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제33구간, 미시령~진부령) 나홀로 산행, 15.6km

04:00까지는 산행을 시작해야 11:00정도 진부령에 도착하여 뒷풀이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설악동 C지구에 있는 연탄구이 집에서 제대로 술도 마시지 못하고 23:00경 잠에 든다.

2009. 9. 13. 03:00 기상하여 장비를 챙기고 도시락을 준비하고 물을 챙겨 미시령으로 향한다.

미시령 휴게소에 차를 세워두고 어제 보아둔 들머리로 향한다.

바람이 몹시 강하나 하늘의 별은 너무도 많다.

날씨가 좋다는 이야기다.

 

 

04:09

또 곰 앞에 선다.

나는 괜히 곰만 보면 신경질이 나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런데 그런 기분을 국공파는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들의 모델로 곰을 사용하고 있으니...

 

 

철책 끝을 돌아 이 표지판 뒤로 들어가니 작은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나마 길 같은 것이 있다.

 

 

 

참호 같은 것을 지나자 이런 군용 교통호 같은 것이 나와 무조건 이 길을 따라 올라간다.

 

 

04:19

정확히 10분을 정신없이 오르자 앞서가는 산악회 사람들의 랜턴 불빛이 보이고 우리는 대간 마루금 위에 선다.

즉 이 검은 비닐 호스가 나오면 주능선 위에 선 것이니 그 때부터 좌회전 하여 마루금을 밟고 가면 된다.

 

 

우리가 정확하게 마루금에 서 있다는 것은 이 표지판이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선명한 마루금이다.

 

 

04:41

샘터를 지난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04:50

또 안내 표지판이 나오지만 우리의 발걸음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많이 진행을 하여 우리는 하는 수 없이 그냥 진행을 한다.

  

 

조그만 너덜이 나오는데 아직 날이 밝으려면 일러서 속초 쪽으로는 아무 것도 조망이 되지 않는다.

 

 

 

05:19

헬기장도 지난다.

우리를 앞서 가던 산악회는 서울 공항동 부근에서 온 사람들로 대간 산행은 아니고 그냥 일반 산행이라고 한다.

이 헬기장에도 여지없이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어 자꾸 사람 기분을 거슬리게는 하지만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으로 그것을 날려버린다.

 

 

 

05:23

상봉(1239m)이다.

오늘은 나와 황태자님 그리고 아사달 형님 등 세 명이 진행을 한다.

한수님은 고3 딸 ‘자기소개서’ 작성 관계로 상경을 하셨고 여성 회원인 행복님은 연 이틀 무리를 하셨단다.

기념 촬영을 한다.

 

 

바로 옆 참호를 지나 운행을 계속한다.

 

 

길이 험해지기 시작한다.

상봉에서 10여분 지나게 되면 왜 ‘로프’가 필요한 구간인지 알게 된다.

 

 

 

이런 낭떠러지를 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긴장만 하면 될 정도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아직 일출을 보려면 멀었다.

 

 

이 구간도 돌이 많은 구간이다.

 

 

그 어둠 속에서도 운해는 보인다.

용대리 방향이다.

 

 

신선봉인가.

반야봉 같이 넉넉한 봉우리가 앞에 선다.

 

 

 

06:00

푹신한 안부로 내려선다.

화암재이다.

마장터로 내려가는 이 길도 국공파는 안내 표지판 하나 설치해 놓은 것이 없다.

오히려 무슨 표지판 같은 것을 철거하여 저렇게 내동이 쳐놓은 것 같았다.

 

 

 

뒤를 돌아 본다.

상봉이 보이고 울산바위도 보인다.

 

 

아직도 동해바다는 붉은 기운만 있지 해가 뜨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다.

 

 

06:21

삼거리다.

 

 

 

 

 

 

 

06:32

신선봉에서 사방을 조망한다.

숲을 지날 때 이미 해는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헬기장을 보며 내려온다.

 

 

군부대 시설이 길가에 설치되어 있다.

 

 

가야할 마루금인데 구름이 많이 끼어 있는 안부를 지나야 할 것 같다.

아마도 그곳이 대간령일 것 같다.

 

 

 

부드러운 느낌이다.

골짜기의 운해를 보면서 연실 감탄만 토하고 있다.

 

 

07:08

배가 고파 아침을 먹기로 한다.

 

 

 

07:43

밥을 먹고 일어나 3분 정도를 걷자 삼각점이 있는 너른 헬기장이 나온다.

조금 더 가다가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그러니까 신선봉에서 약 40정도만 가면 헬기장이 있다는 얘기다.

 

 

운해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건진다.

 

 

강한 바람에 구름이 고성 방향으로 넘어가고 있다.

억새도 같이 흔들리고 있다.

 

 

 

숲에 들어서자 소나무 밭이다.

 

 

운무 속을 걷고 있는 것이다.

