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의 가장 어린 본직本職은 이제 겨우 28살.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갔다가 바로 시험에 합격해서 어린 나이에 자기 사업을 시작했으니 대견하고 기특하기만 합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일천하니 가끔 밥을 먹다 보면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합니다.
자신의 부모님에게 할 수 없는 얘기도 하기 편한가 봅니다.
얼마 전에는 관악산을 갔다 왔다고 하더니 지난주에는 느닷없이 '강북5산'이라는 것을 아냐고 붇습니다.
"그걸 김소장이 어떻게 아는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아침 일찍 시작하면 늦지 않은 시간에 끝낼 수 있을 거 같던데요."
하두 어이가 없어서 한 말 더 묻습니다.
"우리 김소장님께서는 그 길을 알고나 있나? 아니면 동행하는 사람이 그 루트를 진행한 사람 이기라도 해?"
"그런 아니고 국장님 같이 혼자서 해보려고 하는 건데요?"
갑자기 멍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낍니다.
"잠깐만 기다려봐"
그러고는 전화를 넣습니다.
"응. 이대장 나야. 우리 사무실 막내 소장이 산행은 초짜인데 혼자서 5산을 한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젊은 사람이면 할 수도 있죠."
"이번 주 일요일 아침에 시작해서 오후 늦게 끝내겠다는 거야!!!"
그제서야 파악이 되는가 봅니다.
"초보라고요? 힘들 텐데..."
"김 소장! 들었지? 그럼 불수사도삼 말고 불수까지만 하자. 좀 짧다는 느낌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가보면 그런 것만도 아니니까. 내가 일요일 시간 낼 테니까."
이한검 대장님께도 시간을 알아보니 일요일 시간이 된다고 하는군요.
2022. 06. 19. 08:00
화랑대역에서 만나기로 합니다.
미리 와서 기다리는 김소장.
꽃미남입니다.하노이 시장이나 호찌민 시장 딸을 소개해줘야 하는데....
태릉 우성아파트 편의점에서 막걸리 두 통을 챙기고....
그러고는 공릉산 백세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불암산 입구입니다.
헤링턴 플레이스 아파트를 우측에 두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화장실도 새로 생기고...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너무 많은 시설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저 좌측에 있는 자동심장충격기가 700만 원이나 된다고 하는데 생각만큼은 저걸 이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는 의구심만 갖는데....
너의 빈자리....
삼육대 갈림길을 지납니다.
코로나 -19로 닫아놨던 삼육대 길이 열렸습니다.
그 이야기는 곧 중랑지맥길이 열렸다는 것이죠.
이한검 대장은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들려주는군요.
하긴 우리 김소장이 이한검 대장의 아들과 갑장이라고 하니까 ....
그런데 김 소장 비싼 모자 썼구먼....
데크로 오릅니다.
지나온 헬기장봉.
예전에는 부분적으로 동아줄을 잡고 올랐었는데....
그러고는 불암산입니다.
김 소장 포즈 한 번 잡고....
덕릉고개로 내려가,
부대를 좌측에 두고 수락산으로 향합니다.
데크를 올라 좌틀하여,
바위 구간을 오르면,
훌륭한 조망터가 있습니다.
불암산을 보며 막걸리 두 통을 따고....
일어나 다시 진행을 합니다.
372.6봉을 지나는데 의뢰인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오는군요.
사건 진행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향후 진행 방향까지도 자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러다 보니 두 분이 먼저 앞서 가게 되고....
꼬리를 놓칩니다.
도솔봉 삼거리를 지납니다.
두 분이 도솔봉으로 샜나 아니면 도솔봉은 그냥 통과했나?
이 부근이 휴대폰이 잘 안 터지는 곳이라 전화가 안 됩니다.
그냥 진행합니다.
우회도 하고....
눈썹바위를 지나면서,
이제 수락산도 지척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때 전화벨이 울립니다.
어디냐는 겁니다.
