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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호남정맥(2013.2.23.~2013.11.3)

호남정맥 제19구간(송치~농암산~갈매봉~월출봉~도솔봉~따리봉~백운산~쫓비산)

 

야간 산행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그것도 홀로가는 야간 산행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일성이 "무섭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야간 산행의 대가 '대방'님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까 하는거죠...."

저 역시 같은 질문에는 비숫한 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주변 조망을 하지 못하는 산행일진대 야간 산행의 무용론도 나옴직 할만도 합니다.

그러나 묻는 이들의 의도를 간파하여 이야기한다면 제가 대간을 할 때 삽당령 부근의 조릿대 군락지에서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곤 합니다.

즉 대낮에 조릿대 숲을 헤치며 기고 있는데 바로 발 앞에서 새끼로 보이는 멧선생(새끼니까 멧어린이)이 후다닥 도망치는데 그 녀석의 속도란...

아마 잠을 자고 있었던 게 틀림 없었는데.... 

그런데 저는 야간 산행을 할 때에는 녀석들이 다 활동 중인 시간이라 인간에 대한 냄새를 낮보다는 밤에 더 잘 맡을 수 있어 그들이 먼저 인간을 피할 것임은 자명하다 할 것이고 가끔 내는 헛기침이나 "어흠"대는 목소리에 그들이 손님이 오셨음을 미리 알게 되어 알아서 다 비킬 것이라는 믿음때문입니다.

그들도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이해해 주실 수 있다면-학교에서나 가정에서 다 교육을 받을 것임은 인간 세계와 별반 다를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 몫합니다.

그러나 만일의 상황 즉 안전 사고 같은 것을 당하게 되면?

글쎄요...

그건 낮에 홀로 산행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산에서는 항상 안전에 안전...

그것이 차선도 없는 최선의 아니 유일한 대비책일 것입니다.

 

 

이번 호남정맥 19구간은  제 나름대로의 사정 때문에 불참을 했던지라 땜빵을 하긴 해야 하는데 혼자서 다시 하러 그 먼 곳까지일부러 간다는 것도 너무 비경제적일 것 같습니다.

혹시 미리 내려가 19구간을 야간산행을 하며 진행하다가 20구간 산행을 위하여 새벽에 올라오는 일행들과 합류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산행 일정에 쫓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야간 산행에 대한 제 생각, 경험-5산 종주와 강남 7산 종주 그리고 지리산 화대종주-, 능력 등을 다 고려해 보니 그것도 크게 나쁠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우선은 시간 절약과 경비 절먁이 매력적입니다.

그린산악회 집행부에 이런 제 의사를 전달하고 저는 10. 11. 12:00 버스로 서울을 출발합니다.

순천에 내려 이른 저녁을 소머리국밥으로 해결하고 빵 쪼가리와 물을 사서는 송치재행 34번 버스에 오릅니다.

송치재로 가는 버스는 이외에도 #31, #33인가 두 대 정도의 노선이 더 있어 결국 시간만 잘 맞추면 굳이 택시를 이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산행 개요

  

1. 산행일시 : 2013. 10. 11~12. 금, 토요일

2. 동행한 이 : 일부구간 홀로

3. 산행 구간 : 호남정맥 제19구간(송치~농암산~갈매봉~갓꼬리봉~도솔봉~따리봉~백운산~갈미봉~쫓비봉~토끼재)

4. 산행거리 : 올해 누적 산행 거리 (1,254.34km)

 

지 명

거 리

도착시간

소요시간

비고

송 치

 

17:28

 

 

농 암 산

3.7(km)

18:43

75(분)

 

갈 매 봉

3.7

19:53

68

 

갓꼬리봉

3.3

20:56

63

 

월 출 봉

6.8

23:37

161

 

형 제 봉

3.1

00:51

74

 

도 솔 봉

3.1

02:17

86

 

따 리 봉

2.2

03:55

98

25분 휴식

한 재

1.2

05:14

79

50분 취침

백 운 산

2.7

06:56

102

15분 휴식

매 봉

3.8

09:18

142

60분 취침

갈 미 봉

4.9

11:32

134

54분 휴식

쫓 비 산

2.8

12:38

106

 

토 끼 재

2.7

13:27

49

 

44.0km

19:59

16:25

실 운행시간

 

 

산행 기록

 

 

 

지도 #1 

17:16

저를 송치재(치와 재는 어의 반복이지만 정류장 이름은 고유명사화 되어 있으니 이번은 그렇게 사용합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놓은 버스는 구례방향으로 가기 위하여 터널 속으로 몸을 감춥니다. 

