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님. 공룡 좀 한번 데려가 주세요........"
"아니 우리 김소장님이 아직 공룡을 안 가보셨나? 지리, 치악, 태백, 신선대, 천왕.... 그러네..... 설악은 아직 신선대 말고는 족보도 못 올렸구만. 그래 가고 싶은 날은 언제신가? 말씀만 하슈!"
아직 나이 30도 안 된 우리 사무실 막내 본직이 산맛을 느낀답니다.
그러면서 혹여 자신이 남들 산행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젊음으로 쫓아가겠다고 하면서 공룡을 거론합니다.
"그래. 사실 나도 공룡을 처음 올랐을 때가 김소장 나이 정도 되었을 때였어.
마등령에 올라서면 '마귀'라는 형님이 텐트를 쳐놓고는 이동 슈퍼를 열고 있었지. 산객들에게 이것저것 팔면서 설악에 파묻혀 사는 사람이었어.
그때 나는 쌀 한 말 지고 올라가 그 형님이 직접 삼지구엽초로 만든 술과 당귀차를 얻어먹곤 했었는데.....
당시는 공룡능선을 탔다고 하면 어디서든 충분히 '가오'를 잡을 수 있었던 그런 때였어........"
"이대장님 뵌지 오래됐는데 이대장님은 안 가시려나요?"
전에 우리 김소장이 지리에서 머리를 올릴 때 이한검 대장님이 함산 한 것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당연한 말씀.
그에 대한 선사님의 답.
"당연히 가야지요!"
2023. 02. 10. 23:50
사당을 출발한 반더룽산악회 버스는 04:00 한계령과 오색 입장시간에 맞춰 운행을 하다 보니 정작 설악 소공원 주차장에는 04:20 정도 도착을 하는군요.
한 명 혹은 여러 명이 제 각각 갈 길을 찾아 설악의 품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웬일로 주차장에 빈자리가 듬성듬성......
비선대 다리를 건너,
05:30
혹시나 발생할 지도 모를 불상사 즉 김소장의 다리를 고려해 양폭 ~ 희운각 ~ 공룡능선 ~ 마등령 ~ 비선대로 원점회귀를 하기로 합니다.
천불동 계곡 안으로 들어가자 차갑지만 그래도 얼마 전과는 다른 봄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네.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하다 보면 양폭이고 희운각이겠지......"
"그런데 국장님 양폭은 왜 양폭인지 알겠는데 희운각은 왜 희운각이에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봐도 이해가 잘 안 가서요"
‘희운각 대피소’의 이름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이 ‘희운’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1969년 2월 15일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동계훈련을 하던 ‘고요의 계곡’에서 열 명의 대원이 눈에 묻힌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 이 사건은 신문 호외로 알릴 정도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이때 ‘희운(喜雲) 최태묵’이라는 이가 이곳에 변변한 대피소가 하나 없어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하여 사재를 털어 원정대원들이 동계훈련을 할 때 베이스캠프 정도로 쓰일 대피소를 만들어서 이를 기부했다. 이것을 기리기 위해 그의 호 ‘희운’을 따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그 하나다. 또 하나는 그 이전부터 어떤 이유로 ‘희운각’이라는 팔각정자가 있어서 그 자리에 대피소를 만들면서 그 정자의 이름을 따서 ‘희운각대피소’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런데 사실 어느 분이 상당한 돈을 출연하여 대피소를 만든 것은 맞는 거 같다. 기록에 의하면 1965년 5월에 이 자리에 이미 희운각이라는 팔각정이 있었다. 그러니 어쨌든 그 정자의 이름을 따서 희운각대피소라고 한 것만큼은 확실하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535쪽
"지난번 이대장님은 우리가 양폭 ~ 만경대 ~ 화채능선 ~ 피골 ~ 은벽길 ~ C지구"로 갈 때 안 왔었지?
그때 여기 이 데크에서 다들 널브러져 30분 정도 씩 자고 갔었지.
