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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현오의 백두대간 꿰뚫어 보기

지리북부능선(음정마을 ~ 벽소령 ~ 삼각고지 삼거리 ~ 별바위등 ~ 영원령 ~ 삼정산 ~ 빗기재 ~ 약수암 ~ 실상사)

 

오늘은 지리의 북부능선입니다.

온전하게 경상남도와 전라북도를 구분하고 있는 산줄기이죠.

서쪽으로는 뱀사골과 와운골의 물을 달궁계곡의 만수천으로 합쳐 람천으로 흘려보내고 동쪽으로는 광대골과 무동계곡의 물을 덕전천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람천으로 흘려보냅니다.

그 람천 건너편에는 임천지맥을 마주하여 지맥의 삼봉산1186.7m에서 내려오는 금대암 줄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지리산 유람을 마친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이 등구재를 넘어 함양의 관아로 복귀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모름지기 영원령에서는 남원부사로 임명된 어우당 유몽인(1559~1623)이 꿈에도 그리던 '두류산 유람'에 올라 자못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그 일행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산꾼들을 만난 어우당은 그 중에도 저에게 "나는 올 봄에 용성(남원)부사로 부임한 응문이라는 자를 쓰는 어우당  유몽인이라 하오. 나는 두류산을 마음껏 유람하여 오랜 숙원을 풀고자 순천 수령 유영순, 진사 김화, 생질인 순창 사람 신상연과 신제 등과 유람길에 오르게 된 것이오. 본시 두류산은 방장산이라 하잖소? 두보의 시에 "방장산은 바다 건너 삼한에 있네."라는 구句가 있고, 그 주석에 '방장산'은 대방국 남쪽에 있다.' 하였으니 용성이 대방이고 두류산이 곧 삼신산 아니겠소! 일찍이 진시황과 한무제는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삼신산을 찾게하느라 쓸데없이 공력을 허비하였는데 우리들은 이렇게 앉아서 이를 구경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소!"라는 지리산 예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을 만나는데 산벗 이한검 대장님이 동행을 해주었고 운봉의 고남님이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서초동 남부터미널에서 23:50이라는 느즈막한 시간에 백무동행 버스가 있다는 것은 지리를 꿈꾸는 많은 산꾼들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사건이기만 합니다.

겨울이었다면 장터목이나 세석에서, 그 이외의 계절이었다 해도 벽소령 정도에서는 충분히 샐녘을 맞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른 시간에 주릉에 설 수 있으니 랜턴의 도움 없이도 긴시간에 지리에 머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지리산은 예전에는 노고단이나 반야봉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구간을 주릉이라 하였지만 861번 도로가 확포장 되어 개통된 1988년 이후로는 성삼재 ~ 천왕봉이 주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니 지리를 좀 확장성있게 즐기고 싶어했던 꾼들은 그 주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마루금을 긋습니다.

그렇게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능선이 만들어 집니다.

천왕봉에서 밤머리재 ~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동부능선,

성삼재에서 바래봉을 지나 구인월로 떨어지는 능선을 서부(북)능선,

영신봉에서 삼신봉을 거쳐 외둔마을로 진행하는 능선을 남부능선

그리고 삼각고지에서 삼정산을 지나 실상사로 가는 능선을 북부능선으로 각 이름지은 것입니다.

물론 코스는 진행하는 이의 편의나 상황에 따라 가감이 될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산행은 생물生物이기 때문입니다.

 

서부에 이어 남부를 마쳤으니 오늘은 북부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리의 삼각고지 ~ 실상사의 이음을 북부능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정시에 남부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함양을 거쳐 마천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이한검 대장님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계시는군요.

이 대장님과는 3주 전부터 이 코스로 예약된 오늘의 행사이기에 기대가 큽니다.

동서울에서 온 한 부부 커플과 함께 택시로 음정으로 갑니다.

원래 13,000원 ~ 15,000원인데 팀당 10,000원씩 내고 임도 입구까지 올라갑니다.