지나 가는 승용차에서 산행 준비를 하는 저를 흘낏 쳐다보는 감을 느낄 수 있군요.

버스에서 내리게 되면 좌측으로도 송치로 올라가는 포장도로가 보이지만 바로 위에 그 도로의 가로등이 보이는 데 굳이 멀리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더욱이 터널 우측의 '월등' 안내판뒤로 희미하게나마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보입니다. 

 

17:21

행장을 갖추고 오릅니다.

이내 잡목사이로 좌측으로 올라가는 흔적이 보이고 치고 올라가니,

17:26

약 5분만에 무슨 밭과 만납니다. 

줄을 조심스럽게 넘어 나가니 예전 17번 구도로가 보이고, 

17:28

그러고는 연수원건물이 있는 마루금 상의 송치(松峙)입니다.

바로 우측으로 틀어 호남정맥 19구간 산행을 시작합니다. 

우측으로 도로가 보이고 그 도로에서 빠져나가 송치로 올라오는 구도로의 모습도 보입니다.

한참이나 돌아 올라올 것 같은 그 도로를 따라 걸었다가는 몇 십분 손해 봤을 것 같군요.

17:34

포장 임도를 버리고 우측으로 들어가니 헬기장을 만나고, 

 묘지 뒤로는 오늘 진행할 정맥 마루금이 보입니다.

 다시 임도를 만나 산길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두어 번 반목하니, 

17:49

폐가옥 앞으로 나오게 됩니다.

오늘 낮에 이 구간을 땜빵 진행한 고대장님과 통화를 합니다.

고대장님은 지금 막 산행을 마치셨다 하는군요.

내려가는 길에 떡과 500mi 물 한 통을 성불사 갈림길 이정표 뒤에 놓고 가셨다고 하면서 저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물어보시는군요.

저는 죄송스럽기도 해서 그냥 '물 한 통만 더'라고 부탁하고 내일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산행에 다시 임합니다.

뒤를 돌아보니 가운데 바랑산의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군요.

홀대모의 바랑산 형님은 오늘 어느 산에 들으셨을라나?

손주 녀석 재롱이나 보고 계실런가? 

그런데 송치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거의 태풍 수준의 바람으로 해풍도 아니고 내륙에서 바닷가 쪽으로 불어오는군요.

18:10

사위가 어둘워질 무렵 병풍산(499.8m)삼거리에 도착합니다.

등로가 널널하니 힘은 별로 드는 것 같지 않습니다. 

18:43

이러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벌써 농암산이로군요.  

 4등급삼각점(구례464, 전라남도 순천시 황전면 죽청리산16)도 확인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삼각점임에도 보관상태가 아주 양호하군요.

자, 다시 이널널한 등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밤나무 단지를 지나는데 이곳도 금북정매의 여느 지역과 같이 밤을 줍지 않아 길 바닥에는 썩어가고 있는 밤들이 너절합니다.

그런데 멧선생은 이런 걸 양식으로 이용하지 않나요? 

18:54

장사굴재를 지나는데 우측으로는 농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사람 손길이 닿은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 같고... 

그 농장을 지나자마자 편백나무 숲으로 둘어서게 됩니다.

숨을 명치 끝까지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진행합니다.  

19:09

죽정치를 지나는데 이곳이 옛 죽정치라는 표시 대신에 이런 격려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 죽정치는 예전에 황전면 죽청리와 서면 구만리를 이어주는 길이었으나 지금은 등로로도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9:27

477봉에 올라, 

 좀 가파른 곳을 로프를 잡고 진행을 하니,

 

19:38

등산지도 상의 죽정치에 도착합니다.

