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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관악산 11국기봉 돌아보기

관악산 주봉 연주대

버스를 타면 온통 사람 머리들이 당구알로 보이고.....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정의 벽지 무늬가 온통 바둑알로 보이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산꾼들은 어떨까요?

그렇죠.

매일 집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좀 한가하다 싶으면 지도를 뒤적거리게 되죠?

그러고는 능선에 이리저리 금을 긋고 또 거리를 재어보고....

여기는 아니다 싶으면 지우고 다시 다른 산을 그어보고.....

그러다가 다른 산과는 달리 좀 특이하다 싶은 게 있으면 그걸 요리조리 연결시켜보기도 하고.....

 

관악산에는 다른 산과는 달리 유달리 태극기가 여러 봉에 세워져 있습니다.

세어보니 11개나 됩니다.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고는 그걸 하나하나 이어봅니다.

직접 걸어봅니다.

약 20km정도 나옵니다.

한나절 거리로 충분함을 확인합니다.

이름을 붙입니다.

개수가 11개이니 11 깃대봉?

아니지 그래도 태극기이니 11 태극봉? 11 국기봉?

그래 태극은 그 모양이 연상이 되니 그냥 국기봉으로 하자.

11 국기봉.

아마 그 시작은 이랬을 겁니다.

 

2023. 02. 25.

해밀산악회의 시산제가 있는 날입니다.

베트남 출장에서 02. 24. 귀국을 하니 당연히 참석을 해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시산제의 차량 좌석이 한정이 되어 있는 고로 그 자리에는 꼭 가야 할 분이 앉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디로 갈까?

설악이나 갔다 올까?

그래 한계령에서 귀청 ~ 대승령 ~ 안산 ~ 남교리...

ok!

에델님에게 전화를 넣어봅니다.

취소?

갑작스러운 폭설?

그럼 치악산 종주나 할까?

그때 메시지가 뜹니다.

"설악산 가려고 예약을 해놨는데 폭설로 취소 됐네요..... 관악산 11 국기봉 안내 좀 해주시면 안 되나요?"

거래처 한마음 산악회에서 거부하기 힘든 요청이 옵니다.

"누구누구 가는데요? 괜히 중탈 해서 힘이나 빼지 마시고요."

"지난번 계룡산 종주했던 팀인데요."

"그러면 내일 07시 사당역 5번 출구로 오세요."

그렇게 치악산 종주 계획은 관악산 11 국기봉으로 바뀝니다.

이번에 걸은 관악산 11국기봉 트랙

07:00

사당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마음 산악회 회원 3분을 만나 4명이 오늘 산행을 진행합니다.

07:40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나옵니다.

오늘 루트는 관음사 국기봉을 시작으로 낙타봉 ~ 자운암 ~ 학바위 ~ 8봉 ~ 6봉 ~ 삼성산 ~ 깃대봉 ~ 민주동산 ~ 칼바위 ~ 돌산 순으로 진행을 합니다.

이 11국기봉 종주 산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제대로 국기봉을 잘 찾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보면 경험자와의 동행은 필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필요는 하다고 보입니다. 

07:53

오늘 들머리는 남현동 한일유앤아이 아파트 뒤편입니다.

여기서 복장을 갖추고 관악산 11 국기봉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08:01

우틀하여 안양지맥에 접속합니다.

안양지맥 개념도

안양지맥은 한남정맥이 광교산581.2m을 지나 백운산562.5m에서 좌틀하여 지지대고개로 향할 때 직진하는 가지줄기를 하나 내어놓게 되는데, 그 가지줄기와 한남정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가 바로 안양천입니다.

이 안양천은 양화동을 지나 염천교 다리 아래에서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하천인 한강에 합수됩니다.

이때 그 가지줄기는 이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게 되는데 도상거리가 약 34.8km가 되니 지맥의 요건을 갖춰 이를 하천의 이름을 따서 안양지맥으로 이름합니다.

신산경표에서는 관악지맥으로 부르고 있죠. 

