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크게 5개 중앙직할시와 58개의 성省tinh으로 나누는데 이를 다시 지역에 따라 서북 5성, 동북 9성 등 8개의 지방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아무래도 정치수도인 하노이와 경제수도인 사이공이라 불렸던 호찌민시일 겁니다.
그리고 서울특별시 다낭구라 불리는 다낭, 지중해의 나폴리에 견주는 나트랑이라 불렸던 나짱 그리고 쾌적한 산악도시인 달랏 등이 떠오릅니다.
여기에 한국의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광닌성의 하롱베이泳下龍가 있고.....
물론 하롱베이하면 저 같은 대간꾼에게는 이곳이 전형적인 바다海 카르스트의 모델이고, 강江 카르스트는 중국 계림 그리고 산악山岳 카르스트로는 그 대표적인 곳이 백두대간의 카르스트 나라인 삼척의 덕항산1072.9m과 거기에서 이어지는 백복령과 자병산776m 그리고 석병산1052.5m 등을 거론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삼척 일대의 카르스트가 곧 이 지역이 오랜 옛날 적도 부근이었음을 증거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죠.
한편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이 하롱베이 여행을 중심으로 모객을 할 때 세트로 딸려오는 곳이 바로 베트남 서북 6성 중 라오까이 Lao Cai성의 사파Sapa입니다.
라오까이는 동으로는 하장성, 서로는 라오짜우, 남으로는 옌바이성과 접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중국의 윈난 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질학적으로야 제가 얘기하고 싶어 하는 판시판산은 차마고도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중국 윈난성에서 발원하는 홍강이 하노이에서 다강(黑江)을 합수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홍강정맥紅江正脈에 있는 수많은 산 중 하나의 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기울어진 큰 바위"라는 의미의 판시판Phan Xi Păng, Fansipan(프)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최고봉이며 라오까이 성의 진산이기도 하니 자못 귀를 기울여 볼만합니다.
나아가 이 Lao Cai 성의 한 읍에 불과한 곳이지만 이 사파Sapa는 평균 고도 1,650m에 달하는 고산지역으로 바로 이곳이 그 판시판의 들머리가 되는 곳이라 하니 구미가 당길 만한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산꾼에게는 이 판시판이 낯익게 다가옵니다.
더욱이 3,143이라는 숫자는 1900 단위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의 산꾼에게는 도전의 대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지난 5월에는 동행한 이의 체력관리 실패로 중간에서 하산하여야만 했던 뼈 아픈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그냥 혼자 오르리라 마음먹습니다.
건기乾期인 겨울을 엿봅니다.
2023. 1. 4. 하노이로 가서 볼일을 보고 다음날인 1. 5. 택시를 불러 시외버스를 타는 곳으로 이동하여 침대버스를 타고 사파로 이동합니다.
지금은 성수기가 아니기 때문에 호텔 예약은 할 필요가 없으니 사파시내를 둘러보고는 깨끗해 보일 것 같은 SAPA DEW HOTEL에 방을 잡고는 한 번 들렀던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대부분 소주를 팔지 않기에 근처 슈퍼에 가서 참이슬 1병을 120,000vnd에 사서 들어감) 일찍 잠자리에 들지만 계속 판시판 날씨만 검색하기에 바쁩니다.
1. 6. 금요일 날씨 흐림.
하는 수없이 사파 주변을 살핍니다.
Cat Cat 마을을 들르고 바로 지난번 들렀던 Ta Van 마을 대신 라오짜이 마을을 들릅니다.
그러고는 오후에 사파마을의 진산인 함종HamRong산을 들르는데 이 한껏 감동을 먹은 함종산 얘기는 뒤로 미룹니다.
1. 7. 토요일의 예보는 맑음입니다.
사실 혼자 판시판에 오르려 했으나 그러려면 정식적으로 사무실이 있는 입구가 아닌 개구멍 담치기를 하여야 하니 지난번 동행했던 가이드인 Tub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는 내일 1박 2일 일정이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데 고맙게도 그 사람들을 다음날로 미루고 저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주는군요.
2023. 1. 7. 05:50
호텔 커튼을 열고 판시판을 올려다보니 우측으로 판시판 케이블카 정류장의 불빛이 또렷하며 중앙 깟깟마을에서 올라가는 능선이 힘참을 느끼게 됩니다.
"장땡 잡았다."는 느낌이 들며 혼자 "올커니!"를 외칩니다.
