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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백두대간 3회차

백두대간 남덕유산 구간 (황점마을 ~ 삿갓재 대피소 ~ 삿갓봉 ~ 월성치 ~ 남덕유산 ~ 서봉 ~ 할미봉 ~ 육십령)

 

해밀 산악회 백두대간 팀의 이번 주 산행 구간은 삿갓재 대피소 ~  육십령 구간입니다.

그 들머리인 삿갓재 대피소는 대간길의 무룡산과 삿갓봉 사이에 있는 고개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고개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부득이 그곳까지는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접속 구간이 있다는 말입니다.

대간꾼들이 차량에서 내려 대간길에 접근하는 곳까지의 구간.

그 구간을 접속구간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이 접속 구간은 대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맥, 지맥 등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산줄기는 능선의 다른 말이기 때문에 그 능선에 오르기 위해서 산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능선 중 가장 낮은 곳인 고개가 보통이기 마련입니다.

그 고개까지의 구간.

그 구간이 접속 구간입니다.

목표한 산줄기 까지의 거리입니다.

 

그럴 경우 오늘 구간에  가장 근접한 곳은 황점 마을입니다.

그러니 황점마을은 대간꾼이나 지맥꾼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post가 되는 곳입니다.

대간꾼 뿐만 아니라 지맥꾼에게도?

그렇죠.

백두대간을 하는 이들에게는 월성치나 삿갓재 대피소로 오를 수 있는 들머리가 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남강지맥을 하려는 지맥꾼들에게는 대간에서 지맥이 가지를 치는 남덕유산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맥꾼들은 이 황점마을보다는 경남공무원 교육원을 정문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동일구간(교육원 삼거리 ~ 남덕유산 약 0.5km) 반복진행'을 꺼리는 꾼들은 이 루트를 이용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걸 경우 그들의 진행 루트는 '황점마을  ~ 월성치 ~ 서봉 삼거리 ~ 남덕유 ~ 교육원 갈림길 ~ 남령 ~ 월봉산 ~ ......'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남한 쪽에서는 눈하면 아무래도 덕유산입니다.

어머니의 마음같이 크고 후덕하며(德) 넉넉하게 여유로움(裕)을 주는 산.

이름도 그러니 겨울 심설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우리나라 산 이름 중 인사, 인륜과 관련한 한자어 중 德이 安, 仁, 良, 老보다 많이 사용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어쨌든 이 덕유를 산행하는 데 있어 시간만 허락된다면야 향적봉 ~ 남덕유산을 걷는 '덕유 주릉 종주'가 최고일 것입니다.

무박 산행 코스로 그보다 더 좋은 코스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럴 경우 삼공리 구천동 ~ 향적봉까지의 접속 구간이 부담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아직 다리 근육이 잡히지 않은 대원들의 경우 눈길을 걷는데 필요한 체력 소모가 관건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일치기로 동엽령 ~ 육십령 구간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성탐방소 ~ 동엽령까지의 접속 구간도 문제이거니와 짧은 겨울해도 부담이 됩니다.

황점마을 ~ 월성치 구간은 삿갓봉을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만만치 않습니다.

더욱이 대간을 벌써 1년 가량 진행하여 어느 정도 기량이  완숙된 대원들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당일치기로 황점마을 ~ 삿갓재 대피소 ~ 남덕유 ~ 육십령입니다.

황점마을 ~ 월성치 구간보다는 삿갓재 대피소 ~ 월성치 구간의 약2.9km를 더 걷게 됩니다.

이 경우 접속구간 거리는 무시합니다.

다만 겨울철의 짧은 해와 오늘 하산식의 '오리 수육'의 참맛을 즐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하여 출발시간을 1시간 앞당깁니다.

 

이른 새벽 집을 나와 수지의 제 전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설농탕 한 그릇으로 아침밥에 갈음합니다.

대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오늘의 들머리 황점을 향해 출발합니다.

 

오늘 산행의 주목적은 남덕유산에서 가지를 치는 남강지맥 조망과 그 뒤로 늘어져 있는 삼봉산 줄기와 그 뒤의 지리 주릉을 보기 위함입니다.

날씨만 허락해 준다면 북서쪽으로 덕유 주릉과 서봉에서의 금남호남정맥 즉 마이산, 운장산, 구봉산 그리고 대둔산과 적상산 조망은 그냥 서비스입니다.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8. 1. 20. 토요일

2. 동행한 이 : 해밀산악회

3. 산행 구간 : 백두대간 남덕유산 구간 (황점마을 ~ 삿갓재 대피소 ~ 삿갓봉 ~ 월성치 ~ 남덕유산 ~ 서봉 ~ 할미봉 ~ 육십령)

4. 산행거리 : 15.15km

구 간

거 리

출발 시간

소요 시간

비 고

황점 마을

 

09:07

 

 

삿갓재 대피소

3.23

10:40

93

10분 휴식

삿 갓 봉

2.67

12:06

86

30분 휴식

남덕유산

1.29

13:25

79

10분 휴식

덕유서봉

1.20

14:14

49

 

할 미 봉

4.61

16:30

136

 

육 십 령

2.15

17:20

50

 

15.15 km

06:13

04:27

 실 소요시간

 

 

산행기록

 

 

지도 #1

09:07

황점마을에 도착합니다.