이제부터 육봉까지는 안양지맥을 주줄기로 이용하여 진행하기로 합니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우측으로 선유천으로도 불리는 낙타봉 좌측에서 이따 만날 제2국기봉이 보이는군요.

당겨봅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제8, 제10, 제11국기봉도 차례로 봅니다.

마지막인 돌산의 제11국기봉도 좀 당겨보고....

국기 제1봉과 제2봉의 위치

지도 #1

08:22

제1국기봉에 섭니다.

관음사 뒤에 있다고 해서 관음사국기봉이라 부릅니다.

사당역을 출발한 지 42분 만에 첫 국기봉을 찍습니다.

우측으로 우회하는 지름길도 있지만 오늘은 가이드 역할에 충실하고자 정통루트를 고집하기로 합니다.

철계단을 오릅니다.

그러고는 낙성대역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08:37

15분 만에 낙타봉 국기봉에 도착합니다.

바람이 좀 셉니다.

어서 갑시다.

지나온 길.....

그리고 갈 길.....

예전에는 그저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했던 길들이 이제는 데크로 바뀌었습니다.

좌측으로 청계산과 백운산까지 .......

가 좌측으로 남한산과 희미하기는 하지만 예봉산도 봅니다.

KBS 송신소.

관악문을 지나고,

579.5봉에 오릅니다.

저만치 우리 팀들의 진행하는 모습도 잡아보고....

4년 전만 해도 이 쇠줄을 잡고 연주대로 올랐었죠.....

지금은 편하게 데크로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갖습니다.

사진 고맙습니다.

09:51

드디어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로 오릅니다.

2등급 삼각점(안양 23)도 확인하고....

정상석도 인증합니다.

지도 #2

그러고는 기상관측소 앞에서 우틀하여 서울공대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관악산 국기봉 진행의 특징 중 하나는 국기봉을 찍고 다시 주능선으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1국기봉인 관음사나 삼성산, 칼바위 같이 주능선 상에 있지 않아 해당 국기봉을 인증하고는 다시 되돌아 나와 주능선에 복귀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있는 게 바로 이 제3 국기봉인 자운암능선 국기봉입니다.

아까 올라올 때 왜 제3국기봉의 국기가 왜 안 보이나 했더니만....

겨우내 눈과 바람에 시달려서 없어진 태극기를 교체하지 않았군요.

삼성산 좌측 뒤로 한남정맥의 수리산469.3m과 그, 우측의 수암봉397.9m까지 조망을 합니다.

10:09

제3국기봉.

국기 없는 깃대만 인증합니다.

다시 돌아 나오면서 빈 국기봉을 봅니다.

좀 난이도가 있는 곳이죠.

왜 학바위능선의 제4국기봉은 안 보이는 건가!

10:29

주능선으로 복귀합니다.

제3 국기봉을 갔다 오는데 37분 걸렸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준비를 벌써부터 하나?

등 때문에 그 멋진 모습이 없어졌습니다.

깔딱 고개를 지나,

좌측으로 팔봉능선을 보면서 학바위능선으로 접어듭니다.

여기서는 제4국기봉이 보이는군요.

좀 당겨볼까요.

10:59

학바위능선의 제4국기봉입니다.

여기서 이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고량주 한 병을 꺼내 한 잔씩 돌립니다.

40분 정도 머무르다 자리를 텁니다.

주릉의 송신소도 보고....

좌측의 관측소와 군부대.....

자운암능선의 글로브 바위.

우측이 팔봉 능선 입구에 있는 제5국기봉.

그리고 좌측 뒤로 527.9봉의 제6국기봉이 보입니다.

12:21

팔봉입구의 제5국기봉으로 오릅니다.

아뿔싸!

그런데 뒤따라오던 두 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이곳이 이동통신 교신이 안 되는 지역이네요.

불성사로 진행한다는 얘기는 해두었으니 안 되면 그리로 내려오겠지요.

그냥 둘이서 제6국기봉을 향합니다.

구조목이나,

이정목만 봤어도 되는데...

아마 팔봉으로 직진을 한 듯한 느낌.

팔봉능선을 주시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데......

"그냥 가자."

