
뒷줄이 형제봉 능선.
왕시루봉 능선의 왕실봉이 질매재로 떨어지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군요.
다시 돌아가서 왕시루봉으로 갈까?
용수골은 내서천을 만들어 피아골로 내려가고....
07:15
그러다보니 반야봉 입구입니다.
올라갈까?
아니면 그냥 지리북부능선?
지리 주릉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탈출할 만한 능선도 그려봅니다.
아차!
지난 번 대간을 할 때 토끼봉에서 만난 스님.
칠불사에서 올라오셨다고!
그 능선이 미답구간이니까...
그러자.
그리고 칠불사에서 보인다던 그 반개연화봉도 바라보고....
반개연화봉의 한자어는 半開蓮花峰이렸다!
반야봉 출구를 지납니다.
생각을 굳혔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귀가 시간도 빨라질 것이고....
내려가는 길에 의신삼거리에서 고운 최치원의 세이암洗耳巖 각자刻字도 촬영하고....
날라리봉을 오르면서 노고단을 봅니다.
07:31
날라리봉은 휴게소입니다.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죠.
반더룽 산악회 사람도 보이는군요.
이분들은 세석에서 1박을 하실 분들이니 천천히 걸으시는 분들일 것이고.....
03:00경에 성삼재에서 출발했을 텐데....
여유로움이 묻어납니다.
불무장등.
저 봉우리 정상에 제 표지띠와 산으로님 그리고 부산의 삼돌이님 표지띠가 걸려 있죠.
왔다간 흔적이 아니라 불무장등이라는 안내 역할입니다.
목통골.
화개천의 끝은 화개이고 지난 번 화개천이 섬진강을 만나는 것도 확인을 했습니다.
그러니 이 우측 불무장등 능선이 화개단맥이 된 것이고.....
좌측으로 천왕봉과 낙남정맥도 확실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촛대봉과 시루봉에 대해서는 좀 불만입니다.
옛 선인들의 유산록을 보면 촛대봉을 시루봉이라고도 부른 흔적이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다음에 정리를 하죠.
바로 앞에 토끼봉이 보이는군요.
보이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야죠.
낙남정맥 중앙에 삼신봉도 보이고 그 우측으로 지리남부능선으로 진행하는 형제봉도 보이는군요.
불무장등과 황장산.
중간에 파인 데가 당재입니다.
불무장등 우측으로 왕시루봉.
07:48
화개재로 떨어집니다.
좌틀하면 뱀사골....
뱀사골 산장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좌측으로 토끼봉卯峰이 보입니다.
좀 치고 올라가야죠.
뒤를 돌아보니 우측으로 반야봉이 머리를 내밀었습니다.
목책.
불무장등 능선인 화개단맥.
토끼봉 오르는 곳에 있는 고사목군.
08:24
그러고는 토끼봉입니다.
반야봉에서 볼 때 정동쪽인 묘방향이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이름.
들어오지 마라고 하시는군요.
이 얘기는 곧 이곳이 등로 입구 혹은 출구라는 얘기죠.
살짝 들어가서 등로상태를 확인하고 나옵니다.
양호하군요.
가지고 온 빵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반더룽 대원들이 한 부대를 이뤘습니다.
먹을 것들도 많이 싸오시고.....
하긴 세석에서 하룻밤을 자야하니....
반야봉을 보고....
불무장등과 왕시루봉도 보면서....
노고단과 반야봉.
칠불사 능선으로 들어갑니다.
초입은 잡목으로 가려져 있으니 아내 산죽밭으로 들어가고 길은 이렇게 명확하게 나 있습니다.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
좌측 촛대봉과 시루봉입니다.
그리고 그 앞줄이 낙남정맥.
매 500m마다 설치되어 있는 공단 구조목.
이렇게 안전 시설을 해놓으셨으면서 왜 출입을 막으시는 건지...
아!
좋습니다.
드디어 산행을 하는 맛입니다.
08:39
1400.7봉을 지납니다.
밋밋한 게 봉우리같은 맛은 전혀 느낄 수 없군요.
누군가가 하나씩 올려놨을 케른을 지납니다.
지도 #1의 '가'에서 삼거리를 만나 우틀합니다.
멀리서 이 칠불사능선을 봤을 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런 길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09:00
지도 #1의 '나'의 곳에 있는 폐헬기장입니다.
이쯤애서 집으로 전화 한 통 날리고....
지도 #1
09:08
그런데 우측으로 샘이 보입니다.
이 물이 흐르는 곳에 호스hose로 물을 받을 수 있게끔 시설도 해놓았고.....
