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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지리산

지리남부의 설산습지. 들어보셨나요?

 

사람의 만남이란 다들 제각각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악연일 수도 있숩니다.

하지만 조금만 조심한다면야 구태여 그걸 멀리 할 필요가 있을까요?

더욱이 그 만남이 산에서의 그것이라면 인연이라 보는 게 맞을 것도 같습니다.

지금부터 벌써 4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군요.

장소는 대간꾼들의 쉼터인 속리산 만수골 피앗재 산장에서였습니다.

 

당시 오랫동안 지도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코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충북알프스'였죠.

낙엽이 지던 2014. 11. 4. 드디어 실행에 옮기고자 이 작전에는 후배 몇 명이 포섭되었습니다.

첫 날 산행은 서원리 ~ 피앗재까지였습니다.

약 20km에 육박하는 거친 산행을 마치고 숙박지인 피앗재산장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러고는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삼겹살을 구워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었는데....

 

그날 이 피앗재산장에는 우리 말고 다른 한 팀이 더 머물렀는데 말투로 보아 호남분들이었습니다.

호남산꾼으로 아는 사람은 조석필, 문규환, 백계남 그리고 유목민....

우리끼리 그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분들이 우리 얘기를 들었나 봅니다.

한 분이 "유목민을 아요?"하면서 우리 대화에 끼어듭니다.

"만나보지는 못했어도 필담을 나눈 사이이죠."

다음 까페에서 '유목민의 연하선방'을 운영하는 분인데 이 사이트가 검색을 하다보면 자주 들어가게 되는 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회원으로 등록을 하여 가끔 들렀던 곳이었던 것입니다.

"그럼 선생님께서는 닉이 어떻게 되시나요...."

뭐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니..

"저 현오라고 합니다만...." 

"아! 그러요. 현오님을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렇게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니....

그 분이 바로 유목민 대장님이었습니다.

그후 산행정보를 교류하며 온라인 상의 만남은 지속되었는데 최근 지리산 산행을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습지를 보러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일치기야 언제라도 환영을 하니.....

 

왕시루봉에 떠오르는 아침 해.

오산鰲山.

자라가 목을 뺀 형상 맞나요?

봄은 봄입니다.

유목민 대장님의 오랜 후배.

구례구역 앞의 식당.

산방 기간 빼고는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는 곳.

그렇다면 기억에도 없는 몇 십년 전 어느 새벽.

기차에서 내려 새벽밥을 백반으로 먹었던 그 집.

재첩국은 웬만하면 피하는 저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재첩국이 있다는 걸 또 이제야 알았습니다.

남도 음식이란,,,,,

구례터미널에서 일행들을 만나 현지로 이동합니다.

화개면 대성리의 삼정마을.

벽소령 작전도로를 얘기할 때 하동의 삼정 할 때의 그 삼정입니다.

지도 #1

 

오늘 가는 곳은 남부지리.

그중에서도 빨치산과 관련 깊은 곳입니다.

대성리에서도 빗점골 부근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벽소령으로 이어지는 이 루트는 예전 상권商圈과 관련하여서 아주 중요한 곳이었다. 원래 지리산 상권은 남강과 섬진강을 품은 지역을 중심으로 일찍이 시장이 발달하였다. 그러니 남강 쪽으로는 함양, 산청의 읍내장 그리고 진주의 주내장 등이, 섬진강 쪽으로는 남원의 부내, 곡성, 광양의 읍내장, 하동의 하두치장 등 무려 50여 개의 장이 성황을 이루었다. 이 중 지리산 길목에 위치한 화개장은 하동 상권의 중심지였다. 이 화개장은 벽소령을 따라 삼각고지에 이른 다음 여기서 지리북부능선(삼각고지 ~ 실상사)을 타고 인월장으로 연결이 되었다. 팔량치 아래에 있는 인월은 어떻게 보면 산간벽지의 마을일 수도 있을 것이나 남강과 섬진강을 통해 올라온 해산물이나 반대로 산간의 임산물이 거래되는 상권의 중심지였다. 그러니 남원의 운봉, 함양의 마천이 그 중심에 있는 곳이었고 이는 곧 내륙을 통한 민초들의 발걸음이 이곳처럼 잦은 루트도 그리 흔치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역할을 한 이 길은 자연스럽게 의병이나 동학농민군 그리고 빨치산이 오고가는 길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이 의신의 빗점골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도 어쩌면 아주 자연스런 일이겠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군사정권에 의하여 군사비상도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321쪽

 

사실 이 삼신동하면 고려 때 이인로(1152~1220)나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이 빠지면 좀 곤란해진다. 즉 이인로는 이 삼신동에서 무릉도원을 찾으려 했고 휴정은 그 법명을 얻기 전까지 20년 정도를 이 삼신동에서 살았으니 말이다. 신흥사에 머물렀던 휴정이 지은 신흥사 능파각기는 지리산을 제대로 묘사한 명문장으로 일컬어진다. 휴정의 불후의 명저 삼가귀감을 집필한 곳 또한 이 삼신동에 있었던 내은적암이다.