이 길이나 아까 옛 죽정치 고개나 다 서면과 황전면을 이어주는 고개임에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도 #2

19:39

정수장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미사치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19:53

그러면 바로 갈매봉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4등급삼각점(구례468, 순천시 서면 운평리 산60)도 보고,

다시 평이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덩달이 선배님의 멘토(?)이신 밤도깨비님께 알현드리고,

20:19

수리봉 갈림길에서 좌틀하여 갓꼬리봉으로 진행되는 마당재입니다.

20:41

536봉의 헬기방을 지나자마자,

암릉구간이 시작되고 아쉽게도 멋진 조망을 야간이기에 놓칩니다.

그런데 오늘 바람의 세기가 보통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그 암릉구간을 지납니다.

20:49

나무 계단을 오늘은 처음 만납니다.

20:56

계단을 올라 우에서 좌로 돌아가니 산불감시초소와,

이정표가 있는 갓꼬리 봉입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하여 춥기도 하여 우측으로 빠져 바로 진행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갓꼬리봉에 있는 3등급삼각점(구례313)도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칩니다.

이제 도엽명도 바뀌어 구례에서 하동으로 넘어갑니다.

21:20 

705봉을 지나고,

바위구간을 지나니,

21:32

신선바위가 있다는 곳인데 야간이라 찾아보기도 어려워 그냥 진행합니다.

이 봉에서 죄로 급틀하면,

미끄러울 정도로 된비알이 시작되고 여기서 오늘 250m 정도에서 시작하여 700고지까지 올려 놓은 고도를 한방에 까먹을 정도로 떨어집니다.

나무 계단도 눈물을 머금고 내려가니,

21:45

미사치입니다.

미사치에는 운동기구며 의자 등 각종 편의 시설이 그 좁은 공간에 가득 차 있습니다.

21:53

바로 치고 올라가니 송전철탑이 나오고,

22:28

어둠 속에 보이는 안내 팻말은 새롭게 설치한 듯한 거로군요.

바로 뒤에 있는 이정표를 따릅니다.

22:42

그러면 바로 여수지맥 갈림길이 나오고,

여지없이 안내판이 여수지맥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여수지맥을 봅니다.

이 여수지맥에서 처음 만나는 고개가 안치라고 하여 이 봉우리를 안치봉이라고 하자는 견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공인된 이름이 아닌만큼 그냥 여수지맥 삼거리로 부릅니다. 

이제 여기서 순천시 서면을 떠나 광양시 봉강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이제부터는 광양시와 순천시의 시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여수지맥은 호남정맥 깃대봉 부근 분기봉(안치봉)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계족산(729m), 봉화산(311m), 옥녀봉(120.9m), 검단산성, 앵무산, 국사봉, 수암봉(372m), 황새봉, 비봉산, 안심산, 안양산(347.8), 고봉산을 거쳐 힛도까지 이어지는 거리 약 82Km의 지맥입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지맥임에도 지명이름을 붙여 지맥이름이 되었군요.

원래 지맥 이름은 그 지맥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름 혹은 가장 회자되는 산 이름 중에서 붙이기로 약속이 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계족지맥이라고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궁금하여 실례를 무릅쓰고 박성태 선생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여수지맥의 여수는 여수라는 시의 지명이 아니고 여수반도라는 지역을 지나는 줄기라는 답입니다.

"아! 그래서 고흥지맥, 변산지맥, 화원지맥...."

"예. 그렇습니다."

의문의 여지가 없어집니다.

여수지맥은 여수시 부근을 지나는 지맥이 아니라 여수반도를 관통하는 지맥이기 때문에 그렇게 붙였고 현재 그렇게 불린다는 말씀이십니다.

나중에 산줄기 이름이 재정비 될 때 어떤이름으로 될 지도 궁금하군요.

22:53

여수지맥 삼거리에서 좌틀하니 바로 깃대봉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삼대 산이름 중의 하나인 깃대봉.

물론 일제의 잔재이긴 하지만 어쨌든 예전 측량을 할 때 꽂아놨던 깃대가 있던 봉우리라는 이름은 어쩔 수 없이 굳어진 것이니 그런 정도로 이해합니다.

