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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3회차

백두대간 2구간(음정 ~ 벽소령 대피소~ 삼각고지 ~연하천 대피소~날라리봉~노고단~성삼재)

 

코뿔소 산악회 백두대간 9기 팀의 대간 2회차이자 지리산 구간 두 번째 일정입니다.

좀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으나 지난 번 날머리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의 음정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번 회차의 들머리도 같은 곳입니다.

 

이번 구간에서 주목하여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도를 들여다보니 대간길 중 형제봉 이정목 뒤의 비박굴이 생각이 나는군요.

예전 국립공원 내에서 야영을 금지하지 않던 시절에 간간이 침낭에서 자고 있던 비박꾼들에 대한 기억 때문입니다.

그리고 삼각고지 부근에서 지리북부능선이 시작되는 지점도 눈여겨 보아야 하겠고,

전에는 허술했으나 물만큼은 풍부한 연하천 산장에 대한 야릇한 추억도 생각할까 합니다.

그리고 거기 아침을 먹고가기로 하죠.

이후 조망만 괜찮다면 항상 좌측 즉 남쪽을 주목하여야겠죠.

시원스럽게 뻗어나간 가지 줄기들을 놓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야봉은 지리 10대 중 하나인 묘향대와 연관하여 꼭 방문하여야겠고....

노루목과 날라리봉도 이정목이나 상징물과는 별개로 이해의 측면에서 꼭 살펴봐야겠죠.

 

그리고 돼지령 부근에서는 우횟길을 버리고 직접 노고단을 오르면서 왕시루봉 능선 갈림길도 살펴봐야겠고,

노고단에 올라 지리서부 지역의 모습도 봐야겠습니다.

그래야만 만수천이라는 물줄기와 무넹기를 이해할 수 있겠고 코재를 지나 종석대를 보며 우번암과 우번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이런 것들이 공부할 거리들 입니다.

또 이런 재료들이 1988년 성삼재 도로의 개통과 맞물려 있다는 것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리 서부의 무게 중심이 반야봉이나 노고단에서 성삼재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순전히 교통의 편의성에서 발생한 결과물들입니다.

 

그럼 음정으로 이동해 볼까요?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7. 9. 17. 일요일

2. 동행한 이 : 코뿔소산악회

3. 산행 구간 : 음정 ~ 벽소령대피소 ~ 삼각고지~ 연하천대피소 ~ 날라리봉 ~ 노고단 ~ 성삼재

4. 산행거리 :23.97km

구 간

거 리

출발 시간

소요 시간

비 고

음 정

 

03:34

 

 

벽소령대피소

6.84

05:36

122

연하천대피소

3.14

07:40

124

날라리봉

4.92

10:38

178

42분 휴식

노 고 단

5.93

13:15

157

30분 휴식

성 삼 재

3.14

14:09

54

10분 휴식

23.97 km

10:35

09:13

실 소요시간

 

 

산행기록

 

지도 #1

지난 구간 날머리인 지도 #1의 '가' 지점입니다.

표지석의 '백두대간 벽소령'이라는 문구가 산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할 듯 싶습니다.

지난 번에는 지름길을 몰라 하염없이 도로를 따라 하산을 했던 우愚를 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은 지름길로 올라야겠죠?

03:34

자, 그럼 오늘 산행을 시작합니다.

포장도로에서 좌틀하여 이정표를 따릅니다.

그러면 바로 우측의 산길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이런 어두운 새벽에는 그 길을 찾기가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앞에서 치고나가던 선두를 부릅니다.

지도 #1의 '가'부터 임도(예전 군 비상도로)로 접어드는 '나'까지는 무조건 치고 올라가야 하는 루트군요.

03:54

거리상으로는 0.92km로 채 1km가 되지는 않는 거리지만 20분 정도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지름길이 시간과 거리를 상당히 단축시켜 줬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젊은 친구들을 만나느라 관악산에 가서 10km 정도 뛰고 오느라 다리가 좀 뻐근해 지는군요.

이곳부터 벽소령까지 5.2km라....

지름길이 2.2km정도를 단축시켜 주었군요.

내려올 때의 학습효과에 의해 익히 알고 있는 임도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잡담이나 하면서 오르는 게 상책입니다.

지도 #2

04:48

그러다 만나는 곳.

지도 #1의 '다'의 곳입니다.

이곳이 우틀하면 지리 북부능선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죠.

이 루트를 통해 삼각고지 ~대간길로 오를 수도 있고 별바위등 ~ 삼정산 ~ 실상사로 이어지는 북부능선도 탈 수 있습니다.

 

참고도 #1

즉 참고도 #1과 같이 진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능선 얘기는 이따 다시 나올 것입니다.

05:24

그렇게 지루하게 오르다 보니 그래도 끝은 보이는군요.

지도 #2의 '라'의 곳입니다.

Orux Map상으로는 6.57km 걸어온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시간은 1시간 50분.

시속 3.58km.

임도를 걸었음에도 이렇게 속도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이 임도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그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거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우틀합니다.

돌계단을 오르면서 땀 좀 냅니다.

05:36

그러고는 벽소령 대피소입니다.