경상남도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거창에서 이 황점까지 하루 7차례 군내버스가 다닌다고 하고....

거창군에서는 이 황점마을이 '봉황산(鳳凰山)밑에서 쇠를 만드는 점이 있으므로 황점이라 했다'고 적고 있군요.

참 무책임한 기사記事 같습니다.

이 부근에 봉황산이 어디 있으며 철이 나는 광산이라도 어디 있기나 한 것인지....

물론 부근에 월성광산이라는 흑연을 채굴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철과는 거리가 멀며 부근에 봉황산이라는 산 또한 없습니다.

지명은 그 동네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일일 텐데 지금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 

이곳은 몇 가지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2009. 4. 4. 산방기간임에도 용감무쌍하게 홀로 북진을 하다 결국 삿갓재 대피소에서 공단직원에게 종주를 제지 당하고 하는 수없이 하산을 했던 기억이 있고,

그러고는 이 가게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먹고는 마침 이 가게에 들른 트럭을 얻어타고 북상까지 나와 버스로 갈아탄 다음 거창으로 나오게 되었었죠.

초보임에도 호기를 부리며 신풍령(빼재)까지 진행하려 했었고.....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제 한참이나 할머니가 되셨겠고....

노무현 대통령 발인날 이곳을 오르다 신발끈이 끊어지는 불길함을 경험했던 곳이기도 하고.....

09:09

우틀하여 본격적으로 접속구간에 듭니다.

멀리 대간 줄기가 보이는 곳으로 대원들의 발걸음이 힘차게 움직이는군요.

눈이 어디쯤부터 나오려나....

스패츠까지 단단히 착용을 했는데....

09:16

삿갓재대피소에서 황점마을까지 4.1km라고요?

어디 한 번 그 거리가 되는지 봅시다.

길이 좋으니 아무리 오르막이라도 시속 2.5km 이상은 나올 거 같은데....

아무래도 황점마을에서 삿갓재로 오르는 삿갓골은 남향이어서 눈이 오래 버티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눈이 녹아 물 흐르는 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09:57

지도 #1의 '가'의 곳입니다.

황점마을을 출발한지 50분 정도가 됐는데 이제부터 눈 위를 걷게 되는군요,

다리도 두어 개 건너고.....

조금 피치를 올립니다.

10:33

이정표를 보니 4.1km를 올라왔다고 하는군요.

시간상으로는 1시간 24분 정도 올라왔는데....

그렇다면 시속 2.92km?

무슨...

제 오룩스 기록상으로는 3.12km 올라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러면 시속 2.21km.

그렇죠.

이게 맞죠.

공단 이정표가 잘못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 이 경우는 예외로군요.

약 1km가 뻥튀겨져 있습니다.

참샘입니다.

예전에 삿갓재 대피소에서 숙박을 할 때 여기서 물을 길어다 음식을 해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참샘이 황강의 발원지라고요?

이렇게 무책임하게 안내판을 막 만들어 세워놓으면 다들 이게 진짜고 그런 줄 알게 됩니다.

이런 공단의 무책임한 행정 중 대표적인 것이 지리산 천왕봉 바로 아래에 있던 남강 발원지 안내판입니다.

참고도 #1

바로 이 안내판입니다.

2016. 10.경 까지만 해도 천왕샘 그러니까 중산리 ~ 천왕봉 구간 중 천왕봉 바로 아래 있는 천왕샘 옆에서 10년을 넘게 자리하고 있던 안내판이었습니다.

내용인즉슨 이 천왕샘이 남강의 발원지라는 것이죠.

이 잘못된 안내판이 2017. 초 어느 때인가 철거되어 없어져 버렸습니다.

참고도 #2

 

이게 그 흔적입니다.

공단에서는 남강의 발원지는 지리산이 아니고 바로 이따 만나게 될 남덕유라는 것을 무시했었던 것입니다.

몇 차례 연락을 했더니만 작년 언제인가 슬그머니 철거했고....

어쨌든 늦었지만 잘못을 시정할 줄 아는 공단의 처사는 좋은 행정의 일환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공단에서 이곳이 황강의 발원지라고 하면 우린 또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살펴보죠. 

참고도 #3

 

산줄기 얘기할 때 매일 떠드는 내용입니다.

눈치채셨죠?

'산자분수령'을 거들먹거릴 것이라는 것을....

 

지금 우리가 있는 지점이 위 참고도 #3 개념도의 보라색 'X'부근입니다.

바로 좌측이 삿갓봉이고 우측에 향적봉이 보입니다.

위 개념도에서 중요한 봉우리는 남덕유산1507.4m와 삼도봉이라고도 불리는 초점산1249.1m입니다.

두 봉우리 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봉우리들입니다. 

 

한 산줄기에서 다른 산줄기가 가지를 칠 때 그 산줄기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물줄기 하나가 발원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고 불변의 진리입니다.