2등급 삼각점(광양24, 광양시 봉강면 신용리 산1)도 확인합니다.

정상 팻말도 보고,

23:05

833봉을 지납니다.

지금쯤이면 서울에서 그린산악회 대원들을 태운 버스도 이곳을 향해 출발했을 시간이군요.

23:27

임도를 만납니다.

바로 우측으로 표지띠가 있어 그 표지띠를 따라 숲으로 올라서니,

23:32

또 임도 하나가 더 나옵니다.

임도 바로 우측으로 표지띠가 달려 있어 그 표지띠를 따라 임도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상대로 좌측으로 표지띠가 날려 그 쪽으로 진행을 하니,

23:35

이런 구조물이 나오고 직진을 하니,

23:37

월출봉입니다.

이제부터 마루금은 순천시를 버리고 구례군을 만나 구례군과 광양시의 시계를 따라 진행하게 되는군요.

지도는 여기서 우틀하게 되었는데 우측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 이 월출봉 오르기 전 바로 좌측으로 길이 하나 보이고 표지띠도 보입니다.

별 생각없이 그 길로 쑥 들어섭니다.

내리막을 따라 진행하니 임도가 하나 나오고 그러니 이게 아까 그 두 번째 임도라 이해하고...

다시 내려서니 또 임도가 나옵니다.

그 임도에는 많은 표지띠들이 날리고 있고...

순간 이 입구가 아까 제가 나온 그 출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gps를 확인하여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까 바로 그곳으로 다시 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합니다.

분명 지도에는 월출봉 정상에서 우틀하게 되어 있는데 바꿔 생각하면 그 월출봉은 좌측에서 우측으로 올라가야 했어야 했다는 결론이 됩니다.

다시 치고 올라갑니다.

두 번째 임도에서 아까 내려온 곳을 확인해 보니 역시 두 번째 임도 출구 좌측입니다.

그러면 다시 아까 올라갔던 임도를 거슬러 우측으로 올라가니,

23:50

아까 좌틀했던 곳을 지나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들머리가 보입니다.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야간산행에서 알바란 바로 그 줄기를 그날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어디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더군다나 정맥길에서의 알바란 치명적입니다.

23:54

적이 안심시켜주는 이정표도 만나고....

00:46

그런데 형제봉 못미처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삼각점.

4등급 삼각점(광양426,  광양시 봉암면 회룡리)을 확인하고,

바로 이정표도 확인합니다.

00:51

그러고는 형제봉 주봉에 있는 정상석도 봅니다.

바람이 몹시 드세 정상에 서 있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설치 중인 철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인부들의 장비들도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1인용 텐트에는 인부 한 분이 주무시는지 텐트 한 동이 설치되어 있군요.

설치 중인 시설물들.

01:01

새재입니다.

여기서 지난 번 그린산악회 대원들은 19구간 하나를 정리하고 성불사 방향으로 하산하였군요.

이따 20구간 진행을 위하여 이리로 올라올 것이고...

고대장님이 아까 놓고 내려가신 떡과 물 한 통이 이정목 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느라 수고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고대장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회 있을 때 종종 부탁드립니다.

이곳까지 21km를 7시간 33분 정도가 걸렸으니 상당히 먼 거리를 제대로 오긴 왔군요.

강한 바람 때문에 빨리 자리를 뜹니다.

신설 중인 계단을 지나고,

01:23

등주리봉에서 다시 성불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납니다.

여기서 좌틀하면 속초봉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다시 내려갔다 오르기를 수 차례,

01:51

그런데 갑자기 제가 놀랐습니다.

발을 내디디다가 뭔가 아래에 있는 것 같아 발을 잽싸게 멈추고 뒷걸음질 하여 보니 고내리 대장님과 먼친척뻘인 '슴도치'입니다.

제가 온다는 것을 알고 인사하러 나온 것인지...

고씨 성 가지신 분들은 예의범절이 뛰어나시군요.

물론 고대장님의 고내리가 본명이 아니신 것은 분명히 알지만...

사진 촬영을 마치자 녀석은 슬금슬금 숲으로 들어갑니다.

