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 마을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하동군 옥정면 위태리.
여기서 오늘 마지막 구간인 제9구간을 진행합니다.
그러면 지난 8구간을 마무리한 남명 조식 선생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 덕산입니다.
그 덕산이라는 이름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덕산부터 시작하여야 정상적인 행보라 할 수 있지만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오늘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역으로 걷게 되었습니다.
14:40
그럼 오늘 마무리 구간을 이어갑니다.
59번 도로를 버리고 좌틀하여 마을길로 들어섭니다.
검은색 화살표를 따릅니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들러봐도 밭이나 논 가까이에는 비료 더미가 쌓여 있습니다.
농사 준비하는 철이라는 얘기입니다.
15:01
중택지를 지나고,
산길로 접어들면,
대나무 숲입니다.
예전에 논이었던 곳인가요?
대나무 심으려고 이렇게 정성스럽게 축대를 쌓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숲을 빠져나오니 너른 안부가 나오는군요.
갈치재입니다.
좌측으로는 중태단맥 오르는 길이 선명합니다.
주산 혹은 오대주산을 갈 수 있는 길이죠.
반대방향으로 오르면 두방산569.7m, 비룡산554.6m으로 진행이 가능합니다.
산꾼 입장에서 지난 구간에 본 참고도를 응용해 봅니다.
참고도 #1
즉 중태를 기점으로 조례산 ~ 오대주산 그리고 이 갈치재로 떨어진 다음 두방산 ~ 비룡산을 거쳐 520.8봉에서 좌틀하여 다시 중태 마을로 떨어지는 환종주 코스입니다.
물론 제대로 등로가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아 가시나무와 덩굴나무들의 저항은 어느 정도 각오하여야 합니다.
산줄기 산행을 고집하는 분들은 중태단맥을 하셔도 될 것입니다.
낙남주산단맥으로 이 줄기를 진행할 가장 유력한 분이 자하 신경수님이시죠.
머지 않아 제가 말씀드린 대로 이 루트를 하실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하동군을 버리고 산청군으로 넘어 갑니다.
하동군 시천면 중태리인 것이죠.
시천면 하면 생각나는 곳이 중산리죠?
천왕봉 바로 아랫동네인 중산리.
15:29
널널한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시멘트 임도를 만납니다.
이제부터 또 시멘트 임도입니다.
이런 길이 많다 보니 사실 이 둘레길을 기피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흙을 밟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골길도 다 이렇게 포장을 해놓지 않으면 당장 민원이 들어갈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나무를 자르고 풀을 갈아 엎어 새롭게 길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러다가 이제서야 지둘에 들었으니.....
15:34
민가 한 채를 지나고....
우측으로 흐르는 중태천의 물소리가 아주 힘찹니다.
당산나무와 정자가 있는 놋점골을 지납니다.
15:40
유점마을을 지나고....
편안하게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우측으로 두방산이 나오고.....
그러고는 비룡산도 나옵니다.
저 비룡산은 옛이름이 검음산으로 추정이 되는데 아주 중요한 산이죠.
지난 8구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이는 남명과 관련이 있는 산들이죠.
즉 남명이 중시한 '경의敬義'라는 실천 유학사상 때문입니다.
남명의 이러한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로 지리산 천왕봉을 택한 것이며 산천재는 지리산 천왕봉을 가장 가까이 두고 좌로는 수양산502.3m을, 우로는 검음산(현재의 비룡산554.6m으로 추정)을 각 둔 천혜의 길지로 자신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16:06
중태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양옆으로 오대주산과 두방산 등이 꽉 막혀 있어 아무런 조망을 할 수 없는 그런 답답한 곳입니다.
그저 물소리 들으며 얖 옆에서 내려오는 작은 산줄기만 보며 걸을 따름입니다.
16:17
당산나무 같이 예쁘게 잘 생긴 나무를 지나고,
중태 골짜기사이로 덕천강 건너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입니다.
좌측으로 조금 더 가야 시무산이니 수양산이 보일 텐데....
16:25
지리산 둘레길 중태 안내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습니다.
느닷없이 나오는 쉼터라 당황스럽군요.
후에 알게 된 얘기지만 둘레꾼들은 의무적으로 이곳에 들러 둘레길을 걷는 동안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신과의 다짐을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정면으로 덕천강 건너의 463.5봉이 육중하게 다가오고....
