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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산

철 지난 영알길을 혼자 걷는다.......

하루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 봤자 세 건의 일에 불과합니다만....

하지만 서울과 울산 그리고 부산 등 세 곳을 오가며 생긴 일이니 바쁘고 즐거운 행보였습니다.

사실 예정되었던 일이기는 했습니다.

산꾼으로 산행에 충실했고, 일꾼으로 일에 충실했으며 술꾼으로 자기 책무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시작은 그랬습니다.

볼 일 하나 보려고 울산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다는 것은 좀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됐습니다.

일단은 며칠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기다렸던 부산에서 연락이 옵니다.

해운대......

울산 갔다가 부산 해운대...

그러고는 귀경.

그래도 억울하지......

금정산 부근을 돌아?

그러던 차에 울산광역철도 개통 소식에 접합니다.

그러면 울산 태화강역에서 새로 개통한 광역전철을 타고 벡스코에서!

 

동서울 터미널에서 23:50 심야버스를 탑니다.

울산신복정류장에 내리니 03:44.

신복로터리에서 김밥집 한 군데가 문을 열었군요.

김밥 한 덩어리를 가방에 넣습니다.

마침 택시 하나가 지나가는군요.

배내고개까지 요금을 문의하니 30,000원이 안 나올 거라고 하는군요.

24번 도로를 무섭게 질주하던 택시는 석남사 주차장을 돌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오릅니다.

낯익은 작은 터널을 지나 좌측 좁은 길을 따라 오르니 을씨년한 바람이 부는 텅 빈 주차장이 나오는군요.

 

아!

오랜만이다.

차에서 내려 얼른 화장실로 들어가 바람을 피합니다.

그러고는 복장을 다 갖추고 화장실에서 김밥을 먹습니다.

일반 식당보다 더 깨끗하니.....

04:41

화장실을 나서면서 그 옆의 정자를 담았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손이 흔들릴 지경입니다.

낯익은 이정목.

오늘이 음력 11. 26.이니까 하현달인데 정말 밝군요.

동짓달이라서 그런가?

배내봉까지 1.4km라....

배내고개가 686.1m이고 배내봉이 954.2m이니 약 270m를 오르는 정도인데 사실 그 정도의 표고차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만한 경사입니다.

오늘은 온전하게 낙동정맥을 걸으려고 계획을 짰습니다.

통도사 옆까지 가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울산으로 들어갈 것이니 오늘 걸을 거리는 약 15km 정도에 불과합니다.

15시 정도에 시내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파트너를 만날 시간까지 여유가 조금 있겠군요.

추억 속의 계단을 오릅니다.

우틀합니다.

좌틀하면 오두산으로 가는 길이고.....

울주군 일대와 멀리 울산시내의 모습이 휘황찬란하군요.

찬바람을 뚫고 좁은 길을 따라 조금 더 진행하니,

예의 추억 속의 정상석입니다.

하트 모양의 돌을 어디서 주워왔는지.....

대단한 정성입니다.

이정목을 따라 간월산으로 진행합니다.

간월산에서 간월재로 넘어가는 능선이 선명합니다.

그런데 저 불빛은 무엇인고!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이리로 걸어오고 있는 것인가?

그럴 리가....

912.2봉을 지나 고도를 올립니다.

그러면 이정목을 지나,

바위로 이루어진,

간월산으로 오릅니다.

지금이 휴일 낮이었다면?

모델들이 줄을 서서 인증사진을 찍었을 텐데....

우측으로 멀리 시살등과 함박등이 보이는군요.

그 너머의 불빛은 양산시에서 뿜는 그것?

데크에 서리가 내려 미끄럽습니다.

조심스럽게 발을 딛습니다.

간월산 규화목.

아직도 잘 보존되고 있군요.

간월재로 내려가는데 전화가 오는군요.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은 딱 한 명.

친구 녀석이 불상사가 생겨 자문을 구하는 전화입니다.

매일 비슷한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도 녀석에게 위안이 될 것이니.....

손가락이 시리군요.

간월재 화장실에 들어가 전화 통화를 합니다.

10여분 통화를 마치고 나오니 날이 밝았습니다.

랜턴은 가방에 집어넣고....

늘 기억 속에 잔재해 있는 간월재.

이런 곳까지 차량이 올라오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 아닌가요?

바람이 몹시 부는 간월재.

예전 매점은 없어졌고 이제는 군에서 위탁 업체를 선정하여 장사를 하고 있지만 예전의 뜨거운 어묵 국물이나 손을 호호 불어가며 먹던 컵라면의 맛을 잊지 못합니다.

간월재 상징물.

너무 사람 손을 많이 탔습니다.

그렇지.

이곳에서 한방에 보이는 곳.

우측이 요즘은 천황산이라 불리는 재악산 혹은 사자봉이고 좌측이 수미봉인데 요즘은 재약산이라 불리는 봉우리입니다.