우리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며 모든 산줄기의 원천이 되는 아버지 줄기 백두대간은 백두산을 출발하여 지리산에 이르는 동안 무수히도 많은 산줄기를 가지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산줄기마다 골을 만들게 되는데 그 골에서는 물줄기가 발원하게 됩니다.

우리 선조들은 그 골谷 중 10대강과 관련된 14개 줄기를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하여 그 내역을 '산경표'라는 족보책에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정맥급 이하의 산줄기는 우리 후손들이 선용善用하도록 구분하는 절차와 방식, 명칭 등 모든 것을 위임하여 줬습니다.

그 산경표에 의거 그 분류 기준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관용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기준이 소위 '산자분수령'이라는 것이고....

그 산자분수령의 기본 분류 개념은 '합수점입니다.

 

위 내용을 대입해 봅니다.

그럴 경우 위 황강지맥이 모母줄기인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는 황강이 발원하게 되고,

참고도 #4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초점산 부근.

 

마찬가지로 남강지맥이 가지를 칠 때 남강이 발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 참고도 #4를 보면 우리나라 지도의 근간인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도 위 초점산에서 갈리는 황강지맥의 물줄기를 황강천으로 표기하여 놓았습니다.

아주 타당한 표기입니다.

 

더욱이 남강의 경우 공단에서 잘못 설치해 놓은 위 안내판을 철거해 버렸음에도 덕유산의 경우 이 황강의 발원지 안내판을 이렇게 고수하고 있으면 좀 곤란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이 샘에서 발원하는 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참고도 #5

 

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의할 경우 백두대간에서 남덕유산 줄기 즉 남강지맥이 가지를 칠 때 우측으로 발원하는 물줄기는 위천이 되어 흐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월성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물이나 이 삿갓골로 모여져 흘러가는 물들이나 다 황점마을 부근에서 모여 위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 위천은 거창 읍내에서 비로소 황강에 흡수되어 황강이라는 이름으로 흐르다 합천군 청덕면에서 낙동강에 흡수되면서 그 수맥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그 합수점이 아까 살펴본 초점산에서 가지를 친 황강지맥104.6km이 맥을 다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위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물줄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금호지맥(신산경표의 보현지맥)에서 가지를 친 위천북지맥(신산경표 상으로는 팔공지맥)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인데 이 위천과 구분하기 위하여 이 물줄기를 '거창위천'이라고 부르는 견해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어서 올라가죠.

10:40

그러고는 삿갓재 대피소입니다.

이 삿갓재대피소는 전라북도 장수군 계북면과 무주군 안성면의 경계에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곳이 장수군과 무주군 그리고 경상남도 거창군 등 삼 개 군이 만나는 삼군재三郡岾가 되는 곳이기군요.

여전하군요.

대피소 좌측에 문패처럼 걸려 있는 이 글귀.

예전에는 이 글귀가 왜 안 보였을까요?

멋진 말입니다.

여기서 유산遊山이라 함은 '그저 산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주자의 격물치지格物致知 즉 배움의 길이어야 할 것이며, 유식遊息의 길 즉 이 멋진 절경을 보며 긴장을 푸는 휴식의 시간이어야 할 것이며,  닮아가는 길 즉 멀리는 공자에서 가까이는 남명 조식의 경敬 사상을 배우는 그런 장場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산길을 걷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일 겁니다.

선현들을 보고 닮아가려고 힘쓰는 모습.

그것이 산줄기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중3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나다니엘 호돈Nathaiel Hawthorne의 '큰바위 얼굴'의 주제도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단체 사진을 찍고,

좌측으로 멀리 남강지맥의 흐름을 보면서 삿갓봉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흰눈을 쓴 삿갓봉의 모습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 해밀과 함께 하지 않았을 경우 50% 이상은 삿갓봉을 그냥 스쳐 지나갔을 거라는 겁니다.

삿갓봉 삼거리에서 대부분 삿갓봉 대신 삿갓봉 대피소를 선택하기 때문이죠.

남덕유를 지나 북진하는 이들은 어느 정도 지친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대피소에서의 쉼을 갈구하기 때문일 것이고 남진하는 이들은  남덕유를 일 분이라도 더 빨리 밟으려는 조급함 때문일 것입니다.  

귀찮기도 했을 것이고.....

11:17

하지만 삿갓봉에서의 조망을 한 번이라도 본 분이라면 '패스'란 단어는 절대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오늘은 이렇게 용이 춤을 추는 모습의 무룡산舞龍山1492.1m도 그저 이 정도 뿐이지만 날만 좋았으면 탄성을 부르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봉우리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남덕유에 올라 확인을 해봐야죠.

왜 저 봉우리가 용이 춤추는 봉우리인지!!!

무룡산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진행방향으로는?

좌측 남덕유산 우측 서봉 즉 장수덕유산.

좌측 그러니까 이 삿갓봉과 저 남덕유 사이에는 월성계곡이 움푹 패여져 있고 그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바로 위천 세밀하게는 거창 위천이죠.

이 위천은 황강에 흡수되고 그 황강은 낙동강으로.....