설악산 귀신의 기를 받으면서...."
공부를 하려고 작정을 하고 온 김소장의 이은 질문.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귀면암이라고 지었을까요?"
"전쟁이 끝나고 이 설악산도 산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지.
그때 이 천불동 계곡을 개척하는데 발벗고 나선 이들 중 이 속초시 의사회장을 하던 외과의 이기섭 원장이라는 분이 있었어.
아마 박사학위가 있었던지 사람들은 그분을 '이박사'라 불렀었지.....
이 박사님과 관련한 얘기는 조금 이따 하기로 하고.....
어쨌든 거두절미하고 설악산의 많은 지명은 대부분 금강산에서 가져왔어.
이 귀면암만 해도 그래."
귀면암의 설화
천하를 유람하기 좋아하는 네 명의 신선이 있었다.
이들은 천하의 이름난 곳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금강산에 이르렀다.
금강산의 경치에 감탄하면서 이리저리 다니던 신선들은 드디어 만물상에 이르러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면서 천화대에 올랐는데,
마침 그곳에는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서 풍악을 울리면서 풍류를 즐기고 있었다.
신선들은 선녀들과 즐겁게 노닐었는데, 날이 저물자 선녀들은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때 한 선녀가 신선들 앞에 무릎을 꿇더니 부탁이 있다고 했다.
선녀들이 경치 좋은 만물상에 수시로 와서 노닐고 싶지만 귀신들이 와서 훼방을 놓으니 그 귀신들이 오지 못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신선들은 만물상 계곡 입구에 바위로 커다란 귀신의 형상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귀면암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험상궂은 지 그것을 만든 이후부터는 귀신들이 무서워서 만물상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고 대신에
천화대 쪽에는 선녀들이 내려와 노닐기 때문에 귀신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바위 모양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니 이곳에서 영원히 살자고 하면서 자리를 잡았으니, 그것이 삼선암과 독선암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 설화에서 보듯 이 설악산의 만물상, 천화대, 귀면암 등도 다 금강산에서 가져온 이름이잖아.
귀신의 형상인가?
그런가?
"어쨌든 오늘의 날씨도 맑음이야.
이따 신선대 3봉에 올라서서는 설악의 대청에서 내려오는 백두대간 라인을 감상하는 거 하나만 제대로 이해해도 오늘 김소장의 공룡능선 산행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거야.
걷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
하지만 걸으면서 그 기쁨이 배가 되려면 아무래도 알고 보면서 걷고 그러면서 느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이때 이한검 대장님이 한 마디 거듭니다.
"내가 대간길 3번 만에 그 '이박사능선'이 오리지널 대간길이라는 걸 알고 현오 선배와 독주골에서 독주폭포를 보고 대청으로 이동해 오리지널 대간길인 소위 '이박사능선'을 걷던 그 감격스러운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어."
"이박사능선의 이박사가 아까 말씀하신 그 이박사?"
"하나만 물어볼게. 이 물은 쌍천이 되는데 그 끝은 어디겠어?"
"속초 쪽으로 흘러 동해로 가는 게 아니예요?"
"그래, 그러면 우측 그러니까 이 공룡능선 너머의 물은 어디로 흐르겠어?"
"글쎄요......"
"그래 그 가야동이나 수렴동 계곡의 물들은 소양강으로 흐른 다음 북한강 ~ 한강이 되어 서해로 흘러들어 가는거야."
"진짜요?
이때 이한검 대장님도 한 마디 거듭니다.
"그게 백두대간의 원리이기도 해. 물을 가른다는 거! 그리고 산줄기는 물을 만나면 그 맥을 다 한다는 것!"
06:48
어영부영 걷다 보니 벌써 양폭대피소입니다.
"다리 건너기 전 왼쪽으로 치고 올라가면 만경대이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화채봉이며 화채능선이야."
"거긴 언제 갈 수 있어요?"
"이 대장님한테 물어보세요."