잽싸게 식당으로 내려가 든든히 배를 채우고 Tub에게 전화를 합니다.
"빨리 와. 오늘 날씨 죽인다!"
Tub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학력이지만 필요에 의해서 구글로 배운 영어라 '베트남어 + 영어'이기 때문에 그 발음을 우리가 알아듣기가 사실은 그다지 쉽지 않고 걔들도 영국식 영어나 미국식 영어는 그런대로 소화하는데 우리 영어는 사투리 영어로 인식을 하는지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얘기하면 잘 못 알아듣기 일쑤입니다.
어쨌든 amazing today라고 하니 녀석도 맞장구를 치며 다 왔다고 하는군요.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가서 입산신고를 하고 입장료를 냅니다.
365,000 vnd.
우리 돈 18,000원 정도입니다.
확실하게 오를 수 있겠느냐는 다짐을 받고는 아직 오르지도 않았는데 직원으로부터 미리 메달과 등정증서를 출력받습니다.
정말이지 날씨가 amazing 합니다.
정상을 당겨봅니다.
Tub의 오토바이는 여기 맡겨두고 택시를 부릅니다.
거의 20km 정도를 달려 짬똔에 있는 로열국립공원 판시판 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합니다.
입산신고를 하고.....
08:35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제 32살의 Tub.
어려운 살림에 판시판 등정 가이드와 농사를 지내며 사는 아직 미혼의 총각입니다.
"Tub 오늘은 조금 천천히 가자. 그렇게 빨리 가면 내가 정상에 오르기가 쉽겠냐? 아예 네가 뒤따라 오든지!"
"네. 알겠어요."
참 순진하고 착한 친구입니다.
저는 오늘 그를 캡틴이라고 불렀습니다.
굳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제가 그를 captain이라고 불러주니 Tub은 상당히 만족해하는 표정입니다.
눈에 익숙한 곳.
돌다리를 건너고.....
잘 다듬어진 계단도 오르면서 시원한 아침 바람을 느낍니다.
베트남의 남쪽 산들을 정글이라고 본다면 북쪽 산들은 우리나라의 산과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겁나는 것은 어떤 해충이나 야생동물이 있을지 모를 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
여기저기 통신 중계 안테나가 가끔씩 보이고.....
갈림길도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큰 흐름만 타고 간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나 주민들이 다니는 소로를 잘못 진입했을 경우 알바가 무섭습니다.
이럴 것을 대비해 표지띠를 준비해왔는데 혹시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거라는 지적과 거의 외국인이나 내국인들도 가이드와 함께 산행을 하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 두어 장만 붙이는 데 그쳤습니다.
판시판 산을 오르는 데에는 크게 4 코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은 관리사무소가 있는 짬똔의 A코스를 주로 이용하게 되고 저도 그 길로 올라옸지만 지금 이곳에서 B 코스를 만나게 됩니다.
08:57
이곳에 오르면 처음으로 판시판 정상을 바로 보면서 누구든 도전의 의지를 불태우게 될 거 같습니다.
Tub은 그저 운동화에 스틱도 없는 비무장으로 저 가방 안에 우리가 먹을 점심밥만 싸왔다고 하더군요.
지난번에는 맥주와 간식거리도 싸왔더니만 어제 제가 "쓸데없는 거 많이 싸 오지 말라."라고 했더니 착한 Tub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갖고 왔습니다.
"전에 있던 Pig family가 안 보이네?"
이 사파에는 여기뿐만 아니라 어디든지 돼지나 소, 닭, 오리 등 가축을 거의 방목해서 키우는데 이 판시판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번 30마리 정도의 돼지 가족을 만났는데 이 녀석들은 사람에게 무관심해서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캡틴! 너 저 판시판 정상까지 뛰어서 오르면 얼마나 걸리냐?"
"지난번 독일에서 온 사람들과 넷이서 올랐는데 제가 2등으로 올랐고 그 일행 중 1등을 한 사람이 2시간 반. 저는 2시 50분 걸렸어요?"
기가 막힐 노릇.
"그래 어떻든?"
"숨차서 죽는 줄 알았어요."
Tub은 인근 라오짜이 마을에 사는데 어려서부터 고산지대에서 살아서 그런지 폐활량이 크고 몸에 군살이 없으니 판시판에는 최적화된 체격을 가진 사람 갖습니다.
혹시 '미소맘'이나 '봉회장', '환희 이애자', '날다람쥐'같은 사람이 와서 오르면 얼마나 걸리려나?