음정 ~ 벽소령 ~ 삼각고지 ~ 실상사 코스로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8. 6. 9. 토요일

2. 동행한 이 : 이한검 님

3. 산행 구간 : 지리산 북부능선 (음정마을 ~ 벽소령 ~ 삼각고지 삼거리 ~ 별바위등 ~ 영원령 ~ 삼정산 ~ 빗기재 ~ 약수암 ~ 실상사)

4. 산행거리 : 20.81km

구 간

거 리

출발 시간

소요 시간

비 고

음 정

 

03:45

 

 

벽 소 령

5.06

05:21

96

삼각고지 삼거리

2.64

06:53

92

20분 휴식

별바위등

1.54

07:28

35

삼 정 산

6.02

10:56

155

10분 휴식

약 수 암

4.31

12:53

117

20분 휴식

실 상 사

1.24

13:31

38

20.81 km

09:46

07:56

실 소요시간

 

산행기록

 

지도 #1

03:45

지도 #1 '가'의 벽소령 입구에 도착을 하여 산행 준비를 합니다.

싸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만 걷자마자 곧 더워질 것이니 그냥 반소매 차림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작년 9월 쯤 코뿔소 대간팀과 음정마을 ~ 성삼재 구간을 진행한 곳이니 아무래도 낯익은 곳입니다.

너른 임도를 따라 오르면서 존경하는 이 대장님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눕니다.

전에 공사를 하느라 많은 자재가 쌓여 있었는데 그 돌이 저 축대가 된 것이라는 둥 저 방호벽이 되었다는 둥.....

7암자 순례 때.....

지난 번 지리남부종주 때......

04:35

시간 상으로 50분이 훌쩍 지났군요.

지도 #1 '나'의 연하천 대피소로 빠지는 삼거리 이정표를 만납니다.

우측의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우선은 지리 북부능선에 오른 다음 잘 다져져 있는 등로를 따라 남쪽으로 진행하게 되고 그러면 바로 초소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우틀하여 700m 정도 가면 연하천 대피소가 나오죠?

바로 그 길을 안내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 삼각고지 옆 초소 삼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와도 괜찮겠지만 가능하면 반복을 피하는 게 마루금파 산꾼의 기본 기질일 터, 직진하여 벽소령 대피소 방향을 따릅니다. 

05:09

날이 훤해지고....

좌측으로 금대산이 보이고 람천 상공에는 운해가 짙습니다.

05:12

비상도로 아니 임도의 끝에는 벽소령 대피소 작업 차량으로 보이는 두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군요.

우틀하여 돌계단을 따라,

 

05:21

채 10분이 되지 않아 벽소령 대피소에 오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입니다.

쓸 만 했던 대피소였는데.....

산꾼들의 편의에 공供하기에는 아무래도 뭔가가 부족했다고 느꼈나 봅니다.

공단의 배려와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05:42

공사장 안에서 바람을 피하며 김밥과 사과 하나를 먹고 일어섭니다.

형제봉이라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부자봉이라고 불러야 할 곳이죠?

'좋은사람들'에서 오신 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섞여서 진행합니다.

좌측으로 화개면 대성리 방향을 보는데 고작 이렇습니다.

오늘 조망은 틀린 건가요?

06:43

이정표를 지나고,

06:48

삼각고지를 지납니다.

토끼봉 부근도....

앞서가던 '좋은사람들' 팀에서는 우리가 삼각고지 운운 하는 대화 내용을 듣고는 "삼각고지가 어딘데요?"라고 묻습니다.

"조금 전 조그만 공터가 있던 곳인데요."라고 하자,

"큰일 났네요. 인증 샷 찍어야 하는데..."라며 되돌아 갑니다.

"아! 블야 100명산!"

06:53

지도 #1의 '다'의 곳에 있는 초소 삼거리입니다.

직진하면 연하천 대피소로 가는 주릉방향이고....

우리는 우틀하여 여기부터 본격적으로 지리 북부능선을 진행합니다.

자, 그럼 가볍게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루트를 진행함에 유의할 점은 상당 구간이 '비탐방 구간'에 묶여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단속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저희는 부득불 우리가 표방한 '산행의 목적' 때문에 출금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과감하게 안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산행의 목적.

도대체 어떤 구간이기에 비탐 구간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을 파악하는 계기로 삼기 위함입니다.