"네 초상권을 침해 한 것은 아니지!"

녀석과의 깜짝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산행을 진행합니다.

02:17

도솔봉에서 강한 바람을 맞고 자리를 뜨는데 전화가 옵니다.

고대장님이 기상을 하여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저의 위치를 확인하는군요.

나는 예정대로 따리봉 부근에서 자고 있을테니 오면서 깨워라.

조심해서 산행 하시라.

어서 올라 오시라.....

따리봉까지 1시간이면 갈텐데 대원들의 도착 시간은?

막걸리 한 통 마시고 자고 있으면 오겠지.

02:35

이제부터는 정말이지 천천히 천천히 진행합니다.

3시간 정도는 족히 될 대원들과의 간격을 맞추려면 가능한한 천천히 천천히....

02:46

참새미재 옆의 헬기장입니다.

바람만 없다면 좋은 잠자리가 될 텐데....

계단이 좀 넓다면 아니 조금 여유로운 틈만 있다면 바람이 별로 없으니 여기가 더 좋은 잠자리일텐데...

잠 잘 궁리와 적당한 자리가 없을까 하는 생각만 갖습니다.

03:18

그러다가 큰 바위 옆에 바람이 한 점도 없는 기가막힌 장소를 만납니다.

여기서 잠을 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따리봉에 가보았자 제가 계획했던 데크는 전망대여서 바람 때문에 자기는 어려울 것이고...

일단 앉아서 떡을 꺼내 씹고는 막걸리 뚜껑을 땁니다.

막걸리 두 모금을 넘기고 떡을 먹자니 아무래도 이런 노천에서 비닐을 깔고 여름 솜침낭에 몸을 누이기에는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길 바닥에 비닐을 깔고 몸을 집어 넣어봤지만 영 불편하기만 합니다.

25분 정도 꼼지작 거리다 그냥 일어납니다.

그러고는 바람때문에 막걸리가 주는 폐해를 생각하여 과감하게 쏟아버립니다.

03:55

자리를 털고 조금 오르막능 오르니 이내 제가 자기로 예정했던 따리봉입니다.

정상석도 확인하고,

한재에 가서 잘까?

길이 거의 막혀 있는 밥봉 삼거리도 잽싸게 확인만 하고 직진을 하니 나무계단을 만나고 조심스럽게  그 나무 계단을 내려가는데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내려가야 할 정도로 강한 바람을 느낍니다,

04:15

한재를 400m 정도 남겨둔 지점에서 통나무를 깎아 만든 나무의자가 두 개 있는 지점에 도착합니다.

고대장님에게 전화를 날립니다.

이제 도솔봉 통과라고 합니다.

그러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오라하고 여기서 잠을 자기로 합니다.

내의 상의를 꺼내입고 멀티프를 눈까지 올리고 목에는 멀티프 위로 수건을 말고 장갑은 그대로 끼고 신발은 신은 채..... 

05:05

바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선잠에서 깹니다.

도저히 추워서 잠을 더 이상 자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온 몸은 눅눅하기만 하고...

짐을 정리하고 또 걷습니다.

05:14

아까와 똑 같은 의자들이 너덧 개 있고 이정표가 있으며,

안내판까지 설치된 한재입니다.

언제나 대원들이 쫓아올까 천천히 천천히 마냥 하릴없는 사람같이 걷습니다.

오르면서 생각합니다.

아니 여기가 명색이 서울농대 시험장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나무 뿌리들이 드러날 정도로 토사가 유실되게 관리를 하였는가 라는 생각도 하면서 ...

도대체 언제나 산맥이라는 이름들을 없애고 우리의 이름과 실상인 산줄기 이름들로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과...

산맥이름이 존치된 지리 교과서는 교학사 국사 교과서와 마찬가지 성격의 교과서 아닌가 하는 생각....

05:54

서서이 날은 밝아오면서 이 이정목은 매 300m마다 설치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올라면 아직 멀었음을 잘 알면서도  "아니 이 사람들은 오는거야 안 오는거야"라는 푸념까지 합니다.

이제 랜턴을 끄고 육안으로 산행을 합니다.