"꽃피는 봄이 되면 갑시다."
천불동 계곡에서 정면으로 가로막혀 보이는 곳.
저곳이 천당능선이지.
'사니조은'이라는 그 양반은 저런 곳만 골라서 오르내려.
귀여워라....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희운각 무너미 오르는 길.
무릎이 고장 날만도 하지.
신선대 너머로 오늘의 달이 그 임무를 마치고 넘어갑니다.
천당능선 뒤로는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07:40
"다리 괜찮지?"
"이 맛에 오는 거죠!"
그런데 무너미 쪽에서 아주머니 댓 명이 힘차게 내려오십니다.
"어인 일로 이렇게 일찍 하산을 하십니까?
좀 더 설악을 즐기시다 가시지 않고요?"
"지금 저희 공룡으로 가는 길인데....."
배려의 황제 이한검 대장님이 나섭니다.
"아까 저기 삼거리에서 이정표 안 보셨어요? 그냥 직진을 하셨어야죠.
한 100여 m 내리막이 계속된다고 하면 일단 의심을 하셔야죠!"
07:55
여기서 백두대간에 접속을 합니다.
"와! 드디어 백두대간에 올라선 거죠?"
김소장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아줌마들은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고 공룡으로 들어갑니다.
"남자분들은 같이 안 오셨어요?"
'뒤에 따라와요."
맨 앞에 가는 여자분이 발이 워낙 빠르시군요.
또 저만치 서둘러 가십니다.
우리는 좌틀하여 희운각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아침을 먹어야죠.
희운각 가는 길에 있는 조망대에 오릅니다.
신선대 1, 2, 3봉을 차례로 봅니다.
"원래 이 신선대 1, 2, 3봉으로 올라 진행을 하는 것이 오리지널 대간길인데 신선대 길이 조금 위험해 보이잖아? 그래서 공단에서는 백두대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는 상관없이 그저 편의대로 비탐으로 막아놨지. 우리는 이따 철구조물을 잡고 올라 좌측의 저 3봉에서 조망을 만끽하고 갈 거야."
서쪽을 봅니다.
"지금 여기가 백두대간인 가야동 계곡의 끝 저 응봉 너머에 있는 저 오뚝한 게 매봉산1271m인데 그 우측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칠절산 지나 향로봉으로 연결이 되니 그 향로봉이 남한 최북단의 백두대간 봉우리이니 저 능선은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여맥餘脈이지.
그 향로봉 너머 금강산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가능할 거 같은데 이따 잘 관찰해 보자!"
"그런데 국장님. 저 산이름이 응봉이고 저거는 매봉이라고 했는데 그게 그거 아닌가요?"
"우리 김소장님은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다 입력이 되겠네.
자 들어보소!
우리나라에는 매봉, 응봉이라는 산이름이 무지 많지?"
봉우리 두 개를 넘어 도착하는 만월봉(1280.4m)에서 삼각점(연곡434)을 확인하고 큰 등산안내도도 본다. 인상적인 주목 한 그루를 보고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면 1등급 대삼각점이 설치되어 있는 응복산(1360.0m)이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174개의 1등급삼각점 중 이게 그 하나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중에는 鷹伏山의 응이 매(鷹)자여서 매복산으로 표기된 것도 있다. 매가 웅크린 형상이란 말인가?
이미 ‘수리’는 ‘높은 곳’ 또는 ‘맨 꼭대기’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고 여기서 파생된 말이 ‘사라’, ‘사리’, ‘설’, ‘솔’, ‘시루’, ‘수’, ‘싸리’, ‘수락’ 등 여러 가지 형태라는 걸 봤다. 당연히 높은 곳을 나는 새(鳥) ‘수리’나 ‘독수리’도 여기서 나온 이름임은 자명하다. 그러니 이 수리를 한자로 표현하면서 취(鷲)자를 쓰는 건 사실 시간문제였다. 영취산(靈鷲山), 취성산(鷲城山)이 가장 비근한 예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매이다. 그리고 그 매의 한자인 응(鷹)이 응봉(鷹峰)이 된다거나 매봉이 되는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니 이런 이름의 산을 볼 때에는 주위 산보다 높은 곳을 일컬음이니 비약하여 ‘수리 모양’, ‘매가 많이 사는 곳’ 등의 얼토당토않은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응복산도 응봉산의 잘못된 표기이리라. 같은 취지로 위의 매복산도 매봉산 혹은 매봉의 오기이다.