함양군 마천면에서 오르던 등로가 여기서 하동군 화개면을 만납니다.

이런 새벽에 날씨만 좋았다면 혹시나 이 부근이 왜 벽소령이라는 말을 좀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없지는 않았었습니다.

허지만 오늘은 안개비가 날리고 바람도 좀 거셉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달은 파랗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벽소령(碧宵嶺)에서 하룻밤 쉬어가는 건 어떨까?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41쪽

정이 막 들어가는 동생 '칼있으마' 김상균이 가방을 엽니다.

제가 곡차를 좋아하니 그 무거운 것들을 종류별로 엄선하여 지고 온 가방입니다.

우선 인천 막걸리 한 통을 돼지 머릿고기와 함께 풀어놓습니다.

김경남 총무님도 먹거리를 내놓으시고.....

바람이 너무 드세고 안개비까지 날리니 오래 머물러 있지도 못합니다.

13분 정도 머무르다 출발합니다.

이제부터 대간길은 경남 하동군과 함양군의 군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바닥은 돌.

등로 양쪽은 산죽.

반빌반질한 바위.

다리가 좀 고생을 합니다.

06:13

날이 좀 밝아옵니다.

무거운 랜턴은 벗어서 가방에 넣고.....

06:31

그러고는 형제봉 바로 아래입니다.

이 이정표 뒤의 작은 굴이 비박터입니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이용했었죠?

지금은 남의 나라 얘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 형제봉은 이렇게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봉우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오를 수 없는 곳입니다.

이 형제봉에서 삼각고지로 가는 등로는 자잘한 바위들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부자바위, 외부자바위 등 찾을 수 없는 아니 확인할 수 없는 바위들도 많고....

혹시나 있을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인가요?

등로 곳곳에 이런 나무 다리 혹은 계단을 만들기 위해 자재들이 많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유실되는 토사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을 하려는지 돌들도 어디서 많이 캐다놨고.....

다 지리를 찾는 인구가 많아져서 생긴 결과입니다.

 

로프 구간 두어 개를 지나 1시간 반 정도 오르면 할미봉에 서게 된다. 함양군에서 세워 놓은 정상석은 빨간 페인트로 글씨를 써놔 밤에 이곳을 오를 때는 섬뜩한 감을 준다. 삼각점이 있는 할미봉을 지나 만나는 바위 구간을 로프를 잡고 얼기설기 엮은 나무사다리를 지나면 교육원 삼거리가 나온다. 이 최악의 구간을 지나면 산죽 밭이 나오고 곧이어 훼손된 등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장을 만나게 된다.

 

아니 형. 이게 뭐야?”

등로가 많이 파인 곳을 보고는 자못 놀라는 장감독. 뭐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이, 등산로가 그것도 우리나라의 생태축이라 할 백두대간이 이렇게 훼손되고 있다니 다큐멘터리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장감독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녹색연합에 의하면 대간길 중에서 가장 훼손이 심한 구간으로 덕유산 구간을 꼽았는데 특히 육십령 ~ 남덕유 구간이 더 그렇다고 한다.

 

간단히 얘기해서 증가하는 등산객을 땅이 이기지 못한 거지. 발이 주는 압력이라고 하나본데 지난 번 신문보도를 보니 녹색연합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15년 간 축구장 107개 면적의 숲이 사라졌다고 하더구먼.”

 

훼손된 대간길

 

즉 백두대간 보호구역 중 약 769566에 달하는 지역이 풀 한포기 없는 황폐한 땅인 나지(裸地)’로 나타났단다. 그리고 전체 측정 중에서 나무 뿌리노출이 나타난 지점은 1539지점에 달했는데 이는 등산로 전체의 42.4%가 해당됐다. 암반노출이 나타난 지역도 전체 등산로 중 24.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01년과 비교해 조령~하늘재 구간과 궤방령~작점고개 구간처럼 사람이 많이 찾는 등산로를 중심으로 풀 한 포기 없는 땅 면적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 같은 곳에서 발표한 거면 무조건 믿어야겠지. 하지만 토양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그리고 궤방령 ~ 작점고개 구간은 등산객이 별로 많지 않은 곳이야. 뭐 조령 ~ 하늘재 구간은 그렇다 치고. 물론 등산객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원인은 될 수 있어. 하지만 그것보다도 국책사업이라 하여 난개발을 막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더 클 거 같아. 대간 상에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소와 고랭지 채소밭만 봐도 그렇고.”

 

하지만 형. 등산객이 많아지니까 등로가 넓어지고 그러다보니 지표 식물은 없어지고 또 그 결과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하는 거 아니야?”

그래. 그게 토사 유실의 주범이겠지. 대간길이 분수령이다 보니 등로는 항상 능선 상에 있게 되고 가파른 비알을 따라 조성될 수밖에 없어. 거기에 악산(惡山)이 아니고 육산(肉山)이다 보면 아무래도 그 정도가 심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

필자는 산꾼 대변인, 장감독은 냉정한 환경보호주의자가 된 듯하다.

천생 탐방을 통제하는 예약시스템으로 가야겠군.”