사방댐 같은 곳도 지나고....
나무다리도 건너며,
데크도 지나는 등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
산의 맑은 물은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다 같습니다.
여기서는 이 소를 버펄로라고 부릅니다.
이 녀석들도 사람을 본체만체합니다.
"지난번에 여기서 봤던 그 사냥꾼들은 도대체 뭘 잡는 거야/"
"원숭이도 잡고 새도 잡고 그러죠. 약초도 캐고...."
"원숭이가 있어? 너도 봤어?"
"판시판 산 너머에 많고 이쪽에서는 별로 못 봤어요."
드디어 숨이 가빠오기 시작합니다.
고산증세인가?
"저 산 이름이 뭐야"
"산 이름 없어요."
"그래도 사람들끼리 서로 얘기하려면 뭐라고 불러야 할 거 아니야?"
"여기서는 그냥 보기만 하지 뭐라고 안 불러요."
"그럼 너 나중에 내가 와서 저 코스로 가자고 하면 뭐라고 할 거야?"
"이 정도에서 갈라져 branch 간 곳이라고 하면 알잖아요."
할 말 없다.....
열 아름이 넘겠는 걸?
대나무 숲을 지나 고개 하나를 넘으니.
10:00
Camp 1(2,200m)에 도착합니다.
Tub은 산장지기와 담소를 나누는데 베트남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산객들을 만납니다.
이 친구들은 1박 2일 일정으로 판시판 등정에 나선 것으로 Camp2에서 1박을 할 것인데 10명 정도가 가이드 겸 포터 3명을 고용하였더군요.
부잣집 자녀들과 가난한 동네의 자식들이 비견이 되는 대목입니다.
이 포터들의 짐 무게가 족히 30kg은 넘는 것 같더군요.
'Tub! 나부터 살랑살랑 걸어갈 테니까 얘기하다 천천히 와."
그 친구들 일행 중 일부는 벌써 출발했고 여기 남은 애들은 후발대.
저 라인으로 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Tub 말로는 워낙 급경사이고 바위 구간을 우회하여야 하기 때문에 길이 없을 것이며 자기도 가보지 않은 코스라고 하는군요.
"우리는 저 능선 우측에서 저 바위를 넘어 뚝 떨어졌다가 고개에서 다시 올라가야 하는 거야?"
"Just go. 지금까지는 좀 쉬웠지만 이제부터는 조금 힘들 거예요."
우측 계단으로 올라 좌측으로 크게 돈 다음,
저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하는 코스가 만만치 않을 거 같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우측 능선으로 올라 작은 봉을 통과해 내려오지 않고 사면치기를 하게끔 되어 있군요.
아!
그런데 저 북쪽에 보이는 산이.....
"저 산이름도 모르지?"
"네."
"저기가 중국인가?"
"네"
"윈난성이로구만."
쉬면서 지나온 길을 돌아봅니다.
우측 능선에 베트남 대학생들이 헉헉대면서 올라오고 있고......
"Tub. 우측에 보이는 저 산 가봤어? 저 산도 이름이 없지?"
"네. 가 봤죠. 맞아요. 저 아래에 있는 게 함종산이고 뒤에 있는 큰 산은 이름도 없어요."
"저 산 이름이 현오산이야. 다음부터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얘기해 줘."
"어쨌든 내가 어제 함종산Ham Rong을 올랐거든. 함종산 정상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펼쳐지는 능선이 너무 아름답던데.... 우리 다음에 저기 가자."
오랜만에 새를 보는데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달려듭니다..
정말 힘이 드는군요.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쉬는 핑계로 Tub에게 자꾸 말을 겁니다.
"아까 우리 저기서 slope로 지나왔잖아.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걸으면 무효라고 인정을 안 해줘."
"왜요?"
"우리같이 능선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저 작은 봉우리로 올랐다가 봉우리 정상을 찍고 그러고는 내려오는 길 보이잖아 그 길로 내려와야 되는 거야"
"그런데 왜 그렇게 안 걸었어요?"
"그러니까 그 삼거리에서 저 좌측 봉우리를 넘어가는 코스도 괜찮을 거 같네.
저 아래로 내려갔다가 좌측의 능선을 타고 다시 판시판으로 올라와도 될 거 같은데!"
"아마 가 본 사람 없을 걸요?"
주저앉아 에너지바 하나씩 나눠 먹습니다.
