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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베트남 이주민의 휴식처 원오사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2020년 봄.

피곤한 심신을 달래려 가까운 사찰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절이 있는 곳은 보통 도심 바깥일 것이니 분명 그곳은 나무도 있고 꽃도 있는 말 그대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일 겁니다.


어제는 개인 사정으로 그 좋아하는 산에도 가지 못했으니 오늘 진행할 사찰 순례는 어쩌면 산행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차원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가기로 한 곳은 얼마 전 베트남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베트남 사찰 원오사 Chua Vien Ngo라는 곳입니다.

아마 한자로는 圓悟寺 정도로 표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 베트남 이주민들을 위한 사찰이 있다는 것도 생소했고 그 사찰에 상당한 베트남 불자들이 정기적으로 법회를 연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어쨌든 천안 목천의 독립기념관 부근에 있다고 하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다행입니다.


2020. 4. 12.

집을 나와 목천으로 향합니다.

경부고속도로 목천 IC를 빠져나와 독립기념관 정문에서 우회전하여 목천읍 서리로 들어섭니다.

목천읍 읍소재지입니다.

금북정맥이 지나는 성거산에서 흘러내린 산방천을 따라 조성된 지방도로는 양옆에 벚나무가 일렬로 줄 서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상춘객들로 붐볐을 곳입니다.

그 도로를 따르면,

낚시터로도 유명한 용연저수지가 나옵니다.

이 용연저수지는 근처에 있었던 사찰인 용연사에서 가지고 온 이름이죠.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의 모습.

세월을 낚는다는 말이 맞긴 맞는 거 같습니다.

정면으로 흑성산517.8m이 보이는군요.

성거산573.4m에서 태조봉420.1m을 지나 정맥길에서 살짝 빠진 곳에 위치한 봉우리입니다.

이곳에서 그 태조봉도 조망이 가능하군요.

중앙 뒷 줄기가 금북정맥이고 우측 봉긋 솟은 산이 태조봉입니다.

2013. 9. 23. 그 태조봉 정상을 걸으면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이곳은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이 많은 곳입니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전투를 치루던 중 이 태조산에 올라 전황을 살폈다고 하여 태조봉 혹은 태조산이라 불리고, 그가 머물렀던 곳이라 하여 성거산이라 불리니 부근의 고려산도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원오사의 옛 이름인 용연사는 왕건이 삼국통일의 원대한 꿈을 꾸면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던 사찰이라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 이 용연사 아니 지금의 이 원오사는 1,300년이 넘은 사찰이니 상당히 오래된 고찰古刹이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용연저수지에서 우측으로 이정표를 따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너른 마당이 나오고 정면에 대웅전이 보이고 우측에 요사채가 보이는군요.

옛 용연사의 모습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보통은 대웅전大雄殿 혹은 대적광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음직도 하건만 이 원오사는 큰법당이라고 씌어져 있군요,

이런 곳이 우리나라에 몇 군데 있기는 합니다.

기억 나는 것이 서울 신촌에 있는 봉선사였던 것 같습니다.

큰법당은 달리 대웅전이라 할 것이므로 안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주불主佛로 모셔져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웅전에는 일반적으로 협시불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져 있는 걸로 아는데 큰법당에는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잘못 알았습니다.

가운데 주불로 모셔져 있는 분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니고 아미타 부처님이시군요.

이 세 분을 삼존불이라 부르고 그러니 당연히 대웅전이 아니라 큰법당이라 이름한 것이군요.

그러니 이럴 경우는 보통 극락전이라는 이름을 쓰고 보문사의 석모사 같은 경우에는 극락보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음을 기억합니다.

이 극락전을 다른 말로는 무량수전 혹은 아미타전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는군요.

무량수전하면 부석사 무량수전이 가장 유명하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입니다.

이 큰법당 우측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 큰법당 우측에 독성할아버지라 불리는 나반존자가 모셔져 있는 것입니다.

독성獨聖은 홀로 인연의 이치를 깨달아서 도를 이룬 성자를 뜻하는데 사실 육당 최남선에 의하면 이는 우리나라 고유 신앙의 것으로 산신 즉 단군의 화신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이 단군을 우리 조상들은 국사國師라 불렀습니다.

불가에서 부르는 승계인 국사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산이름이 국사봉인 것이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곧 우리나라 명산에 산신당을 모신 전래 관습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 하죠.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고유 신앙을 포용한 결과물이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보통 사찰에는 산신각이나 삼성각 혹은 독성각의 형태로 모셔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궁금증을 안고 바로 좌측에 있는 산신각으로 갔습니다.

원오사의 산신각은 어떤 형태로 어떤 보살을 모시고 계실까?

산신각에는 독성존자 대신에 이 원오사 주지스님의 은사스님으로 보이는 듯한 분의 존영尊影과 목상이 있습니다.

큰법당 우측으로는.

예전에 요사채로 쓰였을 세심당이 있군요.

세심洗心하니까 지리산 덕산마을에 있는 남명 조식 선생의 덕산서원 앞의 세심정이 생각나는군요.

베트남식 농가 창고인가요?

그 뒤로 묘목과 채소를 심을 밭을 조성 중이시고....

나무의자와 고목.

그리고 이 원오사를 싸고 있는 양달산237.2m 자락.


그 우측으로 467.6봉 전위봉.

2층 새법당과 1층 공양간.

아직 공양시간이 안 되었으니 잠깐 2층 새법당으로 올라갑니다.

베트남 부처님은 흰색으로 모셨군요.

우리는 금빛인데.....

이분은 스님이 아니고 같이 간 김소장님.

저도 삼배를 올리고.....

점심 공양시간이 되자 일하던 분들이나 참배를 하던 불들도 다 공양간으로 모여듭니다.

점심은 뷔페식입니다.

식사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법회를 금지하는 공문이 법당 여기저기에 붙어 있더군요.

오늘이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점심 공양을 같이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나라 가야금 같은 현악기인 단짠đàn tranh 연주에 맞춰 명상음악 한곡을 찬불가로 듣고.....

16줄의 현악기인데 상당히 소리가 낭랑朗朗합니다.

다른 분들은 울력을 나가고  우리는 법우님들과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주지스님과 기념 촬영을 나눕니다.

틱 트엉 탄Thich Thung Thanh 주지스님은 베트남에서 출가를 하여 불교대학을 졸업한 뒤 베트남 이주민들이나 노동자들의 피폐한 정신생활이 걱정되어 한국으로 건너오셨다는군요.

행동하는 불교.

곧 실천불교를 이념으로 부처님의 뜻을 펼치시는 스님이 한국에 들어와 처음 문을 연 해가 2015.

한국법이나 절차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점차 그 외연을 확장해 20189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베트남 이주민들의 정신 수양 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군요.

2019년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올해의 불교활동가로 선정되기도 한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따라 생활하면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것이고 이 사회는 공정사회로 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베트남 불자들을 지도한다고 하십니다.

스님의 꿈은 베트남 이주민들을 위한 이주민교육센터, 복지센터, 문화교류센터 등을 운영하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스님이나 원오사 그리고 베트남 이주민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깃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