장감독은 탐방객의 숫자를 줄이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책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산림청에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등산로 매뉴얼이 있을 거야. 그거에 맞춰 등로가 훼손된 범위도 따져봐야 하는데. 실제 따져보면 산림청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별로 없을 것 같아. 왜냐하면 생각해봐. 산림청이 무슨 힘이 있겠니? 법으로 따져 봐도 특별법 관계에 있는 국립공원이 더 끗발이 세고 그리고 훼손이라는 것도 그래. 어느 정도가 되어야 훼손이고 어느 정도가 되어야 복원이겠고 보존이겠니. 훼손에 대한 판단도 그 구간의 입지조건, 이용 특성 등에 관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겠니?”

 

그렇지만 형. ‘백두대간의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백두대간법이라 함)’이 시행된 지도 벌써 14년이 지났어. 그런데 2013년말 기준 262,201ha였던 백두대간 보호지역이 2015년말에는 261,454ha로 무려 747ha(7,395,300)가 줄어들었다고 하잖아. 이는 여의도 면적(8,396,210)과 거의 맞먹는 수준 아니야? 백두대간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같아. 생태축 잇기라고 하여 터널형 이동통로만 만드는 거. 이런 게 다 전시행정 아니냐고!”

전시행정? 전시행정이라...그래 맞지. 이들 풀 한포기 없는 땅은 비가 조금만 오더라도 토사가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흙이 많이 유실될 뿐만 아니라 산사태 위험도 가중시키는 점이 문제다.

. 아까 애기한 예약 탐방제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어때? 선진국 같은 곳에서 다 시행하고 있는 제도잖아?”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등산인파를 규제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예약 탐방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백두대간 보호와 이용 측면을 모두 고려해 등산로 정비와 식생 복원 작업, 탐방문화 개선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좋은 얘기야. 내가 이런 얘기하면 지탄을 받겠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간 종주자들에게는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종주자들도 돈을 내고 들어가야 주인 의식이라는 걸 가질 수가 있고 또 거기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위험 구간에는 안전시설을 만들고 훼손된 구간은 복원을 해야겠지. 사용자가 부담해야지 그걸 다 국고로 할 필요는 없잖아. 예산 타령도 안 하게도 될 것이고. 우리 만복대에서 내려올 때 국립공원에서 야자매트라는 걸 깔아 놓은 거 봤지? 바로 그런 거지. 토사가 많이 유실된 곳은 흙과 돌로 매운 다음 그 위에 그런 걸 덮거나 아니면 풀 같은 것을 심어 복원작업을 하게 하는 거지. 그리고 더 혁신적인 것은 아무나 백두대간에 들어오면 안 되게끔 만들어야지. 가령 백두대간 보안관제도도 고려해 봄 직해. 대간을 종주하려면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고 그들로부터 리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야. 무자격자가 산행 대장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

난 산림청을 으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해. 국토의 70%가 산지인 나라에서 제일 구석에 앉은 사람이 산림청장이라니 그게 말이 돼? 일반 부()로 격상시켜서 다른 부에서 함부로 견제하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담당 직원들도 확충하고, 국민들 여가 선용, 힐링 이게 다 복지국가로 가는 거 아니야?”

 

산림청은 백두대간 등산로 훼손지에 대한 정밀조사와 복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백두대간을 보전해 나가고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힘없는 산림청에 국민 특히 등산객들의 성원이 필요한 이유다.

 

졸저 전게서 125쪽 이하

 

그런 바위군을 지납니다.

...................

07:02

벽소령에서 연하천 대피소는 사실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 시간쯤되면 조금 허기져 오지만 그런 이유로 충분히 감내하며 걸 수 있죠.

거리도 3.6km 정도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07:07

삼각고지입니다.

공단에서는 정상에서 조금 더 진행한 너른 공터가 있는 곳에 이렇게 119구조목을 세워놓고 이곳 부근이 삼각고지 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07:10

그런데 사실 삼각고지는 봉우리이면서도 면계面界나 군계郡界 등을 구분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행정관료들이 금을 그을 때 잘못 그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지점에 이르러서야 전라북도 남원시를 만나게 됩니다.

물론 거리로 따지면야 100m 남짓이고 시간상으로도 2~3분 거리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삼각고지 정확하게는 그 정상으로부터 100여m 떨어진 이곳이 지리북부능선이 시작되는 시점이고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위 도계가 되는 곳입니다.

 

지리북부능선

 

형제봉을 지나면서 부드러운 능선을 계속 따르다 보면 고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삼각고지1484m. 그 삼각고지에서 조금 내려오면 우측으로 등로가 하나 보인다. 영원령 ~ 삼정산1156.2m ~ 실상사로 이어지는 지리북부능선 루트다. 일부 구간은 경상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가 되기도 한다. 영신봉에서 잠깐 언급한 지리남부능선에 대응하는 능선이다. 예전에 꾼들은 실상사를 출발하여 삼정산 ~ 삼각고지 ~ 지리주릉 ~ 영신봉 ~ 삼신봉 ~ 상제봉을 잇는 지리남북종주를 즐기기도 했다. 당시에는 지리화대종주(화엄사 ~ 코재 ~ 노고단 ~ 지리주릉 ~ 천왕봉 ~ 중봉 ~ 대원사)와 함께 그야말로 꾼들의 로망이었던 코스였다.