반달곰으로부터 탐방인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나 멸종 위기의 동물천연기념물 등을 탐방인으로 부터 보호하려는 행정행위에 원인적 흠瑕疵은 없지 않은 지를 고민해 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길은 전라북도 남원의 산내 사람들과 경상남도 함양의 마천 사람들이 오갔던 고개를 확인할 수도 있는 곳이니 지역 감정이 없이 전라도의 부드러운 사투리와 힘있는 경상도 사투리의 섞임도 느껴보자는 것입니다.

이런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지리북부능선 등로의 초입은 발걸음을 무척이나 가볍게 도와줍니다.

너무나 당연히 그 길은 공단에서 세세하게 안전문제에 주의를 기울였으니 이런 언급이 사실 불필요합니다.

07:15

그렇게 푹신하고 편안한 길을 약 15분여 걸으면 로프로 '출금' 표시를 하여 놓은 공단 설치의 유도 안내판을 만나게 됩니다.

이 대장님은 얼마 전  지리태극종주를 하던 중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는 기상청 예보에 순응하여 부득이 하산을 했던 일을 잠시 떠올리십니다.

오늘은 음정으로 내려가는 그 우측 길을 피해 직진하는 지리북부능선 길을 택합니다.

공포스럽다는 산죽과의 만남이 기대되고 산꾼이 그리 많이 찾지 않게 된 등로의 변이과정을 파악하면서 나아가 등로에 있을 반달곰의 변便이나 흔적 등을 살펴보고 혹시나 녀석들과의 만남도 예비적으로 대비를 하여야겠죠.

물론 녀석들에 대한 대비는 공단 펼침막에서 알려 준 정도의 지식 밖에 없지만 그들을 방사할 때 공단 산하 '종복원기술원'에서 녀석들에게 인간을 만났을 때의 행동 요령을 충분히 주입시켰기 때문에 서로 간의 불필요한 마찰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줄을 넘습니다.

07:25

키 작은 산죽 밭을 가로지릅니다.

우선은 양호합니다.

우려했던 키 큰 녀석들은 아직 찾아볼 수 없고 예전에 공단에서 다듬어 놓은 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아니 길의 흔적이 아니라 그대로 등로입니다.

07:28

별바위등1399.5m입니다.

좌측으로 작은 바위가 하나 있다는 것 이외에는 봉우리로서의 기능이 무엇인가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합니다.

오히려 손으로 산죽을 헤치고 지나야 할 정도의 봉우리입니다.

07:32

별바위등을 지나면서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의 산죽이 잠깐 나타나지만 겨우 10~20m내외에 불과하므로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양호한 등로 사정입니다.

어찌보면 표지띠가 달려 있다는 것 자체가 공해로 보일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07:42

지도 #1의 '마'의 곳에 이르러 등로 좌측으로 바위가 하나 보입니다.

잡목에 가려 주위를 살펴본 적도 없었으니 '타는 목마름'으로 잽싸게 올라갑니다.

아!

그렇군요.

별바위등이 괜히 이름을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렇게 자기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걸 겁니다.

다만 별바위의 '별'에 대한 이해를 갖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뭔가가 있군요.

사실은 저 별바위의 '별'은 우리 중세국어의 '벼로' 또는 '별ㅎ'에서 온 말로 이해합니다.

즉 '낭떠러지', '비탈진 땅'을 의미한다는 것이죠.

이런 말로 '빗~'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비스듬히, 빗장, 빗나가다 등이 이런 말의 유형입니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산 이름과 관련헤서는 '베틀'이니 '벼루', '벼리' 등입니다.

베틀봉, 벼루바위 등이 그 예입니다.

마찬가지로 조종(명지)지맥 상의 빗고개나 이 별바위도 곧 비탈진 고개라거나 비탈진 곳에 있는 바위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그 삼각고지와 이 북부능선 사이로 갈라지는 골짜기.

바로 와운골입니다.

臥雲谷이라!

우측 명선능선과의 사이에 있는 이 골짜기에는 운해가 자주 끼어 있어 구름이 누워 있듯이 펼쳐져 있는 모습을 그린 말로 이해합니다.

