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그러니까 2015. 11. 7. 토요일은 비가 많이도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배낭을 챙기고 있는 저에게 노모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애비야 비가 저렇게 오고 있는데 산에는 왜 가냐. 그러다가....."
"예. 알겠습니다."하고는 두 말 않고 배낭을 산행 창고에 넣어둡니다.
착하고 효심이 극심해서가 아니고 긴말해봤자 별무소용이기 때문입니다.
아깝게 놓친 구암지맥 1구간 산행.
어떻게 땜빵을 할까 하는 게 걱정거리로 다가옵니다.
그러고는 2주 후.
구암지맥을 마치는 2구간은 35km가 넘는 긴 구간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또 비소식입니다.
가물은 땅에 비소식은 두 팔을 벌려 환영을 해야 하건만 산행을 하는 저로서는 그게 반가울 리만은 없습니다.
조용히 설득을 하지만 일기예보를 들이대시는 노모에게 저는 시간 예보를 제시하며 06:00 이후에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며 낙동정맥 이동(以東)과 이서(以西)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하며 산줄기 원리까지 동원하여 설득을 합니다.
2015. 11. 21. 22:00
죽전으로 나갑니다.
나들이 차량이 몰리면서 서울톨게이트까지 상당히 밀린다고 하는군요.
22:40이 넘어서 버스가 도착합니다.
김양호님, 사르리님과 함께 추운데서 상당 시간을 떨 수 밖에....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02:00까지 푹 잡니다.
그래봤자 2시간 정도....
사실은 숙면을 취했기 때문이 아니라 버스가 굴곡이 심한 도로를 운행하느라 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딱 맞는 Hollies노래의 한 대목.
The road is long with many a winding turns.
That leads us to who knows where, who knows where?
산 행 개 요
1. 산행일시 : 2015. 11. 22. 일요일
2. 동행한 이 : 백두사랑산악회
3. 산행 구간 : 구암지맥 2구간(솔치재~노래산~아홉사리재~양곡재~약산~합수점)
4. 산행거리 : 36.20km (올해 누적 산행거리 : 946.87km)
구 간 |
거 리 |
출발시간 |
소요시간 |
비 고 |
솔 치 재 |
|
02:40 |
|
|
노 래 산 |
7.09km |
04:50 |
130 |
|
아홉사리재 |
2.13 |
05:25 |
35 |
|
배방리갈림 |
5.03 |
06:51 |
86 |
|
양 곡 재 |
5.42 |
08:53 |
122 |
35분 아침 |
천지암도로 |
3.40 |
10:02 |
69 |
10분 휴식 |
약 산 |
4.03 |
11:45 |
103 |
|
382봉 |
3.46 |
13:10 |
85 |
20분 휴식 |
합 수 점 |
5.64 |
15:06 |
114 |
|
계 |
36.2km |
12:26 |
11:21 |
실 소요시간 |
산 행 기 록
지도 #1
어쨌든 오늘 구암지맥 2구간의 들머리인 솔치재에 도착합니다.
무엇보다 신경을 썼던 것이 '비' 문제였었는데 다행히도 버스 앞창에는 물기가 없이 말짱한 상태 그대로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도로 사정을 보니 흠뻑 젖어 있는 것이 얼마 전에 상당한 양의 비가 내리고는 이제는 그친 상황임을 대변해 줍니다.
솔치재에는 농기구용 차량에나 쓰일 법한 커다란 타이어와,
우측 그러니까 저희가 진행할 방향으로 고산농장 간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개인 홈페이지까지 가지고 있는 농장인 걸 보면 좀 깨인 분이 운영하는 곳인 거 같습니다.
"홈페이지 따위가 없으면 미개한 사람이 운영하는 거냐?"는 반문이 있을 것도 같지만 다른 분에 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운영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죠....
기념 촬영을 마치고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 구간의 시작은 청송군 파천면과 안덕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됩니다.
우측 고산농장으로 진입합니다.
포장이 되어 있는 도로입니다.
아직 비가 완전히 개이지 않아서인지 대기 중에는 수분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것이 사진으로도 감지가 되는군요.
농장 지킴이가 갑작스럽게 출현한 한 떼의 군상들에 놀라 눈만 번쩍이며 짖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 녀석의 근수로 보아 내년을 넘기기는 그리 쉬워보이지도 않고.....