바로 뒤에 표충사가 있어 그곳 스님들이 예전부터 그렇게 부르던 걸 어느 분이 독도를 잘못하였고 또 일제강점기 시절의 영향 때문인지 산 이름이 천황산, 재약산으로 불려 그렇게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표충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문수 사상이 깃든 사찰이니 문수보살이 타고 다녔다고 하는 사자 이름을 따서 사자봉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그 작명법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우측 멀리 고헌산에서 외항재로 내려오는 선이 뚜렷하고 앞으로 간월산 줄기 뒤로는 배내봉 라인 ...

중앙에 뾰족하게 서 있는 게 바로 가지산1240.9m이군요.

조금 고도를 높입니다.

그 가지산 좌측으로 운문산1195.1m이 보이고....

뒷 줄의 사자산과 수미봉 아래로 사자평이 살짝 보이고 그 앞줄의 재약산953.5m과 그 뒤로 향로산979.1m도 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니 그 라인과 앞의 두 봉 사이가 바로 단장천이 흐르는 배내골이겠고....

조망터에서 한참이나 산세를 즐기다가 신불산으로 향합니다.

정맥 진행은 중앙에서 좌로 틀겠죠.

고도를 높이면서 간원산과 간월재 부근을 봅니다.

부드러운 정맥길.......

하염없이 앉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상념을 즐기고 싶은 산.

삼거리에서 좌틀하니 신불산 정상이 보입니다.

까만 게 정상석일까?

아니면 케른일까......

우측으로는 영축산 가는 능선.

영축산.

그 영축산 우측으로 1059.9봉과 시살등. 

영축산 좌측 뒤로는 천성산이 자리하고 있고......

07:57

일출 후이니 온도가 슬슬 올라가나 봅니다.

편승하여 이제 바람은 좀 멎어 들고......

신불산 정상 정경입니다.

정상석과,

2등급 대삼각점(언양24) 그리고 케른이 있죠.

가기 싫어집니다.

저 영축산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여야 하다니!!!

이정목....

그리고 이 줄기 넘어 삼동천 뒤로 펼쳐지는 저 정맥길.......

골푸장과 공원묘지들이 보이고....

드론을 띄어볼까요?

골프장 바로 위의 정족산.

우측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의 천성산.

새록새록 옛 추억을 기억해 냅니다.

사진 몇 장을 지인들에게 날립니다.

바로 전화벨이 울립니다.

"지금 영알 이유?"

"영알이 아니고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럼 영알이 네 유....."

길......

김민기의 '길'을 흥얼거립니다.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이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누가 말하나

저 길 뿐이라고

 

여러 갈래 길 가다 못 갈 길

뒤돌아 바라볼 길

여러 갈래 길 다시 걸어갈

한 없이 머나먼 길

 

여러 갈래 길 다시 만날 길

죽기 전에라도

여러 갈래 길 다시 만날 길

죽은 후에라도

내려온 길......

이제야 일출을 보나......

길을 가르쳐 주는 이정목.

좌측은 불승사로 진행하는 삼남면......

묵묵히 서 있는 표지판.

또 언제 볼고......

신불산이 저렇게 밋밋했던가?

1000 고지 넘는 곳에도 이렇게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

상록수 한 곡 더 신청해 봐?

기교 없는 김민기의 목소리로!

다른 봉우리 같은 사자산과 수미산.

우측의 샘물 산장 라면에 막걸리 한 잔.

어찌 인간이 술만 마실 생각만 하누!!!!

그러고 보니 칭기즈칸을 안 챙겨 왔구먼.

목에 불을 댕기고 그냥 기어서 가면 어떨까....

오늘은 저 영축산이 정말 가기 싫기만 하구만.

이럴 때 전화나 하자.

새해를 지리의 영랑대에서 보내자는 후배들의 간곡한(?) 요청에 일 때문에 정말 미안하다는 말은 꼭 전해야 하니까......

2021년의 일몰과 2022년의 일출을 영랑대에서 보내자는 몇 달 전의 그 제의를......

바보 같은 이정목.

이정목 없이......

정말 가기 싫다.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를 꺼내 무작정 앉습니다.

To go, not to go?

08:51

아니지.

혹시 취서산장 주인장이 있으면 막걸리 한 잔 먹고 가야 할 텐데....

그렇다면 2시 약속시간을 맞추는 게 빠듯하지 않을까?

아니면 영축산 넘어 백운암 쪽으로 내려갈까?

시살등도 볼 겸.

겸사겸사.....

저 시살등 말이지......

신불산 신령님.

또 뵙겠습니다.

사자산과 수미산 신령님도.....

milestone?

작은 돌 하나를 얹습니다.

우측은 우리나라 고산습지 중 하나인 곳.

요즘은 산성터로 이름이 알려지고......

들어가지 맙시다.

.........................

정맥길은 좌틀.

여기서 양산지맥이 가지를 치게 되는 것이죠.