12:43

결과적으로 유림씨만 11국기봉 도전에 성공하고 두 분은 5와 6을 놓치셨네요.

두 분과 간신히 통화가 이루어집니다.

불성사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같이 진행했던 안양지맥은 여기서 헤어지기로 합니다.

12:54

불성사에서 약 25분 정도 기다리니 두 분이 오시는군요.

팔봉으로 들어가서 두어 개 넘다가 다시 돌아 나왔다고 하는군요.

기다리는 동안 불성사 주지스님인 서암 스님의 스승의 행적을 자세히 기술해 놓은 비석. 

자, 어서 갑시다.

얼음은 이미 다 녹았고.....

서울대방향으로 잡습니다.

어서들 오시오!

안양예술공원방향으로 하산하는 사람들.

우리는 다리에서 좌틀하여 천인암 방향으로 오릅니다.

14:07

여기서 좌틀하여,

능선으로 오른 다음,

여기서 직진.

삼막사 방향으로....

길 좋은 방향을 택하면 바로 알바!

바위를 타고 오르니 당연히 조망은 너무 좋습니다.

우측 바위 능선이 팔봉능선.

일행들에게 지나온 능선들을 복습을 시켜줍니다.

팔봉능선과 그 우측으로 제5국기봉과 그 우측의 제6국기봉.

또 하나의 갈림길.

국기봉을 따르고.....

지도 #3

14:37

제7국기봉인 삼성산 국기봉으로 오릅니다.

여기서 공부를 하시나....

일행이 올라오는 동안 수리산에서 시흥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을 감상하고....

국기봉 정상석도 봅니다.

5분 정도 머무르다 자리를 뜹니다.

삼막사.

국토지리정보원지도에는 최고봉인 480.9봉이 아닌 이곳 455.0봉을 삼성산 정상이라 부르고 4등급 삼각점까지 박아놨습니다.

지도 #3의 '가'에서 좌틀하여 진행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길을 모르고 위험스럽게 KT기지국 옆으로 이동을 하는군요.

4거리에서 직진을 하고....

이제 호압산과 민주동산을 감상합니다.

15:12

제8 국기봉인 깃대봉으로 오릅니다.

이 제8국기봉이 찾기 제일 어렵습니다.

뿐더러 이다음 진행도 조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즉 내려와서 직진을 하면 안 되고 좌틀하여 빽하는 마음으로 진행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이정표도 보고,

이 이정목을 보면서,

여유로운 길을 걷게 되는 것이죠.

민주광장에서 좌틀하여,

15:49

민주동산 국기봉을 확인합니다.

제9국기봉이죠.

이제 다 왔습니다.

좌측으로 칼바위 제10국기봉이 보이는군요.

당겨봅니다.

언제나 질퍽질퍽한 민주광장.

칼바위로 내려서면서 조금 전 지나온 제9국기봉을 봅니다.

지도 #4

음......

15:12

이 제10국기봉인 칼바위봉은 올라가기 좀 위험스러운 곳이죠.

저는 절대 올라가지 않고 일행들에게도 만류합니다.

이제 저 뒤에 보이는 동산만 올라가면 오늘 산행이 다 끝나겠군요.

당겨봅니다.

둘레길도 만나고,

돌산 안내판.

삼성산과 민주동산.

16:35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돌산 제11국기봉입니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삼성산.

관악산.

롯데월드와 용마산.

단체 사진 한 장.

마무리합니다.

오늘 사당역에서 아침을 먹고 07:40에 출발해서,

17:16에 하산을 완료했으니 총 거리 19km를 9시간 36분 걸었고 

순 국기봉 소요시간은 제1국기봉 도착시간이 08:22이고 돌산 국기봉 도착시간이 16:35이니 08시간 13분이로군요.

아주 양호합니다.

두 분은 25분의 알바가 조금은 아쉽다고 자평을 하시고....

나중에 한 번 더하시면 되죠.

정말 대견스럽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을 했습니다만 이렇게 무난하게 잘 해내다니....

기분 좋은 이 마음을 그대로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 있는 풍년옥이라는 오릿집으로 가지고 가서 멋지게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