 

여기서 한 가지 팁! 위 구간들은 대부분 비탐방구간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사월초파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꾼들이 있다. 바로 속칭 지리산 7암자 순례산행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이날만큼은 신도들을 위해 산행 구간을 일부 개방을 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음정 - 도솔암 - 영원사 - 삼정산 - 상무주암 -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 실상사코스를 변형된 북부능선종주로 즐기고 있다.

 

졸저 전게서 62쪽

그런데 이곳에서 약 2분 정도 더 진행하면,

07:12

이 이정표와,

공단 감시초소가 하나 나옵니다.

이 루트가 아까 우리가 임도길을 따라 올라오면서 봤던 '←연하천대피소 3.2km. 이정목이 가리키던 그곳입니다.

참고도 #1로 확인을 했었죠?

즉 그 이정목은 북부능선 ~ 대간길을 가리키는 화살표였던 것입니다.

지도 #3

07:40

질퍽거리는 길을 20여분 정도 걸으면 연하천 대피소입니다.

이곳에 오니 비가 스멀스멀 내리기 시작입니다.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는 취사장 안으로 자리를 잡아 비는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가지고 온 음식물을 해먹습니다.

반주로 소주 한 잔을 곁들이고....

08:22

먹을 게 많아서인가?

대원들 중 제일 마지막으로 자리를 텁니다.

연하천 대피소를 뜨자마자 나무 계단을 오르고.....

그러고 좌측으로 우회하는 명선봉은 삼각점도 찾기 어려워 그냥 패스!

 

돈이야 많이 들었겠지만 등로보호에는 최적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안개비로 조망은 꽝!

09:06

1477봉을 지나 소금장수의 무덤이라는 운봉무덤도 지납니다. 

지도 #4

09:29

묘봉卯峰은 사면치기로 진행합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이동하면 토끼봉이다. 지리산의 정중앙에 있는 반야봉에서 볼 때 가장 정동쪽 즉 묘방(卯方)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졸저 전게서 62쪽

주지하다시피 예전에 지리산의 주봉은 동東으로는 천왕봉 그리고 서西로는 반야봉이었습니다.

두 봉 사이를 걷는 능선이 주릉이었고.....

그러던 것이 1988년 구례 ~ 성삼재 ~ 반선을 잇는 도로가 확, 포장 되면서 내용이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순전히 교통의 편의와 접근성의 용이함 때문이었죠.

어쨌든 서부 지리의 중심이었던 반야봉에서 정동쪽 즉 묘방卯方을 바라 볼 때 그곳에 위치한 봉우리가 바로 이 봉우리였습니다.

그 묘방에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바로 묘봉입니다.

즉 묘방에 있는 봉우리이니 묘봉입니다.

일부지도에는 토끼봉이라고도 표기하여 놓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묘봉으로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토끼봉이라고 하면 푸른하늘 은하수나 혹은 나뭇꾼, 사냥꾼 등과 토끼의 우정 같은 하무맹랑한 얘기가 등장하게 될 것 같은 우려도 있으니 말입니다.

09:33

묘봉을 내려오자마자 좀 너른 곳이 나옵니다.

중앙에 곰 두 마리가 서 있는 곳이 출입금지 팻말입니다.

실은 이곳이 1400.7봉을 통해 칠불사로 진행하는 루트입니다.

벌써 몇 십 년째 막아놓다보니 들어가는 출입구는 잡목으로 꽉 막혀 있습니다.

09:49

이정표를 지나,

 

10:01

화개재입니다.

너른 광장 같은 곳이 나온다. 화개재다. 예전에 하동 사람들은 경남의 해산물과 소금 등을 그리고 전북의 남원 사람들은 삼배와 산나물 등을 가지고 각 연동골과 뱀사골을 따라 이곳에서 만나 장을 열었다고 한다. 가히 화개장터의 효시라 할 만한 곳이다.

 

여기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뱀사골로 진행하여 반선으로 내려갈 수 있다. 100여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뱀사골산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뱀사골은 그 이름만큼이나 길고 구불거리는 계곡이다. 이 화개재에서 반선까지는 9.2km라고 안내판은 얘기하고 있지만 실상 이 루트를 따라 하산하려면 소요되는 시간 이상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지루한 구간이다.

졸저 전게서 63쪽

지도 #4의 '바'의 곳입니다.

남쪽으로 잠깐 조망이 트이는가 싶더니 다시 구름이 능선을 덮습니다.

잽싸게 찍으려다보니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작고 예쁜 이벤트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10:01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2030산악회'회원들이었습니다.

한 커플이 여기서 만나 오늘 결혼식을 앞두고 그들만의 웨딩화보 촬영이라는 겁니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럽던지....

10여 분간 그들과 함께 놀면서 이따금씩 벗어지는 남해안과 호남정맥 그림을 보다가 사진촬영은 포기하고 등로로 올라섭니다.

나무 계단을 올라서야죠?

그런데 조금 전 얘기했었죠?

칠불사 말입니다.

묘봉 바로 아래에 있는 루트와 연결되어 있다는....