반면 이 우측의 물은 별로 이름도 없는 하천이지만 양악천이라는 하천이 되어 흐르다가 금강에 흡수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삿갓봉 좌측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이 되어 남해로 흘러가게 되고 우측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이 되어 서해로 흘러들어 가게 되는 것입니다.

한 끗 차이로 물의 운명이 바뀌는 것입니다.

백두대간이 바로 그런 산줄기입니다.

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는 역할을 하는 산줄기.

그게 주된 역할이기도 하죠.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런 산줄기를 둟어 하나의 운하로 만들겠다?

참  기가 막힌 발상입니다.

 

각설하고 남덕유와 서봉을 잇는 라인이 백두대간이니 그 뒤로 흘러내려 가는 물줄기는 남강이 될 것이고 대간 줄기는 서봉에서 그 너머로 넘어가 할미봉으로 향할 것입니다.

우측으로 늘어진 줄기는 태극종주 코스로 'J3 틀럽'의 배병만 방장이 개척한 소위 덕유태극종주 르트입니다.

자, 슬슬 내려가야죠.

11:24

삿갓봉 삼거리를 지나면서,

아름답다 못해 진저리가 쳐지는 남덕유와 서봉 라인을 봅니다.

대간 라인은 꿈틀꿈틀 남덕유로 향하여 올라가고..... 

지도 #2

폰의 광각렌즈를 이용하여 조금 멀리 잡아봤습니다.

조금 더 생동감이 나는 거 같습니다.

12:03

이제 삿갓봉도 제법 멀어졌습니다.

라인 중앙 제일 뒤에 있는 남덕유.

고도를 한참이나 떨어뜨렸습니다.

우측은 서봉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있는 무명봉.

그리고 그 우측의 서봉.

한 번에 몰아보고.....

12:06

그러고는 월성치입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저야 늘상 빵쪼가리 밖에 가져오지 않아서...

강산형님이 주시는 솔향주 한 잔 마십니다.

그 좋은 향이 입안에 가득 담깁니다.다 먹고 일어서려는데 황점마을에서 한 팀이 올라오고 다른 킴들은 내려가고....

음...

아는 분들이 또 올라오셨군요.

인사도 나누고....

그 팀들은 영각사로 하산한다고 하는군요.

너무 짭게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13:10

남덕유를 오르면서 서봉을 올려다 보고...

음...

삿갓봉.

그리고 그 뒤 무룡산.

13:19

그러고는 헬기장이 있는 남덕유 삼거리입니다.

이곳이 거창군의 최서극단입니다.

여기서 함양군을 만나게 되죠.

산과 관련되어 함양을 보면 떠올리면 고운 최치원과 점필재 김종직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두 사람 다 함양군수를 거쳤지만 고운은 평생 지리산신으로 산 사람입니다.

반면 점필재는 함양군수로 있으면서 지리산을 산행하였고 그의 글은 정여창, 김일손, 유호인 등 영남학파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점필재의 유두류록에는 많은 지명이 거론되고 사실史實에도 충실하여 지금 많은 사람이 그의 글 '유두류록'을 따라 거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4월경 점필재의 뒤를 따라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생각에 있습니다. 

참고도 #7

 

거창군에서 설치한 극서점.

헬기장에는 비닐 타프를 쳐놓고 많은 산꾼들이 점심들을 먹고 있군요.

우리 팀 몇몇은 여기에 배낭을 내려놓고 몸만 올라가기로 합니다.

 

지리를 보기 위해 올라갑니다.

하지만 오늘 날씨로는.....

그래도 혹시 누가 압니까?

갑자기 천지개벽을 하듯 미세 번지가 확 날아갈 지....

그런 기대를 하면서 남덕유로 오릅니다.

13:25

정상에서는 모든 이들을 따돌리고 금수강산 형님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계시는군요.

지나온 줄기를 보지만 영 신통치 않습니다.

중간에 삿갓봉과 그 뒤 무룡산 정도만....

이 남덕유산에서 가지를 치는 남강지맥 방향으로는 칼날봉과 월봉산 그리고 좌측으로 금원산 정도만 희미하게 보일 뿐.....

우측 대간길을 따라가보면 그저 할미봉만 눈이 띄고....

조금 억울하니까 예전에 남강지맥을 할 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겠습니다.

이하 박스 안의 사진과 글들은 그때의 그것들 입니다.

 

사실 남덕유는 이런 봉우리입니다.

한 번 볼까요?

앞에 삿갓봉과 무룡산이 확실하게 보이죠?

좌측 뒤로는 향적봉이 그리고 우측으로는 대덕산까지.....

무룡산 우측으로 뒤로 대덕산1290.7m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고....

남덕유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부풀어 오릅니다.

버스 안에서 잠시나마 이 남덕유 혹은 덕유에 대한 믿음에 회의감을 토로했던 것을 후회하거나 반성합니다.

우측으로 월성리 마을을 보면서 고도를 높입니다.

뒤를 돌아 보는 게 빠졌군요.

아무렴요.

바로 앞.

아까 지나 온 갈림길 다음 봉우리인 1360.7봉입니다.

그 우측 봉이 남령 너머 월봉산1281.7m.