 

 

08:04

도대체 몇 번째 출입금지 표지판인지 모르겠다.

 

 

 

작은 캐언이 있는 대간령이다.

보다 못한 민간인이 만들어 놓은 표지판만이 힘차게 서 있다.

 

 

대간령에서 바로 오르는 봉우리 정상은 이렇게 멋들어진다.

 

 

 

08:25

그 봉우리에서 대간령이 구름에 잠긴 것을 본다.

바람이 불자 또 이렇게 바뀐다.

변화무쌍하다.

 

 

앞에 서 있는 병풍바위를 본다.

또 안부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병풍바위까지는 그저 평탄한 길을 걷는 것 같이 안부로 떨어지지 않고 거의 표고차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게 이어진다.

 

 

병풍바위를 지난다.

 

 

 

 

 

 

이렇게 너덜지대를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

 

 

08:41

그 병풍바위 정상에서 가야할 곳인 마산을 조망한다.

가운데 불룩이 솟은 것이 마산(1051.9m)이라 생각했으나 그것은 마산이 아니고 삼거리에 불과한 봉우리이나 조망은 아주 좋다.

 

 

 

 

즉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부드러운 숲길을 걸어가야 한다.

내리막도 그리 경사가 심하지 않고 오르막도 그저 이렇게 걷는 수준이다.

 

 

09:18

삼거리 봉우리에서 향로봉 능선을 조망한다

 

 

저 끝 봉우리가 마산이다.

 

 

삼거리에서의 이 길도 선명하나 이 길은 다른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09:38

표지띠가 많은 곳으로 내려간다.

 

 

 

09:54

마산봉 삼거리이다.

물굽이라는 표지목도 있는 이곳은 너른 광장 같다.

 

 

 

09:56

삼각점이 있는 마산이다.

 

 

 

이 정상에는 군부대 막사가 있었던 것을 철거하여 그 자리에 나무 등을 식재하여 복원 중이라는 팻말이 자랑스럽게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향로봉을 바라보고 마을을 조망한다.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내려온다.

이제 더 이상 올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돌이 많이 깔린 하산길이다.

아주 가파른 길이다.

처음 홀로 산행을 할 때 나를 안내해 주던 표지띠를 공교롭게도 마지막에 만나다.

 

 

10:14

이정표를 지난다.

 

 

10:21

빈 이정표다.

 

 

알프스 스키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스키장 철조망에 길 표시가 되어 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마루금 임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마루금은 스키장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빠져 나오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철망으로 만든 우리에 표지띠가 날리고 있다.

 

 

 

마지막 남은 표지띠 하나를 거기에 매단다.

난 정말 내가 이 길을 이렇게 무사히 오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감격의 눈물이 나온다.

 

 

10:48

마지막까지 이런 글을 봐야만 한다.

 

 

멀리 나뭇사이로 표지띠가 보인다.

 

 

그길로 나가면 또 표지목이 보이고...

 

 

 

이런 평탄한 길을 널널하게 걸어가면 된다.

비닐하우스 뒤로 철수한 부대 막사가 보인다.

 

 

 

마루금은 그 부대 가운데를 관통한다.

 

 

 

부대 정문을 지나 부대 철망을 끼고 우회전을 한다.

그냥 야산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만 가지고 운행을 하면 되는 곳이다.

 

 

 

11:04

파브리카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를 지나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계속 걷는다.

11:21

 

 

 

1.6km 남았다.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비포장도로로 진행을 하게 된다.

 

 

마산을 바라본다.

 

 

 

길이 나빠지는가 싶더니 대간종주를 환영하는 브라스밴드가 연주를 시작한다.

철망을 타고 짖다 못해 지붕까지 올라가 짖는다.

내가 개띠인 것을 눈치 챈 녀석들의 환영행사는 거의 200여m 계속 되는 것 같다.

 

 

11:31

이제 1km 남았단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들이 나타난다.

중학교 동창들인 이들은 산이 좋아 ‘7080다모아’라는 미니 카페를 만들어 산행을 하고 있는데 오늘 나의 완주를 축하해 주기 위하여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서는 비록 기량이 차이 나는 사람들 때문에 우정산행을 함께 하지는 못하고 같은 날 ‘오색~대청~중청대피소~희운각~마등령~설악동’을 잇는 짧은 코스를 하고 진부령에 와서 기다리던 참이었다.

 

 

11:46

중간에서 사진 촬영 등 상당한 시간을 지체하고 드디어 진부령이다.

다른 곰은 몰라도 이 곰만큼은 꼭 보고 싶었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가 아닌 완주를 한 다음에 직접 보게 된 것이다.

‘백두대간 진부령’이다.

 

 

 

그 앞에 섰다.

오늘 운행 거리 : 15.6km

오늘 소요 시간 : 7시간 3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