예전에 야영을 많이 했을 것만 같은 곳입니다.
편평하고 아주 너른 곳입니다.
거기에 물까지 있으니....
우측은 심마니 혹은 고로쇠꾼들이 만든 길이고.....
직진을 하여 내려갑니다.
풀밭이 너른 곳을 지나,
개활지로 나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능선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습니다.
너무 서쪽으로 치우쳐서 진행한 것입니다.
알바다 싶어 다시 거꾸로 올라갑니다.
결국 샘터에서 동쪽 능선쪽으로 루트를 살펴보지만 길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때 인근에 사는 듯한 한 분이 올라오시는군요.
"이러니 저러니...."
"어쩌구 저쩌구..."
닝기럴...
다시 올러온 길을 되짚어갑니다.
지도를 본 게 후회가 되지만 어쩌겠습니까?
識字憂患!
이내 길은 점점 더 왼쪽으로 치우치더니 결국 능선으로 달라붙습니다.
09:40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칠불사 물을 여기서 공급하는군요.
이 물과 옆의 흐르는 계곡물.
09:42
이 길이 능선길이었죠?
지도 #1의 '다'의 곳에서 합류합니다.
아마 이 길은 가다가 끝날 것입니다.
09:43
이 유도하는 안내판을 따라 조금 내려가 봤지만 칠불사와는 거리가 멉니다.
넘어가서 칠불사로 오지 말고 범왕리 방향으로 가라는 겁니다.
다시 올라와서 능선을 따릅니다.
이 길로 가는 게 맞습니다.
우측으로 잠깐 황장산을 보고.....
10:24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칠불사로 내려갑니다.
공사중!
아주 시끄럽습니다.
화개터미널로 전화를 하니 11:20 버스가 있다고 하는군요.
전화로 예매를 하고 내려갑니다.
영지 앞에서 독서를 하고 계신 어르신.
치매 없이 무병장수하실 겁니다.
가락기원1949년이라 했으니 이분들은 해를 가락국이 만들어 진 해를 기본 해로 삼는가 봅니다.
가락국 1년이 AD41년이니 가락국 1949년이면 1990년이로군요.
가락국 김수로왕이 허황후와 이곳을 찾아서 알곱왕자가 성불하는 광경을 그림자로만 봤다는 곳이 이 칠불사이니....
영암군 종친회601명의 이름으로 세운 비로군요.
그런데 탤런트 김수로는 이 김해김씨가 맞나요?
화개단맥에서 칠불사인 기곳을 볼 수 있는 곳은 단 두 군데였습니다.
책에는 반개연화봉이 당재 남쪽이라고 했는데 실제 당재 남쪽 봉우리는 황장산 바로 앞봉우리였습니다.
그럴 거면 황장산이라고 하면 됐지 굳이 반개연화봉이라 부를 필요는 없었을 터!
그렇다면 당재 북쪽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죠.
좀 당겨 봤습니다.
일주문을 나서는데 초의선사께서 맞이해 주십니다.
초의선사는 1786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15세에 출가하셨습니다.
禪과 敎는 물론 梵書에도 능통했답니다.
1828년 칠불사에 들어와 다신전茶神傳을 초록抄錄하고 2년 뒤 끝마쳤다고 합니다.
선사가 저술한 다신전은 찻잎의 채취부터 만드는 법, 식별, 보관에서 위생 관리까지 차의 모든 것을 정리한 책입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와 교류하였으며 다선삼매의 경지에 오른 선사는 과연 다신이라 할 만 합니다.
비는 6면으로 되어 있는데 그런 내력을 새겼습니다.
쌍계사 앞에는 차 전문점 녹향이라고 있는데 여유 있을 때 한 번은 들러봐야겠습니다.
조금 전 삼거리에서 좌틀하였으면 이리로 내려왔을까요?
여기서 산행을 마칩니다.
맹호부대 후배 양희수 씨(010-8527-4757)는 대전으로 장거리 운행을 나가셨고 대신 범왕리 토박이이신 분이 운행을 나오셨습니다.
신흥3거리 세이암 바로 옆에 있던 옛 신흥사터의 왕성분교 출신이 이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나오니 화개버스터미널입니다.
칠불사에서 이곳까지 17,000원 나옵니다.
뿌듯하게 지리의 한 구간을 마칩니다.
다음 주에는 산으로님과 심야버스로 백무동으로 이동하여 백무동 ~ 영신봉 ~ 세석 ~ 삼신봉 ~ 형제봉 ~ 신선봉 길을 거닐 겁니다.
초라하긴 하지만 의미 있는 한산사도 보고 동정호도 다시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