그 우측 뒤로 거망산1184m이 뚜렷하고 좌측으로는 다음 구간으로 진행할 금원산1352.5m이 명백합니다.

과연 이른바 '황거금기' 루트가 각광을 받는 이유가 확실해집니다.

즉 안의면 유동마을을 기점으로 하여 황석산1192.5m ~ 거망산 ~ 금원산 ~ 기백산1330.8m에서 장수사로 하산하는 약 26km의 루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되나요?

정신이 혼미해 짐을 느낌니다.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저 맨 앞줄이 서봉에서 할미봉으로 고도를 낮추고 있는 대간길이라 하고 넘기겠습니다.

그러면 그 뒷줄이 덕태 그러니까 덕유태극종주 루트에서 살짯 좌측으로 비켜 서 있는 깃대봉930.1m이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맨 뒷줄이 금남호남정맥이고 그 라인이 끝나는 지점의 마이산은 아예 점입니다.

도대체 할미봉1026.3m이 이렇게 낮게 보여도 되는 겁니까?

딴에는 그래도 1000고지가 넘는 봉 아닙니까?

어쨌든 맨 앞의 할미봉을 넘은 대간은 육십령을 넘어 구시봉1014.3m으로 진행을 하여 영취산1075m ~ 백운산1278.9m으로 넘는 라인의 윤곽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니 금남호남정맥의 시작인 영취산 우측의 장안산1237.4m의 위용도 여기서 보니 그다지 육중한 맛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좌측 서상저수지 뒤로 눈을 돌려봅니다.

세상에!

임천(연비)지맥의 삼봉산1186.7m으로 착각할 뻔 했습니다.

아무리 날씨가 허락을 해줘도 그렇지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밖에....

지리 그것도 천왕봉에서 덕유는 봤지만 이 남덕유에서 지리를 보는 건 아마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무나 큰 영광이라는 말 이외에....

백두대간의 끝 지리 천왕봉에서 오른쪽으로 선을 그어봅니다.

좌左가 천왕봉이면 그 우측은 반야봉1731.8m 아니겠습니까?

중앙에 삼봉산 뒤로 천왕봉을 가운데 둬 보고.....그러니 우측에 볼록한 게 반야봉!

 

삿갓봉 ~ 향적봉 그리고 적상산을 다시 복습하고,

이번에는 우측 대덕산까지.....

사진만 봐도 흥분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림은 봤으니 이제 산줄기 얘기를 슬슬 풀어볼까요?

 

아까 말씀드렸죠.

이 백두대간 상의 남덕유산에서 가지를 치는 줄기가 남강지맥이라고.

그런데 이 남강지맥을 낯설어 하고 오하려 진양기맥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진양기맥은 신산경표에서 제시하고 있는 산줄기 이름이며 형태이고 '산으로' 박흥식 님이나 저는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충실하게 이 진양기맥을 새롭게 해석하여 진양기맥이라는 이름 대신 남강지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한산경표의 시각입니다.

 

남강의 발원지

 

그렇다. 그럼 남강의 발원지는 어디인가?

 

산경도(山經圖)를 보자. 백두산을 떠난 백두대간은 금강산을 거쳐 태백산 ~ 속리산을 지나 약1528.7km 지점에 이르러 남덕유산1507.3m을 만난다. 대간은 거기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육십령으로 향하면서 좌측으로 산줄기 하나를 내어 놓는다. 그러면 대간과 그 줄기 사이에 물줄기를 하나가 생기게 되는데 이게 바로 남강이다.

 

여기에 산자분수령의 제2법칙이 적용된다. 하나의 산줄기(A)에서 다른 하나의 산줄기(a)가 가지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반드시 물줄기(b)가 하나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산줄기(a)는 이 물줄기(b)와 백두대간에서 나온 강 이른바 10대강 혹은 이 물줄기보다 더 큰 물줄기(B)와의 합수점에서 반드시 그 맥을 다 하게 된다.

 

즉 남덕유산이 남강의 시원(始原) 곧 발원지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가지 줄기는 대한산경표에 의하면 남강기맥이라는 도상거리 약 139.3km의 산줄기가 된다.

 

무슨 얘기하는 거야? 갑자기. 대한산경표가 뭐고 남강기맥은 또 뭐야? 그리고 산경도는 또 뭐고? 산자분수령? 합수점? 가지 줄기? 갑자기 형 무슨 얘기를 그렇게 어렵게 하는 거야?”

용어의 혼란이 오는가 보다. 하긴 장감독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산을 가면 그냥 산이면 되는데 갑자기 생소한 단어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니 혼란스러운 거 같다. 하긴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지리시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용어들이니까.

