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입에 굳어졌죠?
우리가 학창 시절에 외웠던 시 한 수가 있었는데.....
가노라 三角山(삼각산)아 다시 보자 漢江水(한강수)야
故國山川(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난
時節(시절)이 하 殊常(수상)하니 올동 말동 하여라
철저한 주전파인 김상헌(1570~1652)의 시입니다.
참 뭐라 말하기조차 어려운 선조나 인조를 주군으로 모셨으니.....
그것도 종宗도 아닌 조祖씩이나 단 임금들을.....
그때 국어 선생님은 삼각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등 세 개의 큰 봉우리로 이루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라 가르쳐 주셨는데....
글쎄요.
어떤 선생님들은 그저 북한산의 옛 이름이라 가르쳐 주시기도 했었겠죠.
어쨌든 그 삼각산의 지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시설물들이 있습니다.
이 산 안에 있는 모든 암자나 사찰은 하나같이 '삼각산 도선사', '삼각산 상운사', '삼각산 노적사' 등의 '삼각산'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죠.
참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사료를 찾아보면 '통일신라시대와 고려 초기에는 부아산이라 불렀고, 고려 시대인 993년 이후 부아봉(현 인수봉 810.5m), 중봉(현 백운대 835.6m), 국망봉(현 만경대 800.6m) 등 세 봉우리가 삼각三角처럼 보여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려 왔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숙종 때 중흥산성이라 불리던 한수 이북의 한 산성을 개보수하면서 이를 남한산성에 대對한 개념으로 북한산성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죠.
그러던 것을 '삼각산'이란 본래의 산 이름을 제치고 '북한산'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 1915년에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을 지낸 금서룡今西龍에 의한 것인데, 그는 삼각산의 유적을 조사하고 그 보고서의 명칭을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 유적 조사보고서"라고 하였던 바, 이 보고서에서 '북한산은 경성의 북방에 솟아 있는 조선의 명산으로, 이 산은 일명 삼각산으로도 일컫고 달리 화산 또는 화악이란 이름도 있다'라고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유별나게 방위각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서울의 모든 대문들도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홍지)문 등의 고유 이름에 동서남북을 붙여 멋대로 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등의 이름을 불렀으나 우리 조상들은 유별나게 '북(北)'이란 한자에는 '달아나다 혹은 지다'라는 뜻의 배(北)의 음(音)도 가지고도 있어 그 글자를 달가워하지 않아 북한산이라는 이름은 그저 남한산성을 축조한 다음에 그에 대응하기 위하여 북한산성이라고 부르기만 한 것이지 북한산이라고 불렀던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일본인들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괜히 삼각산을 북한산으로 불렀겠고 백운대 위에 우리의 혈을 끊겠다고 쇠말뚝을 박은 게 심심해서였겠습니까.
고의적으로 혈을 끊고 지명이나 산 이름을 바꾼 것 역시 침략의 저의가 분명하고 나아가 조선의 수도인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을 굳이 북한산으로 불러야 했던 것은 고또 분지로가 백두대간과 정맥이라는 우리 고유의 산줄기를 산맥이라는 이름으로 훼절시킨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강북구청장 등 뜻있는 이들이 그렇게도 이런 취지의 뜻을 정부에 간언을 해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친일파 무리들은 요지부동입니다.
저는 북한산이 아닌 삼각산이라는 이름으로 올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을 친구들과 함께 그곳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삼각산에서도 깊숙이 숨어 있다는 비밀의 숨은벽 그러고 보니 영어로는 Secret Face라는 이름이 되겠군요.
그곳으로 갑니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이죠.
3번 도로를 타고 오다가 국사당 입구에서 하차하여 안으로 듭니다.
주지하다시피 국사당國師堂의 국사國師는 불교에서의 법계法階를 뜻하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의 최고의 신 곧 단군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러니 예로부터 이런 당집에서는 국사대천왕國師大天王을 이런 신당에서 모셨으니 국사=천왕이요 천왕은 곧 단군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라 곳곳에 이 국사 즉 단군을 모시는 산이 있어 이를 국사봉國師峰으로 불렀으니 산림청에 등재된 산 중에서 국사봉이라는 산 이름이 제일 많다는 사실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1926년 여름 육당 최남선이 백두산 등정을 하면서 스스로 삼가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다는 취지의 근참謹參을 할 때 들른 백두산의 한 신당에서 국사대천왕지위라는 위패를 발견하게 된 것도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리산의 최고봉이 천왕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나 속리산의 천왕봉(사실적인 의미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계룡산 등지의 최고봉들이 불교식 이름인 비로봉 등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다 이런 깊은 뜻이 있는 거라 보입니다.