어쨌든 이 고산농장의 주 재배종목은 사과인 거 같습니다.
그 사과농장의 경계를 따라 우틀합니다.
사과농장의 우측에서 올라오는 도로와 만나는 곳에,
삼각점이 있습니다.
지도 #1 '가'의 곳에 위치한 것인데 지적삼각보조점으로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기준점 조서에는 나오지 않는 삼각점입니다.
539.4봉에서 우틀하여,
지도 #1의 '나'의 곳에 위치한 624봉까지 고도를 높입니다.
우틀하고,
지도 #2
지도 #2의 '다'의 곳에 이르러 크게 좌틀하면서 준희 선생님을 뵙습니다.
선생님께 산행 신고를 드리면서 오늘 안전 산행에 도움을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직진하는 길이 워낙 좋은 곳이니 주의를 요하는 곳입니다.
좌틀하여 잠시 내리막 길을 걷다가,
660.8봉에 오릅니다.
2013년 판 이전 지도에는 이곳이 656m로 표기 되었었음을 선생님의 산패로 확인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박혀 있는 삼각점 역시 국가기준점 조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지적삼각점에 불과한 삼각점입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삼각점을 포함하여 무려 10개가 넘는 삼각점을 확인할 수 있는 오늘 구간이라고 하니....
산행 시작 한 시간만에 벌써 두 개의 삼각점을 보았을 정도입니다.
좌측으로 불빛이 보입니다.
가로등같이 즐비하게 서 있는 걸 보니 이름도 재미 있는 청송 노래호를 상부댐으로 하는 청송양수댐인 거 같습니다.
그 사이 마루금은 도로로 떨어집니다.
노래목이라는 곳 같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상부댐 진입로.
전력 사용량이 적은 심야시간대에 하부저수지의 물을 이 상부저수지로 끌어올렸다가 수요가 많은 낮시간대에 하부저수지로 떨어뜨려 그 위치에너지를 전력에너지로 바꾸는 시스템이 양수발전소.
2006년도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둘러도(?)보고...
주왕산도 관측(?)합니다.
사택 우측 정자도 둘러보고,
솔길 안내판도 보고는,
안내판의 '아홉사리재' 방향을 따릅니다.
철조망 입구를 통하여 들어가면,
693.3봉에 있는 산불감시카메라 앞 벤취 옆에 또 삼각점이 나타납니다.
오늘 세 번째 삼각점.
하지만 이 역시 지적 삼각점.
그 카메라를 지나,
692.8봉 사면을 지나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1등급 대삼각점이 있으며 이름도 재미 있는 노래산에 가서 노래나 한 곡조 부르겠다며 다들 좌틀하여 노래산을 향합니다.
사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이 갈림길에서 살짝 우틀하는 마루금을 이 어둠속에서 식별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대원은 일부러 또 어떤 대원은 휩쓸려서 또 다른 대원은 멋모르고 앞만 보고 가다가 갑자기 고도가 높아지면서 자신이 마루금에서 벗어나 노래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대원들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노래산 정상에 발을 딛게 되는군요.
선생님의 산패 앞에서 기념 촬영들을 하면서 서로들 그런 취지의 말들을 하면서 웃습니다.
거 보세요.
덕분에 1등급 대삼각점(청송11)까지 보게되지 않습니까.
잘 계시지요.
지금은 몇 봉이나 오르셨을라나....
다시 되돌아나와 노래산으로 진행하는 갈림길에 다다릅니다.
여기서 노래산까지 650m 정도가 되니 왕복 1.3km에 소요시간은 20여 분 정도에 불과하니까 결코 아까운 시간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이제 시작이어서 체력은 막강들 하시니까....
잠시 희미한 길을 지나 임도로 떨어집니다.
구두재입니다.
안개로 인하여 랜턴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더군요.
임도 옆 절개지는 바위로 축대를 쌓아놓은 것 같이 보이고....
그러고는 아홉사리재(지도 #2의 '라'의 곳)입니다.
여기서 청송군 파천면과 헤어지고 안동시 길안면을 만나면서 안동시 길안면과 청송군 안덕면의 시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지도 #3
지도 #3의 '마'의 곳에 이르러 우틀을 하면서 이제부터는 청송군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안동시 길안면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도 #3의 '바'의 곳도 주의를 요하는 곳입니다.
