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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땅끝기맥

땅끝기맥? 흑석지맥? 저는 영산남지맥이라는 이름으로 걸었습니다.

야성野性을 잃었다는 질타가 쏟아집니다.

저는 잃은 건 夜性이지 野性은 아니라고 변명은 하지만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긴 합니다.

이럴 때 산수 대장 님으로부터 재촉이 옵니다.

영산남지맥 마무리는 해야 되지 않느냐는 겁니다.

자신들은 해남지맥까지 다 끝냈으니 예전에는 흑석지맥이라 불리던 영산남지맥의 끝을 보자는 것이죠.

마침 베트남에서 살던 후배가 비자문제로 귀국하여 진도에 살고 있으니 거기를 BC 삼아 갔다 와?

지도 #1

 

2021. 11. 19.

진도로 먼저 내려가 후배와 회포를 풀고 후배의 차를 가지고 제3함대가 있는 영암군 삼호읍 용당리로 갑니다.

21:35

먼저 내려와 있는 산수 님 부부를 만나고는 후배 차는 함대사령부 주차장에 놔두고 산수님 차로 들머리인 강진군 성전면 월평리로 이동합니다.

성전면만 벗어나면 거의 해발 50m 대의 낮은 지역이기 때문에 어디서 보더라도 이 부근의 산세가 높아 보이고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래서 이 동네가 월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거 같습니다.

고대 한국어의 월月은 達에서 왔고 達은 高나 馬, 頭와 같은 말이니 곧 높다는 뜻이죠.

그래서 이 동네 산이나 물줄기 이름을 보면 달뫼 즉 월산月山라는 이름이 보이고 월산천이라는 내가 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좀 낮은 곳의 마을 이름은 자연스럽게 월평月坪이라는 이름이 주어지게 된 것이죠

 

나아가 여기에 구색을 맞추려다 보니 후대에 이르러 달을 높다는 의미가 아닌 하늘의 달로 읽어 어떤 봉우리는 이와 대비되는 개념인 별을 가져와 성산星山 즉 별뫼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동네 향토사학자 같은 얘기만 하는 거 같습니다.

22:58

영암군 학산면과 강진군 성전면의 군계에 있는 배수펌프장입니다.

영산남지맥의 오늘 구간 들머리는 펌프장 바로 옆 레미콘 공장 담장 옆에 있는 #253 전신주 옆입니다.

지맥길은 군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구간 이어가기(end-to-end) 방식이 늘 그러하듯 이 구간도 된비알을 치고 올라가야 하는 곳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레미콘 공장 옆이다 보니 돌을 가는 기계인 분쇄기 아래를 통과하여 흙더미 옆을 지나야 하는 관계로 약간은 "도대체 이게 지맥길 맞는 거야!" 하는 의심이 들만도 합니다.

더군다나 낮에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지나려면 약간은 어떤 저항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잡종견 한 마리도 키우고 있어 녀석의 짖음도 흘려버려야 하고......

그러니 이 길을 원하지 않는다면 제전마을 입구로 잡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듯싶습니다.

 

제법 조망이 트이는 곳을 만나기는 하는데 지금은 새벽시간대이니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40분 정도 걸려서 제전마을에서 올라오는 3거리에 오릅니다.

좌틀하면 암봉인 386봉을 거쳐 제전마을로 가는 길이니 우리는 우틀하여 별뫼산으로 향합니다.

지도 #1의 '가'의 곳인 별뫼산입니다.

여기서 해남군 계곡면을 만나게 됩니다.

제전마을 3거리에서 200m 서진하면 만나는 곳이죠.

예전 국토지리정보원 지도를 보면 463.7m였었는데 그동안 1.4m가 더 자랐군요.

진화하는 영산남지맥의 모습입니다.

여기서 영산남지맥은 우틀하는 반면 해남지맥은 직진하여 땅끝마을로 향하게 됩니다.

즉 이곳에서 해남지맥이 분기한다는 얘기죠.

 

그런데 사진의 이정표를 보면 직진을 하면 땅끝기맥이고 우틀하면 가학산, 흑석산 방향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대한산경표보다 먼저 생긴 박성태 선생님의 신산경표의 관점에서 표기한 것입니다.

이는 곧 신산경표에서 볼 때에는 지금 우리가 올라온 루트를 땅끝기맥이라고 보아 여기서 흑석지맥이 분기한다고 보니 대한산경표와 신산경표가 다른 점이 여기서 또 하나 표출이 되는군요.