- 졸저 전게서 465쪽
수리봉 소고(小考)
“형, 이 수리봉이 지난번 백수리봉의 수리봉과 같은 뜻인가?”
수리봉하면 그 뜻이 무엇인가? 백수리봉을 지나면서 수리봉이란 그 주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뜻이라 했고 그 말의 어원은 고구려 말에서 왔다고 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이 ‘수리’란 말은 우리나라 곳곳의 땅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산 이름을 보면 산림청에 등록된 이름 중 랭킹 1위가 국사봉이고 2위가 바로 이 수리봉이다. ‘높은 곳’, ‘맨 꼭대기’를 뜻하는 순우리말인 것이다.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를 보면 이 수리봉이 한자로 ‘守理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지나친 억지임을 알 수 있다. 이 예로 단옷날(端午)의 순우리말이 수릿날인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즉 추석이 달의 축제였다면 단오는 태양의 축제인 바, 태양이 높은 하늘의 한가운데 떠 있는 날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수리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정수리가 된다. 맨 위에 있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어원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이 녀석이 높은 곳을 날아다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산봉우리’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이것도 산봉수리에서 ‘ㅅ’이 탈락하여 산봉우리가 된 것이다. 이 말의 파생어가 ‘사라’ ‘서리’ ‘수레’ ‘수락’ ‘싸리’ 등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서울에 있는 수락산도 결국 이와 같은 의미의 높은 산이라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맥을 할 때 많이 나오는 지명이 있다. 바로 ‘수레너미’고개라는 곳이다. ‘싸리재’도 마찬가지다. 수레가 지나갈 만한 크기의 고개라거나 싸리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이런 고개들은 우리 옛 선조들이 보기에는 그저 ‘높은 고개’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걸 지역마다 달리 부른 것이고 그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음운변화가 일어나서 변형이 된 거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졸저 전게서 298쪽
소청과 중청을 보고....
그리고 그 좌측의 대청을 봅니다.
그리고 화채봉.
아직 완공은 되지 않았지만 취사장은 이용할 수 있군요.
들어가서 사골국물로 라면과 떡 그리고 만두를 넣어 개밥으로 만듭니다.
맛난 김치를 곁들여 가지고 온 소곡주로 반주를 합니다.
그저 맨밥을 먹는 옆 사람에게 이한검 대장의 퍼주기 선심은 이어지고......
얼마나 맛있었던지......
먹은 자리를 깨끗하게 치우고 춥지 않게 장소를 제공해 준 공단에 감사를 하며 길을 이어갑니다.
09:11
공룡으로 듭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여기는 백두대간길이 아니고......
궁여지책으로 만든 길이지.
09:23
조금만 더 올라가도 대청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조급함에......
09:39
신선대 3봉에 올라 설악의 지붕을 봅니다.
"김소장 대청봉이 보이나?"
"저 라인 'F'가 이박사 님이 개척한 길이라고 하여 천불동으로 내려오는 최단 코스인데 후일 그 길이 백두대간길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지. 그때는 백두대간이라는 말을 몰랐었으니까.... 일제 때문에!"
"저기 개천을 건너 희운각 대피소로 오는 다리 보이지?"
아까 얘기했듯이 저 이박사능선 그러니까 백두대간 좌측 '죽음의 계곡'으로 흐르는 물'D'은 동해로 가는 반면 저 우측 '고요의 계곡'으로 흐르는 물'E'은 서해로 간다는 것이지.