나는 그대들과 연락이 안 돼서 그냥 도솔봉을 통과하여 수락산 정상 바로 아래 있다고 했더니 자신들은 도솔봉 바로 아래 있는데 웬 70대 어른이 쓰러져서 그 누구도 돌보는 사람이 없어, 이 대장과 자신이 인공호흡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임시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119 신고는 한 거야?"
"예. 아마 헬기가 뜰 거 같고 구조대는 구조대 대로 출동할 거 같던데요."
"알았어 나도 그리로 갈게."
그러고는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데 헬기 소리가 나더니만 정상 바로 왼쪽을 선회하다가 다시 우측을 돌아 멀리 가는군요.
"왜 헬기가 도로 돌아가는 거야?"
"여기가 바람이 세서 지금은 도저히 구조대가 내릴 수가 없어 바람이 조금 잠잠해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네요."
그러더니 그 말대로 1분 정도 지나 다시 돌아와서는 두 사람이 내리고는 헬기는 다시 좀 멀찌감치 떨어져 주위를 선회합니다.
그러고는 곧이어 들것이 올라가고 구조대원으로 보이는 사람 두 명도 헬기로 올라가고....
훌륭한 사람들.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정치하는 놈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의인들.....
존경합니다.
그 현장입니다.
우리 팀을 찾느라 왔다 갔다 해봤는데....
정상에도 없고.....
어디를 갔나.
조금 움직이니 전화가 터지는군요.
그 부근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일행과 합류를 합니다.
얘기있즉슨 76세 드신 분이 일행 2명과 함께 수락산 산행에 나섰는데 이곳에 이르러 갑자기 쓰러졌다고 합니다.
동공도 흐릿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옆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던 10여 명의 다름 팀 사람들은 그 상황을 보고도 술만 부어라 마셔라만 하고 있었고 더욱더 개탄스러운 것은 올라와서 도움을 주기는커녕 기념으로 가지려 했는지 사진 촬영까지 하면 히히덕 댔다나 뭐라나....
그렇게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있었고 사고 발생 10여 분 흘렀을 무렵 이곳을 지나 도솔봉으로 오르려던 이한검 대장과 김찬호 소장 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환자 일행 두 분은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다만 119에는 신고한 상태.
즉시 이한검 대장이 가방을 벗고는 두 손을 모아 심장 압박을 시작했고 김찬호 소장도 교대로 그분에게 응급처치를 실시했는데....
그러다 헬기가 출동을 했고 그때 상공에서 사고 현장을 헬기가 볼 수 있도록 웃옷을 벗어 흔들어 정확한 착지 지점을 알려주는 등 119 구급대원들의 활동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고 저도 통화를 하면서 연신 119 상황실에서 무전을 통해 교신하는 음성을 듣기도 했으니.....
당시 저의 위치는 현장에서 약 200여 m 떨어진 곳이었고 거기서는 헬기만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와 구조대원들을 태운 헬기는 날아가고 현장 주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어떨 거 같아?"
"글쎄요. 맥박은 있지만 호흡이 별로 없어서..... 헬기 안에서 응급조치를 또 취하긴 할 테니까....."
도솔봉에서 그냥 하산하기로 합니다.
기분도 좀 다운이 되고...
"어쨌든 고생이 많았다. 점심은 내가 살게!"
내려가는 길에 망실된 삼각점을 봅니다.
또 있네....
둘레길 삼거리에서 직진을 합니다.
재개발을 앞둔 상계4동......
예전에는 산동네가 다 이랬지....
문이 닫혀있는 암자.
속세로 돌아와,
당고개 옆 고깃집에서 돼지갈비로 점심에 갈음합니다.
아무래도 찜찜하기만 한 산행이었습니다.
유심히 뉴스를 들었는데 '수락산 사고'가 언급되지 않는 걸 보면 목숨은 건지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이한검 대장과 김찬호 소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 이한검 대장은 이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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