 

왜 다를까요?

대한산경표와 신산경표의 차이는 산줄기와 물줄기의 관계를 규정한 소위 '산자분수령'의 법칙에 충실하냐 그렇지 않냐 하는 점에 있습니다.

즉 대한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줄기를 1산줄기 : 1물줄기로 보아 산줄기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그것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합니다.

다시 말해서 산줄기 유형을 ①합수점형>②울타리형>③산줄기형 등으로 구분하여 특히 정맥급 아래의 산줄기들은 모두 지맥으로 분류하여 이들에게 위와 같이 유형에 따라 우열을 주었습니다.

반면 신산경표는 유역을 중시하여 정맥급에 해당하는 물줄기나 예전에 정맥이었다가 신산경표의 분류 체계에 의해 정맥에서 탈락한 산줄기 그리고 나라의 끝으로 주행하는 산줄기 등을 특히 기맥으로 분류하고 그 아래 단계의 산줄기를 지맥이라 하여 산줄기들을 분류하였는데 유형의 우열이 없어 주행의 끝이 저자이신 박성태 선생님의 순전한 주관에 의해 만들어져 조금은 자의적인 요소가 많아 산만한 느낌이 짙습니다.

 

특히 이 땅끝기맥의 경우 그저 나라의 끝으로 가기 때문에 기맥으로 분류하였다는 것은 이 산줄기를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신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줄기를 지맥까지 확장한 최초의 분류서이자 분류체계로써 그 가치는 아무리 높게 평가되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입니다.

다만 위와 같이 산줄기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여기서 대한산경표가 분류하는 세 가지 유형을 설명을 드리자면,

 

3. 지리산의 지맥枝脈

지맥은 대간과 정맥의 하위 개념이다. 즉 대간大幹〉정맥正脈〉지맥枝脈이니 지맥은 산줄기 계급 체계의 제일 하위에 있는 개념이다. 물론 기맥, 분맥, 단맥, 여맥도 상정할 수 있지만 너무 세분시키는 것이기도 하며 논란만 부추기는 격이니 여기서는 언급을 피한다.

 

지맥이라는 계급이 붙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①‘산줄기 요건’으로 백두대간이나 정맥 그리고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지맥에서 가지를 친 줄기여야 한다. 그리고 ②‘물줄기 요건’으로 그 줄기가 가지 칠 때 그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와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산줄기(㉮합수점형)여야 하며, ③마지막으로 ‘산줄기의 길이 요건’으로 그 도상거리가 30km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들이다.

다만 ②요건의 경우 산줄기를 조금 더 유용하게 쓰기 위하여 특별한 경우에는 예외를 두는 바, 가령 관련된 물줄기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울타리형)이나 반도의 모양새를 가진 땅에서 호수나 강 혹은 바다 등으로 진행하는 산줄기(㉰산줄기형)의 경우 등이 그것이다.

즉 정리하자면 ㉮합수점형, ㉯울타리형, ㉰산줄기형 등 세 가지가 유형에 해당되어야 한다. 좀 어려운 내용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산줄기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니 차근차근 살펴보자.

 

㉮ ‘합수점合水點’형의 예

 

위 개념도는 백두대간 지리산 입구인 여원재에서 고리봉을 지나 만복대 ~ 반야봉으로 진행하는 대간 능선과 대간길의 만복대 바로 앞에서 가지를 쳐 밤재 ~ 견두산 ~ 형제봉을 지나 서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33.2km의 가지 줄기 개념도이다.

이를 위 지맥의 3 요건에 대입시켜본다.

보다시피 이 가지 줄기는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줄기이니 ①요건에 합당하다. 그리고 이 줄기가 백두대간 만복대 부근에서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 서시천이라는 물줄기가 발원을 하는데, 이 서시천이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물줄기인 섬진강과 합류되는 합수점인 개념도 ‘A'의 곳에서 이 줄기의 맥이 잠기게 되니 이 역시 ②요건에 합당! 그리고 이 가지 줄기의 도상거리는 33.2km가 되므로 기본 요건인 30km를 넘으므로 이 역시 요건 ③에 합당하다. 그러므로 이 가지 줄기는 枝脈이라는 계급을 얻게 되고 그 이름은 강 이름인 서시천을 따서 ’서시지맥‘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이는 고유명사가 된다.