직진하는 길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우틀하고,
540.1봉에서는 좌틀합니다.
그러면 540.2봉에서 4등급삼각점(길안432)를 확인합니다.
오늘 5번 째 삼각점.
여지없이 선생님의 산패가 걸려 있고....
그런데 선생님의 산패가 떨어져 있는 걸 누군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나뭇가지에 잘 끼어 넣었는데 오물로 인해 약간 더러워져 있군요.
장비가 없어 보수는 하지 못하고 그냥 깨끗하게 휴지로 닦은 다음 다시 끼어 넣습니다.
그러고는 지도 #3의 '사'의 곳에서 임도를 만납니다.
산꾼들 사이에서는 '땅굴'이라고 불리우는 곳을 지나고,
좌측으로는 사과과수원 그리고 우측 농가창고 앞에는 가득 쌓여 있는 수거용 박스를 봅니다
임도 우측으로는 그물망이 출입을 막고 있고 좌측으로도 과수원 펜스가 쳐져 있습니다.
임도를 따라 편하게 진행합니다.
이정표로 등산객들이 혹시나 과수원에 출입하는 걸 막고....
지도 #4
과수원 쪽으로는 이렇게 팬스까지 쳐져 있습니다.
이정표를 따르고...
그러다 보니 511.5봉은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 봉에 박혀 있는 4등급삼각점(길안423)은 확인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6번째 삼각점은 그냥 통과.
날이 밝아옵니다.
정면 좌측으로 계명산 줄기를 봅니다.
골안개가 피어오르는군요.
날이 밝았고 배도 고프니 임도를 따라 걷다가 아침상을 폅니다.
막걸리도 한 잔씩 돌리고....
35분 정도 아침을 먹고 또 지맥길을 이어갑니다.
우측은 내려온 길이고 좌측은 배방리로 빠지는 길입니다.
지맥길은 지도 #4의 '아'에 이르러 임도를 버리고 소로로 들어섭니다.
좌측은 계명산으로 가는 임도.
453.5봉은 좌측 사면으로 통과하고,
지도 #4의 '자'의 곳에서 군삼각점 같은 걸 봅니다.
도로에 있어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어쨌든 이것도 삼각점 표시가 되어 있으니 삼각점에 편입시키기로 하고 7번째 삼각점에 등록합니다.
한양조씨 묵은묘를 지나면서 좌틀합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고사목.
선생님의 격려도 받고,
아주 널널한 길을 걷습니다.
이게 과연 지맥길인가 의구심이 갈 정도입니다.
본관을 알 수 없는 김씨 묘소를 지나고,
368.5봉에서 좌틀합니다.
지도 #5
372.3봉을 사면으로 진행합니다.
사면(斜面)으로....
원래 마루금파라고 한다면 마루금에 속한 봉우리란 봉우리는 죄다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고 또 그걸 좌우명으로 삼는 분들을 일컬으며 반면 가능한 한 임도로 편하게 진행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분들을 일컫는 말이 임도파인데....
오늘 용어를 하나 정립(?)하겠습니다.
사면치기라고 있습니다.
사면(斜面)과 딱지치기나 벽치기 혹은 떡치기 등 어떤 놀이나 행위 등를 할 때 명사에 붙여 쓰는 접미사 역할을 하는 치기를 붙여 한 단어로 만든 단어인데, 마루금파와 같이 봉우리를 오른 후 정상적인 마루금을 따라 내려가는 루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면으로 진행하여 마루금을 이어가는 것이니 어찌보면 지맥을 하면서 반칙(?)을 하는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바, 체력 비축을 위해서는 상당히 효율적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정통 마루금파가 보기에는 좀 정도에서 벗어난 비파(非派)의 행동이라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분은 사면치기파를 자처하며 사면을 눈여겨보며 진행을 하시는군요.
저는요?
그냥 짬뽕입니다.
지맥 산행은 이렇게 여러가지를 보면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진행을 하니 동지애가 남다르게 두터워지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면치기파라고 해서 무조건 사면만 고집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완만하거나 오를 필요성이 있는 가령 삼각점이나 이름 있는 봉우리들은 사면으로 진행한 흔적이 있더라도 마루금을 고집합니다.