안내 초소를 지나,
좌틀하여 숨은벽 루트를 택합니다.
3년 만에 찾은 곳이지만 이런 시설물들이 기억을 소환합니다.
우틀하고,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는군요.
상장산513.3m이 있는 상장능선입니다.
원산경표에서는 한북정맥이 지나는 것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물줄기를 중시하는 대한산경표로 본다면 한북정맥은 당연히 한강봉에서 우틀하여 오두산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하니, 이 상장능선 방향은 공릉천과 한강의 합수점으로 가야 하므로 공릉지맥으로 보아야겠죠.
여기서 그 차이점을 설명하고 싶지만 식상할 거 같고 관심들도 없을 거 같으니 패스합니다.
뒤로는 노고산487.0m이.....
정상에 있던 군부대는 이미 철수했죠.
조금 더 고도를 높이니 좌측 멀리 공군부대가 있는 개명산559.9m과 앵무봉621.2m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정맥길은 개명산을 지나야 하지만 부대가 있는 고로 진행이 불가한데 악착같이 가장 근접한 곳으로 걸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완전 개고생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냥 보광사 방향으로 편하게 내려와 98번 도로를 따라 됫박 고개로 오르면 되었을 것을....
정맥길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오기와 집념이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해골바위를 지나자....
아!
드디어 인수봉과 백운대에 가려 숨어 있던 숨은벽이 그 위용을 드러냅니다.
즉 해골바위를 지나자 좌측으로 인수봉810.5m과 중앙의 숨은벽 그리고 우측으로 삼각산의 최고봉 백운대835.6m가 갑자기 나타난 것입니다.
이래서 '숨은벽'이로군요.
못 보던 데크도 생겼고.....
공릉지맥의 노고산과 우측 중앙의 앵무봉.
그 우측으로 상장능선.
눈썹바위?
우측의 노적봉715.5m.
고도를 높입니다.
이제는 상장능선 뒤로 좌측으로는 오봉683.7m과 도봉산의 자운봉740.2m, 만장봉 등이 그리고 그 우측으로 우이암 부근을 볼 수 있군요.
오늘은 바위에 앉아서 얌전하게 막걸리 대신 가져온 과일로 간식을 합니다.
바위가 많아 혹시나 술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함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숨은벽의 위용!
겁을 상실한 사람들은 우측 염초봉 루트로 잘도 올라가는군요.
우이암 우측 뒤로 수락산 일대가 보이고 그 우측으로는 영봉604m.
조금 당겨봅니다.
숨은벽 하단.
올라갈 사람도 있겠지만,
안전하게 골짜기를 따릅니다.
음....
한계를 넘기 위하여....
죽자사자!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마지막 석문을 통과합니다.
"짱보지 말고 어서 나오슈!"
멀리 중랑지맥의 용마산과 아차산이 보이고....
인수봉 돌멩이에 개미같이 많이들 붙어있고....
백운대 정상은 오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패스.
저 만경대로 언제나 올라갈까?
까마귀가 싼 똥을 맞았나?
위문衛門을 통과합니다.
좌틀하여 대동문 방향으로.....
백운대 정상.
좌측 의상봉501.5m과 우측의 원효봉510.3m.
이름도 그럴듯하게 잘도 짓습니다.
노적봉 쉽터.
좌틀합니다.
삼각산 연봉들....
용암문에서 탈출을 하자고 합니다.
술들이 고프답니다.
그래 내려가자.
도선사 초소.
무지무지 커진 도선사.
육영수 여사 때 위세를 떨쳤죠.
지장보살님이 아프리카에 다녀오셨나?
포대화상.
사대천왕이 있는 천왕문을 통과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전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보이는 우이암 일대는 그저 보너스.
길었던 추석 연휴도 끝나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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