실제 여기서 그 루트를 통하여 반야봉으로 가는 스님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살아 있는 등로라는 걸 확인한 격입니다.

징그럽게 긴 나무계단의 연속입니다.

10:29

바위 구간을 우측으로 우회하여 진행합니다.

지도 #4의 '사'의 곳입니다.

10:34

우측으로 집채만한 바위봉이 나옵니다.

이 봉이 이른바 날라리봉1501m입니다.

여기서 좀 더 진행을 하자. 그러면 이름도 재미있는 날라리봉’1501m이다. 어감이 좀 좋지 않았나? 공원관리공단에서는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삼 개 도가 만나는 곳이라 하여 1990년대 초 삼도봉으로 개명을 했다. 실은 이 봉우리가 낫의 날같이 뾰족하다고 하여 낫날봉이었다. 그게 시간이 흐르면서 음운이 변하여 날라리봉으로 되었던 것인데 애꿎게 이름만 나무란 꼴이다.

여기서 팁 하나 더! 우리나라 백두대간에는 세 개의 삼도봉이 있다. 그 셋 중 하나가 이 삼도봉이며 다른 하나는 경상남도 거창군과 전라북도 무주군 그리고 경상북도 김천시 등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초점산1249.1m이라는 이명을 가진 봉우리이고, 마지막 하나가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그리고 충청북도 영동군 등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가 만나는 민주지산 바로 옆의 삼도봉1177.7m이다.

 졸저 전게서 64쪽

 

10:38

실제 이 조형물은 조금 전 우측의 암봉을 대신한 자리에 박아놓은 것이죠?

이 날라리봉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우측 로프로 출입을 막아놓은 바위 옆으로 들어가보면 나무에 '센서기'가 부착되어 있어 사람이나 짐승들이 들어오거나 나갈 경우 경보음이 울리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 길이 바로 흰듬등 ~ 불무장등1441.1으로 진행하는 루트입니다.

이리로 들어간다면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도계가 되는 이 능선을 따라 화개면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능선도 역시 비탐구간!

어쨌든 날씨 관계로 사진 한 장 못 건집니다.

10여 분 주위만 들러보다 빠져나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경상남도 하동군을 벗어나 전라남도 구례군과 전라북도 남원시의 도계를 따라 진행하게 되겠군요..

10:52

바로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이 나옵니다.

꼭 가야 할 곳이었는데 오늘은 뒤에서 노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패스.

그러면 이내 반야봉 날머리와 만나게 되죠?

이름하여 노루목이다.

반야봉에서 내려오는 산줄기를 만나는 곳에 노루목이라는 이정목이 붙어있다. 이는 노루가 머리를 치켜들고 피아골을 내려다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노루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럴까? 우리나라에는 노루목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 여럿 있다. 설악동에서 비선대 올라가는 곳. 포천, 안성, 진주 등 우리나라 곳곳에 퍼져 있다. 어떤 국어사전에는 노루가 자주 다니는 길목이라고까지 친절하게 설명도 해 놓았다. 그런데 어떤 곳 지명을 보면 한자로 노루 장()자에 목 항()를 써서 장항(獐項)이라고까지 표기한 곳이 눈에 띈다. 그런 곳의 지형은 어떻게 생겼을까? 노루가 다닐만한 곳도 아닌 곳 같은데... 사실 여기서 노루의 뜻은 늘어진 땅곧 산에서 들로 길게 뾰족하게 나온 땅의 모양인 에서 발음이 비슷한 훈()을 가진 누를 황()’이 나왔고, 역시 발음이 비슷한 노루 장()’이 나왔다고 한다. 거기에 실제 노루는 목이 긴 짐승이니 너른 들이나 산에서 내려오는 좁은 지역을 일컫기에 노루목만큼 좋은 단어는 없었으리라. 그걸 다시 한자어로 표기하니까 장항(獐項)이 된 것이란다. 이참에 고양시의 장항동이나 고구려부터 내려온 안산의 옛 이름이 장항구(獐項口)였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이름들이 다 그 생김새와 관련이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졸저 전게서 64쪽 이하

그러니까 여기가 노루목이 아니고.....

좌측으로 로프가 하나 매어져 있습니다.

그 뒤로 들어서면,

이렇게 바위 절벽이 하나 나옵니다.

이 길게 튀어나온 이 바위 주위를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보겠죠?

그러니 '늘어진 바위 혹은 땅' 정도로 보아 '늘'에서 '느르' 정도로 변하다가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서 그 바름이 비슷한 한자어 '누를 황黃'이 나왔고 또 '노루 장獐'이 나온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노루목이 나온 것임에도 노루목같이 생겼다거나 노루들이 자주 나타나는 길목으로 해석하는 우愚를 범하여서는 안 되겠습니다.

여기서 노루목 이정목 위를 봅니다.

안내판에는 등산객은 반야봉까지만 진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반대해석을 하자면 그 이후에도 등로가 있기는한데 그곳은 들어가지 말라는 얘기 같습니다.

이 안내판이 시사해 주는 점입니다.

여기서 잠깐 개념도 하나를 볼까요?

 

참고도 #3

안내판은 노루목에서 오를 경우 반야봉까지만 가라는 겁니다.

