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산

설악 독주골을 거닐다.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물론 좀 가물다는 느낌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비는 괜찮다 하겠지만 가을비는 별무소용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으니....

더욱이 우리같은 산꾼들은 산에도 못 가고.....

지리산 통신원으로부터 계속 비 소식만 들려옵니다.

 

정녕 지리말고는 갈 곳이 없는 것일까?

그때 불현듯 설악산이 생각납니다.

1년에 두어 번은 꼭 가기로 약속한 곳.

아!

그렇지!

비가 왔으니.....

독주골이 생각납니다.

지난달 가려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는 통에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발길을 돌렸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독주골로?

오케이!

설악산 정도는 차를 가지고 가도 무방한 곳.

속초 대포항에서 횟집을 하고 있는 친구 누님 댁에 들러 포식을 하고는 근처에 방을 잡습니다.

 

2021. 08. 28, 05:30

속초 대포항 앞바다에 붉은 기운이 돕니다.

조금 늦었군요.

잽싸게 숙소를 빠져나와 오색분소 옆 오색그린야트 호텔 옆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설악의 품으로 듭니다.

지도 #1

그동안 잘 계셨죠?

지리에만 있느라 설악에는 조금은 소홀히 한 느낌입니다.

오늘 걷는 독주골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설악산의 서북능선 중 1464.8봉과 끝청 사이에서 위치해 있고 여기서 내리는 물은 오색천의 지류가 됩니다.

예전 그러니까 약 35년 전에 걷고는 잊고 있다가 2년 전에 다시 찾았던 추억 속의 골짜기입니다.

이곳은 여타 골치기 산행이 그렇듯 좁은 계곡을 치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계류를 건너가며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등로가 없어 선답자가 지난 흔적을 찾아 감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등로는 절벽을 타고 가는 구간도 두어 곳 있어 특히 우기인 장마철에는 절대로 찾아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탐 구간이기 때문에 표지띠나 이정목에 의존할 수 없는 이곳에 그나마 다행히 그 역할을 대신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정표가 영어로는 milestone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서양이나 동양 모두 이 바위나 돌로 방향과 거리를 나타냈다는 것이겠죠.

이렇게 일반적인 등로 방향을 알려주는 것과,

개울을 건너는 방향을 나타내 주는 것 등이 있는데,

그 포개진 돌의 갯수는 하나이기도 하고 둘, 혹은 케른 같이 여러 개이기도 합니다.

백장 폭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유달리 좋아하니 설악의 3대 폭포에 이 독주폭포를 집어넣었고 그것도 모자라 독주폭포를 백장, 천장 그리고 만장 등 3개로 구분했습니다.

 

장은 사람의 키 정도의 길이일 것이니 한 장이면 약 1.7m 정도가 될 것이니 백 장이면 약 170m?

그렇다는 얘기겠죠.

예전 분들은 숫자에 관한 한 뻥이 좀 심했으니.....

그럼 이것은?

연이어 나타나는 크고 작은 폭포에 그저 눈만 행복할 따름입니다.

어라....

2년 전 지나면서 하나 달아놓은 것이 아직 건재한 건가요?

가만히 보니 땅에 떨어졌던 것을 누군가가 주워서 다시 걸어놓은 것 같습니다.

이 독주골에는 이런 표지띠가 모두 합하여 10장 정도나 되려나?

건폭乾瀑....

물이 좀 풍부했다면 이런 수많은 폭포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최근에 너무 가물었었다는 얘기?

너무 물이 부족하다는 느낌.

그렇다면 오늘 뻥치는 거 아닐까?

독주골이 우기에 위험하다는 것은 이 같은 절벽을 치고 지나가거나 계류를 건너야 하는 곳이 많은데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죠.

산악회 같은 곳에서 이곳을 진행할 때 필요 시설을 좀 해놓고 가야지....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좁은 계곡이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로 점차 시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굉음轟音입니다.

어떻게 된 게 상류로 올라갈수록 수량이 더 많아지는 거 같습니다.

기억이 맞다면 이제 다 와갑니다.

그렇습니다.

백장폭포 위의 천장폭포입니다.

독주골의 제 2인자이자 만장폭포의 하단에 위치한 폭포입니다.

숨었던 물이 갑자기 봇물이 터진 듯 굉음을 내며 세차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은 상단부 우측으로 철근과 로프를 번갈아 잡으며 올라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시원하게 물보라도 맞으며 걸어야 하는군요.

예전 도사님들이 수행을 할 때에는 이 물 안쪽에 숨듯이 들어가 기도를 드렸을 텐데....

물보라를 맞으며 그 위로 올라갑니다.

아!

천장폭포 상단에 오르자마자 시원한 물소리가 계곡을 뒤흔듭니다.

만장폭포입니다.

독주폭포라 하면 바로 이 만장폭포를 이르는 말이죠.

시원스레 떨어지는 소리에 그만 넋을 잃고 맙니다.

대단한 위용입니다.

그러니 설악 3대 폭포 중 두 번째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었겠죠.

토왕성보다야 못하겠지만 대승보다는 위일 것 같습니다.