집채보다 더큰 바위들이 즐비한 지역을 지나기 시작합니다.

이제 한국의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이고 호남정맥에서는 최고봉이며 산경표상 호남정맥의 끝인 백운산은 이런 악산(岳山)의 모습으로 자기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어둡지만....

잠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따리봉에서 내려오는 대원들의 흔적을 발견하느라 나름대로 악을 써봅니다.

도솔봉에서 뻗어나가는 여수지맥 줄기도 어둠속에서 감상해보고....

왼쪽으로는 다도해라는 이름에 걸맞는 순천만의 섬들도 보고...

음...

신선대 좌측으로 드디어 붉은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저걸 보기 위하여 온 것은 아니지만 야간산행에서의 일출은 하나의 보너스입니다.

06:27

드디어 떠 오르기 시작합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야구장이 그리워집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아주 멋진 야간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더군요.

13회말까지 가는 혼전 끝에 사랑하는 아니 이번만 사랑하는 팀이 넥센을 이겨버렸구요.

마지막으로 몰린 게임에서 이겼으니 오늘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오늘 낮에도 멋진 게임을 하여 이겼으니 이제 게임 스코어 2:2.

월요일 게임도 무승부로 한 게임 더 하여 KBO 수입을 확 올려줘 버려?-

신선대 삼거리에서 좌틀하여 신선대에서 보는 가을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시간이 널널한데 뭐 합니까.

눈요기나 하지....

06:29

신선대의 바람이 너무 세니 발을 디딜 때마다 주의합니다.

아!

그런데 이게 뭡니까.

가을이 오고 있다는 단풍의 느낌보다는 제게는 그 단풍 뒤에 펼쳐지는 지리(智異)의 장쾌한 주릉이 더 멋지게 다가옵니다.

왼쪽으로 노고단이 보이니 그 우측의 둥그런 것이 반야봉, 날라리봉, 토끼봉....

좌측으로는 따리봉....

06:38

다시 내려와 백운산으로 향합니다.

06:54

백운산을 오르면서 바로 아래의 바위지대에서 오던 마루금을 되돌아 봅니다.

도솔봉이니 따름봉이니 그리고 신선대의 멋진 바위지대도 봅니다.

그러고는 신선대에서 보았을 때 뿔이 두 개 난 것 처럼 보이던 백운산 정상으로 로프를 잡고 오릅니다.

06:56

그러니까 오늘 송치부터 거의 1,000m 정도를 더 올라왔으니 높은 산이 그리 흔치 않은 남한에서는 많이도 올라온 느낌입니다.

정상석도 아주 멋있고...

특이한 점은 峰이 아니고 峯으로 표기 되어 있는데 일설에 의하면 峯은 峰중에서 뾰족하여 올라가기 힘든 곳을 말한다고 하긴 하는데 그런 것 까지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음...

이 줄기가 백운산에서 억불산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억불지맥이군요.

멋진 우리의 줄기입니다.

세력은 억불지맥이 앞으로의 정맥보다 더 멋있고 힘이 넘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실 상의 호남정맥은 여기서 끝입니다.

즉 신경준 선생님의 산경표에 나오는 호남정맥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산경표의 주제는 산자분수령이고 그 줄기의 끝은 10대 강이나 바다인 만큼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는 여기서 바다나 10대 강을 향하여 더 진행해야 합니다.

07:05

그 줄기는 우측으로 이어집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산경표으 호남정맥이 아닌 신산경표상의 호남정맥을 진행합니다.

정상에서 즉 산경표의 끝 백운산에서 10분 정도 주위를 즐깁니다.

하지만 즐기는 즐거움과는 달리 대원들을 하염없이 살펴보지만 제대로 보일 리 만무입니다.

그렇다고 거센 바람이 부는데 마냥 앉아 있을 수만도 없고...

전화는 해도 받지도 않고....

할 수 없이 또 천천히 가기로 마음에 마음을 다지면서 우측 밧줄을 잡고 내려갑니다.

내려오자마자 만나는 이정목이 직진하면 억불지맥, 정맥 마루금은 좌틀하라고 일러주는군요. 