16:25
우측으로는 자양리의 520.8봉이 봉긋 솟아 있습니다.
비룡산에서 이어지는 줄기죠.
16:37
거의 90˚로 좌틀합니다.
드디어 지리산 연봉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덕천강을 건너는 20번 도로의 다리들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우측의 시무산402.7m.
그리고 중앙에 볼록 솟아 있는 게 수양산502.3m.
좌측으로 지난 번 미근담에서 나오던 길이 보이고....
좌측이 덕천지맥 줄기....
그리고 중앙에 드디어 천왕봉1905m입니다.
구곡산961m.
구곡산은 천왕봉에서 중봉, 중봉에서 서흘산, 서흘산에서 구곡산이니 산이 구곡의 충단으로 포개져서 마치 병풍을 둘러놓은 것 같다. 덕천서원의 주봉이다.
* 서흘산은 서뢰봉 즉 써레봉을 가리킴. - 성여신 박여량
수양산과 검암산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천왕봉을 볼 수 있는 자리에 산천재를 지었습니다.
請看千石鐘(청간천석종) : 원컨대 천석들이 큰 종을 보고 싶었네
非大扣無聲(비대고무성) : 크게 두드리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는.
萬古天王峰(만고천왕봉) : 만고불변의 천왕봉은
天鳴猶不鳴(천명유불명) : 하늘은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는다네.
부끄러워서 얼굴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군요.
수양산이.....
아!
천왕봉.....
17:08
이제 다 왔군요.
천평교를 이용하여 덕천강을 건넙니다.
세심정.
그리고 맞은 편의 덕천서원.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선생 사후 4년 후인 1576년 문인들에 의해 건립되었다.
옥산, 도산 서원과 더불어 三山 서원중 하나로 불린다.
퇴계와는 달리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았으면서도 사화로 인해 흩어진 유생들을 교도하여 유학 발전에 큰 자리를 한 사람이다.
곽재우, 정인홍, 이로, 전치원 등 수 많은 의병장과 정치가를 양성하였다.
1926년 복원되 건물이나 예전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라는 내용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본채.
..........
대들보 위에는 경의당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되돌아 나옵니다.
덕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대하여 김선신은 두류전지에서,
덕천의 골짜기 물은 두 산의 협곡 사이를 빠져나간다. 시내를 따라 5~6리를 가다 보면 돌을 깎아놓기도 하고 흙을 붙여 놓기도 하면서 겨우 통행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덕천벼리라 한다. 도구 이재신이 바위면에 '입덕문入德門' 세 글자를 새겨 놓았으니 덕산으로 들어가는 자는 모두 이 길을 말미암기 때문이다
라고 기재하였습니다.
위에서 보듯 원래 덕산은 좁은 동천洞天이었고 이 각자는 벼랑 바위면에 있던 글씨였었는데 도로 확장 공사를 피하지 못하고 개발에 밀려 이 각자만 떼어내 두 차례 옮긴 끝에 지금은 덕천서원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남명 선생이 명명한 입덕문의 이 글씨를 누가 새겼냐 하는 데 있습니다.
남명학연원에서는 두류전지 기록에 의하여 도구 이제신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분성배씨 종친회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즉 원인이 된 눌암訥庵 박지서의 도구대기陶邱臺記를 보면,
'德川遷公題其巖曰入德門 其後裵參知大維書而刻
덕천천公(도구 이제신)이 그 바위의 이름을 입덕문이라 지었는데, 그휴 參知 배대유가 繼書하여 그걸 새겼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하진달(1778~1835)의 역헌문집에도 나오고, 성섭(1718~1788)의 교와문고에도 나오는 내용이라 합니다.
전에 'J3클럽'의 배병만 방장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열변을 토한 이유가 이제야 납득이 갑니다.
배병만 방장님.
대단한 인물입니다.
17:20
앞의 평촌천이 우측의 시천천과 만나 덕천강이 되어 좌로 흐르는 모습.
17:21
덕산 시내로 들어가면서 오늘 모든 구간 진행을 마무리 합니다.
위태 ~ 덕산 구간이 9.7km이니 오늘 걸은 거리가 40km가 조금 넘는군요.
새로 생긴 목욕탕으로 들어가 개운하게 목욕(3,000원)을 하고 터미널 옆의 순댓국집에서 순댓국을 먹는데 내장은 없고 순대만 들어 잇네요.
물어보니 내장탕을 시켜야 내장이 나온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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