 

그래 하나씩 보자. 우선 산경도는 말 그대로 산줄기 지도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어. 장감독도 우선 그냥 슬쩍 넘어가듯이 보기만 하면 돼. 앞으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얘기들이니까. 이 지도를 잠깐 봐. 우리나라 산경도는 백두산에서 나온 백두대간이 지리산 천왕봉까지 큰 줄기(굵은 선)로 뻗어있고 그 옆으로 정맥이라는 조금 더 가는 줄기들이 나와 있지? 이번에는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자. 그러고 백두산을 나무의 밑동이라고 보자. 그러면 백두대간이 나무의 큰 줄기같이 보이지? 거기서 옆으로 무수히 가지를 치는 작은 줄기들. 이 산경도에서는 그 작은 가지를 정맥이라고 부른 거야. 그러니까 가지 줄기니 뭐니 하는 얘기들은 우리나라의 산줄기들을 나무에 빗대어 본 거야. 그래서 우리나라 산줄기 체계를 나무 수()를 써서 수체계이론(樹體系理論)이라고도 하는 거지.”

 

말이 길어지고 자신에게는 처음 듣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조금은 헷갈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궁금증이라면 참지를 못하는 장감독이 벌써 지루함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니 별 부담은 없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그리고 산줄기물줄기를 보자. 아까 한 얘기 반복해서 얘기할 게.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 하나의 산줄기(A)에서 다른 산줄기(a)가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분명 물줄기(b)가 나오고 그건 분명 계곡을 형성하게 돼. 크든지 작든지 말이야. 그렇지 않아? 산줄기가 분수령이 되는 건 확실하고 그 산줄기에서 내려 온 물들은 다 계곡으로 모이잖아? 그 개울이 모여서 천()이 되고 그 천()이 모여 조금 더 큰 천()이 되고 그러고는 그게 모여서 다시 강()이 되고, 그 강()들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고... 이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어?”

 

그건 알지. 그런데 또 합수점이라는 건 또 뭐야? 산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고?”

합수점(合水點). 말 그대로 물이 모이는 지점이지. 양수리에 가면 두물머리있지? 합수점의 우리말이 두물머리 아니겠어? 양수리의 양수(兩水)가 곧 두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 개의 물줄기 가령 남한강과 다른 하나의 물줄기 가령 북한강이 만나는 곳. 그곳이 두물머리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나라에는 두물머리가 무수히 많은 셈이지. 그 두물머리를 한자로 쓰면 합수점이고.”

 

자전거를 타는 장감독이니 두물머리 얘기를 꺼내니 귀가 번쩍 열리는 것 같다.

양수리. 나도 잘 알지. 자전거 타고 가봤던 곳이니. 그런데 그 합수점이 산줄기와 무슨 상관이야?”

그럴 줄 알았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야. 조금 전 얘기했어. 이 합수점은 산줄기를 얘기할 때 아주 중요한 개념이야. 나중에 자세히 보겠지만 산경표라는 책은 이 합수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론이야. 그 핵심은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고.”

정말 머리 아프게 만드네. 산자분수령은 또 뭐야!”

장감독이 짜증을 낼만도 하다. 사실 천왕봉에 아직 오르지도 못했다. 즉 대간길에 아직 한 발도 내딛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슨 복잡한 얘기를 많이 하는가 하는 불평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그래. 간단하게 산자분수령을 보자. 앞으로 계속 나올 얘기니까 미리 간 좀 보자는 거야. 지도 좌측을 보면 가장 굵은 선이 백두대간이야. 그리고 좌측 위로 남덕유산이 보이지? 남강기맥도 보이고. 이게 백두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가지를 쳤다는 걸 보여주는 개념도야. 앞으로 자꾸 애기할 거지만 우리나라 산줄기에는 반드시 계급이 존재해. 위계질서가 명백하다는 것이지. 같은 급이라도 서열이 있게 마련이고. 즉 군대에서 병장이라고 다 같은 병장이 아니잖아? 이게 아주 재미있는 많은 것을 보여주게 돼. 그러니까 그 계급 개념들의 한 가지인 기맥(岐脈)이니 지맥(枝脈)이니 하는 것들은 나중에 보기로 하자. 우선 백두대간(A)에서 남강기맥(a)이 가지를 쳤다는 것만 생각하자고. , . 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갈리는 그 사이로 남강(b)이 흘러나오지? 아까 얘기했잖아. 한 가지에서 다른 한 가지를 가지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물줄기가 하나 흐르게 된다는.... 바로 그 원리야.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이를 영어로 표현해보면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정도가 되겠지. 이따 자세히 볼 거니까 우선 개념만 알아둬.”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법적인 해석은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산 곧 산줄기는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고 해석하자. 이를 산자분수령의 제1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서 를 스스로란 부사(副詞)’로 본 거다. 고로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못하니까 물을 만나면 그 산줄기는 맥을 다하게 된다. 그 물도 그냥 물이 아니라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합수점도 그냥 합수점이 아닌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물줄기와 만나는 합수점에서!

일단 여기까지만 보자. 그리고 이 공식에 남강기맥을 대입해 보자. 백두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갈리는 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남강(산자분수령의 제1법칙).

그러면 이 남강기맥은 어디서 맥을 다하여야 하나? 그렇다 남강보다 한 등급 위인 강과의 합수점에서. 그 강이 어느 강인가? 낙동강이다.

 

그러니까 이 남강기맥은 어디서 그 맥을 다하여야 한다는 것도 이미 나왔다.

당연히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곳에서 끝나야 한다(산자분수령의 제2법칙).