다음에 다시 또 와야지. 

그러고는 양산지맥을 걸어봐야지.

산수대장님 난리 치겠군.

영축산, 영취산, 취서산.

 

모두 같은 이름이죠.

한자로 靈鷲山, 鷲棲山이라고 씁니다.

취나 축은 같은 鷲를 씁니다.

그렇다고 동자이의어同字異義語는 아닙니다.

그냥 고유명사로 영축산이라고 읽는다는 것이죠.

 

鷲가 '수리 취'를 쓰다 보니 취서산 즉 '신령스러운 독수리가 살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아예 취서산이라고만 되어 있고 청구도에도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대동여지도에도 당연히 취서산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설마 하니 독수리 때문에 다른 절도 아닌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인 법보사찰 통도사 뒷산을 그런 이름으로 졌으려고요.

그런데 鷲는 '취'라고 읽지 '축'이라는 음이 없는데 왜 영축산이라고 했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군요.

생각해보면 이런 한자어들은 삼장법사나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경을 가지고 돌아오는 그 시대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가령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법하던 그 산을 범어梵語로 tkzkekrmxkfn산이었다고 가정할 때 이  산 이름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뜻풀이를 하였을 겁니다.

범어 tkzkekrmxkfn의 뜻이 아마 '인도 독수리'라는 뜻이었겠죠.

 -tkzkekrmxkfn는 실제 단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 뜻에 충실하다 보니 중국의 그럴듯한 산에 절을 짓고는 법화경의 설법한 산 곧 Mt.tkzkekrmxkfn를 자국어인 중국어로 쓰니까 취서산이 되었을 거라는 겁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불교가 중국에서 들어왔으니 우리는 중국의 한자어를 그대로 따랐을 것이고....

불교의 성지 오대산은 이미 갖다가 썼으니 통도사는 다른 산이름을 갖다가 써어야 했을 겁니다.

법화경을 설법한 Mt.tkzkekrmxkfn이 곧 취서산이니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통도사 정도 되는 사찰 뒤에는 鷲棲山급의 산 이름을 붙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불교신앙설).

그런데 우리말로 뚯 풀이를 하니 '독수리가 사는 산'이 되어 버려 적어도 법보사찰인 통도사의 격에 맞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령스러운 靈'을 갖다가 붙여 靈鷲라고 해놓으니 이번에는 '신령스러운 독수리'로 둔갑을 해버립니다.

고민스러웠던 조계종에서는 '취'로 읽지 말고 비슷한 발음인 '축으로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옥편에도 없는 音이 생긴 것이죠.

고유명사화하여 굳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니까..... (玄悟 說)

- 믿거나 말거나....

 

예전 제 산행기 중에서

삼각점도 확인하고......

그런데 이 노끈은 왜?

정맥길은 지산마을 방향으로....

아쉬워서....

사자평 + 운문산과 가지산까지....

정맥길로 계속 진행합니다.

또 아쉬워서?

사거리가 나오지만 직진하면 낭떠러지이므로 결국은 양갈래 길.

좌틀합니다.

우측에도 표지띠가 달려 있지만 이 길은 정맥길이 아닙니다.

지내마을을 따르고....

09:56

아직도 10:00가 안 되었으니 ....

이 사장님이 계시려나?

다행히 문은 열려 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캔맥주 하나를 땁니다.

통도사.

그냥 둘러만 봐도 좋은 우리의 산하.

사람 좋은 주인장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데 한 분이 올라오시는군요.

캔맥주 하나가 양에 안 차서 그러는데 막걸리 한 대접 마시려고 하는데 한 잔 하겠냐고 하니까 자기가 사겠다고 하는군요.

뭐 그럴 게 있냐고 하면서 막걸리 하나에 두부김치 한 접시 시킵니다.

한두 잔 나누면서 제 목적지 가는 방법에 대해서 문의하니 마침 그분 댁이 그 부근이라면서 자기 차로 가자고 하는군요.

두 잔만 마신 그분은 정상을 다녀온다고 하면서 올라가시고 저는 주인장과 영알 9봉이니 뭐니에 대해서 하염없는 얘기를 나눕니다.

11:16

1시간 20분을 지체했군요.

해밀 낙동 팀 이 구간 지날 때 그 뒤를 따라와?

여기서 매상 올려주고 가야 하나?

유달리 소나무가 많은 통도사 뒷산.

영축산.

매나 독수리의 부리로 보이나?

취서산장도 보이고.....

취서암이 아닌 축서암 주차장에서 차를 회수한 분의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들어와 공업탑 사우나에서  땀을 닦은 후, 훌륭하게 울산일을 마치고,

태화강역으로 이동하여 광역전철을 타고 벡스코 역으로 이동하여 깔끔하게 일을 본 다음 22:00 고속버스를 타고 귀경을 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02: 30.

별로 피곤하지도 않지만 오늘을 위해서 조금 잠을 자두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