그러니 그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명선봉의 그런 아름다움을 연하煙霞라고 불러 고요한 산수의 경치를 나타낸다고 하여 조금도 과장스럽게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갑자기 지리 최고의 물맛을 가지고 있는 연하천의 물이 그리워집니다.

바탕 이 대장님의 와운곡 예찬이 벌어집니다.

07:54

다시 바위 하나를 만납니다.

지도 #1의 '바'의 곳에서 조금 전 올랐던 지도 #1의 '마'의 곳을 봅니다.

아!

우측으로 희미하게나마 그리던 봉우리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서부 지리의 큰 축.

지리의 사상적인 근원을 제시한 문수보살의 성지 반야봉입니다.

중앙에 머리 끝만 살짝 보이는게 명선봉일 테니 그 사이에는 뱀사골이 흐르고 있을 겁니다.

뱀사골....

참 할 얘기도 많은 곳입니다.

뒤로 미룹니다.

그 반야봉에서 우측으로 흐르고 있는 심마니능선.

그 끝은 뱀사골과 달궁 계곡이 만나는 반선입니다.

그곳에 들기만 해도 반半 신선이 된다는 半仙.

좌측으로는 천왕봉입니다.

희미하기는 해도 천왕봉은 천왕봉입니다.

그리고 진행 방향으로는 남부지리를 책임지도 있는 임천지맥의 삼봉산1186.7m.

아직 개스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게 불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여기서의 진행이 좀 어렵습니다.

사실 우측으로 진행을 하여 도솔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더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도솔암은 '지리7암자 연계 산행지' 루트에서 첫 번째 들르게 되는 암자입니다.

공단에서는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하여 일시적으로 비탐 구간을 해지하여 주는데 그때 전국의 산꾼들이 "찬스다!"라고 외치며 오는 곳이죠.

도솔암 ~ 영원사 ~ 상무주암 ~ 문수암 ~ 삼불사 ~ 약수암 ~ 실상사로 이어지는 이 루트는 상당 구간 이 지리북부능선을 이용하고 있어 지리북부능선을 그리워 하는 이들이 이 시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희미한 좌측 들머리에 표지띠를 달아두고 진행합니다.

후답자를 위한 배려입니다.

그 들머리를 반대 방향에서 봤습니다.

08:12

이곳도 주위를 기울여야 할 곳!

지도 #1의 '사'의 곳인데 여기도 좌측으로 진행하는 선이 너무도 선명합니다.

우측을 택합니다.

아마 산죽이 죽지 않았다면 좀 시달렸을 법한 구간을 지납니다.

08:23

바위봉 하나를 지나면서 간식을 먹고 갑니다.

배가 출출해서가 아니라 괜히 잡담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08:32

그러고는 지도 #1의 '아'의 곳에서 삼거리를 만납니다.

우측으로 표지띠 몇 장이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길을 영원사 루트로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부능선을 타는 꾼들을 위해 이대장님이 표지띠 한 장을 걸어 둡니다.

후답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입니다.

08:44

없는 1231.2봉.

등로 사정은 매우 양호합니다.

오르내림이 지금까지 크게 두어 번 정도 있기도 하니 빠지는 샛길만 조심한다면 초보자도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위에 올라가 정면을 조망합니다.

암벽까지 거느린 1169.4봉이 자못 의젓해 보입니다.

1169.4봉을 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깊은 안부의 골을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암벽이 나오는데 다행히 거기에는 로프로 안전시설 까지 되어 있습니다.

이런 공단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만 가질 뿐.....

09:03

그러고는 지도 #1의 '자'의 곳인 안부에 도착합니다.

좌우로 샛길이 선명합니다.

지도에서 명백하 듯 이 길은 마천 삼정리 사람들과 산내의 부운리 사람들이 교류하던 길이었을 겁니다.

보통 산길은 암자와 암자를 잇는 길이 보통이지만 이런 고개의 경우 마을과 마을을 잇는 역할로 보는게 맞을 겁니다.

전라도 남원과 경삼도 함양의 만남의 장場입니다.