그곳이 바로 합수점이다. 위 산경도의 의령군 지정면 성산리의 쌍절각 부근이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점이고 이곳에서 남강기맥은 그 맥을 다 한다.

 

고로 우리가 남강기맥을 산행코스로 잡아 걷는다면 남덕유산에서 시작하여 금원산 ~ 기백산 ~ 황매산 ~ 한우산을 거쳐 쌍절각이 있는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합수점까지의 도상거리 약 139.3km의 능선을 걷게 되는데 이를 한 번에 걷기가 힘드니까 각자 혹은 각 팀의 산행능력에 따라 6 ~ 10구간으로 나눠 종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개념도로 표시해 보면,

 

위와 같이 남덕유산에서 분기한 남강지맥은 남강과 그 상위 개념의 물줄기인 낙동강과의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됩니다.

 

반면 신산경표에서는,

 

 

이를 진양기맥이라 칭하며 그 산줄기의 끝이 남강과 낙동강의 합수점이 아닌 산줄기가 긴 쪽을 택하여 남강이 진양호와 만나는 곳에서 맥을 다하게끔 그렸습니다.

그리고 한우산에서 남강과 낙동강의 합수점으로 진행하는 본류本流를 우봉산이라는 봉우리의 이름을 따 우봉지맥으로 분류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명백하게 '산자분수령'을 중시하고 그에 의해 정맥을 그었던 산경표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37쪽 보충

 

사설이 길었습니다.

헬기장으로 내려와 배낭을 찾아 좌틀하여 서봉을 향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거창군을 버리고 함양군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과 전라북도 장수군 계북면의 도계를 따라 걷게 됩니다.

 

참고도 #8

남덕유 삼거리에 있었던 옛 이정표는 이제 찾을 길이 없어지고.....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서봉으로 오르는 철제 계단을 따릅니다.

반대 방향에서 오는 이들로 인하여 '가다서다'를 반복하게 되고.....

지금 서봉으로 오르는 좌측 골짜기로는 남강이 흐르게 됩니다.

14:14

드디어 서봉1496.5m입니다.

장수덕유라고도 하죠.

사진의 좌측 끝 삿갓봉 그리고 우측의 남덕유산.

남덕유.

오늘은 겨우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름날 무박산행으로 육십령에서 올라올 경우 서봉에서 일출을 보게 됩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 두 장을 가져옵니다.

 

서봉에서 보는 남덕유와 그 좌측의 대간길.

월성치와 삿갓봉 그리고 그 뒤의 무룡산과 향적봉. 

서봉에는 봉우리가 두 개죠?

헬기장이 있는 이 우리와 이정표가 있는 저 봉우리....

그 봉우리로 갑니다.

인증 샷을 하느라 바쁘십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기억에 남겠지요.

14:23

그 서봉을 내려오면 또 이정표가 나옵니다.

눈이 없을 경우 이 이정표 좌측으로 희미한 길 흔적이 보입니다.

이 길이 바로 덕유태극종주 코스죠.

그 방향으로 표지띠 두 장이 날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내리막입니다.

그 비탈을 내려오면서 좌측으로 남덕유산을 봅니다.

우측으로는 덕유태극종주 루트를 보고.....

할미봉은 멀리 희미하게 보이고.....

거대한 바위가 진행을 가로막는 벽채 앞에서 뒤돌아 서봉을 보고.....

그 서봉과 남덕유를 잇는 활모양 처럼 휜 부드러운 능선을 봅니다.

지리나 백운산 등에서 덕유를 특정할 수 있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모양이죠.

그 남덕유 뒤로 13607봉이 보이고 그 우측으로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봉우리가 남강지맥 상의 월봉산1281.7m입니다.

남향인 서봉 ~ 할미봉 구간은 눈이 녹아 3월 초의 등로를 방불케 합니다.

15:16

지도 #2의 '다'의 곳에 있는 헬기장을 지나, 

지도 #3

15:38

지도 #3 '라'의 곳에 '대피소' 방향을 알리는 산패가 걸려 있는 곳을 지납니다.

이 방향의 대피소란 삿갓재 대피소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이 간이 안내판이 걸려 있는 이유는,

할미봉 방향 좌측에 있는 이 교육원 방향의 루트 때문입니다.

무박산행을 하는 이들의 경우 방향 식별을 잘 하지 못해 이 교육원 방향으로 진행하여 대형 알바는 물론 커다란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할미봉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주의를 요하는 구간입니다.

우측 아래로 경남공무원 교육원이 보입니다.

아까 얘기했죠?

남강지맥을 할 때 들머리로 사용하는 두 곳.

하나는 오늘 우리 산행의 들머리였던 황정마을을 이용하여 황점마을 - 월성치 - 남덕유.

다른 하나는 교육원 - 삼거리 - 남덕유.

거리는 교육원 루트가 더 가깝고 쉬워도 삼거리 - 남덕유의 약0.5km의 중복 구간을 피하려는 지맥꾼들의 선택지라고....

할미봉이 좀처럼 제 모습을 보여주지않는군요.

할미봉은 두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측의 암봉의 생김새가 우측의 그것에 비해 더 멋지게 보입니다.