수량이 풍부했다면 우측의 이 건폭도 대단한 물줄기를 흘러내렸을 겁니다.

내년 여름에는 그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 독주폭포에서 끝청 방향으로 진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참고도 #1

 

하나는 우측으로 올라 능선을 만나는 지점(a)에서 좌틀하여 폭포 상단부로 올라 골을 따라 오르다 사면치기를 하여 1460.7봉으로 올라 서북능선에 닿는 방법(제1안),

다른 하나는 그 능선을 만나는 지점(a)에서 우틀하여 끝청에서 흘러내려  지도 #1의 '가'로 진행하는 능선을 만나(b) 그 능선을 따라 거슬러 올라 끝청으로 오르는 방법(제2안) 등입니다.

저는 예전에는 제1안으로 진행을 했으니 오늘은 우틀하여 능선을 타고 끝청으로 직접 오르기로 합니다.

문제는 b에서 끝청으로 오르는 루트는 길이 선명하고 예전에 오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진행할 수 있었으나 'c'를 지나 'b'에 이르는 구간 중 'b'에 다다를 즈음 너덜지대에 바위가 가로막혀 좌측 골을 따라야 하는 등 일부 구간이 좀 난해한 곳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올라가죠.

독주골에서 오르는 등로는 돌이 많습니다.

빙하시대의 유물.....

이 너덜 우측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c'의 곳에 오릅니다.

이곳부터 끝청 지능선을 만날 때까지는 길이 좀 희미합니다.

마가목이 아직 제철이 아닌 듯 색깔이 옅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산수 대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그게 햇빛을 받아 제대로 익으면 붉은 색깔이 되는 겁니다. 날 잡아서 궁둥이와 영지 그리고 마가목하러 가야죠."

나야 길만 안내해 주고 따라만 가면 되니까....

참고도의 'b'가 가까워오자 거의 바위 길인 이 접근 루트를 오르느라 고생 좀 합니다.

죽은 나무와 큰 바위들이 등로를 없애버렸으니....

그러다 'c'를 만나니 등로가 확연해집니다.

지능선 바로 위 조망바위에 오릅니다.

백두대간의 점봉산도 보고.....

우측으로는 한계령에서 올라온 백두대간길......

1464.8봉.

지도 #2

끝청 지능선으로 오르다 보니 간간이 보이는 이 깃발.

그렇군요.

설악산 케이블카가 이 능선을 따라 계획이 됐을 건데 그렇다면 이 흔적이 무산된 케이블카 루트?

우측으로 대청봉을 살짝 보고.....

44번 도로 건너 점봉산....

 

그러고는 이내 끝청에 올라 귀청을 봅니다.

그 뒤로 안산은 구름에 막 가려졌고.....

아니!

뭐 이런 안내판이 아직도 이렇게 세워져 있나?

아직도 공단에서는 태백산맥이라는 용어를 쓰다니!

예전 것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대책이 없군요.

가리봉이 무슨 태백산맥에 있는 봉우리?

그렇다면 이 설악산은?

가리봉은 태백산맥에 있고 이 설악산은 백두대간에 있다는 얘긴가?

끝청에서는 용아장성은 물론 공룡능선에 황철봉 그리고 그 뒤 신선봉까지 조망이 가능합니다.

신선봉.....

정말 가고 싶은 곳.

좌측 울산바위와 우측의 중청.

용아와 공룡을 보고 또 보고....

귀청으로 올라가는 줄기와 안산 줄기....

설악으로 이적을 할까?

중청과 대청을 한 방에....

대청이 가까워져 옵니다.

중청대피소를 없애려고요?

지들이 언제부터 환경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국회를 없애는 게 합당한가?

생각한다는 것이 케이블카 얘기 아니면 대피소를 없애자는 얘기나 하고 있으니....

산에도 안 오는 쉬키들이 무슨 X소리....

이제 공룡과 대간길이 더 확연해지고....

만물상과 화채까지.....

만경대와 화채......

좀 일찍 올라와 화채로 내려갈 걸 그랬나.....

아마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왔으면 그랬을 거 같습니다.

공룡과 화채 그리고 울산바위까지....

북으로는 신선봉도....

중청대피소에서 간단히 요기를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다들 무릎이 시원치 않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많은 걸 보니 그냥 마구잡이로 온 듯.....

내려갈 일이 갑갑해 보이기만 합니다.

대청을 오르면서,

정상석 사진은 사람들이 많아 생략.

화채능선과 칠성봉......

옛 대청산장 자리는......

화채는 좌로, 관모능선은 우로.....

지도 #의 '가'의 곳.

이 OK쉼터 뒤에 보이는 길이 끝청으로 올라가는 길.

아주 수월하게 오를 수 있죠.

예전과 달라진 오색 ~ 대청봉 루트의 쉼터.

여섯 곳 정도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난 다음 요긴하게 사용될 곳.

등로도 이런 시설물로 몇 군데 바뀌었고....

오늘 산행을 마칩니다.

12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산행이었지만 처음 걷는 구간도 있어 나름 설악의 맛을 만끽한 하루였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니 하산주 생각을 떨칠 수 있다면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