그 이후 무덤이 있는 중봉이나 달궁, 심원 방향으로는 가지 말라는 것이겠죠.

가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지말라고 했을 터!

최소 두 부류가 이 안내판을 무시한 체 산행을 한다고 봐야 합니다.

파란 선과 붉은 선 등이 그것입니다.

파란 선은 그렇다치고 붉은 선이 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아래 묘행대와 이끼폭포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온 것들 입니다.

바로 묘향대와, 

이끼폭포 때문입니다.

비탐구간임에도 꾼들이 무모(?)하게 덤벼드는 이유는 바로 이런 비경을 찾기 위함이겠죠.

참고로 묘향대는 지난 지리1구간 보충산행에서 말씀드렸었죠?

지리 10대.....

지리 10대十臺를 살펴 볼까요?
문수대, 우번대, 묘향대, 서산대, 무착대, 향운대, 문창대, 영신대, 향적대, 금강대 등이 그것들입니다.

지난 번 영신대, 향적대, 문창대는 살펴 보았었고.....

나머지 7대 중 하나가 이 묘향대인데 그 위치가 반야봉을 경유하는 붉은 선 루트입니다.

그 루트를 타고 탐사가 가능하니 이끼계곡은 서비스 게임에 불과하다는 느낌입니다..

노루목을 지나 지도 #4의 '자'의 곳에 있는 산죽밭을 걷습니다. 

지도 #5

11:39

그러면 임걸령 샘터입니다.

지도 #5의 '차'의 곳이죠.

지리의 물 중 가장 으뜸으로 친다는 물이죠?

임걸령 샘터 옆의 쉼터에서도 조망을 해보지만 영 시원치 않습니다.

11:50

그러고는 지도 #5의 '카'의 곳에 있는 피아골 3거리를 지납니다.

지도상으로는 1347.4봉을 지나 바로 우틀하는 곳입니다.

11:56

1383.4봉도 우회합니다.

좌측으로 남쪽 방향을 봅니다.

우측으로 노고단에서 가지를 친 왕시루봉 능선이 힘차게 흘러가고 그 뒤가 호남정맥입니다.

그러니 그 사이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겠죠?

왜냐하면 10대강인 섬진강이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가르고 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사진에 글씨를 넣는 것을 불편해 하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한 번 넣어볼까요?

호남정맥 좌측으로 남해 바다가 보이는군요.

호남정맥의 백운삼까지 온 정맥 줄기는 저기서 좌틀하여 쫓비산 ~ 망덕봉 방향으로 진행을 하게되고,

억불봉 뒤로 가지 치는 줄기는 수어서(억불)지맥이 되죠.

정맥이나 지맥에 대해서는 다음 구간 서시(억불)지맥을 지나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드릴 겁니다.

이왕지사 우리나라 최고, 최대 그리고 모든 산줄기와 강줄기의 아버지 줄기인  백두대간을 진행하겠다고 작심을 하셨으니 제대로 알고 걸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제가 차근차근 그 줄기들에 숨어 있는 비밀들을 하나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내용을 모르는 채 백 번을 산행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 코뿔소 대원 여러분들은 행복해 하셔도 무방합니다.

조망은 그저 이 정도 뿐...

그래도 이나마 얼마나 다행입니까?

여기서도 황홀하게 10분 정도 시간을 보냅니다.

12:11

공단에서 얘기하는 돼지령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서 말하는 돼지령의 위치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영진지도에는 지도 #5의 '타'의 곳, 김형수 555는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와 같습니다.

다시 숲으로 듭니다.

좌측으로 왕시루봉을 보고.....

이 대판골은 날나리봉에서 내려오는 용수골과 합쳐져 피아골이 되죠?

그 골짜기의 물은 내서천이 되어 섬진강으로 합류가 되고....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면서 피아골의 유래가 피비린내정도의 뜻이 아니라 직전(稷田) 즉 피농사를 짓는 밭고랑이라는 뜻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 피아골의 단풍도 지리10경 중 하나다.

 

졸저 전게서 66쪽

12:32

노고단 정상부는 운해에 잠겨 있군요.

노고단에 올라가봤자 별 볼일 없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2:34

원래 오늘 이 루트로 직접 노고단으로 올라가고자 했었는데 공단 직원과 원치 않을 만남을 갖게 될 것 같아서....

그냥 우횟길로 돌아갑니다. 

참고도 #3

즉 참고도 #3의 돼지령을 통과하여 노고단으로 직전 뚫고 올라가는 방법('나'의 길) 혹은 왕시루봉 옛길을 따라 지리 110대 중 하나인 문수대를 지나 진행하는 방법('가'의 길) 등을 이용하려 했었는데.....

12:55

노고단 초소 앞으로 나갑니다.

대원들이 다들 기다리고 있군요.

여기서 노고단에 올라갈 대원 10명만 올라가기로 합니다.

이제 이 노고단도 7월 부터 10월말 까지는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

13:08

노고단에서 아래 중계소 등을 봅니다.

종석대는 구름에 가려보이지 않고....

그저 멀리 서시천 너머 서시지맥 능선이 힘차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런데 곧 구름이몰려와 모든 걸 덮어버립니다.