백두대간 공부는 그걸 이해하는 걸로 시작이 되는 것이지.
서북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게 설악 서부능선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귀청이네. 귀때기 청봉."
"그리고 그 뒤로 귀모양으로 톡 튀어나온 거. 그게 안산이지. 말안장을 닮았다고 하여 안산鞍山이야'"
아!
그런데 그 안산의 서북능선 뒤로 매봉산 좌측의 눈 덮인 봉우리!
소양(도솔)지맥의 도솔산이로군요.
"오늘은 저 도솔산까지도 보이네! 그 바로 좌측에 용늪의 대암산이 있는데 그건 안 보이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보이겠지!
그리고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 중 제일 우측의 뾰족한 봉우리. 저 게 그 유명한 1275봉이야. 실제로는 1266.0m인데 예전 지도를 보고 붙여진 이름이라 지금까지도 그렇게 불리는 것이지. 그리고 그 우측 아래에 있는 봉우리가 범봉인데 이발소 달력의 한 장을 늘 장식하는 봉우리이지."
조금 당겨봅니다.
그리고 울산바위 좌측 끝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북설악에서 가지를 친 죽변산.
그리고 울산바위 우측 뒤로 삿갓 모양의 운봉산.
그리고 달마산.
"나중에 친구들이랑 오면 다 짚어줄 수 있겠어?"
"대강은 알겠고요. 지금 저는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벌렁거려요."
이제부터는 공룡의 눈길 체험이 시작되는군요.
1275를 가면서 조금 전 지나온 신선대 3봉과 2봉을 봅니다.
우측 대청의 이박사능선과 죽음의 계곡 그리고 고요의 계곡 감상은 그저 보너스.
공룡에는 이런 곳이 세 곳이 있어 이런 곳들을 지날 때마다 정체가 빚어지곤 합니다.
"읽을 수 있겠어?"
"예. 보이네요. 신선대 2, 3봉과 좌측의 화채봉."
"그래. 지금과 봄, 여름, 가을이 다 다르고 맑은 날과 흐린 날 그리고 비 오는 날이 다 달라."
"지금 여기서 보는 중앙의 1275와 협시봉들을 이따 반대 방향인 큰새봉을 오르면서 반드시 돌아봐. 그러면 왜 이 모양이 그렇게 다를 수 있는지 그 의미를 찾게 될 거야."
"김소장. 이리 와봐. 아까 저 봉우리가 뭐라고 그랬지?"
"네. 도솔산."
"그래 그 도솔산1148m 좌측으로 용늪이 있는 대암산1309m이 보일 거라고 했지?
그 좌측의 뾰족한 봉우리가 보이잖아?
저 봉우리가 인제군과 양구군에 걸쳐 있는 대암산이네. 저기 가면 그 뒤로 적근산이니, 백암산 그리고 대성산도 다 볼 수가 있는데....."
"당겨 볼까?
제대로 보이지?"
한숨 자다 온다며 보이지 않던 이한검 대장님이 언제 쫓아왔는지 우측을 봅니다.
"저 화채봉 아래 능선이 만경대 능선. 그리고 화채능선 좌측 끝이 칠성봉이고 그 옆이 숙자바위....."
"그런데 이대장님 왜 하필이면 숙자바위예요?"
"그런 거는 가서 직접 봐야 알게 돼!"
음..... 정말이지 아름답습니다.
"국장님. 저 화채에서 이 공룡을 바라보고 싶어요....."
"자....1275 올라가는 길이 보이는가? 좌측 아래로 크게 돌아가야 해."
"우측 뒤를 봐. 저 봉우리가 뭐야?"
"저게 범봉이에요?"
"그래. 아까와는 사뭇 다르지?"
울산바위.
우리 김소장님의 발길이 더디어 보입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여기서 또 이렇게 보니까 중청에서 대청으로 이르는 스카이라인이 너무 멋지네요"
10:58
1275 오름이 시작됩니다.
