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설악은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그리도 아름다운 설악 중 저에게 보여줄 곳을 좀 데리고 가서 보여주세요." (A님)
"그래? 그럼 나도 꼭 같이 가야겠네. 나도 끼어줘. 날짜는 일요일로....
나는 토요일 쉬지 못하니까." (B선배님)
"설악산 만경대 간다며? 그럼 나도 가야지. 그래. B랑 같이 갈게." (C선배님)
"알겄슈. 그날로 휴가를 받아 미시령에서 자고 새벽에 소공원 주차장으로 가겄슈." (D님)
나무지게 님의 유고로 멤버가 바뀝니다.
정작 가야할 분이 못 갔으니 꾼들에게 회자될 만한 사건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감으로써 못 가시는 분께 눈팅이라도 하게 해 드려야지.
죄송합니다.
지게 나으리.
설악산에는 세 곳의 만경대가 있죠.
외설악, 내설악 그리고 남설악.
그 중 백두대간 바깥쪽에 있는 외설악 만경대가 인구에 회자되는 곳이죠.
조촐하게 6명이 가기로 한 산행이 두 명이 빠지고 대신 4분이 추가됩니다.
즉 청풍명월님, 산너울님, 산한구비님, 홀가분님, 아모르님, 날다람쥐님, 산수님 그리고 저 등 8명으로 멤버가 구성됩니다.
저와 홀대장은 산악회 차를 이용하여 설악산으로 이동을 하기로 합니다.
다른 분들은 자차를 이용한다고 하시고.....
그래서 홀대장은 산수산악회의 출발지인 신사역에서, 저는 집에서 가까운 동서울터미널에서 승차하기로 합니다.
시간에 맞춰 강변역에 있는 동서울터미널로 나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저희들에게는 제대로 연락도 안 된 채, 산수산악회는 연합산행이라는 이유로 탑승지가 바뀌면서 저희는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는 결과가 되었군요.
즉 신사역 ~ 동서울터미널 ~ 설악산이 사당역 ~ 양재역 ~ 복정역 ~ 설악산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죠.
나쁜 사람들.
뒤끝이 확실하게 있는 저는 앞으로는 산수산악회를 이용하지 않기로 합니다.
어쨌든 시간은 이미 2022. 08. 06. 23:35.
전철은 이미 끊어진 시간.
홀대장에게는 택시를 타고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하고 저 역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제 차로 설악산으로 이동하기 위함이죠.
둘이서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가다 보니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산수대장 차량은 거의 동시에 도착을 하고 이내 산너울 대장님 차량이 도착합니다.
주차시킨 후, 간단하게 치킨과 막걸리로 오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03:01.
소공원 안으로 들어섭니다.
오늘 12:00에 소나기가 예보되어 있는 상태인데 다행히 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현재 상태로는 비가 올 것 같지 않고....
이 얘기 저 얘기 수다를 떨면서 걷다 보니 벌써 비선대 초소 옆입니다.
그나저나 잠 한숨 못 자고 운전을 하면서 왔더니 눈이 저절로 감기는군요.
04:15
귀면암으로 오릅니다.
귀면암鬼面巖은 여느 설악산의 지명이 그렇듯이 금강산에서 가져온 이름이고.....
귀신의 얼굴인지 도깨비 얼굴인지 이 어두운 시간에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다들 졸리다고 하는군요.
"그럼 잠시 눈 좀 붙이고 가죠."
랜턴을 소등하고 데크에 널브러져 잠시들 눈을 감습니다.
그러고는 각자 한 마디씩 합니다.
"이렇게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누울 수 있다니!",
"혹시 누군가 우리를 밟고 지나가는 거 아니야?",
"저는 설악산에서 처음 잠들어봐요...."
한 20분 정도 눈을 감고 있었나요?
잠이 들었었는지 아니면 건성으로 그저 누워만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설악의 어둠이 벗겨지고 있었고 자연스레 갈 길을 재촉합니다.