 

㉯울타리형의 예

합수점형에 비해 설명이 조금 복잡해진다. 산줄기가 여러 개 나오긴 하지만 원리는 같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좌측 개념도의 주主줄기는 역시 백두대간이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백두대간에서 큰 줄기인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쳐 나가는 모습이다. 그 가운데에서 보청천이 발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정맥 이름이 암시하듯 이 산줄기는 금강의 북쪽을 진행한다. 그러므로 이 보청천이 10대 강 중 하나인 금강과 만나는 합수점을 보면 된다.

그런데 이 보청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점으로 두 개의 산줄기가 잠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산경표 상으로는 팔음지맥과 금적지맥이 그것이며 대한산경표 상으로는 보청지맥과 보청북지맥이 그것이다. 신산경표와 대한산경표의 차이점에 관해서는 여기서 논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필자가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대한산경표의 이름으로 얘기를 이어가겠다.

 

똑같은 물줄기로 들어가는 두 산줄기의 우선권은 그 산줄기가 속한 주산줄기의 계급이나 세력에 따른다. 이 경우 백두대간〉정맥이므로 이 물줄기는 백두대간 몫이다. 따라서 보청천과 금강의 합수점으로 잠기는 줄기는 대간에서 분기한 줄기이므로 ①의 요건을 충족하고 합수점으로 갔으니 이 역시 ②의 요건을 충족한다. 마지막으로 이 가지 줄기의 도상거리가 57.7km가 되니 지맥이라는 계급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이 지맥의 이름은 물줄기 보청천의 이름을 따 보청지맥이라 명명한다.

 

이렇듯 ‘합수점’형인 이 보청지맥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보청천으로 들어온 다른 줄기가 문제이다. 즉 이 줄기 역시 한남금북정맥이라는 정맥에서 분기되었으므로 ①요건은 충족하며 이 산줄기의 도상거리가 약 49.6km가 되므로 이 역시 ③요건을 충족한다.

다만 합수점은 합수점인데 주主산줄기가 아닌 부副산줄기이기 때문에 위 보청천에 밀리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시종일관 보청천의 북서쪽 울타리 역할을 하므로 이런 경우는 지맥의 유형 ‘②울타리형’으로 보아 지맥에 편입시키기로 한다. 엄격한 해석보다는 산줄기를 유용하게 사용하자는 취지이다. 따라서 보청천의 북쪽으로 잠기는 산줄기이므로 이름은 ‘보청북지맥’으로 명명한다.

 

㉰산줄기형의 예

위에서 반도의 모양새를 가진 땅에서 호수나 강 혹은 바다 등으로 진행하는 산줄기의 유형을 ‘산줄기’형이라고 분류한다고 했다. 이는 혹시나 합수점형이나 울타리형으로 분류될 경우 모두 잔가지 가령 여맥이나 단맥 등으로 처리되어 지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됨에 따라 선조들이 물려주신 이 소중한 산하를 유용하게 선용하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라 이해하면 된다.

산자분수령의 대원칙인 합수점으로 가지 않는 특수한 경우니 이를 산자분수령의 예외 유형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강이나 하천을 동원할 수도 없으니 물줄기 이름을 붙이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그 산줄기가 마무리되는 지역의 행정구역 이름을 따서 명명하기로 한다.

물론 이 경우도 ②의 합수점 요건에만 예외가 되기 때문에 ①, ③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위 참고도의 경우 금북정맥의 구수산에서 3.2km 진행한 곳에서 가지를 쳐 태안군 이원면 내리의 후망산 부근에서 잠기는 산줄기는 ‘이원’면의 이름을 따서 이원지맥이라 하고 같은 방법으로 금북정맥의 솔개재에서 1.2km 진행한 곳에서 가지를 쳐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황금산 부근에서 잠기는 산줄기는 대산읍의 이름을 따 대산지맥이라 명명하기로 한 것이다.

 

- 졸저 '현오와 걷는 지리산' 405쪽 이하

 

여기에 지난번 완주한 영산북지맥(신산경표에서는 영산기맥)과의 관계를 대입해 보겠습니다.