이대장님은 좌측으로 가서 와운마을에 집 하나 짓고 살고 싶다고 하시는군요.

저는 산내 중황리 자락에 집을 짓고 자나깨나 지리를 보며 살고 싶다고 맞장구를 쳐 줍니다. 

지도 #2

09:09

1169.4봉이 목전입니다.

그 정상 바로 전에 폐헬기장이 용도를 상실한 채 잡목밭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09:11

그리고 그 1169.4봉은 좌로 우회하여 사면치기로 진행합니다

봉을 내려오면서 산죽밭이 시작되고.....

오늘 구간 중 조금 산죽의 저항을 받는 곳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인가?"

09:28

한달음에 정상에 올라서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1290.5봉 정상의 이대장님.

그런데 지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이렇게 어엿하게 3등급 삼각점(운봉 305)이 박혀 있습니다.

집에 와서 '기준점 조서'를 확인해 보니 이 삼각점은 폐기된 그것이군요.

역시 지도는 정확합니다.

잠시 조망이 트이는 곳만 봅니다.

별바위등과 중앙 우측의 삼각고지.

09:30

1290.5봉을 내려오자마자 만나는 곳.

지도에는 이곳이 영원령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좌우측으로 표지띠도 걸려 있고 제법 길다운 길도 선명하게 나 있습니다.

영원령이라고 영원사의 암자를 딴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고개이니 이 고개가 양정 ~ 영원사 ~ 영원령 ~ 와운마을 ~ 반선을 잇는 오리지널 통로입니다.

등로는 우측으로 휘어지면서 이후 평범한 등로를 따릅니다.

전화 통화 하느라 잠깐씩 쉴 뿐....

이런 널널한 길의 연속입니다.

다만 산죽이 밭을 이루고 있는 것이 좀 답답하죠.

어우당 유몽인은 이 부근으로 영원암을 향하면서 "가느다란 대나무가 밭을 이루고 몇 리나 펼쳐져 있는데 그 사이에 다른 나무는 하나도 없었다. 마치 사람이 개간하여 대나무를 심어놓은 듯 했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10:20

그러다 영원사에서 올라오는 루트인 빗기재를 만납니다.

지도 #2의 '카'의 곳인 이곳이 오리지널 7암자 루트이기도 합니다.

이 고개의 이름인 빗기재도 빗고개의 사투리인 빗기개에서 빗기재로 바뀐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즉 경사가 심한 고개라는 의미죠.

일반 안내판과,

반가운 공단 이정표도 볼 수 있는 곳이 이곳입니다.

우리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죠.

이곳에 오는 동안 등로의 안정성은 최고였고 다만 산죽이 다듬어지지 않은 곳 한두 곳만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반달곰과의 조우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공단 자원보전팀에서 녀석들을 교육을 잘 시켜놓아서인지 등로에 변便도 싸놓지 않녀석들의 존재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0분 정도 물을 마시며 쉬다가 다시 일어섭니다.

이제부터는 고속도로입니다.

일반인들도 이용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 용이함이란!

10:36

지도 #1의 '카'의 곳의 삼거리입니다.

좌측은 삼정산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직등 루트.

그리고 우측 선명한 길은 상무주암으로 진행하는 우회 루트.

조망처가 한 군데 있다고 하니 후횟길로 진행합니다.

있기는 있군요.

그런데....

어쨌든 중황마을 부근과 백운산, 금대봉을 어렴풋이 확인합니다.

우측으로는 영신봉만 가늠하고.....

그러고는 지도 #1의 '타'의 곳입니다.

이곳 길이 7암자 순례길인 만큼 좌측 삼정산으로 오르는 된비알은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칠암자 길은 순한 길인 반면 삼정산으로 진행하는 북부능선 루트는 위험요소가 상주하는 만큼 초보자에게는 그리 억지로 권할 만한 곳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조금 전 조망터에서 만난 분들에게 코스를 설명해 주고 함께 오릅니다. 

로프로 안전시설을 해놓아 겨울에 내려오는 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놓으셨습니다.

이 루트를 이용하는 것은 막되 악착같이 말을 안 듣고 올라온 양아꾼(양아치 + 산꾼)들의 안전을 위한 공단의 배려입니다.