호남정맥 백운산에서 분기하여 광양동천과 수어천을 가르며 남쪽으로 갈라지는 산줄기다.

억불봉(億佛峰,1008),  국사봉(國師峰, 531.2 ), 가야산(伽倻山,496.9) 그 주요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약 30.5km의 줄기이다.

새벽 일찍부터 서두른다면 한 방에 가능할만한 거리이고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그렇게 진행하신 분들고 계시는군요..

07:14

좌틀하여 진행을 하니 아까와는 달리 초입은 정맥길임에도 길은 희미해집니다.

천천히 천천히라는 말을 되뇌이며 진행을 합니다.

07:39

송어양식장이 있는 어치리 내회마을로 떨어지는 삼거리입니다.

직진을 하고,

07:43

1016봉의 묵은 헬기장을 지납니다.

지금 저는 대원들도 기다릴 겸 잠잘 곳만 찾고 있는 상황인데 어디 나무 의자 하나 시설해 놓은 곳이 없군요. 

배는 고파 오는데 물이 없으니 가지고 있는 떡이나 빵도 무용지물입니다.

07:46

그냥 무턱대고 오늘 구간 중의 마지막인 토끼재까지 가려고 하여도 물 뿐만 아니라 버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도 아니니....

08:00

어디 적당한 곳에서 잠을 자고 있으면 대원들이 오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필시 그들도 백운산 부근 어디선가 아침밥을 먹고 출발할 것이니 아무리 천천히 걸어가고 그들이 빠른 발로 쫓아 온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예상보다 더 걸릴 것이고...

한 곳이 보입니다.

바닥에 잔돌이 좀 많아 습기가 올라오지 않고 바람도 거의 잦아들어 좀 춥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쌍한 노숙자가 되어 등로 위에 비닐을 깔고 침낭을 깐 다음 멀티프를 눈까지 끌어올린 다음 신발을 벗고 수건으로 목을 감은 다음 여름 침낭 안으로 들어가서 지퍼를 끌어올립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을 자는 것인지 꿈을 꾸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문세의 ‘뷹은 노을’이 들립니다.

누가 틀어 놓은 음악인지 아니면 잠실구장에서 이진영이 타석에 들어섰는지 헷갈리려 하는데 "아차 전화구나." 하는 생각이 비몽사몽간에도 들어 전화를 받으니 평창의 산꾼 박수정님이십니다.

지리산 입산 시간에 대하여 묻고 산 얘기하고...

정확하게 1시간을 잤군요.

몸이 눅눅합니다.

야간산행에 비박까지....

이래저래 오늘 두 시간이나 잠을 잤으니 헛시간만 보낸 게 아닙니다.

다시 일어나서 짐정리를 하고 터벅터벅 걷습니다.

패잔병이 다음 집결지로 향하는 것 처럼...

09:18

폐헬기장을 지나니,

바로 매봉입니다.

헬기장이 있는 이 매봉의 헬기장 표식 위에 눅눅해진 침낭을 널어놓고 따뜻한 햇볕을 쬐며 탄소동화작용을 합니다.

 

 

지도 #3

4등급 삼각점(하동 421, 광양시 진상면 어치리)도 확인하며 혼자 놀고 있는 수밖에...

그렇게 24분 정도 놀고 있는데 부지런히 달려오셨다는 송산님을 만납니다.

우선 물부터 먹고는 가지고 있던 빵을 하나 먹으면서 겨우 허기와 갈증을 달랩니다.

고마운 송산님.

한 20여 분 노닥거리다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09:48

항동마을로 진행하는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정맥길을 이어갑니다.

10:10

뒤늦게 따라오는 인연님을 만나 쑥물과 사과 하나를 얻어 먹고 10분 정도 지체하다 도암님이 지나는 것을 보고 뒤를 따릅니다.

10:41

3등급 삼각점(하동 305, 광양시 다압면 고사리 산340)이 있는,

512.3봉을 지나는데 이제는 대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선경에서 속세로 환속한 느낌이 드는군요.

10:46

천황재를 지날즈음에는 여성대원들도 속속 합류합니다.

대단한 기량의 홍원님과 아끼라님도 만나고...