비몽사몽 간에 걷는 걸음 같습니다.
계단을 내려와 물소리를 듣고서야 여기가 설악 그중에서도 부처님 천 분을 뵐 수 있는 千佛洞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것을 깨닫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여기서 감자바우 형님을 뵀었는데.... 사실 설악산과 지리산은 너무 좁더라고요. 꼭 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양폭 가는 길에 있는 오련폭포를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설악이 예쁘긴 예뻐요.
폭포를 봐도 돌과 물을 봐도 설악의 빼어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지리산의 마고 할매에 대한 면구스러움 때문에 한 마디 던집니다.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는 소沼.
세 분이 포즈를 찹습니다.
"현오, 이번에 오늘로 날을 잡지 않았으면 나한테 싫은 소리 좀 들었을 거야. 이 걸 못 보게 한다는 게 말이 돼!"
산너울 대장님의 적이 안도를 느끼면서 하는 말입니다.
"형, 우리는 맹호잖아!"
그렇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하산 시 지나쳤던 이런 그림들을 오늘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지니까 말입니다.
즉 목적 산행이라는 얘기죠.
사실 지금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물과 암봉....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저 암봉들.....
사니조은님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천당 능선의 5봉과 6봉을 봅니다.
부처님 천 분千佛洞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다리들을 수없이 건너고 걸어야죠.
1950년대 이곳을 개척했던 분들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조금 이따 우리는 저런 곳 위를 거닐 겁니다. 정확하게 저 위는 아니지만요....."
양폭대피소 앞 마지막 계단입니다.
불법이민자가 국경을 몰래 넘듯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들만을 위한 비탐구간을 걷습니다.
https://youtu.be/lZKJ1MiZ0Yw
만물상 능선으로 오르는 초입은 네 발로 기어올라가야 합니다.
나무뿌리나 바위의 틈새들을 적절하게 잡고, 발은 디딜 곳만 있으면 그곳을 딛고 올라야 합니다.
초입에서의 조망은 없습니다.
그래도 못내 아쉬워 나무 사이로 등 뒤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훔쳐봅니다.
그러면서 건방지게 한 마디 던집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예요!
조금 이따 카페에 가서 막걸리 한 잔 먹으면서 보여드릴게요!"
한 30분 죽자사자 올라갑니다.
불평불만 없이 잘들 따라 올라오십니다.
"하긴 자기들이 가자고 해서 온 것이니....."
천당 카페에서 잠시 휴식 시간과 주변 감상 타임을 갖습니다.
자연스럽게 막걸리와 안주가 나오고....
돼지머리와 전 잘 먹었습니다.
주변 좀 볼까요.
바로 앞의 꼬깔봉 그리고 천당능선 뒤로 보이는 대청봉은 구름에 가려져 있습니다.
공룡을로 눈을 돌리면 중앙으로 천화대와 칠형제봉이 즐비하고....
맨 뒤로 세존봉이 명함을 내밉니다.
좌측 꼬깔봉 우측 중앙으로 천당 능선 2봉 부터 5봉까지는 보이는데 6봉 뒤로는 아직은 안 보입니다.
고깔봉을 우측에 두고 날다람쥐님이 포즈를 취해주셨고....
그 뒤가 화채능선.
이 아름다운 암봉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범봉과 1275를 적당하게 믹스해 놓은 바위.....
원래 금슬이 이렇게 좋으셨나?
하기야 두 분같이 취미생활이 똑같은 부부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공룡은 이렇게 우선 냄새만 맡습니다.
"자, 감탄은 만경대 능선에 올라가서 하시고 여기서는 이 정도만 보시죠.
오늘은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갑니다.
"이런 곳을 안내해 줘서 너무 고맙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니.....
더욱이 아직은 고도가 850m 정도.....
아직 멀었죠.
설악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또 올라갑니다.
이런 벽체壁體는 우회도 하면서.....