참고도 #1

 

위 참고도 #1에서 보다시피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산줄기 중 영산강과 서해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 하는 산줄기를 우리는 두 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하구언 북쪽의 산줄기로 호남정맥이 내장산 새재에서 가지를 하나 내놓을 때 발원하는 영산강의 북쪽 울타리가 되는 반면 다른 하나는 하구언 남쪽의 울타리로 호남정맥의 삼계봉에서 나오는 물줄기들의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전자는 영산강의 북쪽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여서 영산북지맥이 된 것이며 반면 후자는 영산강 남쪽의 울타리가 되는 산줄기이기 때문에 영산남지맥이 된 것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그러니 이들 영산북지맥과 영산남지맥에서 갈리는 산줄기들은 그의 동생뻘이 되게 되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위 참고도 #1에서 보다시피 신산경표는 이 줄기를 땅끝기맥이라 하여 호남정맥의 삼계봉 ~ 별뫼산 ~ 땅끝으로 그 주행을 보고 이 별뫼산에서 가지를 쳐 영상강 남쪽 하구언까지 가는 산줄기는 이 줄기의 가장 높은 산인 흑석산652.8m의 이름을 따서 주행거리 41.1km의 흑석지맥이라 명명한 것입니다.

반면 대한산경표에서는 여타 산줄기와 마찬가지로 물줄기의 흐름에 따라 산줄기를 분류하여 삼계봉에서 가지를 친 산줄기는 관련 물줄기(여기서는 영산강과 서해)들의 합수점으로 가기 때문에 이 산줄기의 경우 내륙의 물줄기들의 합수점이 아닌 바다와 만나게 되는 고로 울타리형이 되어 그 거리는 삼계봉 ~ 별뫼산 ~ 하구언의 98.4km로 보게 되는 것이죠.

우틀합니다.

이제부터는 강진군을 버리고 해남군 계곡면과 영암군 학산면의 군계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산수 대장 님의 본명이 강진구이니 경향신문과 열린 공감 TV의 탐사전문 기자인 강진구 기자와 같은 이름이고 강진군은 'ㄴ'자 하나만 더 붙은 것이니 강진군에게는 동생뻘 정도 되는 건가요? 

그나저나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에는 몰랐었는데 고도를 올리니 안개비가 장난이 아닙니다.

질재를 지납니다.

바지와 신발을 적시기 시작하는 꼴이 오늘 산행은 물과 산죽으로부터 상당 시간 시달리며 걸어야 할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공포의 산죽.

거의 기어가다시피 하여야 하는 구간.

낮은 자세로 산행에 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음력 10월 보름이라 그런가요.

달이 훤하게 비추어 안개구름이 오는 모습까지도 생동감 있게 보여줍니다.

저 뒤가 가학산 정도가 되려나?

383봉을 지나고.....

로프를 잡고 거친 암벽을 오릅니다.

어둠과 안갯속을 걷다보니 길찾기도 용이하지 않고....

상당히 아름다운 가학산입니다.

이 정도에서 월출산이나 주지봉, 도갑산도 시원하게 조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이런 날씨라면 낮이었다 한들 지금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므로 그렇게 자위합니다.

점점 기온은 내려가고 안개비 때문에 이미 신발안에서는 개구리가 울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해남군에서는 안전시설을 제대로 해놓아 안심하고 줄을 잡고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흑석산.

그런데 사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 상으로는 400m가 못 미친 곳으로,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그저 민제재라 표기된 곳입니다.

여기서 재岾는 말이 재이지 봉우리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산행은 꽝입니다.

'야간산행 무용론'을 또다시 꺼내 들어야 하나?

영산남지맥의 기암괴석과 숲 그리고 주변 산군들을 하나도 관찰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너무 억울한 거 같습니다.

가까운 날.

필히 다시 와야 할 곳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적이 편해집니다.

가학산 자연휴양림을 주목합니다.

다음에 이곳에 다시 올 때 하산 루트로 이용하기에 적당한 곳일 것 같다는 얘기죠.

깃대봉이라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군요.

흑석산으로 표기하셔야지!!!

이곳이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흑석산으로 나와 있는 곳으로 오늘 진행하는 산 중에는 최고봉 652.8m입니다.

2등급대삼각점(해남21)도 확인하고.....

바람이 불고 물방울이 휘날려 오래 머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합니다.

바람재를 지나,

607.3봉을 지나니,

이내 전망대 즉 조망처가 있는 쉼터입니다.

데크로 만들어져 있는데 바람이 덜 불어서 날다람쥐님이 익혀준 따끈한 국수로 속을 데웁니다.

그러고도 빵을 하나 더?

저는 뱃속에 기름이 많아 국수만.....

어서 갑시다.