그런데 Tub은 사탕수수 줄기 같은 것을 껍질을 까서 이빨로 씹어서는 단물만 먹고는 그 섬유질은 버리는데 그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지만 앞이빨 다 못쓰게 될 거 같습니다.
"이빨 상한다. 너무 먹지 말라!"
발에 모터를 장착한 Tub!
저 뒷봉우리 능선도 이어가고 싶고......
그 우측의 현오봉과 이어서 걸으면 될 거 같은데......
"지도 구할 수 있냐?"
"글쎄요. 그런 거 잘 모르는데요...."
이쪽은 베트남, 저 구름 뒤는 중국.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우회한다!
아니나 다를까 뚝 떨어졌다가,
정글 같은 곳을 지나,
다시 기어 올라가야 합니다.
핑곗거리로 뒤를 돌아보면서 감탄사만 자아냅니다.
Wow! Wow!
그 봉우리 정상은 아직 멀었고......
"Tub. 이 그림을 보면서 내가 뭘 떠올리는지 알아?"
Tub은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한국에는 설악산이라는 세계적 명산이 있어. 그 산의 중앙에 공룡능선dinosaur ridge이라는 어마무시한 능선이 하나 있는데 딱 이런 모습이야."
저는 잠시라도 쉬고 올라가려고 이것저것 갖다 붙이는 건데-실은 쪽 팔리기 싫어서- 정말 가만히 앉아서 보니 좌측부터 1275, 범봉 그리고 중앙 멀리 툭 튀어나온 마등봉이 보이고 그 우측 뒤로 황철봉이 보이며 그 우측 맨 뒤로 신선봉 그리고 그 가운데 멀리 마산까지 보이는 게 어니겠습니까.
"Tub 너는 아직 젊으니 충분히 기억할 수 있을 거야. 자 지금부터 봉우리 이름을 만든다. 1275, 범봉......"
이건 지리산을 갖다 붙일까....
"Let's go."
이것만 돌아서면....
산죽...
Tub은 무조건 이런 종류는 다 bamboo라 하는군요.
12:21
산행 시작한 지 3시간 40분이 지나 2800 고지에 있는 camp 2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때 두 명의 부자父子미국인이 따라와서는 녹초가 되어 쓰러집니다.
아까 베트남 대학생들과 우리가 추월한 베트남 여성 2명 등은 다 이곳에서 잠을 자고 오르겠다는데 그 긴 시간을 어떻게 하려고.....
안에는 이미 16명 정도 되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군요.
저는 이 캠프에서는 마지막 남은 캔맥주(60,000동, 3000원) 하나를 사서 마시고 Tub은 주스를 마십니다.
그런데 이 미국인이 귀찮게 자꾸 말을 겁니다.
몇 시부터 오른 것이냐, 정상 가서 다시 걸어서 내려올 것이냐 아니면 케이블카로 내려갈 것이냐....
어디서 왔느냐. 자기는 아들과 둘이서 왔는데 곧 죽을 거 같다는 등....
그런데 신기한 것은 미국인이 하는 말이 어느 정도 귀에 들어오더라는 것입니다.
아마 미국 가서 1년 정도만 살면 괜찮게 영어를 구사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거기 계속 앉아서 걔들과 얘기를 하다가는 머릿속이 돌 것 만 같아서 "점심 맛있게 먹어라 나는 걸음이 느려서 천천히 먼저 올라가야겠다."면서 현장을 탈출합니다.
Tub도 그 미국인의 가이드와 담소에 여념이 없어서 저는 먼저 간다고 얘기하고 그 지옥 같은 곳을 떠납니다.
바로 쫓아오는군요.
좌측으로 틀어 오르는 길이 보이는군요.
Camp 2를 내려다보고....
숲길로 가로질러 왔기에 망정이지,
좌측 봉을 넘어왔더라면 아마 곡소리 좀 났을 거 같습니다.
아까 보았던 우측 봉우리.
그 삼거리에 오르니 드디어 판시판 정상이 보입니다.
케이블카도 보이고...
가즈아!
또 바닥을 치도록 내려갑니다.
이곳이 두 봉우리의 안부이자 고개.
설치한 지 2년밖에 안 된 철계단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20년은 족히 되어 보입니다.
사파 시내와 앞이 함종산 뒤에 보이는 고봉이 현오산.
이제 오르는 길만 남았습니다.
멀리서 이곳을 볼 때 바로 좌측이 판시판이었는데.....