이제부터는 저도 슬슬 속력을 내기로 합니다.

11:07

395봉 바로 아래에 있는 옛길을 지나,

11:20

게밭골도 지납니다.

11:47

360m 까지 떨어진 고도를 513m 까지 끌어올리려니 상당한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제 배도 채웠겠다 물도 충분하겠다 거침없이 치고 올라갑니다.

오랜만에 땀도 흘리고...

이제서야 다시 산에 온 기분이 납니다.

11:32

이제 갈미봉이고 여기서는 우틀합니다.

11:49

갈미봉을 지나 바위 구간으로 올라 좌틀하니 아주 멋진 조망터가 나오는군요.

지금까지 내려온 백운산에서의 줄기가 멋들어지게 보이고,

우측으로는 가운데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입니다.

왼쪽에 있는 건 영신봉 같기도 하고....

횡재를 한 느낌입니다.

그 우측으로는 낙남정맥의 줄기도 보이고....

12:38

그러고는 쫓비산입니다.

1등급 삼각점 만큼이니 만큼 그 규모도 다른 것과 다릅니다.

1등급삼각점(하동 14, 광양시 진상면 황죽리 산32)을 봅니다

선생님 산패 및에 오랜만에 보는 대구 김문암님의 그것입니다.

잘 계시죠.

전국의 정상석 없는 산에 하나하나 저렇게 정성드려 산패를 만들어 붙이는 작업을 외롭게 해 주시고 계십니다.

12:54

이제 마무리만 남았는데 사실 오늘 산행을 할 때부터 통증을 느끼던 오른발 둘째 발가락 등이 이제는 통증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자니 "그래서 무리한 산행을 하지 말라니까요."라는 쪽팔린 얘기는 듣기 싫어 혼자 속앓이만 하며 진행합니다.

좌측으로는 임도가 보이기 시작하고 물도 보입니다.

13:24

중간에 얻어먹기도 많이 했고 말장난도 많이 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갑자기 앞이 탁 트이고 정면으로 제법 높은 녀석이 자기 위세를 과시합니다.

우측으로는 수어저수지가 보이고,

좌측으로는 섬진강도 보입니다.

섬진간 하면 떠오르는게 재첩국인데....

마침 오늘 뒷풀이 메뉴가 재첩국이라고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13:27

산에서 비박하기도 오랜만이고 뒤에 오는 분들 기다리느라 억지로 천천히 걷기도 실로 오랜만입니다.

마무리하면서 저 철문을 넘어 먼저 온 대원들과 함께 간단하게 맥주를 그것도 시원한 게 아닌 즉 냉동 내지는 완전하게 냉장된 게 아닌 조금은 미적근한 맥주를 마십니다.

상당히 맛있군요.

어렵게 강요합니다.

"미지근한 맥주가 찬 맥주보다 훨씬 맛있네.."

"정말 그렇네요."

재첩국보다 아니 이렇게 미지근한 맥주 아니면 시원한 맥주에 더한 소맥보다 더 맛있는 건 역시 알아주고 추겨줄 즐 아는 동료애 내지는 동지애입니다.

산행을 홀로한다는 것은 나아가 그 산행이 야간 산행을 고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 택하여야만 하는 것은 부득이 하고 참으로 외롭고 냉정한 판의 소산물입니다. 

이제 호남정맥 마지막 구간을 남겨 놓고-땜빵 세 구간을 남겨 놓았지만- 산악회와의 동참을 별로 하지 않은 제가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은 정맥 진행 구간 중 대원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항상 혼자이어야만 하는 저를 산줄기를 조금 더 잘 안다고, 조금 더 잘 걷고 잘 쓸 줄 안다는 것 때문도 아니면서 항상 저에 대한 배려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집행부와 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드려야만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큽니다.

다음 구간을 마지막으로 호남정맥에서의 인연은 마쳐지더라도 산꾼들의 산행은 어디서나 계속될 것이기에 우리는 찬 맥주보다는 미지근한 맥주, 오리지널 소주나 오리지널 맥주보다는 소맥이 라고 하는 잡탕물로 섞어 마시는데 이제는 더 친숙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얽히고설킨 산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