무명봉인 374봉을 오릅니다.
914번 도로가 지나는 양곡재로 떨어지기 전 우측으로 진행을 하니 좌측에서 오는 오솔길을 만납니다.
그 오솔길 즉 좌측으로 진행하면 이름도 재미 있는 봉알산으로 가는 길이니 우측으로 붙어,
도로로 떨어집니다.
휴게소가 있는 양곡재인데 식당이나 주유소는 문을 닫았고 정면으로 보이는 매점에는 간단한 매식거리 등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그 매점으로 접근하려면 개 10마리 정도의 환영을 받아야 함은 물론 달려드는 놈들과 잠깐이나마 신경전은 감수해야 합니다.
물 2리터와 캔맥주 4개를 사서는 양곡재 들머리로 와 대원들과 맥주와 물을 나눕니다.
10분 정도를 놀다가 다시 마루금으로 붙습니다.
잠시 된비알을 치고 올라 330.3봉에서 좌틀하고,
지도 #5의 '차'의 곳에서 포장 임도를 만나 우측 길을 따릅니다.
이런 루트가 지맥이라니....
하긴 그러니까 오늘 36km가 한 구간으로 가능한 것이지.....
다시 산길로 들어가도 그냥 편한 길의 연속입니다.
지도 #5의 '차'의 곳에서 멧선생 목욕탕을 만나는데 이것 일반 목욕탕이 아니라 대형사우나 정도의 크기입니다.
나무에는 녀석들의 비빈 흔적들이 선명하고....
그런데 아무래도 녀석들은 수맥을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물이 있을 리 없는 마루금에 버젓이 사우나를 차려놓고 뭇사람들에게 시위를 하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멧선생 사우나를 지나자 바로 395.8봉에 다다릅니다.
395.8봉에서 2등급삼각점(길안22)을 만나고....
그런데 이 삼각점 바로 옆에 대삼각점이라고 씌어져 있는 삼각점 말뚝 두 개를 더 확인하게 되는데....
본대장님 曰,
"삼각점 좋아하시는 현오님 하나 가져가서 집의 가보로 간직하시지요."
사실 남은 거리가 10km 정도만 되더라도 배낭에 넣고 가져갔을 것인데 아직도 가야할 거리가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러기도 하거니와 이건 국토건설부 소유의 공용물 아닌가요?
지도 #5의 '타'의 곳을 지나는데 이번에는 욕조가 두 개.
지도를 봅니다.
이번 목욕탕도 물줄기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으니 아까 말씀드린 대로 녀석들은 확실히 수맥을 꿰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명봉인 394봉에서 좌틀하는데 사실 이곳도 사면치기파(?)들 같이 위의 '타'의 곳에서 이 봉으로 오르기 전에 사면을 따라 진행하여 바로 914번 도로의 지선인 포장임도를 만나 진행할 수도 있었는데,
괜히 헉헉대며 된비알을 올라 이렇게 발광을 하는 진돗개 잡종 놈들로부터 화플이나 당하여야만 하다니....
숫놈은 가만히 있는데 암놈이 더 지랄입니다.
이 농가 창고가 있는 곳 즉 지도 #5의 '파'의 곳에서 좌틀하여,
포장임도로 떨어집니다.
엽총을 휴대한 엽사가 개쉬키 몇 마리를 차에서 실은 채로 사냥 준비를 합니다.
얼마 전에 멧선생 한 마리를 잡았다나 뭐라나....
사람 사냥하지 마시라고 우스개 소리를 전해드리고 그 분은 그분 대로 우리는 우리 대로 갈 길을 갑니다.
이렇게 좋은 길을 편하게 걷는데 이번에는 앞에서 개쉬키 세 마리와 함께 엽사 한 분이 지나갑니다.
별 수확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443.9봉을 오르면서 임하면을 만나 이제부터는 임하면과 길안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지도 #6
우틀하여 왕릉같이 생긴 묘지군을 통과하고,
조금 이따 오를 약산을 보면 걷다보니,
4등급삼각점(길안413)이 있는 392.5봉입니다.
오늘 보는 9번째 삼각점입니다.
여지없이 선생님의 산패를 확인합니다.