이제 마지막 계단이나?
가운데로 내려왔죠.
케이블카 바로 아래에 있는 등로.
미국 팀이 기어코 쫓아와서는 손을 흔듭니다.
함종산을 깨끗하게 봅니다.
지긋지긋한 인간들.
누가 자기 영어 못한다고 했나?
계속 뭐라고 쏼라쏼라 하는데 내가 술이라도 먹었어야 거창한 영어를 구사하지!
대강 I see라고만 하면서 썩은 미소를 지어줍니다.
어쩌나?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냥 창문을 열고 넘어 들어갑니다.
14: 14
낯이 익은 곳.
케이블카 하차장에서 나와 계단을 오르는데.....
라이차우 성 방향으로 운해가 깔려 있습니다.
전혀 기대도 하지 못했던 장면!
"캡틴 저걸 뭐라고 하는지 알아?"
"구름이죠. cloud."
"그래. 그런데 저기 튀어나온 봉우리가 뭐 같이 보이냐?"
"...."
"바다에 섬같이 보이지 않나?"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이것을 sea of cloud라고 해. 운해!"
우측이 판시판 정상.
여기는 걸어서 올라가거나 아니면 궤도 열차를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어떻게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보다 더 돈을 밝힙니다.
부처님이 계시고.....
아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계시는 부처님이 아닐까요?
그 불상 앞으로 올라서 올라오던 곳을 내려다봅니다.
사파 시내와 함종산과 현오산을 보고....
케이블카에 내려서 정상까지 이 푸니쿨라라는 것을 타는데 편도 99,000 vnd 그러니까 5,000원 정도.
우리는 당연히 걸어서 부처님 곁을 지나,
고승 옆을 지나면서,
뒤를 돌아보는데 지나온 길이 너무 아름답기만 합니다.
나무관세음보살.
그러자 바로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면서 정맥 우로 운해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좌는 라오까리성 우는 라오차우 성.
소위 호앙리엔 손 Hoang Lien Son산맥이라 불리는 산줄기입니다.
이 산줄기가 성계省界를 이루고 있는데 산줄기파인 저로서는 홍강정맥 정도로 부르고 싶군요.
좌측 라오까이 성으로는 홍강이 흐르고 우측 라우차이 성으로는 흑강이 흘러 하노이에서 흑강이 홍강에 합수되기 때문이죠.
조금 더 올라가 볼까요?
와우......
왜 이들은 저 봉우리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고 싶지 않을까?
마지막 관문.
그 관문을 통하여 정상으로 오릅니다.
저 능선으로 들어가고 싶다.
깟깟마을 루트(3 코스)로 가든지 아니면 서미티 호수 루트(4코스)로 가든지....
.........
다음에는 무조건 Cat Cat 루트다!
14:51
드디어 정상석 앞에서,
쑥스럽게 메달을 걸고 인증서를 보이며 기념 촬영을 합니다.
운해雲海와 고도孤島.
대단합니다.
sea of cloud가 아니면 mass of cloud.냐...
간직하고 싶은 그림.
절묘한 조화.
오세암과 매치가 되고......
계속 말을 시키더니만.....
그 이유가 다 있었군요.
이 막내아들의 형.
그러니까 둘째가 한국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워낙 깍듯하게 잘해서 한국 사람만 만나면 너무나 반갑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러셀 크로우가 아닌가 싶어 물어봤더니만 아니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내려가서 맥주 딱 한 잔씩만 하자고 하는군요.
나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 술은 절대 못하고 한 잔만 해도 머리가 빙빙 돌아가서 도저히 안 된다고 하면서 정중하게 거절을 합니다.
얼마나 고문을 당할까 싶어서.....
아들은 오늘 받은 그 메달이 정말 자랑스러운 지 벗을 줄을 모르고......
오늘 너무 해피했습니다.
내려와 주변을 살피고는 택시를 불러 사파 시내로 나갑니다.
아까는 찌그러져 보이던 함종산도 제법 제 위치를 찾았습니다.
그 좌측 뒤가 현오산.
판시판 케이블카 앞의 시장.
내일은 빈푹으로 가서 하루 있다가 귀국을 해야겠습니다.
현오산을 가려했으나 그렇게 되면 또 함종산을 거쳐야 하겠기에 다음으로 미룹니다.
오늘 뒤풀이는 우리 가이드와 그 친구인 택시 기사와 함께 합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 복습을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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