오늘 모시고 오지 않았으면 아마 현오는 저 세상으로 갔을 듯.....
오늘이 최고의 하루라고 감탄사를 연발하신 아모르 총무님.
간간이 예전에 이 길을 걸으며 걸어두었던 제 표지띠도 확인하는 즐거움을 갖습니다.
드디어 대청봉이 열리고....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도 주기도 합니다.
예전에 한라산을 오르면서 읊었던 시도 떠오르고.....
그러고는 만경대 능선에 붙습니다.
아직 힘들이 남아돌고.....
대청 부근은 구름에 가렸으나.....
중앙 천불동 계곡을 사이에 두고 좌측 천당능선이 이제는 눈 아래로 깔렸고.....
우측은 잃어버린 백두대간 능선길인 신선제1봉1233.1m,
'잃어버린 백두대간길'이라 함은 희운각 대피소 지나 무너미고개에서 신선제3봉에 이르는 지금의 대간 구간이 원래는 무너미고개 ~ 신선제1봉 ~ 신선대제3봉 ~ 1275로 이어져야 하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 길을 비탐으로 막아놔서 부득이 대간하는 분들은 이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체 그저 우회하여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염주골의 천당폭포를 당겨봅니다.
좌측 신선봉1233.1m.
그 우측 중앙으로 1275봉과 범봉 그리고 칠형제 연봉이 이리로 달려오고 1275 뒤로 나한봉과 마등봉이 보이는군요.
우측으로는 세존봉까지.....
그렇죠.
홀가분 대장의 특유의 '썰'이 가미됩니다,
왕관봉과 석주길이 나오고 천화대도 소환됩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있지 못하는 한 분을 그립니다.
그분에게 너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우리들.
얼마나 좋아했을까?
머릿속으로는 그림을 그리면서 연신 셧터를 눌러대며 작품을 만들고 있었을 텐데.....
다음에 꼭 같이 옵시다.
삼총사 바위를 보면서 만경대 우측 지능으로 붙습니다.
음....
칠선폭포.
화채골에서 형성된 물줄기입니다.
건기에는 보이지 않는 폭포이기도 하고.....
길이나 생김새로 보아서는 지리의 칠선폭포보다 훨씬 낫기는 하지만.....
화채봉과 화채능선.
좌측 신성봉과 중앙 칠형제 연봉.
멍 때리는 중.....
저 삼총사 바위를 가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당겨봤습니다.
화채능선에서 이 만경대능선이 가지를 쳐 내려온 것이죠.
이따 우리는 저 1250봉까지 올라가야 할 것이고 화채봉 우측 아래 쉼터에서 아점을 먹을 예정입니다.
'엄지 척' 바위 뒤로 만물상을 봅니다.
온통 땀으로 범벅....
조심조심.....
산수대장님이 한 장 건졌습니다.
좌측 신선제1봉주터 중앙의 칠형제연봉.
그리고 그 우측으로 1275에서 이어지는 범봉과 왕관봉.
곧 천화대능선이죠.
그 뒤로 마등봉과 세존봉도 읽고....
오늘의 조망은 사실 여기까지 입니다.
그 부근을 산수대장님이 멋지게 잡으셨습니다.
만물상 능선이며 울산바위까지.....
그 지능선을 빠져나오면서 엄지 척 바위와 만물상 및 칠성봉을 잡아봤습니다.
하늘이 열리나?
우측으로는 천당폭포를 한 번 더 보고.....
그러고는 숲으로 들어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조건 오르기만 합니다.
200여 m의 고도차를 극복해야 합니다..
드디어 이 지점에서 화채능선에 접속합니다.
사면치기로 진행을 하다 다시 능선 위로 붙어 쉼터에 도착하여 먹거리들을 꺼내 놓습니다.
맥주에 막걸리.....
안주도 푸짐합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지고 올라왔을까?
입에 한가득 먹을 걸 넣고 노래 한 발 장전!
"동해믈과 설악산이 마르고 닳도록....."