사실 이런 지맥 산행을 하다보면 항상 고마움을 느끼면서 언제라도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큰 절을 올리고 싶은 두 분이 계십니다.
한 분은 '준희'라는 필명을 쓰시는 이 산패의 제작자이신 최남준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은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 선생님이십니다.
두 분 모두 우리나라 산줄기 역사의 살아 있는 전설로 재삼 말씀드릴 것이 없고 특히 준희선생님이야 이렇게나마 자주 뵙고 여러가지 이유로 문안 인사도 드리고 산행도 함께 하는 기회도 얻었으니 준희선생님께는 그런 대로 인간 도리를 하고 살고 있습니다만 박성태 선생님은 좀 경우가 다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도 홀대모 모임이 있는 봄, 가을에 모인 장소를 오가는 길을 제 차로 모시면서 많은 지도롤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올 가을은 선생님 집안일로 홀대모 모임에 오시지 못하여 선생님을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제가 산줄기에 입문을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지상에서 선생님의 '신산경표'라는 책이 개정증보판으로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문외한이었던 저는 "산경표면 산경표지 또 무슨 아류의 신산경표?"
어쨌든 산과 관련한 책이기 때문에 책을 주문하자 선생님의 친필 서명과 도장까지 찍힌 그 책이 도착하였으나 책만 두껍지 도통 무슨 내용인지 왜 이런 책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 만 개의 박스로 만들어진 네 칸의 행속에 담겨져 있는 것이 어떤 내용이고 그 하나하나의 산이름과 거리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로 연결시켜주고 그 이어짐이 지도의 산줄기로 형상화 되어 머리에 서서히 스며들어가고 있으며 그것이 자연스레 산줄기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함양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산줄기를 다니는 횟수가 많아지고 책을 떠들어 보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서서히 은연 중에 깨닫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체득이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고 그렇게 선생님으로부터 지도 받은 지식은 조심스럽게 필설로 옮길 수 있게 되었고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하지만 선생님의 이론에 어긋나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전파 혹은 전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려고 노력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맥과 산줄기의 차이점.
산경표와 신산경표의 차이점.
이런 것쯤은 확실하게 구분을 하고 그것을 인식하며 산행에 임하는 게 올바른 산꾼의 자세라고 봅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저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일관성이라고.
너무 사설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지맥꾼이라면 내가 왜 이 산줄기를 가고 있으며 왜 이 산줄기가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족보는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신산경표.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고 댈 수 없었던 것을 여러가지 난관을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박성태 선생님의 역작이자 우리같은 지맥꾼들에게는 Bible과 같은 명저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부탁 올립니다.
조망이 좀 트이는 곳이 나옵니다.
우측으로 영등지맥에서 갈라진 줄기들이 보이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게 낙동정맥일텐데....
우측에 있는 높은 봉우리가 영등지맥의 아가산일테고 그 뒤 뾰족한 것이 영등산?
용계리와 오대리를 잇는 안부를 지납니다.
지도 #6의 '하'의 곳에서 이정표를 만납니다.
약산이라는 지도에 등재된 이름을 가진 산이 있어서 이런 이정표도 설치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동시에서 조금 신경을 쓴 것 같기도 하고....
무명봉인 375봉을 지나,
아까 이정표에서 보았던 '배씨묘'를 지납니다.
약산까지의 거리와 약산 우측의 삼각점봉까지의 거리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정표에서 좌틀하자 이제부터 오름이 시작되는군요.
오늘 구간의 마지막 고비입니다.
네 분이 로프를 깔고 앉아 막걸리와 소주를 나눠드시다가 우리 대원들이 올라가자 황급히 그것들을 숨깁니다.
막걸리나 한 잔 마시고 가라는 덕담을 해주리라고 기대했는데....
아마 야박한 인심이라고 보이기 보다는 그 분들은 이 부근에 그 로프로 안전 시설을 하고 있는 중인 작업 인부들이어서 근무 중에 술을 마시는 게 아무래도 금지되어 있는데 황당하게 우리들에게 현장을 들켰으니 민망한 감이 들어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약산으로의 진행은 그 분들이 설치하고 있는 로프를 따라 서쪽으로 좀 완만하게 진행을 하여야 하나 어차피 '삼각점파'라는 새로운 패거리(?)를 타의에 의해 결성된 조직의 일원으로서 지맥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551봉은 다녀와야 할 것이기에 약 200m의 거리를 왕복하느니 아예 사면을 치고 올라가기로 합니다.