어쨌든 이왕 올라왔으면 안전하게 산행을 마치라는 취지죠.

10:51

헬기장을 지나면서 좌측에서 아까 삼정산으로 직접 올라오던 길과 만나고 좌측 조망바위 위로 잠시 올라갑니다.

아!

좌측으로 별바위등과 그 뒤의 삼각고지.

그리고 그 흐름을 따라 우측 끝의 1290.5봉과 영원령.

그리고 빗기재를 지나 이곳으로 올라오는 작은 봉우리들....

이런 곳을 안 오고 어떻게 배길 수가 있겠습니까!

좌측으로...

중앙에 천왕봉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고.....

지리동부능선.....

남원시 산내면.

마천과 백운산.

10:56

그러고는 삼정산입니다.

이곳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그저 무명봉으로 아무런 표시가 없는 곳입니다.

그러니 제법 정상으로서의 모습은 갖추고 있어 함양군에서는 정상석까지 세워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표고 표기가 1182m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독도를 잘못하여 지도 #2의 '파'의 곳의 높이를 가지고 온 것으로도 보입니다.

어쨌든 봉우리의 생김새로 보아 이곳이 삼정산인 게 맞는 것은 같습니다.

표고 표시는 아마 영진지도를 보고 그렇게 쓴 것 같은데 이곳은 약1250고지 정도가 되는 곳이고 '사람과 산' 지도에도 1225고지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영진지도인데 여기 만큼은 오류를 범한 듯 싶습니다.

 

삼정산에서의 진행의 경우 칠암자 팀은 오던 곳으로 다시되돌아 나가야 하고 능선 팀은 직진합니다.

밋밋한 능선이기에 1224.7봉은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통과하게 됩니다.

11:17

그러고는 1183.6봉입니다.

나달나달해 질정도로 오래된 맨발 사부님을 알현하고.....

11:24

국토지리정보원 상 삼정산1156.2m에서 이대장님이 귀요미로 변신합니다.

어디로 봐도 산 이름을 가질 만한 봉우리가 아님은 물론 입니다. 

지도 #3

바위 구간이 자주 나타나더니....

11:40

완전한 조망터인 지도 #1의 '파'의 곳입니다.

천 길이 넘는 벼랑 위인 이곳에서 실상사를 내려다 봅니다.

흐리긴 하지만 육안으로는 그 뒤 임천지맥의 삼봉산 라인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는 이 줄기의 끝 767.9봉도 우측으로 오똑하게 서 있습니다.

연신 그 좌측의 장항동과 람천 건너 매동 마을을 읊어대고.....

우측의 창암산을 보며 조만간 창암능선으로 올라 제석봉을 경유하여 천왕봉으로 가자는 얘기도 곁들입니다.

이 대장님.

미안합니다.

사람 잘 못 만난 거 이제 아시겠죠?

그 우측으로 등구재 넘어 백운산을 지나 금대암으로 오는 길도 보이고 육안으로는 안국사와 금대암도 확인합니다.

그 좌측 위로 오도재와 그 우측의 법화산도 보이지만 사진으로는 영......

1489년 4월 16일 탁영 김일손은 정여창, 김형종 등과 저 등구재를 넘어 금대암으로 유람을 떠납니다.

저 금대암에 이르렀을 때 한 승려가 물을 긷고 있었죠.

불쑥 들어선 금대암에는 모란 몇 그루가 있었는데 반쯤 시들었어도 그 꽃은 매우 붉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누더기 납의를 입은 승려 20여 명이 가사를 둘러매고 뒤따르며 범패를 하고 있었는데 그 행위가 '정진도량'이라고 했다던 글이 나오는데 특이할 점은 저 금대암에서 이곳의 상무주암과 군자사가 조망된다는 점입니다.

무주無住란 집착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음이라고 하니 집착함이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말하는 듯 싶습니다.

우측 멀리 창암산924.9m

앞이 오송산 능선.

바위 위에 누워 빵과 물을 나누어 마시고 먹습니다.

누워서 보니,

광주산꾼 유목민님이 보이는군요.