저는 여기서 아예 아이젠을 벗습니다.
그러나 바위 지대를 지나자마자 바로 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군요.
1275 안부에서 다시 아이젠을 차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의 저 앞이 큰새봉, 그 뒤가 나한봉이니 거의 다 왔다."
"공룡에는 커다란 봉이 4개라면서요? 그러면 우리가 신선대 3봉을 넘었고 , 이 1275 그리고 저 큰새봉과 나한봉 저 두 개가 남은 거네요."
"신선3봉, 1275... 그러네.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좀 당겨봅니다.
정말 멋지다!
세존봉.
"다 불교지명설이야."
턱돌이....
1275를 내려와 큰새봉 방향으로 된비알을 오르면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김소장, 이 그 어디서 많이 본 거 아니야?"
"어! 맞다. 국장님 모니터 바탕 화면!"
"와! 1275와 대청봉!. 이 그림이 더 멋진 거 같은데요?"
이건 또 다른 모습.....
저 뒤로 신선 2, 3봉을 넣어보는 건 어때?
"잔소리 마슈!"
귀청과 큰감투봉.
도봉산의 Y계곡?
나한봉.
소청과 끝청은 존재감이 없어!
그래도 귀청 정도는 돼야지. 큰 감투봉과 대한민국봉 그리고 안산의 위용을 감상합니다.
중앙 뒤로 멀리 대암산이 자신이 존재감을 부각하고....
세존봉과 달마봉.
"김소장 이리 와보세요.
금강산 보고 싶다고 했지?
앞 바위 능선 뒤로 보이는 일자一字 능선이 향로봉 능선이거든.
좌측의 매봉산라인부터 우측으로 쭉 따라와 봐.
그러면 그 능선 뒤로 볼록 튀어나온 능선이 보이네. 보이는가?"
"네 보여요."
"그 라인이 금강산 비로봉 라인이야. 다음에 북설악 가서 꼭 다시 보여 줄게."
나한봉을 지납니다.
그 나한봉을 지나면서....
마등봉과 좌측 뒤로 황철봉.
그리고 그 뒤로 신선봉.
"지난 번 베트남 판시판 가면서 보았던 그림이네...."
화채능선.
서북능선.
서북능선의 귀청.
화채.
화채. 1275.
그리고 중앙 아래 범봉1134m.
이윽고 마등령 삼거리입니다.
여기서 이른 아침에 만났던 '알바 아줌마' 일행 10여 명을 만납니다.
시끄럽긴 해도 산행 열정만큼은 대단한 거 같습니다.
이제 죽자 사자 내려가는 일만 남았군요.
내려가는 길에 화채를 보고,
범봉, 1275 그리고 대청을 봅니다.
질리도록 실컷 봅니다.
중앙 아래로 빙벽이 보이는데.....
두 명이 빙벽을 탑니다.
저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폭포도 아닌데....
저 골, 골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유난히 붉은색을 가지고 있는 바위......
여기는 적벽 상단부가 아닐 텐데.....
수묵화.
이 작약은 이번 봄에 꽃을 피울까?
다 내려왔네요.
저 뒤가 천당능선이겠고.....
비선대의 좌측 장군봉과 우측 적벽.
김소장은 오늘 더없이 행복한 날이었다고 하네요.
두 선생님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배웠으니....
그 설악을 빠져나오면서 권금성과 중앙의 노적봉 그리고 얼어붙은 토왕성 폭포까지 다 보여주니 무조건 다음 산행지는 설악이나 지리로 하자고 조르는군요.
"그래 5월에 지리 묘향암에 가서 반야 낙조를 보여줄게. 오케이?"
너무 행복해하는 김소장이 너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그래서 그런가요?
샤워를 한 후 따뜻한 몸으로 식당으로 들어가더니 하산주로 막걸리를 덥석떱썩 다섯 잔을 받아 마시더니 차에 오르자마자 골아떨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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