거의 45˚에 가까운 경사.
말 그대로 된비알입니다.
100여 m를 오르는데 두 번이나 다리를 풀고....
그러고는 551봉에 도착합니다.
하여간 존경스러운 선생님이십니다.
GPS의 달인 조은산선배님.
본듯한 대장님은 벌써 다녀가셨고...
거기서 10번째 삼각점(길안419)을 확인합니다.
오늘은 정말이지 삼각점 풍년입니다.
몇 번이고 "심봤다"를 외쳐야 하니....
이제 좌틀하여 좀 편한 능선길을 따르니,
이정표가 나오고,
그러고는 약산 이정표를 만납니다.
우측에서 대원들이 시끌벅쩍하게 환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앙증맞게 생긴 정상석 옆에,
안내판이 있고,
그 옆에 조망 데크가 있어,
우측 반변천에서 임하호로 흘러드는 물줄기를 확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빵도 먹고 대원들이 주는 귤도 몇 개 먹었으니 또 일어서야죠.
20분 정도 쉬었다 출발합니다.
이 약산을 떠나면서 길안면과 헤어져 온전하게 임하면 안으로 들어갑니다.
앞으로 반변천과 길안천이 만나는 이 지맥의 끝까지는 아직도 8.2km 남았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거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우선 447봉을 지나고,
좌틀하면서 산불이 난 현장을 지납니다.
드디어 좌측으로 길안천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 길안천과,
우측의 반변천이 만나는 곳까지 가야 하는데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지맥이든 만만한 곳은 하나도 없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고사목 뒤로 387.7봉이 보이고,
영등지맥의 끝.....
산으로님의 얘기에 의하면 저 영등지맥의 끝에서 도로가 있는 곳까지 나가는 것도 큰 일이라고....
주위 풍광에 정신을 팔아가며 진행을 하다 보니 어느덧 3등급삼각점(길안303)이 있는 387.7봉입니다.
오늘 11번째 삼각점입니다.
임하호에는 최근에 내린 비로 물이 어느 정도 찬 것 같군요.
영등지맥.....
진행방향으로 397.3봉과 382봉이 연이어 뾰족하게 서 있고 산불감시탑 부근에는 선두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군요.
지도 #7
좌측 오대리....
지도 #7의 '거'의 봉우리는 차라리 좌측의 사면을 타고 진행해야 이렇게 편한 길을 걸을 수 있는데 괜히 무명봉으로 악착같이 오르다 가시나무며 잡목에 무지 시달리고 내려옵니다.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데....
엎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고...
뒤를 돌아 약산을 봅니다.
부스러진 흙과 잔돌....
발부리를 조심합니다.
아까 뾰족하게 보이던 397.8봉에 오르고,
.............
382봉에서 조금 전 지나온 397.3봉과 그 뒤의 약산을 봅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이 봉에 다른 대원들은 다 떠나고 산으로님이 주변을 열심히 스케치하고 계십니다.
아직도 갈 길이 까마득하군요.
하긴 여기서부터 5.64km나 남았으니....
우측으로 반변천이 길안천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흐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좌측으로는 길안천이 수량을 늘리고 있고.....
중간에 흐르고 있는 줄기가 갈라지맥이라면 그 뒤 멀리 보이는 게 오토지맥?
우측에 높게 튀어 나온 봉우리가 갈라산?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 마치게 되는-물론 저는 첫 구간을 땜빵하여야 하지만- 구암지맥 다음에 또 다른 지맥을 찾아가야 하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지맥이 대기하고 있으니.....
그런데 우리에게 이런 산줄기를 이어가게끔 좌표를 제시하고 그 산줄기 이름의 통일을 기한 것이 결국 신산경표라는 책.
지맥의 끝이 보입니다.
공동묘지 가는 길에서는 의식적으로 우틀하고....
비행기가 착륙을 할 때와 같이 고도를 막 낮춥니다.
발목 조심!!!!
그런데 직진하는 길은 길안천으로 떨어지는 루트라는 게 육안으로도 확인이 됩니다.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주의를 기울입니다.