"예. 광주가면 한 번 뵙죠. 맛있는 홍어집으로 안내 부탁드립니다."

11:58

이제 내리막 버전입니다.

조금 조심스럽게 내려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12:07

지도 #3의 '하'에서 아까 헤어졌던 칠암자 등로를 만납니다.

12:13

그러고는 정성재를 지나고,

12:17

진주강씨 묘동을 지납니다.

12:26

그림같은 곳.

호젓한 오솔길입니다.

12:29

반가운 공단 이정표.

12:34

그냥 편안하게걸으면서 '고남'님께 전화를 합니다.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라고....

12:40

제발 약수암은 들르지 말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담은 넘지 않고 우회합니다."

반가운 공단 표지띠.

고맙습니다.

산꾼들을 위해서 수고 좀 많이 부탁드립니다.

12:53

임도를 만나 좌틀하여 약수암으로 들어섭니다.

신라 경덕왕 때 지어진 이 암자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이게 해우소 같습니다.

고색이 창연하군요.

보광전인데 너무 노후화 되어서인가요?

굳게 잠궈져 있습니다.

우측에 쓰인 지리산 실상사 약수암 건축 내역을 보니 ...

신라 흥덕왕때 지어진 암자로 세존 응화2948년 즉 서기 1924년 재건축하면서 이 기록을 남긴 것이로군요.

이 보광전 안의 탱화는 보물 제421로 지정되어 있군요.

간단하게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옵니다.

12:58

약수암을 빠져 나옵니다.

좌측의 암자 가는 길이 곧 7암자 순례길로 약수암을 들르지 말라는 얘깁니다.

임도를 따르면서 가끔씩 지름길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13:;30

지루한 임도를 나오니 모내기를 마친 논이 보입니다.

13:31

그러고는 그 유명한 홍척선사의 실상사입니다.

5교9산의 9산 선문 중 처음으로 문을 연 곳으로 혜천선사의 동리산문 태안사, 혜소선사의 쌍계사와 함께 선종불교의 효시가 된 것이죠.

9산 선문이 세워진 것은 그동안 신라불교를 지탱했던 교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9세기 말 최치원에 이르러 불교와 유교의 융합으로 발전하기에 이릅니다.

시살사가 불교의 전래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은 조금 이따 확인하게 될 돌장승과의 결합입니다.

실상사(實相寺)는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의 말사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남원시에 속해 있으나 실제로는 경상남도 함양군과도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사찰이 대부분 산 속에 지어진데 반하여 남원시 산내면의 들판 가운데 자리잡은 것이 특이하다. 지리산에서 흘러나오는 만수천을 끼고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때 증각대사(홍척(洪陟)국사)가 당나라에 유학했다가 귀국해서 세운 절이라고 전해진다. 흥덕왕이 태자와 함께 이 절에 귀의할 정도로 왕실의 관심을 받은 절이라 이후 선종이 크게 일어나 실상학파를 이룰 정도가 되었다. 신라말 구산선문(九山禪問)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진 선종의 대표 사찰이다.

그러나 실상사는 조선 시대에 들어 차츰 쇠퇴하기 시작했다. 조선 초기 또는 중기의 어느 시점에 화재로 전소되어 사찰의 문을 닫았다가, 숙종순조, 고종 때 세 차례 걸쳐 중건해 다시 세워졌다. 다만 거대한 규모였던 예전의 모습을 다 찾지는 못했다.

한국 전쟁 중에는 지리산을 무대로 한 빨치산과 토벌군의 전투로 수난을 겪었으나 사찰과 문화재에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실상사가 조선 시대에 전소된 것은 정유재란 때 일본군에 의한 것이라는 전설이 있는 등 왜구와 얽힌 설화가 많이 전해진다.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하고 일본이 망하면 실상사가 흥한다"는 구전도 있다.

부속 암자로 백장암과 서진암, 약수암이 있다.  - 위키백과

홍척선사가 이 실상사를 세울 때 아까 들른 약수암도 함께 지었다는 내용은 약수암 현판에서 확인했었습니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타 200여년 동안 폐허로 있었습니다.