 

내은적암이 어딘지는 지금 알 길이 없다. 다만 휴정은 조실부모하고 안주목사 이사증의 배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졌으나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공부도 이어가지 못하고 전주로 내려간 스승을 만나고자 했으나 만나지 못한 채 지리산으로 들어오게 된다. 숭인스님의 권고로 머리를 깎고는 여러 사찰을 전전하다가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와서는 남명 조식과 친교를 맺기도 했다.

 

휴정 서산대사 최고의 업적을 꼽으라면 우선은 다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즉 왜구의 침략으로부터 누란累卵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승군을 조직하여 선검일치禪劍一致를 주창한 일과 선교 양종을 통합하여 선교병수禪敎竝修를 창도한 일일 것이다.

 

 - 졸저 전게서 322쪽

내은적암과 하철굴암을 오가며 집필하였는지는 확실히 알 길이 없지만 어쨌든 이 분근이 대사께서 수행을 하신 곳은 맞을 터, 공단과 사진쟁이들은 드디어 그 수행처를 찾아냈습니다.

소나무가 놓여져 있는 곳.

저 바위에서 어떤 영험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명의 사진쟁이들이 출사를 나오셨군요.

이 수달래가 함께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수달래가 함께 어우러진 바로 이 모습을 찍기 위해서 봄이면 전국에서 사진쟁이들이 달려온다고 하네요. 

사람 모델이 시원찮아서 그렇지,

바위와 소나무 모델은 아주 그럴싸합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워두고,

지도 #1의 '가'의 곳에서 소로로 접어듭니다.

된비알도 오르내리고....

길은 아주 잘 나 있습니다.

빨치산이 다녔던 이 길을 토벌군도 이용하고 약초꾼은 물론 장돌뱅이들도 오가던 곳이었습니다.

이 길로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마천으로 넘어갔을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런 곳은 반드시 주막들도 있어야 했을 것이니 물은 반드시 필수었을 겁니다.

이렇게 물이 많은 곳이 나오더니만 부근이 거의 집터입니다.

규모로 보니 이 삼정마을은 상당히 많은 세대가 거주했을 것 같더군요.

집터가 그것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유대장님이 이 부근이 인도의 설산을 가져와 설산분지라고들 부른다는 말을 잊지않고 해주시는군요.

골짜기는 그런 흔적이 없지만,

조금 평평한 곳만 나오면 다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잘 다듬어진 등로를 만납니다.

안전시설에, 

야자매트까지 깔려 있습니다.

설산습지라雪山濕地.....

하동군에서 도비를 지원 받아 이 시설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주 귀중한 자원입니다.

훌륭한 시설.....

이 산죽을 정리하느라 정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마침 내려오는데 공단직원과 이 시설믈 설치를 발의하신 군의원님이 쉬고 계시는군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이 비탐지역을 개방할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눕니다.

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 지역을 군에서 시설하였다고 하여 마음대로 개방을 할 수 없는 노릇.

한창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멋진 곳입니다.

개방을 해줘야 이곳 주민들도 먹고 살지....

그들은 설산습지 방향으로 올라가고...

우리는 계곡 쪽으로 올라가다 적당한 곳에서 자리를 폅니다. 

오리정골의 물은 맑기만 합니다.

발을 묶습니다.

한 순배씩 돌리고 하산을 하기로 합니다.

계류를 따라 내려가....

설산습지를 위한 시설물을 다시 만나....

영환형님과 유목민대장님.

이걸 못 보았던 것이죠.

잘 협의되어 개방이 되기를 바랍니다.

삼정마을 전경. 

구례구역으로 나와 섬진강가 옆 민물매운탕집에서 뒤풀이를 합니다.

18:34

KTX를 타고 귀가를 하니 아직 9시가 안 되었군요.

구례구역과 남원역.

참 자주도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