여기가 바로 지도 #7의 '너'의 곳.
오늘 구간 중 가장 어려운 곳입니다.
직진하는 길 즉 220.6봉을 진행하는 내리막길이 워낙 선명하고 흐름 자체가 다음 봉우리로 이어지는 듯하게 보여 그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내려가기 십상입니다.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폰을 열어 GPS까지 확인을 해보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우측을 주시하면서 조금 더 내려오니 잡목 속으로 백두사랑 표지띠가 한 장 보입니다.
그 입구에 제 것을 하나 더 붙이고 우측 사면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옵니다.
안부로 떨어져서는 부드러운 길을 따라 걸으면서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전화나 메시지 등을 확인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마침 J3의 배병만 방장님이 우리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이 지맥을 하기 위하여 09:00 정도에 솔치재를 출발한다고 소식을 본듯한 대장님을 통해 들었던 바라...
13:58
배방장님과 통화합니다.
지금 통과하는 곳이 개쉬키 두 마리가 농가창고를 지키고 있는 고개라고 하니 저와는 약 4시간 정도 시간 차이가 나니 빨리 오시라 얘기를 하고 끊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도착하고 뭐하고 있으면 늦게나마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J3대원이기도 한 본듯한 대장님이 손님때문에 신경 좀 쓰셔야겠습니다.
그러느라 길을 한 번 잘못들기도 하고....
아까 먹은 빵이 좀 이상했나?
볼 일도 보고...
지도 #8
그러고는 367.6봉에 오릅니다.
오늘 12번째 삼각점이고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도 삼각점 표시가 되어 있고 이렇게 훼손된 것이나마 그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귀가하여 조서를 찾아보니 안 나오는군요.
분명히 있을건데...
망실이 되어 폐쇄시킨 것인가?
지도 #7의 '더'의 곳에서 좌틀하면서 어렵게 마루금을 찾아가니,
참나무시들음병의 잔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고도가 떨어지다보니 갈수록 길찾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265.6봉을 지나 우틀함에 유의를 하고,
이런 계단식 부덤 두 개를 연이어 목격합니다.
안부를 하나 지나고,
부드러운 길을 따라 걸으면서 숨을 고르려니,
교묘하게 'S'字로 이어지는 지맥길에 감탄을 하며 진행합니다.
이제 지맥길도 거의 끝물입니다.
맨발사부님께 이렇게나마 인사를 올리고....
좌측으로 추월마을을 봅니다.
너른 그리고 확 트인 평지를 우측으로 휘어돌아가니,
농로가 보이고 비닐하우스 뒤로 제방이 보입니다.
신덕제방이라는 곳입니다.
고창 선운사에 들기전 다리 건너 좌틀하는데 원조풍천장엇집이 있습니다.
그 식당 이름이 아마 신덕식당이었죠?
배가 고프니까 별 생각이 다 듭니다.
내려와서 날머리를 보고 한 장 남은 표지띠를 그 입구에 달아둡니다.
우측 반변천 ....
좌측 길안천.
이렇게 36.2km가 넘는 긴 구간을 1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완주했습니다.
이 지맥길이라는게 그렇습니다.
여느 산행이 안 그렇겠습니까만은 지맥 길을 걷고 나면 그 성취감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쾌합니다.
잡목과 가시나무 그리고 덩굴과의 지루한 싸움을 끝내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 그 싸움의 흔적인 흙 혹은 나뭇잎과 잔가지 그리고 신발을 털 때의 짜릿함이란...
제방으로 내려가 이 날씨에도 알탕을 하면서 땀을 씻어냅니다.
자연스럽게 찬물에 족탕도 즐기고...
그렇게 산꾼들은 한 몸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임원진이 마련한 닭백숙으로 하산주를 곁들이고 있으니 본듯한 대장님이 배방장님을 모시고 들어옵니다.
긴 이야기를 나누진 못하였지만 배방장님의 우의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조만간 대구에 한 번 내려가야 할 일이 있으니 그 때 뵙죠.
다음은 선암지맥.
여기도 도상거리가 55.5km이니 실제 거리는 60km 이상일 것이고 이것도 두 방으로 끝내겠다고 하니 그야말로 백두사랑산악회는 '울트라 산줄기 산악회'로 간판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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