가리재를 지나,

학산면과 미암면의 면계를 지납니다.

이제부터는 영암군 미암면과 해남군 계곡면의 군계를 따릅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고도를 높입니다.

두억봉 암봉 구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거의 50m 이상을 줄에 의존해 오릅니다.

그러면 정상석이 있는 두억봉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후회막급입니다.

이런 곳을 이렇게 지나다니!!!

이럴 수는 없습니다.

다음 주 정도 날을 잡아 반드시 다시 오겠노라는 다짐을 산신령님께 드립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 정도로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소서!!!!"

 

이 두억봉에서 가학 저수지 방면은 이렇게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마치 방면으로 진행하더라도 무난할 거 같습니다.

그러나 지맥길은 오던 길을 약 50m 되돌아나가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숲은 철쭉나무가 즐비한 곳이군요.

등로는 없고 간혹 보이는 표지띠나,

선생님의 팻말 하나가 지맥꾼들을 안내하고 격려할 뿐!

죽을 맛입니다.

잡목과 산죽밭을 오가며 감각에 의해 길을 찾기를 30여 분.

이정표를 만납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환희의 찬가가 펼쳐집니다.

달은 여전하고......

잠시 꽃길을 따릅니다.

219봉에서 정자를 지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마을까지 가겠구나 싶었는데.....

제 랜턴에 배터리가 아웃되고...

이제부터 두 분의 랜턴에 의지하여 하산을 해야 하는 상황.

조서에도 안 나오는 가짜 삼각점.

아!

지긋지긋한 산죽.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지리산인가?

지리산 황금 능선에 와 있는 느낌을 갖습니다.

10여 분 사투를 벌인 끝에 길을 만나니 가까운 민가에서 수탉이 훼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제 날도 밝았고......

항양 미촌마을을 지나고.....

우측 길로 들어,

깨끗이 정리된 고택도 봅니다.

이제 그저 비산비야를 걷게 됩니다.

그림 같은 묘.

부부의 묘가 아닌가?

조망도 안 되고 안개비가 계속되어 선황산은 생략.

오미재를 넘는데 길암천이라는 약수를 보지만 음용수로는 부적한 거 같군요.

내지종마을에서 간식을 먹고.....

이곳에는 왜 이리 세장산이 많은지...

밀양 박씨와 한양 조씨 세상이군요.

73.1봉을 나와 망산리 삼휘 농장을 거닐고.....

영암의 특산품이 무화과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고는 대불교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번 도로로 나와 도로를 따라 걷게 됩니다.

발바닥이 아파오는군요.

물집이 잡힐 정도는 아니지만 젖은 신발에 젖은 양말....

수로를 건넙니다.

지금은 이 수로로 영산강과 영암호가 이어져 있지만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이렇게 육지로 이어져 있던 곳입니다.

물론 영산강의 많은 지역이 다 개간이 되어 지금은 육지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긴 합니다만....

만약 지금같이 수로로 끊긴 곳이었다면 지맥도 여기서 끝나게 되겠지요.

대불대학교 뒷산인 호등산.

예전에는 소등산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호등산으로 이름이 바뀌었군요.

학생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배낭이나 매고 왔다 갔다 한다면 면학 분위기를 깰 거 같아서 생략.

제주도 서귀포의 가로수인 먼나무.

이곳에서 또 보게 되네요.

마가목과 똑같죠.

소아산도 올라가 삼각점을 확인해야 하나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저 철조망을 넘으려다가는 전기구이 통닭이 되기는 뻔할 터.....

대아산도 역시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군침만 흘립니다.

다 왔군요.

여기서 오늘 엉터리 산행을 마칩니다.

주요 구간은 다시 와서 걸어야겠고....

비산비야 구간은 산꾼의 맥을 완전히 풀어와서 제대로 산을 걷지 못하게 하는군요.

오늘 산행은 약 39km정도 걸었군요.

후배 집으로 가서 샤워를 하고 함께 양갈비에 소맥으로 하산주에 갈음합니다.

어느 정도 들어가니 그대로 잡을 자게 되고..... 

다음 날 저는 고속버스로 귀경을 합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본 진도읍 터미널 사거리의 플래카드.

서복?

서불로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복徐福이 아닌 서불徐市.

진시황이 파견한 인물로 삼천동남동녀를 이끌고 지리산 ~ 남해 ~ 서귀포로 왔던 인물인데.....

 

내용도 없는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