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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산

설악 공룡능선의 참맛

지리는 앙탈 부리는 설악과는 달리 자주 가지 않아도 용서해주는 산이라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을 때는 오라고 했다. 잠에서 막 깬 채로 있는 수염 그대로 가지고 와도 된다고 했다. 고달프고 지쳐있을 때, 다른 데서 눈길을 주지 않을 때 은근하게 생각나면 와도 된다고 했다. 수줍은 시골 새색시를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라고 했다. 지리 아무 데나 앉아서, 하염없이 아무 데나 바라보고 싶을 때는 오라고 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수족이 힘들어할 때에는 꼭 찾으라 했다. 가만히 앉아서 하염없이 울고 싶을 때 그때는 반드시 오라고 했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서문

 

산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지인이 얘기합니다.

설악의 공룡능선은 가 보았는데 왜 사람들이 "공룡, 공룡"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힘들게 걷고 내려오면서 발목과 무릎에 오는 고통 때문에 공룡이 멋있다거나 황홀하다는 그런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고 하는 극단적인 말까지 서슴지 않는군요.

이제 산행의 맛을 조금 느낀 분이 그런 얘기를 하니 약간은 안타까우면서도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면서 숲을 보아야지 나무만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해 줍니다.

 

그 말이 씨가 되었나요?

사람들이 괜히 공룡능선이 진짜 설악이라는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하는군요.

"좋습니다. 공룡을 알기 위해서 공룡의 참맛을 보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화채능선을 가야지요. 그것도 외설악의 만경대를!"

 

2021. 10. 29. 23:50

잠실에서 안내산악회 버스에 오릅니다.

바글바글한 오색 분소 앞.

03:00에 정확하게 문이 열립니다.

산꾼들은 삼삼오오 설악의 품으로 드는군요.

일출은 06:10이 넘어야 뜰 것이니 너무 일찍 올라갈 필요도 없이 느긋하게 올라갑니다.

 

제발 산에서 기차 화통 삶아 먹은 사람같이 큰소리로 대화하지 맙시다!

06:30

약간 흐리지 않나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일출은 시작됩니다.

일행 중 졸림을 호소하는 사람과 속이 불편한 사람 때문에 화채 입구에서 좀 쉬기로 합니다.

대청에 정상석 인증하러 간 사람들을 기다리 보니 7시가 훌쩍 넘어가 버리는군요. 

주걱이나 삼형제 방향도 흐리고.....

점봉산 방향도 그렇습니다.

대청에 올라간 일행들은 내려올 생각도 안 하고.....

시간을 너무 느긋하게 생각하는 건가?

하긴 오랜만에 온 것이니 정상석 인증에 목숨을 걸긴 해야겠지......

일행이 금줄을 넘는데 따라 들어오는 두 남녀.

저는 졸지에 국공이 되어,

"어디로 가시려고 이리로 들어오시는 겁니까?"

"화장실을 좀 들를라고요."

"화채 가려는 거 아니시고?"

대답을 하는 듯 안 하는 듯 제 앞을 지나치며 철책을 넘습니다.

'무례한 놈들....'

그런데 잠시 후 그 두 사람은 길을 멈추더니,

"혹시 현오 형님 아니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며,

"맞는데 누구....?"

마스크를 내리며 모자를 벗는데...

"아니. 코털?"

"예 형님."

좌돌 회장과 정맥 100일 완주 기록에 빛나는 코털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인간아 형을 그냥 지나쳐!"

"형님, 살이 너무 찌셔서리......예전 우리 형님은 날씬했었는데..."

정말이지 사랑하는 아우를 오랜만에 만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집니다.

그들은 피골능선을 타러 가는 먼길이니 막걸리 한 잔 못 나누고 보냅니다.

드디어 설악의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군요.

앞줄 신선대를 시작으로 우측의 울산바위와 그 뒤의 신선봉.

지금쯤 해밀 대간 졸업팀들은 신선봉에서 아침을 먹고 있을 텐데....

조금 더 내려오니 이제는 1275봉에서 황철봉까지.....

금강산은 불행히도 보이지 않고.....

울산바위 뒤로 죽변산도 그런대로 양호하게 보이는군요.

그나저나 이 마가목은 언제까지 붙어있는 건가?

좌측 용아에 그 뒤로 안산까지....

삼청.

잡채능선 아니 관모능선.

널찍한 곳을 잡아 아침을 먹고 계속 걷습니다.

만경대 갈림길 적당한 곳에 배낭을 두고 만경로를 걷습니다.

칠선골 내려가는 길.

표지띠도 많이 걸린 걸 보니 이 길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군요.

울산바위가 한층 더 가까워졌고....

만물상......

염주골....

죽음의 계곡...

이박사능선,

우측 신선대.

이제 칠형제봉 라인과 그 우측으로 범봉.

중앙 뾰족 1275에서 마등봉까지.....

아!

칠선폭포가 오늘은 건폭이 아니고 물이 흘러내리는군요.

좀 멀리 잡으니 황철봉과 신선봉을 볼 수 있고....

화채도 불러주고....

천불동을 내려다봅니다.

만경대 삼거리로 올라 화채 주릉에 접속합니다.

정상을 찍고....

화채능선.

우측으로 귀청도 감상하고....

귀청에 대한민국봉 그리고 안산까지.....

이게 공룡입니다.

좌측 신선대에서 중앙 마등령 지나 우측 황철봉까지....

그 황철봉 뒤로 신선봉 뒤로 마산.,....

너무 지체했습니다.

해산굴을 지나,

칠성봉 가는 길...

능선 우측으로 숙자바위와 칠성봉이 보이고...

우측으로 노적봉까지 감상이 가능합니다.

그 너머로 달마봉.

좌측은 공룡....

피골 좌릉 아래는 그런대로 단풍을 볼 수 있군요.

봉우리 같지도 않은 675.5봉에서 4등급삼각점(설악424)도 확인하고는 우틀합니다.

달마봉이 누운 백호같이 보이고....

울산바위와 그 뒤로 미시령에서 올라온 석봉.

326.6봉을 지나면서 삼각점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금줄을 넘어 C지구 주차장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오릅니다.

오늘 함께한 일행들이 설악의 진면목을 봤다고 즐거워들 하는군요.

동서울터미널에 하차하여 건물 지하에 있는 치킨집에서 하상주를 하고 귀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