좌측 뒤로는 남해와 남해도 그리고 광양만이나 이순신대교도 어림할 수 있었는데.....

순식간에 덮어버립니다.

왕시루봉 능선도 안 보이고.......

13:15

하는 수없이 노고단 정상으로 오릅니다.

 

노고단에 얽힌 이야기

. ()은 제단을 이야기하는 건데 그렇다면 노고가 무슨 말이야?”

장감독의 궁금증은 이어진다.

세 가지 설이 있어. 하나는 신라 시대 얘기니 엄격하게 따지면 아마 통일신라시대 이후 얘기일거야. 이 땅이 원래 백제 땅이었으니까.”

 

우리나라 풍습에는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 양육 그리고 무병장수까지 모든 것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고 믿는다. 이를 삼신할머니라고 부르는데 이 삼신(三神)이 마고, 궁희, 소희 등 세 분을 이르는 말이다. 이 노고단이 바로 이 할머니 중 마고 할머니를 모시는 제단이 있는 곳이다. 이는 신라 내물마립간 때 박제상이 쓴 징심록 십오지중 유일하게 남아 전해지는 부도지(符都誌)’에 나오는 얘기라고 한다. 얘기는 63,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미르 고원에 마고성이 있었고 이 성의 성주가 마고할머니였다. 마고할머니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이 궁희, 소희였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 민족의 기원을 마고 궁희 황궁 유인 한인 한웅 한검(단군)’으로 계승되었다고 쓰고 있다. 결국 노고단은 우리나라 개국과 맞물려 있다는 얘기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를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었다고 한다. 이 노고단이 바로 선도성모를 수호신으로 모셔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올리던 곳이라는 거다. 제사는 선도성모의 사당인 남악사를 세워서 올렸다. 이 남악사가 지금은 노고단에서 화엄사 앞으로 옮겨져 구례군민들이 해마다 곡우절을 기해 약수제와 함께 산신제를 올리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단다. 이처럼 나라에서 제사를 올린 것은 민중차원의 성모신앙을 국가차원에서 흡수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이 삼신을 천신, 지신, 인신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환인, 환웅, 단군으로 보는 견해도 있어. 어쨌든 이런 것들을 삼신할머니라 인격화해서 부르는 거겠지. 하여간 우리 옛 선조들은 하느님이 인간세상으로 내려와서 죽을 때는 산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던 거 같아.”

그래. 박은식의 한국통사에도 삼신을 환인, 환웅, 단군으로 보고 있지.”

역시 다큐감독이라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장감독이다.

그렇군. 단군은 아사달로 돌아와 산신이 되었고 신라의 탈해왕도 토함산으로 갔다고 했으니.”

그런데 또 다른 설()은 뭐야?”

노고단을 어원으로 풀은 거야. 우리말의 이란 말은 우선 크다, 많다를 뜻하잖아? 그러니 큰 산일 경우 한뫼/한미/한메등으로 불렸다고 하지. ‘한뫼가 발음이 바뀌어 할미가 되자 이를 한자어 노고(老姑)로 표기했고. 산에 단()이 있으니 노고단(老姑壇)이 되었다는 얘기지. 그렇잖아? 우리나라 곳곳에 노고산이 많잖아. 그 이유야!”

 

대간길은 여기서 직진하여 무넹기 ~ 종석대로 진행을 하여야 하나 공단에서는 휴식년제로 막아 놨다. 부득이하게 여기서는 노고단 대피소로 진행을 하여 대간길을 이어가야 한다.

 

졸저 전게서 66쪽 이하 

그리고 그 정상석 뒤에서 1등급 대삼각점(운봉12)도 확인합니다. 

대형 케른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13:33

그러고는 대피소로 내려와 등로를 이어갑니다.

13:39

대피소 앞의 돌길을 따라 내려와 다리를 건넙니다.

노고단 삼거리에서 법정탐방로를 따라 노고단 대피소로 내려오면 좌측으로 틀자마자 다리를 하나 건넌다. 그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은 계절에 상관없이 굉장히 시끄러운 소리를 낼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다.

 

이 물은 어디로 가겠니?”

글쎄.... 어디로 갈까?”

지도를 봐도 되지만 대간꾼에겐 이건 상식이야. 우리가 대간을 걷는다고 하면서 가만히 보면 기본도 모르고 걷고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얘기 할게. 백두대간의 가장 큰 역할이 뭐야?”

그런 것쯤이야... 한반도를 동서로 양분하는 아버지 줄기라며!”

바로 그거야. 지도를 안 봐도 우린 금방 알 수 있어. 이 물은 낙동강이 되어 부산의 삼각주로 유명한 을숙도로 가는 거야. 즉 이 물은 북진하는 방향으로 보자면 당연히 대간 우측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만수천이 되어 남천에 합류된 다음 임천 남강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가게 되는 거란 말이야.”

그래? 그거 참 신기하네. 정말 생각해 보니 그렇구먼.”

왜 그렇겠니? 왜 바로 남해로 안 흘러가겠어?”

머뭇거리는 장감독에게 자꾸 질문을 던져본다.

형은 다 알고 있고. 나는 초보고...”