우측의 저 범종은 194년 숙종20년에 만들어진 것인데 종을 치는 자리에 일본의 지도무늬가 있어 이를 치면 일본이 망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면으로 보이는 게 보광전이고 좌우에 삼층석탑 두 기가 보입니다.

좌측으로 요사채 등.....

수철화상탑 등도 봐야 하였을 것이나 다음을 기약합니다.

연이 심어져 있는 연못길을 따라 나갑니다.

잘 어우러진 풍경.

이 돌장승은 모두 네 기가 있었는데 한 기는 1963년 대홍수 때 떠내려갔다고 하는군요.

이 세 기의 돌장승은 이 대장군과,

상원대장군,

그리고 람천 건너,

해탈교 앞에 있는,

옹호금사축귀장군軍 등 세 기가 세워져 있습니다.

수염을 땋아서 왼쪽으로 구부렸고 벙거지 같은 모자를 썼다. 찌푸린 이맛살과 콧등, 물안경을 쓴 듯 튀어 나온 두 눈, 주먹 같은 코는 벌름거리는 것 같고, 입술 밖으로 드러난 이빨은 굵고 송곳니는 길게 자형으로 튀어나왔다. 목에 힘을 준 듯 힘줄이 솟아 있다.

 

이 석장승이 갖는 의의는 기존의 성모와 산신신앙으로 대표되는 지리산 문화의 변화에 있습니다.

즉 위숙황후와 마야부인 그리고 박혁거세 어머니인 선도 성모 등의 성모신앙과  마고 할머니의 산신신앙 등이 불교의 전래로 부처나 보살로 대체되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법우화상이 등장하며 이 석장승 등이 절 앞에 서 있음으로서 우리 고유 신앙과 불교의 융합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무녀巫女가 굿을 할 때면 한 손으로는 금속방울을 흔들고 한 손에는 그림 부채를 가지고, 웅얼웅얼 주문을 외우고 빙글빙글 춤을 추면서, 불타佛陀를 부르고 또 법우화상法祐和尙을 부릅니다. 여기에는 유래가 있습니다.

옛날 지리산智異山의 엄천사嚴川寺에 법우화상法祐和尙이 있었는데, 불법佛法의 수행修行이 대단했습니다.

하루는 한가로이 있는데, 갑자기 산의 개울이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물이 불어난 것을 보고, 물이 흘러온 곳을 찾아 천왕봉天王峯 꼭대기에 올랐다가 키가 크고 힘이 센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 여인은 스스로를 성모천왕聖母天王이라 하면서 인간세계에 유배流配되어 내려왔는데 그대와 인연이 있어 물의 술법術法을 사용하여 스스로를 중매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부부가 되어 집을 짓고 살면서 딸 여덟을 낳았고 자손이 번성했습니다. 이들에게 무당의 술법巫術을 가르쳤는데, 금속방울을 흔들고 그림 부채를 들고 춤을 추면서 또 아미타불阿彌陀佛을 창하고 법우화상을 부르면서 방방곡곡坊坊曲曲을 다니면서 무당의 일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세상의 큰 무당은 반드시 한번 지리산 꼭대기로 가서 성모천왕에게 기도하고 접신接神을 한다고 합니다.

- 조선 무속고巫俗考

 

한편 이륙의 유지리산록(1463)을 보면 "산 속에 있는 여러 절에서도 사당을 세우고 성모에게 제사하지 않는 데가 없다."고 쓴 흥미로운 대목 역시 이러한 점을 반증해 주는데 이는 현대 사찰의 삼성각과 같은 기능을 한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해 봅니다.

어쨌든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토속신앙을 수용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택시 기사님의 친절한 안내로 실상사 앞으로 걸어 나와 매 20분 마다 있는 버스로 5분 걸려 마천으로 이동합니다.

이 대장님은 마천 면사무소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고남 님 숙소로 이동하여 샤워를 하고 남원 시내로 자리를 옮겨 오리로스로 푸짐하게 먹은 후 귀가합니다.

올해 첫 꿀 수확을 한 고남 님의 선물인 생꿀 맛있게 먹겠습니다.

생꿀은 그냥 꿀과는 비할 바가 없는 꿀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