역시 산은 악산이어야 주가가 좀 올라가는 거 같습니다.

이게 최대한인가요? 

지도 #4

16:11

할미봉으로 오르기 전 마지막 조망터입니다.

시원하게 남덕유와 서봉 라인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남강지맥 라인을 봅니다. 

조금 더 우측으로......

아까 서상에서 황점마을로 넘어가던 남령.

불행히도 그 우측 방향의 사진은 흔들려서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략합니다.

이따 할미봉에서 볼 기회가 있으니....

할미봉으로 올라가는 직벽구간입니다.

오늘 구간 중 최대의 난코스.

북진 무박산행을 할 때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했던 곳!

바로 할미봉 내리막 구간입니다.

로프와,

얼기설기 엮은 민간인이 만든 하지만 이제는 거의 용도 폐기 정도의 사다리를 의지하여 올라가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립공원이라는 곳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소백산이나 지리산 그리고 설악산에는 쓸데없는 작업 즉 헬기로 돌과 구조물 등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던데 이곳은 10년이 넘게 이렇게 방치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우리나라의 근간인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인데.......

열심히들 올라오십니다.

뒤로 보이는 서봉 - 남덕유 라인.

아무리 봐도 질리질 않는군요.

16:30

그러고는 할미봉입니다.

이제 거의 다 온 거죠?

할미봉에 대해 여러가지 얘기가 떠돕니다.

할미봉 아래에는 성터가 있다.

할미봉의 이름은 이 할미성에서 연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할머니가 치마폭에 돌을 날라 성을 쌓았기 때문에 할미성이라 했고 자연스럽게
할미성이 있는 산봉우리를 할미봉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미봉 서쪽 산자락에 있는 반송 마을의 사람들은 할미봉이 원래 '쌀미봉' 인데
할미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할미봉 중턱에 규모가 큰 규석광산이 있다.
규석이 쌀처럼 생겨서 쌀미봉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옛날 어느 예언가가 이 산에서 온 백성이 석달을 먹을 양식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에 많은 규석이 이 광산에서 채굴되어 돈으로 따지면 온 국민이 석 달을 먹을 양식보다 더 많은 양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규석광이 일제시대에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쌀미봉이라 한 것이 할미봉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육십령으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무난한 코스이다. [한국의 산천]

하지만 이런 얘기들은 누가 지어낸 얘기가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이니 별로 믿을 바가 못됩니다.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얘기죠.

오히려 이런 얘기들은 국어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 고유 풍속을 들여다 보면 엄마보다는 할머니 얘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삼신할머니 아니겠습니까?

지리산에 가면 옛날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던 마고할머니의 전설도 있고......

이는 우리 마음 속에 할머니가 그 누구보다도 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국어학적으로 보면 이 할미봉은 할머니와는 전혀 무관한 이름에 불과합니다.

그저 우리말의 큰산 즉 '한뫼'에서 온 말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뫼 - 한미 - 한메 - 할미 정도로 변화를 한 것입니다.'

우리 고유어의 이 '크다', '넓다', '바르다'라는 뜻의 '한'이 나중에는 지도자나 왕王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잖습니까?

그러니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할미봉이나 할미고개 그리고 거기서 한자어로 바뀐 노고산, 노고단 등은 다 '큰산'이라는 뜻의 '한뫼'에서 변화된 이름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계 있는 한산도閑山島는 한가한 산이 있는 섬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자질구레한 섬보다 망산이나  고동산 등 해발 200m가 넘는 산들이 있는 섬이기 때문에 한뫼섬으로 불리다가 한산도로 바뀐 것입니다.

이런 예는 한탄강에서도 볼 수 있고 한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할미봉 바로 옆에 있는 암봉.

제일 큰 봉 바로 뒤에는 돌이 아슬아슬하게 가로로 얹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망이 좋은 이 할미봉에서 볼 수 있는 데 까지 조망을 합니다.

아까 본 라인.

남령과 그 우측의 칼날봉을 넘어서,

칼날봉과 월봉산.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하산 모드입니다.

간혹 눈으로 덮혔거나 다 녹아 질퍽거리는 곳을 반복하며 내려옵니다.

가끔은 마른 땅도 자주 밟게 되지만 낙엽 속에 숨어 있는 얼음이 조심스럽숩니다.

그러니 아직 아이젠을 벗는 것은 조금 성급해 보입니다.

 

육십령 휴게소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에코브리지를 넘어 휴게소로 내려가도 되지만,

좌틀하여 군장동으로 내려가도 무방합니다.

일제가 잘라놓은 이 능선을 잇는 작업에 30여억원이 들었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이렇게 해놓으니까 그럴 듯하군요.

17:20

육십령에서 오늘 구간을 마무리합니다.

참으로 멋진 구간이었습니다.

기량이 좋아진 후미대원들도 별로 처지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군요.

 

오늘 뒷풀이는 총대장님이 그렇게도 자랑을 한 대전의 '토방'이라는 오릿집입니다.

그나저나 왜 이리 맛있는 겁니까?

명불허전이로군요.

오래오래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