그래 알았다. 미안하다. 아까 우리가 영신봉에서 갈라지는 정맥 하나 있다고 했지?”

? 낙남정맥이라는 거?”

그래 그 낙남정맥이 뭐야. 낙동강의 남쪽 울타리가 되는 정맥이라는 말 아니냐. 이 물들은 다 낙남정맥에 막혀서 결국 낙동강을 만나 낙남정맥이 바다를 만나는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거지. 낙동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합수점. 이게 산자분수령이야.”

 

졸저 전게서 69쪽 이하

 

13:46

우측으로 내려가는 지름길인 나무계단을 지나 직진합니다.

여기서는 필히 직진을 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좌측으로 작은 수로 하나가 나옵니다.

무넹기?

 

그런데 갑자기 장감독이 큰소리를 친다.

형 지금 이 길이 백두대간 능선이잖아! 그런데 왜 이 물은 능선을 따라 흐르다 왜 우측 만수천 쪽으로 안 가고 화엄사 쪽으로 가는 거야! 거긴 섬진강으로 가는 방향이잖아.”

그렇다. 다리를 건너 성삼재로 향하다보면 코재 바로 전에 왼쪽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흐르는 물줄기가 있다. 이 물은 분명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그리고 이 물은 장감독이 지적하듯 만수천으로 가야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산자분수령의 예외란 말인가?

 

미리 얘기하자면 이 물은 노고단 물이 맞고 이 수로는 인공수로이다. 예전 화엄사 부근 그러니까 구례의 들에 가뭄으로 인해 물이 부족할 때가 있었다. 그때 이 노고단의 풍부한 물을 화엄사 쪽으로 넘겨주기 위해 인공 수로 하나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이 수로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물을 넘겨주었다.’고 하여 무넹기이다. 그리고 이 물은 낙동강이 아닌 족보에도 없는 섬진강으로 가게 된다. 따라서 이는 인공수로이므로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

 

머쓱해 하는 장감독이지만 난 속으로 생각한다. ‘산경표의 기본 원리는 알아가는구나. 그래. 산자분수령만 알아도 반은 안 것이네.’

 

이 수로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무넹기라고 표기된 이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면 화엄사가 나온다.

13:45

코재입니다.

하도 경사가 가파라서 오르다 보면 코가 땅에 닿는 고개라서 코재라고 했다죠?

정면으로 보이는 종석대 부근도 저렇습니다.

종석대는 보이지도 않으니 조금 섭섭하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 입구의 전망대로 가서 화엄사와 섬진강 구경이나 해야겠습니다.

13:48

바로 앞에 섬진강 줄기가 보이니 그 뒷줄기는 보지 않아도 호남정맥입니다.

좌측 끝으로 백운산과 억불봉이 보이고.....

그 옆에 서 있는 안내판.

종석대는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판입니다.

종석대라...

종석대를 올라야 지리서부를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길이 좋은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세워져 있는 이 차는?

앗! 우번암!

아! 그렇군요.

코재를 지나 멀리 종석대를 본다. 혹여 종석대를 오를 수 있다면 키 작은 나무를 헤치며 오르다 우번암삼거리를 지나 바위봉인 종석대만 바라보며 걸으면 된다. 뒤로 펼쳐지는 노고단과 반야봉이 장관일 것이다.

 

졸저 전게서 71쪽

지리 10대 중 하나인 우번대.

 

종석대에서 바라본 우번암(인터넷에서 퍼옴).

중간 하단의 파란 지붕입니다.

우번암 자리 바로 옆이 우번대죠.

그러면 지리 10대 증 3대를 잇는 성삼재 ~ 종석대 ~ 우번대 ~ 노고단 ~ 문수대 ~ 반야봉 ~ 묘향대 ~ 이끼폭포 ~ 뱀사골 ~ 반선.

이런 루트가 가능해집니다.

14:09

초소를 지나면서 오늘 산행을 종료합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대간을 진행한다는 건 어찌보면 굴욕적이기도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대간길을 제대로 걷지 못하다니!

날씨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성삼재 주차장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난간에 나가 서쪽을 조망합니다.

바로 앞이 산동면이고 그 뒤가 서시(견두)지맥 라인.

조금 이따 저 산동면에 소재한 지리산 온천단지에서 샤워를 하고 간다고요?

우측으로 만복대와 그 좌측의 견두산.

왼쪽 중앙에 구름에 맞닿은 무등산.

조금 낮은 곳으로 내려왔다고 이렇게 달라지는군요.

천왕봉 부근도 이럴려나?

 

이제 지리의 서쪽까지 왔습니다.

다음 구간은 서쪽에서 지리 동쪽을 보며 걷게 되겠죠?

지리서부능선을 보면서 지리산이 북쪽으로 뻗친 가지들을 조망할 수 있을 겁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다음 구간에서는 '산자분수령'에 대한 공부거리가 있다고 했죠? 

대한산경표와 신산경표의 차이점을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지리학자들이 얘기하는 '산경표가 산자분수령'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구간도 여기죠.

여원재의 여원도 찾아볼 수 있으면 보아야 하겠고......

운봉막걸리가 그리워집니다.

추석들 잘 쇠십시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중간에 보충자료 올려드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