4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가방을 쌉니다.
화채봉입니다.
없던 기물이 생겼습니다.
이 철판을 지고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왕이면 돌로 가져오시지.....
이 분은 혹시 함양 출신?
그 화채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화채능선을 이어봅니다.
좌측 관모능선도 구름에 덮여있고....
화채봉의 바람이 원래 좀 센데 오늘은 그 바람도 없어 조망도 그저 이렇습니다.
더위에 얼굴이 익었나?
아니면 조금 전 입가심한 막걸리에 취했나?
손가락 방행을 보니 달마봉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달마봉이라는 이름은 달마대사와 전혀 관계없는 達 = 馬 = 高이니 그저 높은산이라는 말에 불과하다. 그런데 생김새를 보면 백호같다."는 애기가 주요 골자입니다.
그러자 청풍 형님은 "난 누에같이 보이는데?"
그렇기도 하군요.
하긴 제천지맥을 할 때 비슷한 모양의 누에봉을 보기도 하였으니.....
좌측 울산바위와 달마산을 함께 봅니다.
사실 울산바위의 옛 이름은 천후산(天厚山)이었다. 대동여지도에도 천후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바위에 부딪쳐 소용돌이를 치면서 마치 하늘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니 울음(鳴)산이 울산이 되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중요한 이름이 이산(籬山)인데 생김새가 울타리(籬)를 쳐놓은 것 같다고 울타리 籬를 썼던 것이다. 실제로 울산바위는 아래서 보건 혹은 위에서 보건 바위로 둘러친 큰 울타리 같이 보이기는 한다. 이런 이유로 생긴 울산바위가 지역이름인 울산(蔚山)으로 와전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540쪽
뿌연 공룡능선과 바로 앞줄의 우리가 조금 전 거닐었던 만경대능선.
만경대 능선을 조금 당겨봅니다.
공룡을 보려면 화채로 가라!
해산굴解産窟을 지나 화채능선의 진행을 봅니다.
중앙의 칠성봉을 중심으로 좌측 만물상, 우측의 숙자바위와 토왕성폭포 상단부와 우측의 노적봉을 봅니다.
그 뒤로 쌍천을 건너 울산바위와 달마봉이 보이고....
저 루트를 이용한 적도 있지만 더위때문에 자신들이 없어하니 그렇다면 우리는 저 길을 버리고 우측의 피골좌능선을 탈 것입니다.
"아까 화채봉 정상에서 주의사항을 말씀드렸었죠?
우측에 걸려 있던 표지띠 몇 장을 따라 가면 피골 우능선이 된다고 했었잖아요.
실제 C지구로 내려가려는 분들 중,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자신들의 의도와는 달리 그 표지띠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여러 명 봤죠.
어쨌든 그 줄기가 피골우능선이니 이 피골좌능선과의 사이에 있는 골짜기가 피골인 것이죠.
피서지로는 최고의 곳이죠."
뿌연 게 여전히 마음에 안 들지만 대원들은 눈호강을 한다고 여전히 흥분해 있습니다.
음 ..... 비선대가 보이는군요.
우측 암봉이 사실은 바위와 돌이 붉게 보여 적벽赤壁이라는 이름을 가진 건데 굳이 가을이 아니더라도 붉은색을 띠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장군봉은 적벽에 비해 좀 하얗게 보이기는 하는 거 같습니다.
돌맹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겠고....
이곳이죠.
여기서 화채능선을 버리고 우틀하여 피골좌능선으로 진입합니다.
숲을 거닐어 바로 C지구로 내려오기로 합니다.
음...
우리가 내려온 루트가 비탐길이었구나!
만족한 하루 산행을 마치고 샤워를 마친 후 전주식당에서 뒤풀이를 하고 귀가를 합니다.
청풍형님.
다음에는 독주골로 모실까요?
아니면 칠성봉 ~ 숙자바위 ~ 토왕성폭포 상단 ~ 은벽길로 모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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